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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첨! 지!”
마침 사촌동생이 박첨지를 불렀어. “박첨지!” “나 여기 있어.” 사촌동생은 박첨지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계속 옷을 흔들며 외쳤지. “박첨지!” “이 사람아, 내가 저번에 쌀 안 꿔 줬다고 이러나? 제발 나 좀 도와줘.” “죽은 사람 목소리가 산 사람에게 들릴 리 없지.” 저승사자들이 사잣밥을 맛있게 먹으며 말했단다. * 초혼 : 사촌동생이 박첨지의 혼을 돌아오게 하려고 옷을 흔들며 박첨지를 힘껏 불러요. 이를 초혼이라고 하는데, 역시 죽은 사람과 같은 성별인 사람이 지붕이나 마당에서 해요. 이때 저승사자들을 위해 사자상을 차려요. 저승사자를 잘 대접하면 죽은 이의 저승길이 편할 수도 있고, 그 영혼을 데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사자상은 밥 세 그릇과 짚신 세 켤레를 올려 대문 밖에 놓아요. ---pp.14~15 다음 날 아침, 상여가 준비됐어. “이게 내 상여란 말이지….” 알록달록 꾸민 것이 제법 공을 들인 티가 나. 박첨지는 상여 앞에 있는 작은 가마에 탔지. 꽤괭꽤괭 덩더덕 쿵덕. 모두 덩실덩실 춤을 추며 훠이훠이 앞으로 나갔어. * 상여│죽은 이의 몸을 싣는 가마로, 여러 빛깔로 칠하고 연꽃이나 봉황으로 화려하게 장식했어요. 나중에 이 장식은 태워 버려요. * 영여│죽은 이의 영혼을 태우는 작은 가마로, 상여보다 앞서 나가요. ---pp.24~25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친구나 보고 떠나가자. 상여꾼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지. ‘아무리 둘러봐도 살면서 얻은 친구가 한 명도 없구나.’ ---pp.3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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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박첨지 앞에 세 명의 저승사자가 나타나 같이 떠나자고 합니다. 비록 아파서 몸져눕긴 했어도 박첨지는 아직 자기가 죽었다는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화를 내며 저승사자들에게 물러가라고 소리치고 가족들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하지만 아무 소용없습니다. 가족들이 슬퍼하며 곡을 하고 상여까지 준비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정말 죽은 게 맞나 봅니다.
상여가 나가기 전날, 상여꾼들이 상엿소리를 맞춰 보느라 꽹과리와 장구를 치며 빈 상여놀이를 벌이자 박첨지는 자기도 모르게 덩실덩실 어깨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흥겨운 놀이판이 벌어지면서 슬픔도 미련도 사그라지고 차츰 마음이 편안해지지요. 남은 가족과 친지들 역시 지나친 슬픔에 잠기는 대신 좀 더 차분한 마음이 됩니다. 그리고 다음 날, 박첨지는 옷섶에는 가족들이 넣어 준 노잣돈을, 입안에는 가는 길에 먹을 쌀알을 넣은 채 저승길에 오릅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상여에는 박첨지의 몸이 실리고, 박첨지의 혼은 상여보다 작은 영여를 타고 길을 떠납니다. 박첨지에게 원한이 있는 삼돌이의 혼이 상여 앞을 막아서는 바람에 상여가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박첨지의 진심 어린 사과에 화해가 이루어지고 상여는 다시 움직입니다. 상여를 멘 상여꾼들이 부르는 상엿소리가 길가에 울려 퍼지며 박첨지는 이승과 영영 이별합니다. 죽음과 장례는 아이들에게 자칫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이 책에서는 죽음을 마냥 슬퍼하기만 하지 않고 상례를 치르며 영원한 이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우리 삶의 모습을 잘 보여 줍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잘 헤어지고 떠나가는 길이 편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치르는 우리 민족 고유의 상례 의식을 잘 그려낸 이 그림책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소중한 전통과 새롭게 만날 기회를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