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조성자의 다른 상품
김준영의 다른 상품
|
아빠는 은지가 먹을 만큼만 대접에 담아 주고는 라면은 냄비째 먹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보면 뭐라고 해요. 대접에 담아서 먹어야 하는데…….” 아빠가 뜨거운 라면은 입안 가득 넣은 채 말했습니다. “원래 라면은 이렇게 먹어야 제맛이야! 아, 속이 풀린다 풀려!”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다 마신 아빠는 끄윽, 긴 트림을 했습니다. “아빠, 예의가 없잖아요!” 은지가 이맛살을 찌푸리자 아빠가 허허허,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한 번 봐주라!” 그러더니 이번엔 엉덩이를 살짝 들고 부르릉, 큰 방귀까지 꼈습니다. “아이, 뭐예요!” 은지가 소리치자 아빠는 다시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한 번 더 봐주라. 얼마나 시원한데!” 아빠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은지는 코를 잡고 도망치는 시늉을 했습니다. --- 『아빠 몰래』 중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은지는 숫자 ‘67’과 ‘68’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새 운동화도. 갑자기 은지가 걸음을 딱 멈췄습니다. ‘아니야, 내가 68로 썼을 거야. 아니, 다시 지워서 67로 썼는데……. 아니야, 그랬다가 다시 68로 썼잖아…….’ 자꾸 생각하니까 무엇을 썼는지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68로 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순간, 은지는 학교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확인하면 되잖아. 67로 썼는지, 아니면 68로 썼는지……. 그런데 시험지가 선생님 책상 위에 그대로 있을까?’ 은지는 새 운동화를 생각하며 힘차게 달렸습니다. 달리다 보니 한쪽 운동화가 벗겨져 저만치 땅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은지는 잔뜩 부아가 치민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에이, 엉터리, 바보 운동화야!” --- 『선생님 몰래』 중에서 “자, 쪽지를 뽑은 사람은 자리에 돌아가서 선생님이 ‘펴 보세요’라고 할 때까지 잘 가지고 있어요.” 민경이는 아예 눈까지 감고 쪽지를 뽑았습니다. 은지는 가슴에 한 손을 얹고 쪽지를 골랐습니다. “펴 보세요!” 선생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은지는 살그머니 쪽지를 펼쳤습니다. “악!” 은지가 좋아할 틈도 없이 민경이가 내지른 소리에 은지 눈길이 민경이 손에 들린 쪽지로 갔습니다. 거기엔 큼직한 글씨로 ‘연꽃’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 민경이는 연꽃이 된 것입니다! 은지는 심청이 되었고요! 민경이는 쪽지를 한쪽에 팽개치고 책상에 두 팔을 대고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어깨가 가늘게 흔들리는 것을 보니 우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은지는 민경이가 심청은커녕 연꽃 역할을 맡은 게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전, 자신을 향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 죄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큼큼큼 웃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곁눈질로 보니 어깨를 축 늘어뜨린 민경이가 한편으론 불쌍해 보였습니다. --- 『친구 몰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