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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의상대 가서/새벽비/등나무/해 질 때까지/봄비/쉰 살의 계몽주의/병에 대하여/팔색조/비가 새는 집/몽래형춘첩/무씨/천상열차분야지도/길일/생물/상처/물 속엔 꽃의 두근거림이 있다/그는 나와 수준이 다르다/안경 쓴 매천/기차를 타고/오이풀 냄새/현현/사진/음화/연시/향기를 듣는다니/수박을 대접하며/행복론/질문의 집/빵가게 II 새가 되는 길/신발무덤/연서/풀잎/연서/달밤/자안/고향에 가서/낫/맨발/편지/화/시간/민들레/마을/눈 내리는 숲이 되어/봄/연서/가을에/도둑/병원에서/공부/맨몸/갑사 가서/사진 III 그리운 잡풀들/여름 안거/보신탕을 먹으며/털이 조금 남은 원숭이/가을을 기다리며/나의 방/겨울/바알간 맨발로 날아오르는 우리들의 새에게/4.19를 생각하며/완벽한 바구니/추억/문상을 가보고서야/너무 속이며 살아왔구나/신산/용량/푸른 감옥에서/행복론/무/이 몸에 쑤셔넣은 술병들/새벽/산책/휠체어/말/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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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이 없이 하루를 지내본 적이 있는가 견뎌본 적이 있는가 처음 내가 볼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건 서울에서 온양으로 가는 기차 속에서였다 무슨 생각이 떠올라 그걸 적어두려고 찾았으나 없었다 난감했다 옆의 사람에게 빌릴 수도 있었겠지만 문득 나는 그 난감을 즐기기로 했다 그 생각이 지워질까 끝내 기억될까를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 생각은 자꾸 낡아갔겠지만 나는 재빨리 몸을 세웠다. 오,재미있는 줄다리기! 지워짐 쪽으로, 기억 쪽으로, 당기고 놓아주기! 내가 힘이었다 그 맛이 괜찮았다 탱탱하다 나의 하루가 탱탱했다 오, 탱탱한 것은 불안한 것이다 .죽음 직전과 탄생직전이 가장 탱탱하고 불안하다 하루를 견뎠다 하루를 버텼다 생각이여! 오, 그대도 용케 견뎌주었다 버텨주었다 이토록 탄생과 죽음 사이를 탱탱하게 채울 수 있는 날이 가장 행복하다 가장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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