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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금왕(金旺)을 찾아가며 / 대청봉 해맞이 / 버리기 위해 쓴다 / 진달래 강산 / 오징어 사설 / 노근리의 달 / 회령포 가는 길 / 안개주의보·1 / 안개주의보·2 / 애월 바다에 와서 / 아침의 시 / 망초 들판 제2부 게재불요 / 발병 / 자정의 방 / 소주를 마시며 / 나무 아래 누워 / 빈 소주병 / 무심천 / 문 / 억새 들판 / 장마기 / 사과밭에서 제3부 빗방울의 노래 / 배꽃 마을 / 비가 / 코스모스 / 도피안사에 가서 / 겨울 청룡사에서 / 겨울 숲에서 / 매장 / 봄이 오지 않는다 / 새·2 / 노을 / 백지·1 / 백지·2 / 백지·3 제4부 내 사랑 에버빌 / 졸업 사진 / 우리는 아직 이별하는 법이 서툴다 / 적암리 폭설 / 민들레 씨 / 상봉고개에서 / 나의 이력 / 빛바랜 편지 봉투 / 서원 / 이별 여행 / 생동 요양원에서 / 겨울 낮달 제5부 역학 / 수혈 / 백지의 새 / 수습기 / 세 살이 / 짐승 / 창살 역설 / 감우리 마을의 종 / 실어증 / 안경 / 실종 / 억새 숲 호수 / 감염 / 별 작품 해설:무심천의 시학 - 맹문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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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왕(金旺)을 찾아가며
1 다가서면 산은 물러앉으며 숨겼던 길을 내준다 십일월의 마지막 날 버스에 몸을 싣고 흔들리면서 삶은 갈수록 막막했다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길 떠난 나는 왜 지금 금왕을 가고 있는가 쓰러지면 스스로 일으켜 세우던 말 “내일은 행복할 거야” 이젠 믿을 수 없고 실의에 차 찾아가는 폐광 마을 길은 몹시 흔들렸다. 2 일확천금을 꿈꾸며 구름 끓듯 모여든 사내들 삼삼오오 산야를 헤매다가 끝내는 마지막으로 혼자 찾아드는 폐광 막장 거듭 내려찍는 곡괭이 날 끝으로 단단한 절망만 확인할 뿐이어도 사내들은 떠나지 못한다 떠나간 사내에게도 꿈은 언제까지나 꿈으로 남아서 불면의 밤마다 손짓하고 있다. 3 금왕이여 빛나라 십일월의 마지막 날 다 저녁 실의에 차 찾아가는 사내의 꿈은 폐광인가 휴광인가 다시 한 번 막장의 두터운 절망을 깨어내면 한 맥을 찾을 수 있는가 찾을 수 있다면 더 큰 맥을 쫓아 다시 막장을 열다가 결국은 빈손 되어 돌아서는 금왕이여 금왕이여 애시당초 행복이란 안일의 다른 이름이었다 갈수록 삶은 회한만 깊어져서 옛 생활이 차라리 안빈했노라고 돌이키고 싶어 할 때에야 비수로도 끊지 못했던 욕망에서 스스로 풀려날 것인가 금왕이여 금왕이여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사내의 꿈 저 거친 산야에 또다시 홀로 서게 하는가. 무심천 무심천 둑길 멀리 내 슬픈 젊은 날의 뒷모습이 보인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 찔러 넣은 채 둑길을 따라 흘러가는 냇물은 정말 바다에 가 닿을 수 있을까 떠나가 길을 잃을 때마다 다시 돌아와 걸어보는 무심천 둑길 오늘에야 비로소 나는 본다 지친 내가 돌아와 남모르게 눈물 떨구고 간 자리마다 풀꽃 한무더기씩 피어나고 그 풀꽃 사이로 멈춘 듯 흘러가는 무심천 마침내 제 스스로 깊어지면서 꽃물 곱게 드는 것을 하늘과 맞닿은 하류쯤 강을 만나 바다로 흐르는 것일까 갈대 흐드러진 모래톱 위로 날개 흰 새 몇 마리 날아오른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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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왕을 찾아가며』를 관통하는 정서는 쓸쓸함과 애잔함이다. 그것은 가족, 이별과 죽음, 그리고 시인의 자의식 같은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시인은 북벽의 얼음 같은 준열함으로“ 새 길을 내듯 눈 내린 산을 걸어내려가/덮어도 덮어지지 않는”(「적암리 폭설」) 슬픔과 마주하며 그 모든 것들에 맞선다. 또 시인은“ 세상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내가/ 목소리를 낼 때는 시를 쓸 때뿐./구원이 되지 못하고 허기를 달래주지 못하지만/나는 열렬히 사랑한다, 시의 그 무능을”.(「버리기 위해 쓴다」)이라며 시를 믿고 시에 기대어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시의 무한한 가능성과 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박방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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