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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가 죽는 데는 132분이 걸렸어.
내가 셌어. 그 일은 젤리코 로드에서 일어났어. 우거진 나무들이 살랑거리는 덮개처럼 맞닿아 샹그리라로 향하는 터널 같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그 길에서. 우리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로 가고 있었는데, 내가 바다를 보고 싶어 했고 아버지는 우리 네 식구가 그 여정에 오를 때가 되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내가 ‘여행과 여정은 어떻게 달라요?’하고 물었고, 아버지는 ‘내 사랑하는 딸, 나니! 그곳에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라고 대답했던 게 기억나. 그게 우리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었어. --- p.5 “내게 무슨 짓을 해? 그 승강장에서 나를 내버려 두고 떠났다고 내 인생이 바뀌었을 것 같지 않은데, 그릭스.” 나는 거짓말을 했다. “네가 그 승강장에 있어서 내 인생이 바뀌었어.” 이것은 연애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것은 사랑의 고백이나 우정의 확인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난 그날 얘스 행 3시 47분 기차를 타려고 그곳에 있었던 게 아니라. 난 기차에 몸을 던지려고 그곳에 있었어.” --- p.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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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소녀 테일러는 호주의 시골에 있는 젤리코 기숙학교 학생들의 지휘관이다. 해마다 여름 방학이 되면 조용한 시골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돈다. 젤리코 로드를 기준으로 젤리코 기숙학교 학생들과 시내 학교 학생들과 멀리서 연수를 온 사관생도들과 사이에 치열한 영토 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6년 전 젤리코 로드에서 테일러를 발견해 이곳으로 데리고 온, 테일러가 유일하게 의지한 해너 아줌마가 돌연 자취를 감춰 버린다. 해너 아줌마를 찾는 유일한 단서는 22년 전 젤리코에 살았던 다섯 아이들에 대한 소설뿐이다. 테일러는 해너 아줌마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얼마 후, 테일러는 해너 아줌마의 행적을 수소문하던 도중에 아줌마와 자신 사이에 기묘한 관계가 있음을 알아낸다. 그 관계를 풀기 위해서 테일러는 자신을 젤리코 로드에 버린 엄마를 찾아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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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삶의 지표 같은 책
『젤리코 로드』는 22년 전 젤리코 로드에서 일어났던 소설 속 이야기와 테일러가 살고 있는 현재 이야기가 교차되는 독특한 이중 구조로 그려진다. 테일러는 젤리코 기숙학교 학생들의 지휘관이다. 지휘관으로서 사관생도와 시내 아이들이 겨루는 영토 전쟁에서 우세를 지켜야 하고, 사관생도들의 수수께끼 같은 지휘관이자 다시는 보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조나 그릭스도 상대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테일러가 의지해 온 해너 아줌마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엄마로부터 버려졌던 테일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해너 아줌마가 아무 말도 없이 돌연 자취를 감춘 것이다. 해너 아줌마를 찾을 유일한 단서는 22년 전 젤리코에 살았던 다섯 아이들에 대한 해너 아줌마의 원고뿐이다. 하지만 해너 아줌마의 소설은 테일러가 반복해서 꾸는 꿈처럼 혼란스럽기만 한다. 소설 전반에는 두 이야기가 나란히 수평선을 그리듯 전혀 관련 없어 보여 독자들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서로 잘 짜인 옷의 씨실과 날실처럼 유기적으로 얽혀 있음을 드러내며 교점을 향해 내달린다. 이러한 이중 구조 속에서 과거의 참혹한 사고, 현재의 영토 전쟁, 의식의 흐름을 넘나드는 꿈과 현실 세계, 갑자기 사라진 해너 아줌마의 행방, 은둔자와 준장의 미스터리한 정체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사랑·성장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다이나믹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조각들이 치밀하고 거대한 하나의 퍼즐을 이루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누리가 그린 표지처럼 길 위에서 초연한 태도로, 그러나 날카로운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며 서 있는 강렬한 테일러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건네준다. 청소년들에게 그들이 나아갈 수 있는 이상 세계를 연결해 주고, 자신의 곁을 지켜 준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며, 자신이 서 있는 길이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이상향으로 바꿔 나가는 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먼 길을 여행할 때는 앞만 보며 걷지 않는다. 주변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고 낯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의 종착점에 다다랐을 때쯤 한 뼘 정도 자란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독자들은 조금은 난해하고 독특한 구조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신이 걸어갈 새로운 길 하나를 가슴에 오롯이 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