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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_장소·장·토포스
1장_ 자연철학, 수사학의 ‘장소’ 1. 공허를 둘러싸고 2. 질적 자연관과 자연적 위치 3. 토피카와 토포스 4. 토포스의 상실과 ‘방법’ 2장_ 물리학의 ‘장’ 1. 비장소로서의 절대공간 2. 전자기장의 발견과 에테르 3. 중력장과 공간의 비유클리드화 4. 양자장과 코스모스로의 회귀 3장_ 비선형 물질계로부터 생명계로 0. 들어가며 1. 사이버네틱스 재고 2. 물질의 산일구조 3. 자기조직계와 생물 4. 개체와 형태형성 장 4장_ 기체로서의 장소 0. 들어가며 1. 존재근거로서의 장소 2. 장소로서의 신체 3. 상징공간으로서의 장소 4. 언어적 토포스 5장_ 술어적 세계로서의 장소 1. 술어논리학의 존재론 2. 장소의 논리 3. 일본인의 논리와 ‘장면’의 지배 4. 팔레오 로직과 분열증 종장_ 장소론의 전개 1. 생명장과 정보 2. 인공지능과 토포이 카탈로그 3. 리듬의 우주성과 공진 4. 주체와 장소···결말을 대신해서 후기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
Nakamura Yuujirou,なかむら ゆうじろう,中村 雄二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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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신체를 도구처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신체 그 자체를 살고 있다. 살아 있고 활동하고 있는 이상 의식은 세계를 향해 작용하고 있지만 그러한 의식에 대해서 우리들의 신체는 기반이 되고 있고, 따라서 지평을 형태짓고 있다. 이 기반에 의해, 혹은 이 지평을 얻어야 비로소 의식은 이 세계 속에 자기의 위치를 얻고 각자에 특정한 관점을 갖춘 현실적 의식, 구체적인 나의 의식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활동하는 신체로서 우리들 각자는 좁은 육체의 틀을 넘어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 그리고 그런 한에서 우리들의 신체는 피부에 의해 닫혀진 생리학적인 신체가 아니라, 현상학적으로 말해 그 외부까지 확장된다. 우리들은 모두 그 확대된 신체 구석구석까지 감각을 보내 통과시키면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확대된 신체에 의해 외적인 공간도 재파악되고 내면화된다. 노(能) 배우가 거의 시야가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도 자유자재로 무대에서 춤출 수 있는 것은 그의 확대된 신체가 약 5.5제곱미터의 무대 전체에 미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무대 공간이 그 속에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익숙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을 때 무의식중에 우리들의 신경은 그 차체 크기의 범위에까지 미치고 있다. 그래서 좁은 도로를 빠져나갈 경우에 무심코 몸을 움츠리거나 하는데, 그것도 우리들 신체가 차체 크기로까지 확장되어 있고 차폭이 신체 속에 내면화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 p.87~88 장소가 주체의 반대개념이고 대립개념인 이상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주체를 단지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기술했듯이 나의 경우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공연히 주체를 부정해서 없애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주체주의 철학에 의해 무시되고 등한시되어 온 장소를 철저히 생각해서 그것과의 관계로 주체를 재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주체를 실체가 아닌 활동으로서 파악, 주체에 정당한 위치를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주체가 경직화하거나 쇠약해지지 않기 위한 조건을 찾기 위함이었다. --- p.145 현대 일본 사상계에서 ‘장소’ 개념의 계승은 니시다 철학의 연구를 비롯하여, 뇌과학이나 인공지능 연구, 생물학, 비선형 과학 등 첨단 과학 분야에서 ‘장’ 개념이 보다 의미론적 색채를 띤 공간으로 진화해 가는 동향에 주목, 기존의 인문학적 장소 개념과 접목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과학 분야의 연구들은 일본 인문?사상계와의 학제간 연구의 성공적인 결합으로 ‘생명과학’이라는 이름하에 활발하게 진행 중이므로 그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장소가 갖는 정서적 성격을 강조하는 하이데거나 발터 벤야민과 같은 사상가의 철학이 소개되었고 건축과 같은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지만, 보다 엄밀한 방법론과 존재론에 바탕해서 ‘장소’ 개념을 주체나 정치철학적 문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시키려면 생명과학이 이룩하고 있는 성과들과의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생물학적 방법론과 존재론에 기반한 ‘공간’ 개념은 물리학의 그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나며, 이런 개념적 기초 위에서 보다 현상학적이고 의미론적인 ‘장소’ 개념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서에서도 과학적 ‘장’ 개념은 물리학의 ‘중력장’, ‘양자장’을 거쳐 생물학적인 ‘형태형성 장’, ‘생명장’의 개념에까지 이르면 종국에는 수사학적 장소, 언어적 장소 등 인문적 장소 개념과 접촉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 ‘옮긴이 후기’ |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장소’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보는 ‘장소론’ 철학에서는 흔히 ‘공간’과 ‘시간’을 존재론적 원리들 중 핵심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논의가 삶에 보다 밀착된 형태로 변환되기 위해서는 ‘장소’(場所)를 사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간이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논의에 적합한 형식이라면 장소는 삶의 실제적 기반을 논의하는 데 적합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장소’ 개념을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고찰한다. 수사학, 언어철학, 논리학, 물리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고, ‘장소’, ‘장’(field), ‘토포스’(topos) 등 다양하게 말해지고 있는 ‘장소’ 개념을 폭넓게 풀어 주고 있는, 한마디로 말해 ‘장소’에 관한 철학 에세이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장소는 단순히 추상적인 공간도 아니고, 우리가 그냥 머물러 있는 곳도 아니다. 다양한 존재론적 질문이 응축된 장이자 생명과학을 비롯한 현대 자연과학의 최첨단의 문제에도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소’는 삶 전체를 관통하는 사유의 중심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나카무라 유지로(中村雄二郞)는 사회통념으로서의 상식을 넘어 개인과 사회를 관계짓는 문제를 사유한 "공통감각론"과 우에노 치즈코와의 공개편지 "인간을 넘어서" 등이 번역 출간되어 국내 독자들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철학자이다. 바슐라르와 푸코를 비롯한 프랑스철학을 소개할 뿐 아니라 지식, 감성, 종교, 형태 등 다양한 철학적 주제를 풀어주는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장소’라는 주제로 이 책에서 펼쳐지는 그의 다채로운 말의 향연 또한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넘어 ‘나’와 세계를 사유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장소론은 왜 필요한가? 장소는 사물이 존립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지반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현실감 있게 느끼고 살고 있다. 특히 장소가 추상적인 공간과 다른 것은 시간성의 유무 이전에 그것이 균질적이지 않고 방향성을 가졌다는 것, 즉 ‘의미를 띠고 있다는 것’에 있다. 그러한 장소는 전자기장과 같이 객관화시켜 파악할 수도 있지만, 생명장과 같이 환경이나 다른 사물과의 관계에 따라 복잡한 의미를 생성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또 ‘공동체’나 ‘환경’과 같이 물질적 바탕이기도 하지만, ‘무의식’과 같이 존재론적으로 의미 깊은 원리로서의 ‘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장소론’은 공간의 한정된 의미를 넘어 다양한 생명 일반의 근거를 마련해 주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간에게 ‘환경’은 존재근거로서의 장소이다. 우리는 인간과 사물을 잇고 있는 공간과 시간이 동일한 것이고, 이 세계는 하나며 그 속에 수많은 생물 등이 채워져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존재근거로서 중요한 ‘공동체’(사회)나 ‘무의식’은 환경과는 달리 의식적 자아가 성립하기 위한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우리는 그 자체로는 자립할 수 없고, 공동체나 무의식을 기초로 해서 그 위에 비로소 성립하기 때문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우리의 ‘신체’는 그 자체로 장소적인 성격을 드러내 준다. 다른 말로, 활동하는 신체는 우리들 각자의 좁은 육체의 틀을 넘어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 신체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물과의 감각적 결합을 통해 생리학적 신체가 아니라 현상학적으로 확장된 신체를 통해 외적인 공간을 재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일본 전통극 중 하나인 ‘노’를 연기하는 배우는 5.5제곱미터의 무대 전체를 내면화하여 그곳에서 자유자재로 춤출 수 있다. 또, 익숙한 자동차를 운전할 때 우리는 무의식중에 우리의 범위가 차체 크기에 미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좁은 도로를 빠져 나갈 때 감각적으로 차체를 자기 몸처럼 다루거나 몸을 움츠리거나 하는 것이다. 차체(그 차폭)를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장소론은 생명, 관계, 존재, 형태 등 다양한 주제를, 그리고 삶이 펼쳐지는 수많은 드라마를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준다. 자연과학상에서의 ‘장소론’ 소개 ‘장소론’에 관한 입문서인 이 책은 철학과 사상, 언어와 수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장소의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특히 철학책에서는 잘 접하기 어려운 자연과학상의 예들을 보여 줌으로써 장소론에 관한 폭넓은 이해를 돕고 있다. 가장 정통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뉴턴 공간과 전자기장, 중력장 등 근현대 물리학의 다양한 이론뿐 아니라 생명체와 불가결한 관계를 갖고 있는 자기조직적인 시스템을 장소의 문제와 관련해서 서술하고 있다. 예컨대, 생물 개체와 그 장의 상호 작용은 유기체인 생물의 복잡함에 따라 여러 내용을 가지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생물 개체의 발생과 형태형성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장이 어떻게 개체의 형태형성을 유도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데, 쇠자석을 두 개로 자르면 자석의 특성에 의해 두 개의 완전한 자석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기체는 신체 일부를 떼어 내도 거기에서 새로운 유기체가 생기는 것을 통해, 즉 형태형성 장(morphogenetic field)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답을 구할 수 있다. 또한 물리학적인 현상이지만 자기조직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태풍을 예로 들 수 있다. 태풍은 발생하게 되면 약하게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지표에서 1킬로미터 위치까지의 경계층 내 공기가 해면과의 ‘마찰’ 때문에 중심으로 모여들어 그곳에서 상승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경계층의 외측까지 상승하면 수증기가 응결해서 잠열(潛熱)이 해방되고, ‘부력’에 의해 상승류가 가속된다. 그리고 상승류는 대기 중의 공기를 소용돌이의 중심부에 모으고 소용돌이는 한층 더 속도를 증가시킨다. 이리하여 태풍은 그 중심기압이 낮게 되고 바람은 강해지며, 경계층 내의 공기는 수증기를 공급한다. 태풍이란 이렇게 마찰력과 부력의 협동에 의해 성장하고 발달하는 것이다. 마치 라이프 사이클의 여러 단계를 지닌 생명체처럼 태풍은 성장하고 전성기를 맞고, 그리고 쇠망하고 소멸한다. 자기조직적인 과정을 보이는 태풍의 소용돌이의 일생을 통해 이 책은 생명계의 원리를 추적하기도 하는 것이다. 일본 사상사를 관통하는 주제, ‘장소’ ‘장소’에 대한 철학적 관심은 일본 사상사에서 잘 발달해 왔다. 대륙과 분리된 섬이란 공간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해 온 문화와 역사, 언어, 그 중에서도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신도’(神道)와 같은 종교는 ‘응당 있어야 할 자리’, ‘특유의 분위기를 갖는 장소’와 같은 생각을 유포했고, 일본에서 특히 발달한 정토종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유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대 일본철학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郞)에 이르러 ‘장소’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생명체에게 있어 보다 고유한 것이며, 인문적 함의가 풍부한 개념으로 재사유되기 시작했다. ?니시다 철학과의 비판적 대화 니시다 기타로의 철학에는 ‘장소’가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그는 논리학의 주어-술어 관계에서 술어를 채워야 할 공백으로서, 일종의 장소로서 파악함으로써 오랫동안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온 주어 본위의 입장을 벗어나는 특별한 철학을 펼쳐 보였다. 술어 본위의 입장이란, 가령 형식논리학의 삼단논법을 보면 “모든 처녀는 성모 마리아를 동경한다. / 그녀는 처녀이다. / 그녀는 성모 마리아를 동경한다.”와 같이 주어의 동일성에 기반한 추론이 아니라 “나는 처녀입니다. / 성모 마리아는 처녀입니다. / 그러므로, 나는 성모 마리아입니다.”와 같은 술어의 동일성에 따른 추론이다. 이런 ‘술어적 논리’는 서양 철학의 전통을 이탈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논리를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었다. 나아가, 니시다 철학은 모든 실재를 술어적 기체=무에 의해 근거짓고 무의 장소를 유의 결여로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온갖 유를 낳는 풍부한 세계로서 파악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의 주어로부터 술어로의 이동은 존재(유)와 무의 가치를 역전시킨 것이다. 의식의 범주를 술어성에 대입하여 장소를 ‘자각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파악하고, 진정한 자각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만이 아니라 자각이 이루어지는 장소 자체에 대한 자각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절대무의 자각’으로 나아간다. 삶의 고뇌를 넘어서 참자아를 찾아가려는 니시다의 사유에서 ‘장소의 논리’가 핵심에 자리했던 것이다. * * * 이 책은 자연철학과 수사학, 물리학, 생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소’의 철학을 말함으로써 ‘장소’를 단순한 물리적 영역을 넘어서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고 있다. 이 책이 보여 주는 이러한 사유는 우리에게도 한정된 철학의 주제를 넘어서, 예컨대 ‘생명의 장소’나 ‘정치의 장소’와 같이 지금 시대에 좀더 절실히 요청되는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