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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지개처럼 북극 동물들이 태어나다!
이제 그림책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하얀 얼음뿐이던 바다는 조금씩 물빛을 드러냅니다. 설마 이렇게 얼음이 녹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다음 장은 이내 그런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얼음들은 자신의 몸을 조금씩 떼어주듯, 그 사이사이에서 동물들을 잉태합니다. 얼음 사이를 뚫고 북극 동물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듭니다. 동물들은 아침 기지개를 켜고 춤을 추듯 북극의 얼음과 하나 되어 기쁨을 노래합니다가 아니라……, 아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눈을 씻고 다시 살펴봅니다. 그래도 뭔가가 이상합니다. 북극이 아니라 이 그림책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요? 왜 ‘잘 생기던’ 동물들이 생기다 말고 갑자기 녹는 걸까요? 이상한 그림책이 아닌 다음에야 동물들이 얼음을 뚫고 태어났으면 바다 위를 뛰놀고 물고기를 잡는 게 당연한 순서여야 할 텐데, 정말 이게 웬일일까요? 다시 생각해 보니 동물들이 녹는다는 건 바로 얼음이 녹는다는 얘긴데, 왜 그림책이 갑자기 이렇게 흘러가야만 할까요? 너무 이상해서 다음 장을 넘겨 봅니다. 틀림없습니다. 얼음이 녹고 있어요! 작은 행동이 빚은 큰 결과!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발을 동동 구르며 다음 장을 넘겨 봅니다. 점점 더 줄어드는 얼음 때문에 북극 바다의 푸르름은 더해 갑니다. 동물들도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마침내 우리 눈은 넓고 푸른 바다와 처음에 만난 크기와 비슷한 빙산 하나만을 바라볼 수 있을 뿐입니다. 다음 장을 넘기면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래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넘겨 봅니다. 이제야 무슨 일인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깨닫습니다. 아니, 작가는 처음부터 우리에게 귀띔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바다가 아니라 우리 집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그림책의 배경은 처음부터 여러분의 집 안이었지요. 오세나 작가는 말합니다. “작고 사소한 세계에는 우리가 사는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 그림책 《빙산》도 사소한 행동에서 생기는 우연한 모습을 보고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 해도 그것은 때때로 큰 결과를 빚어 냅니다. 마치 나비 효과처럼 말이죠.” 작가의 한마디가 바로 이 그림책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말입니다. 너무 작아서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 같은 우리의 행동 하나가 저 북극의 얼음을 녹이고, 중국과 아프리카의 사막을 우리 집 앞마당으로 끌어 올 수 있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글 없는 그림책으로 조용히, 그러나 간절히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듯합니다. 반달 그림책 《빙산》을 읽는 일, 북극에 빙산 하나 만드는 일이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