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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연은 1971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40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중진 시인이다. 1974년 새싹문학상, 1976년 소천아동문학상, 1978년 세종아동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함으로써 1970년대를 대표하는 동시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지각대장』은 김구연 동시 문학 40년을 결산하는 동시선집이다. 전체를 여섯 파트로 나누어 총 73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김구연 동시는 아이들의 생활 현실보다는 자연의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절제된 시어, 선명한 이미지로 깔끔하게 보여 준다. “솔방울 단추 여러 개 달고/아무리 여미면 뭘 하나.//찬바람 술술/입은 옷이 그 모양인걸.”(「겨울 소나무」) “꽃밭이 없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하느님이 지어 보내신/나비는, 나비는 꽃송이/날아다니는 꽃송이.”(「꽃송이) “할아버지 잠드시길 기다렸다가/반딧불이 혼자서 살금살금/익은 참외 고르고 있다.”(「원두막」) “풋고추/빠알갛게/하나 둘/익어 가면서/하늘은 매워매워/자꾸만 뒷걸음질 친다.//가을 하늘/강물처럼/깊다.”(「고추밭에서」) 김구연 동시는 시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시가 어렵지 않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것은 그의 동시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동심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함을 지르며/여름날 그토록/수선을 떨어대던/너였더랬지./그러나 지금은/겨울도 한복판/너도 아이들처럼/겨울 방학 중.”(「폭포」) “손잡이는/꼭 한가운데/있지요.//두 동무 정답게/나란히/쓰고 가라고.”(「우산」) 「폭포」에서 그려진 폭포는 겨울 폭포다. 여름날에는 고함을 지르며 수선을 떨어댔지만 한겨울에는 조용하다. 시인은 폭포가 아이들처럼 겨울 방학 중이라서 조용하다고 말한다. 이런 동심은 「우산」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산의 손잡이가 꼭 한가운데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인은 대답하기를, “두 동무 정답게/나란히/쓰고 가라고.”란다. 김구연은 자연의 특성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시적 재치가 뛰어나다. “봄비는/아가 비.//거미줄처럼/아장아장//걸어서 내려오지요.”(「봄비」) “친구랑 싸웠나 보다//큰 눈을/툭 부릅뜨고//목줄은/불룩불룩.”(「개구리」) “따르르 따르르르……/비켜나세요./별님 달님/비켜나세요.//캄캄한/밤중에/귀뚜라미가/자전거를 탑니다.”(「귀뚜라미」) “염소가/누나의 국어책을/몽땅 먹어 버렸다./그러고는 매일/매애애, 매애애……/국어책을 외운다.”(「국어공부」) 봄비는 아가 비라서 아장아장 걸어서 내려오고, 개구리는 친구랑 싸웠는지 큰 눈을 툭 부릅뜨고 목줄은 불룩불룩하다. 게다가 귀뚜라미는 따르르 따르르르 하고 캄캄한 밤중에 자전거를 타고, 염소는 누나의 국어책을 몽땅 먹어 버렸는지 매일 매애애, 매애애 하고 국어책을 외운다. 봄비와 개구리와 귀뚜라미와 염소의 특징을 잘 살려 그럴듯한 시적 상황을 만들어내고 차원 높은 시로 형상화하는 솜씨가 범상치 않다. 이 동시집 제5부에는 연작 동시 '빨간댕기 산새' 10편이 실려 있다. '빨간댕기 산새'는 김구연의 대표작으로, 동시로는 드물게도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는 것이 이채롭기만 하다. 이 연작 동시에서 ‘나’는 ‘걸음마 못하는 한 그루 어린 나무’이고,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이마꼭지 빨간 귀여운 나의 새’이다. “……맨 처음 나는 그 산새/노래 소리에 반했었다네/그런데 지금 나는/빨간댕기 그 산새 전부를 사랑하고 있다네.//나는 걸음마 못하는 한 그루 어린 나무/산새 내 가지에 머물며 노래 부를 때/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네.//날이 저물어 그 산새 집으로 돌아갈 때면/나는 가고 싶어도 따라갈 수 없다네/속으로 울음소리 죽이고 혼자 운다네.”(「귀여운 나의 새」 일부) ‘나’는 걸어 다닐 수 없는 나무이기에 산새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 기다림은 얼마나 간절한지 “꽃 피면 오겠지./기두리면 오겠지//꽃질 때는 오겠지/기두리면 오겠지//열매 맺힐 때는 오겠지/기두리면 오겠지//그제도 아니면/눈 내릴 때는 오겠지/하얀 눈 맞으며/아, 포롱포롱 날아서 오겠지/빨간댕기 산새.”(「꽃 피면 오겠지」) 하고 절규하듯이, 피를 토하듯이 노래한다. 이 연작 동시는 어느 작품을 대하든 산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그려져 있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