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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Van Allas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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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와 월터가 로봇을 일으켜 세웠어요. 조르곤 해적은 천장에 난 구멍에 매달려, 비늘로 뒤덮인 꼬리와 도마뱀 같은 다리를 버둥거리고 있었어요. 그 때 로봇이 비틀비틀 다가가더니 잽싸게 가위 손을 휘둘러 해적의 꼬리를 낚아챘어요. 해적이 비명을 지르며 구멍 위로 홱 올라갔어요.
로봇을꼬리에 그대로 매단 채였지요. 해적이 울부짖고 몸부림치며 윗벽에 부딪치자 한 팔이 잘린 로봇이 구멍으로 뚝 떨어졌어요. 해적이 지붕 위로 허둥지둥 기어오르는 소리가 나더니, 우주선이 쏜살같이 멀어지는 게 보였어요.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였어요. 로봇의 눈은 다시 컴컴해졌어요. 벌써 세 시간째 게임을 하고 있지만, 말은 아직 은하수에 있었어요. 거기서 자수라는 너무 멀고, 지구는 그보다 두 배나 더 멀었지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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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와 월터는 공원에서 '주만지'라는 게임 상자를 발견한다. 어린애들이나 갖고 노는 시시한 게임이라는 형 월터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동생 대니는 상자를 옆에 끼고 집으로 돌아온다. 상자를 열어 보니 정글 탐험 게임판인 '주만지' 밑에 또 다른 게임판이 들어 있었다. '자수라'라는 보랏빛 행성까지 갔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우주 탐험 게임인 '자수라'였다.
대니가 주사위를 굴리고 말을 움직이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별똥별 소나기가 내려 지붕에 구멍이 뚫리더니 다시 주사위를 굴리자 중력이 사라져 월터가 천장에 찰싹 붙어버린다. 다시 주사위를 굴리자 중력은 돌아왔지만 로봇이 등장해 월터를 뒤쫓고, 한 번 더 주사위를 굴리니 중력이 너무 커져서 대니가 공처럼 뚱뚱해지고 만다. 무거워진 대니를 이용해 가까스로 로봇을 물리친 아이들. 그리고 뒤이어 나타나는 조르곤 해적선과 광자포 공격.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결국 월터는 블랙홀에 빠져 서서히 몸이 사라지는 위기를 맞는다. 과연 대니와 월터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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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용감했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형제들은 참 많다. 나도 어려서 두 살 터울인 언니와 죽도록 싸우면서 자랐다. 왜냐하면 이 책에 나오는 동생처럼 언제나 언니 물건을 망가뜨리고, 언니 옷을 입고 나가 더럽히고, 같이 놀자고 졸졸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를 저지른 뒤 너무나 미안해 하는 나에게 무섭게 윽박지르고 엄마에게 이르는 언니는 언제나 얄미웠다. 그런 미움과 다툼은 연쇄 고리처럼 어린 시절 내내 이어졌다.
이 책에 끌린 까닭은 바로, 만나기만 하면 죽도록 싸우는 형제가 나온다고 해서다. 그 형제가 우주 재난을 만나 함께 모험을 하다 보니 우애가 되살아난다. 참 그럴 듯한 발상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미워도 재난을 만나면 뭉치는 게 형제니까. 흑백으로 그려진 놀랍도록 사실적인 그림과 상상의 세계로 훌쩍 뛰어드는 기발한 이야기, ≪자수라≫도 알스버그의 전형적인 그림책이다. 하지만 거기에 하나 더, 죽어라 싸우는 형제간의 우애 회복이라는 감동까지 더해졌다. 알스버그는 점점 더 대가가 되어가는 듯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중력이 급격히 커져서 내가 커다란 풍선처럼 뚱뚱해졌다면, 과연 우리 언니는 날 구하려고 다급히 주사위를 굴렸을까? 혹시 푸하하 웃으면서, ‘야 너 웃긴다’ 하고 멈추지 않았을까? 그림책 속에선 놀랍도록 쉽게 화해가 이루어지지만 현실 속에선 여전히 악몽이 계속된다. 그래서 우리는 악몽을 잊으려고 그림책을 펴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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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탄생한 ≪주만지≫의 새로운 이야기
대니와 월터가 선보이는 신비한 공간 여행 딸그락! 두 남매가 게임판을 앞에 놓고 주사위를 던진다. 뒤이어 우르르릉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는 바로 벽을 부수며 들이닥치는 코뿔소 떼. 바로 '주만지'의 한 장면이다. '주만지'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빈 윌리암스가 주연했던 영화를 떠올리겠지만 실제로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이 원작이다. ≪주만지≫는 주디와 피터 남매가 '주만지' 게임 상자를 들고 가는 대니와 월터를 지켜보는 것으로 끝난다. 많은 사람들은 그 후 대니와 월터가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무척 궁금했을 것이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흘러, 드디어 ≪주만지≫의 속편인 ≪자수라≫가 탄생했다. 과연 대니와 월터 형제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이번에는 우주 탐험이다! ≪주만지≫에서 처럼 사건은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운 사이에 벌어진다. 주인공은 남자 형제인 대니(동생)와 월터(형). 하지만 작가는 아이들의 눈높이가 20년 전과 달라졌음을 알고 있는 듯 '주만지'와 달리 얼핏 보기에도 재미있을 것 같은 우주 탐험 게임 '자수라'를 탄생시켰다. 대니가 주사위를 던지자 딸까닥 하고 튀어나온 초록색 카드. 그리고 시작되는 별똥별 소나기. 문을 열어 보니 바깥은 이미 깜깜한 우주 공간이 되어 있다. 전작 ≪주만지≫보다 훨씬 더 밀도 있고 스펙터클한 사건이 이어지는 속편, ≪자수라≫가 시작된 것이다. 알스버그, 발전하는 이야기꾼 ≪주만지≫에서의 사건이 독립적이었던 데 비해 ≪자수라≫의 사건들은 서로 맞물려 있다. 즉 새로운 사건이 이전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한 예로 로봇이 처음 나타났을 때 단순히 느껴졌던 긴장감은 대니에게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일로 해소된다. 비록 중력을 너무 많이 받아 공처럼 뚱뚱하고 무거워지기는 했지만 대니의 몸 자체가 로봇을 물리치는 멋진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장난 로봇은 뒤이어 나타난 조르곤 해적을 일격에 물리치는 놀라운 일을 해낸다. 망가진 로봇이 두 형제의 생존에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가장 압권은 블랙홀을 이용한 결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과연 이 형제가 게임을 끝낼 수 있을까, 끝낸다면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작가는 이 난제를 '블랙홀을 통한 시공간 여행'이라는 설정을 통해 멋지게 풀어낸다. ≪주만지≫가 게임의 종료와 함께 마무리된 것에 비하면 작가의 이야기 구성 능력이 훨씬 성장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알스버그는 이전에 비해 훨씬 맛깔스러운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 기존의 작품들이 다소 건조하고 객관적이었다면 ≪자수라≫는 발랄하고 때로는 코믹하기까지 하다. 이런 특성은 첫 장면부터 드러난다. 엄마가 '그러다 동생 코가 코끼리 코처럼 늘어나겠다'고 하자 월터가 '그래? 그럼 코에 어울리는 귀도 있어야겠네' 하며 귀를 잡아당기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20년간 어린이책을 써 온 작가로서의 경험과 두 딸을 기르는 아버지로서의 경험이 어우러진 결과라 할 수 있다. 날마다 싸우는 두 딸을 위해 쓴 이야기 알스버그는 자신의 두 딸들에게 화해와 협동을 가르쳐 주기 위해 ≪자수라≫를 썼다고 한다. 알스버그의 두 딸들이 그렇듯 이야기 속의 대니와 월터도 끊임없이 싸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 닥치자 동생을 무시하던 월터의 태도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공처럼 뚱뚱해진 자기를 굴리라는 동생의 깜찍한 기지와 '우리 둘이 함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나가자는 의젓한 모습을 보며 형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블랙홀에 빠진 월터가 마지막으로 대니에게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독자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대니, 한 번도 말하지 않았지만, 난 사실…… 널 좋아해. 넌 소중한 내 동생이니까.' 형제란 그런 건가 보다. 평소엔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정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끈끈한 정을 발휘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