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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아들들 … 529
제3부 분열된 집안 … 683 펄 벅의 생애와 작품 … 1029 펄 벅 연보 … 1046 |
Pearl Buck,Pearl Sydenstricker Buck, 존 세지스 John Sed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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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에는 와야 할 시기에 비가 내렸다. 그러나 그쳐야 할 시기가 되어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하루 또 하루, 일주일 또 일주일, 여름이 되어도 비는 계속 내렸다. 자라난 밀은 물속에 잠겨 썩었다. 아름다운 밭은 진흙탕이 되고, 그때까지 조용히 흐르던 시냇물이 불어 도도한 분류가 되어 둑을 무너뜨리고 쏟아졌으며, 곳곳의 웅덩이를 채우고 넘쳐흘러 모든 것을 떠내려 보내면서 진흙을 바다에 쏟아 넣었다. 그래서 푸른 바다가 눈 깜짝할 새에 몇십 리 밖까지 황토빛으로 변했다. 민중은 처음에는 책상이나 침대를 물보다 높은 곳에 얹어 놓고 집 안에서 살았다. 그러나 물이 지붕에 이르도록 불어나자 토벽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므로 그들은 배 안이나 큰 목욕통에 들어앉아서, 또는 채 물에 잠기지 않은 둑이나 둔덕 같은 높은 데로 올라가 지냈다. 그런 곳에 피난한 것은 사람뿐이 아니었다. 들판의 야수며 뱀까지 몰려들었다. 뱀은 나무에 엉키고 가지에 매달려서 마침내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을 잊고 인간들 사이에 끼어들어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인간은 홍수와 뱀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무서운가 알 수 없게 되었다. 날이 가도 물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또 다른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다. 굶어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였다.
--- pp.639-640 좁은 둑 위를 기마대는 서서히 나아갔다. 양쪽에는 물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고, 둑 위에는 피난민들이 밀치락달치락하며 몰려 있었다. 사람뿐 아니라 쥐, 뱀 따위 온갖 야생 동물까지 마른 땅을 찾아 인간과 다투고 있었다. 이 야생 동물들은 인간에 대한 공포도 잊고, 조금 남은 힘으로 어떻게든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에게 남아 있는 활기가 드러날 때라고는, 뱀 같은 동물이 너무 많아지면 짜증이 나서 때릴 때 정도뿐이었다. 그러나 어떤 때는 동물을 떨쳐 낼 만한 기력조차 없었다. 뱀이 똬리를 틀거나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있었으나 사람들은 넋을 잃은 듯 앉아 있을 뿐이었다. --- p.645 왕 상인은 그럴 생각만 있으면 왕후의 곤궁을 구하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실 그는 곡물을 대량으로 비축해 두고 있었다. 기근이란 많은 사람들에게는 빈궁을 가져오지만 왕얼 같은 상인들에게는 더 큰 부를 제공하는 법이다. 그는 흉년이 들 듯한 형세를 눈치채자 막대한 양의 곡물을 매점하여 저장해 두었다가 구매력이 있는 부자들에게는 이따금 이쪽에서 정한 비싼 값으로 팔았으며, 그러고는 다시 밀가루라든가 쌀 같은 것을 다른 지방에서 사들였다. 대리인을 가까운 성으로 보내 그런 물품을 사들이게 했으므로 그의 많은 창고가 곡물로 그득그득 차 있었다. --- p.659 왕후는 이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으나 10년 남짓한 세월이 손바닥을 뒤집는 동안에 지나가 버린 듯이 느껴졌다. 그는 뜰로 나오도록 아들을 부르러 보내고는, 갑자기 늙어서 지쳐 버린 기분으로 뜰의 노간주나무 아래 있는 돌에 걸터앉아 아들을 기다렸다. 이윽고 소년이 뜰과 뜰 사이에 있는 원형 문을 지나 힘찬 걸음으로 조금 천천히 나타났다. 왕후는 이제까지와 다른 눈으로 자기 아들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소년은 키가 어른만 했으며 얼굴에는 다부진 곡선이 나타나고 입술은 꽉 다물려 있었다. 이미 아이의 얼굴이 아닌, 훌륭한 어른의 얼굴이다. 왕후는 아들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는 동안, 전에는 아들이 자라는 것이 무척 더디게 느껴져서 혹시 어린애의 시기가 끝없이 계속되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했던 것을 회상했다. 그러던 아들이 지금은 마치 어린애의 시기를 단숨에 껑충 뛰어 어른의 시대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 p.663 게다가 위안은 어떠한 주의가 이러한 병폐를 모두 해결해 주리라는 이야기를 전혀 믿을 수 없었으며, 멍처럼 부자라면 누구든 격렬하게 미워할 수도 없었다. 뚱뚱하게 살찐 부자들의 몸뚱이, 손가락에 낀 반지, 모피로 안을 댄 외투, 부인들의 귀에 건 보석, 얼굴에 한 화장, 그러한 것들이 모두 멍을 그 주의로 몰아세웠다. 그런데 위안은 부자의 얼굴이라도 다정한 표정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공단 옷을 입고 있더라도 거지에게 돈을 주는 여자의 눈에서 연민의 빛을 읽을 수도 있었으며, 부자의 입에서 나오든 가난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든 그는 웃음소리를 좋아했다. 혹 나쁜 사람으로 알고 있더라도 웃는 사람은 좋았다. 멍은 피부색에 따라서 사람을 사랑하기도 미워하기도 하지만, 위안은 암만 해도 ‘이 사람은 부자니까 악인이다, 이 사람은 가난하니까 선인이다’ 생각할 수는 없었으며, 따라서 아무리 위대한 주의라도 그것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 pp.760-761 그러나 이제는 위안도 조국을 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왕후가 왜 적인가 하는 것도 알았다. 이제 조국을 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구하는 길이요, 아버지가 자기의 적이며, 스스로 자기를 구하지 않으면 누구도 구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p.793 위안은 주의에 몸을 던졌다. 그는 멍의 사촌이며 멍이 그를 위해서 보증인이 되어 주었으므로 충성을 증명할 필요는 없었다. 또 멍도 주의에 대한 위안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가 있었다. 그는 위안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며, 주의에 대한 열의의 유일한 보증은 언제나 위안이 지금 품고 있는 것과 같은 개인적인 분노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안은 이제 구시대가 구체적인 적이 되었으므로 구시대를 증오할 수가 있었다. 그것을 통해서밖에 자기를 해방시킬 수가 없으므로 조국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싸울 수 있었다. --- p.793 그런 식으로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어디에 자유가 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위안은 그 의문을 억눌러야만 했다. 그는 자신을 타일렀다. 나중에 자유를 얻을 거야, 틀림없어. 또 이렇게도 생각했다. 아버지에게서 자유를 얻지 못하는 이상, 그리고 이미 동지들과 더불어 운명을 함께하기로 한 이상, 달리 길은 없다. --- p.796 마침내 여기서 위안은 책에는 없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멍하니 그런 사람들 속을 걸어갔다. 볕이 들지 않는 좁은 집 안을 들여다보고,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굶주린 아이들이 더위에 벌거숭이가 되어 뛰어다니는 속을 걸어갔다. 빈곤과 비참을 첩첩이 쌓아 올린 높은 건물을 우러러보면서 그는 생각했다. ‘그들은 높은 건물에 산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빈민굴에 살고 있다, 똑같은 빈민굴 속에…….’ --- p.852 마침내 배는 소리도 없이 하구(河口)로 들어갔다. 양쪽 기슭은 둔중하고 누렇고 낮았으며 조금도 아름답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위에는 같은 빛깔의 조그마하고 낮은 집들이 있었다. 대지는 인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나 말거나, 구태여 아름답게 보이려 하지 않는 듯했다. 옛날처럼 오늘도 강이 만든 낮고 누런 양쪽 해안이 길게 펼쳐져, 바다를 밀어내어 한 걸음도 들이지 않겠다는 것 같았다. --- p.899 노부인은 살짝 미소를 띠고 위안을 정답게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메이링이 너와의 결혼을 승낙하고 아버님도 허락하신다면 결혼해도 좋다. 하지만 난 그 애에게 강요하지는 않을 테다. 그것만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딸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것만은 나는 안 할 참이야. 새로운 시대가 여성에게 가져다준 오직 한 가지 장점은 이것뿐이거든. 여성이 강제로 결혼해야 하는 일이 없어졌다는 점 말이야.” --- p.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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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영혼을 바친 농민들의 서사시
중국인의 강한 생활력은 잡초의 억세고 질긴 느낌에 비유된다. 잡초는 아무 땅에서나 자라며, 땅이 주는 자양을 흡수하며 생명을 이어간다. 대지에 매달려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기 마련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나부끼면 된다. 발로 밟히는 것도 순간만 참으면 몸은 본디대로 일어선다. 때로는 들불이라는 재난을 만나 모두 불타 버리더라도 흙 속에 박힌 뿌리는 다시 생명을 이어낸다. 〈대지〉의 주인공 왕룽은 부지런하고 땅을 사랑하는 가난한 농군이다. 왕룽에게 땅은 단지 재산이 아니다. 그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고통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어머니이며, 자신은 물론 자손들의 생명을 이어가게 도와주는 신의 선물이다. 순종의 여인 오란을 아내로 맞이하고, 몰락한 지주 황부자집 토지를 사들이며 풍족한 삶을 살게 되지만, 하늘이 내려준 토지의 풍요로움도 잠시뿐, 곧 엄청난 메뚜기 떼가 대지를 휩쓰는 가뭄으로 일가족은 생사의 고비에 놓인다. 왕룽은 가족을 데리고 남쪽 도시로 몸을 피한다. 그곳에서 구걸과 막노동의 고된 세월을 보내지만, 고향에 두고 온 자신의 논밭을 떠올리며 언젠가 돌아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대지는 남쪽 도시에서 돌아왔을 때 그의 마음의 병을 고쳐 주었다. 태양은 머리 위에 빛나며 그의 괴로움을 잊게 했고, 여름의 더운 바람은 부드럽게 그를 감싸 주었다.’ 토지는 왕룽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어, 그는 많은 땅을 가진 대지주가 된다. 세월이 흐른 뒤 늙고 병든 왕룽은 자리에 누워, 자식들이 땅을 팔기 위해 의논하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띄엄띄엄 말한다. “땅을 팔기 시작하면, 집안은 끝장이야.” “우리는 땅에서 태어났어. 그리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땅을 갖고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땅은 누구에게도 뺏겨서는 안된다…….” “만일 땅을 파는 날, 그것은 세상의 마지막이다.” 〈대지〉에는 여러 유형의 여성이 등장한다. 오란은 대지주인 황부자집 계집종이었으나 팔려서 왕룽의 아내가 된다. 말수는 적으나 지혜가 있다. 남편을 만나 굶주림과 갖은 고생을 견뎌내고, 나이가 들어 외모가 볼품없다고 남편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눈물을 삼키며 인종(忍從)의 세월을 보낸다. 오란은 착한 성품과 인내를 미덕으로 아는 중국 여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렌화는 가진 거라곤 오직 자신의 아름다움뿐인 무능한 여자로, 성내 찻집에 있던 그녀를 왕룽이 둘째부인으로 맞아들인다. 왕룽은 한때 렌화의 미모에 홀려 재산이고 가족이고 다 제쳐놓고 그녀에게 매달리지만, 곧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본모습을 찾는다. 셋째 부인 리화는 작가 펄 벅이 가장 많은 애정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인정 많은 여자이다. 흉년이 들었을 때 왕룽이 불쌍히 여겨 사들인 아름다운 계집종으로 뒷날 왕룽의 사랑을 받는다. 왕룽이 죽은 뒤엔 그가 남겨 놓은 백치 딸과 곱사등이인 손자를 끝까지 잘 보살핀다. 〈대지〉의 시대적 배경은 신해혁명에서 국민당이 정권을 잡기까지의 시기이다. 작가는 시대적 배경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주인공 왕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간다. 왕룽의 고향도 그저 중국 북쪽 어느 시골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동안 중국의 ‘대지’ 그 자체가 주인공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때와 장소를 초월하여 중국이라는 드넓은 대지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이것은 펄 벅이 아니고는 쓸 수 없는 이야기이다. 서양인으로서 그녀만큼 중국의 내면과 중국인의 영혼 그 자체를 깊이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농민들은 밭을 일구고 심고, 땅에 물을 대어 기름지게 만드는 일을 하늘이 주신 평생 업으로 삼아 순응하며 살아간다. 언제라도 배가 고프면 일손을 멈추고 먹고 마시고 잠들기도 하며, 때로는 아름다운 일출이나 석양을 바라보거나 달이 뜨는 것을 본다. 농민의 마음은 평화로 가득 차 있다. 농민이야말로 땅의 완전한 주인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상에서의 기쁨이고, 이 땅에 사는 남녀는 착한 인간들이다. 물론 마음씨 나쁜 이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참된 농민이 아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숙부 일가가 그 예이다. 이런 인간들은 땅을 멀리하고 무언가 다른 삶의 방식에 의지해서 자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인간들로 참된 농민이 아니다. 착한 농민은 이런 악인들의 행위에는 될 수 있는 한 참고, 최후에 악인들은 자멸의 길을 걸어간다. 이런 여러 농민들의 생활과 농민들의 인간애를 펄 벅은 오랜 중국생활로 잘 알고 있었다. 펄 벅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온갖 농민들의 다채로운 환영(幻影)은 그녀의 붓끝에서 왕룽 일가의 이야기로 태어났으며, 마침내 중국농민의 운명을 그리는 웅혼한 불후의 서사시가 되었다. 혁명 격동기, 인간의 고뇌〈아들들〉 ‘대지’에서 태어나, ‘대지’와 함께 죽은 아버지 왕룽의 농민혼은 대지에서 끝난다. 대지로부터 태어난 농민혼은 자란 환경의 변화와 저마다의 인생관의 차이 때문에 아들들에게 그대로 계승되지는 않았다. 〈아들들〉은 셋째아들 왕후의 파란만장한 분투전이다. 그는 군벌의 수령이 되어 중국제패의 야망을 꿈꾼다. 〈아들들〉의 배경은 낡은 중국 하늘의 한 귀퉁이에서 이미 어렴풋하게 새벽을 알리는 아시아 근대 문명 빛이 비치기 시작할 때이다. 군웅할거 군벌시대, 그러나 왕후는 정의를 무시하는 극악무도한 군벌의 수령은 아니다. 무용(武勇)에서는 견줄 이가 없는 뛰어난 검객이었고, 약자를 아군으로 삼는 정의의 무인이다. 왕후는 용맹무쌍하면서도 모든 부하를 부들부들 떨게 할 정도로 엄격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배신하자 망설임 없이 한칼에 베어죽이고, 추모날 밤에 슬픔과 고뇌로 신음하는 로맨티스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를 이런 극단적 행동으로 몰고 간 이유는 〈대지〉의 끝부분과 〈아들들〉의 시작부분에 나온, 죽은 왕룽의 세 번째 부인인 가련한 소녀 리화를 향한 끊기 힘든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형들의 도움으로 두 부인을 얻어, 첫 부인은 딸을 낳고 둘째 부인은 아들을 낳는다.〈아들들〉 뒷부분은 아들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군벌로서 영원한 영광을 추구하려는 꿈이기도 했다. 군벌 수령 왕후는 아들 왕옌을 서양출신 젊은 교관의 조언에 따라 남부 군사학교에 입학시킨다. 그곳의 교육은 신식 전투와 무기를 다룰 뿐 아니라, 그곳에 모인 청년들의 시각도 넓었다. 그들은 세상을 향해 사상적으로 새롭게 계발되어, 위대한 조국의 재건에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아들 왕옌도 그 영향을 받는다.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 왕옌은 혁명군의 옷을 입고 아버지 앞에 나타난다. 이것은 군벌수령 왕후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왕후는 군도를 뽑아 들었으나 이윽고 맥이 빠져, 충직한 늙은 하인이 들고 있던 따뜻한 술잔을 겹쳐 가슴속 눈물을 억누른다. 여기서 작가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함께, 이제 막 눈뜨기 시작한 청년의 고뇌를 그렸다. 새 시대를 밝히는 희망의 빛〈분열된 집안〉 〈분열된 집안〉은 왕후의 외아들 왕옌이 주인공이다. 장래의 대장군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옌은 아버지 왕후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지만, 본인은 군인생활을 싫어한다. 그의 마음의 고향은 드넓은 하늘 아래 상쾌한 대지에서의 생활이며, 시인 기질의 그는 평화로운 땅에서 영원한 행복의 경지를 추구한다. 아버지의 압력에 견디지 못한 옌은 말다툼 끝에 아버지의 관저를 뛰쳐나와 남쪽 해안의 대도시로 간다. 그곳에는 의붓어머니인 아버지의 본처가 아름답게 성장한 이복여동생 아이란과 함께 살고 있다. 친아들처럼 맞아준 의붓어머니는 응석받이로 자라 진중하지 못하고 경솔한 딸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성실한 청년 옌에게 큰 기대를 건다. 옌은 외국에서 6년 동안 농업을 공부하면서, 은사의 딸 메리와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된다. 그러나 자신은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의 아들임을 떠올리고 물보다 피가 진함을 깨달으며 메리를 떠나 마침내 귀국한다. 귀국을 재촉한 것은 조국의 격렬한 배외운동과, 새 중국의 탄생이었다. 의붓어머니의 양녀 메이린은 의학을 공부하며 어머니를 도와 고아원 일에 전념한다. 그 부지런하고 청순한 모습에 옌은 깊은 사랑을 느끼지만, 메이린은 연구에만 전념하며 옌의 사랑을 물리친다. 그런데 마지막 몸부림을 치던 군벌 대항자들이 성 안으로 들이닥친다. 왕 일가의 저택은 잿더미로 돌아가고, 왕후는 그가 태어나 자라고 큰 성공의 기초를 다졌던 흙집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된다. 패배한 군벌의 모습 그대로 늙어버린 왕후는 임종의 병상에 눕고, 옌은 머리맡에서 마지막 효도를 다한다. 그 자리에 달려온 사람은 의붓어머니와 메이린이었다. 여기서 대작 「대지」는 흙집으로 다시 돌아감으로써, 인간과 역사의 덧없는 변전 속에서도 묵묵히 영원을 살아가는 ‘대지’를 암시적으로 그린다. 영원한 대지와 농업기술을 익힌 옌, 새 의술을 익힌 새 시대의 여성 메이린, 새 중국의 탄생, 구 군벌의 붕괴, 사양의 길을 걷는 옛 특권계급,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 어렴풋이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로운 중국 안에서도 - 대지의 불멸을 믿고, 옌과 메이린의 미래를 암시하며 이 거작은 장대한 막을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