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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학교에 새로 온 교수님과 그 아들이 나타나면서 열두 살 레나에게 사랑이 찾아왔어요. 교수님의 아들은 책을 좋아하고 노래를 잘 부르고 비밀도 지킬 줄 아는 남자아이입니다. 레나는 그 아이에게 인디언 같은 자간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할머니의 말처럼 마음속에는 여러 개의 보물을 담아둘 수 있나 봐요. 레나에게는 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오빠 마티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자간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마티 오빠도 지금 막 사람에 빠져 행복하기도 하고 비참하기도 하답니다. 레나는 그런 오빠를 보면서 자기는 아직 열네 살이 아니고, 남자가 아니고, 여드름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레나는 목소리가 변하지 않고, 가슴이 나오지 않길 바랐습니다. 무엇보다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레나는 자간을 보며 무언가 새롭고 낯선 느낌과 맞닥뜨렸어요. 설명할 수도 없고 떨리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느낌,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자간이 헬싱키로 떠난다는 소식에 레나는 슬픔에 잠깁니다. 레나는 자간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예쁜 원피스를 입고 기차역으로 배웅하러 가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레나는 이제 자간이 없던 날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자간이 떠난 얼마 뒤, 자간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에는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같아.’라는 말이 쓰여 있었습니다. 레나는 자간의 편지를 하루 종일 품에 안고 다니다가 저녁이 되어 자간에게 답장을 썼습니다. 레나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자간이 마치 옆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나는 이제 더 이상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가슴이 밀가루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도 싫지 않습니다. 사랑이 시작되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