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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츠 씨, 제 말이 들리나요? _ 다이보 가쓰지 005
번역에 임하는 마음 _ 윤선해 011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_ 고사카 아키코 016 커피하는 두 사람 022 대담 1 ‘커피 비미’에서, 다이보가 모리미츠를 방문했다 029 다이보 게이코 씨에 대해서 102 대담 2 도쿄에서, ‘다이보 커피점이 폐점하기 1개월 전 109 도구들 이야기 152 모리미츠 미츠코 씨에 대하여 159 대담 3 종일 ‘커피 비미’에서, 가게를 정리한 다이보가 모리미츠를 찾아왔다 167 마지막으로 _ 다이보 가쓰지 231 대담을 마치고 _ 모리미츠 무네오 237 |
大坊勝次
森光充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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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츠 씨에게는 세계가 있었습니다. 그 세계를 위한 명확한 이론도 가지고 계셨지요. 어쩌면 조금이라도 모리미츠 이론을 펼쳐 보임으로써, 그 세계의 모습을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의 존재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에티오피아와 예멘에도 따라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더 맛있는 커피를 찾아 함께 세상을 둘러봤더라면 좋았을 것을…. 모리미츠 씨는 세상으로 나아갔고, 나는 안에 남아 있었죠.
--- p.6 모리: 처음에는 모든 게 서툴렀죠. 댐퍼 하나만 해도 어떤 역할을 얼마나 하는지, 얼마만큼의 열량과 관계가 있는지 잘 몰라서 매일 내는 커피가 없었던 날도 있었답니다. 그럴 때는 스스로가 너무 싫어졌죠. 다이: 그 맘, 이해해요.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맛을 내야 할 때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죠. 모리: 저는 그럴 때마다 손님과 지인들의 응원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 인간이라면 언젠가 꼭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낼 거야.’ 신기하게도 손님들이 그렇게 생각해준다고 느낀 것이죠. --- p.44 다이: 맛을 만든다는 것 역시 매일 같은 일의 반복이기는하지만, ‘오늘의 커피맛에는 이런 점이 있으니, 이렇게 내려야겠다’고 매일, 매주 생각할 뿐입니다. 저로서는 ‘오늘 맛이 이랬으니 내일은 이렇게 배전을 해야지.’ 하는 생각만 매일매일 신기할 정도로, 질리지도 않고 반복해왔을 뿐입니다. 모리: 맞아요. 반복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죠. --- p.76 모리: 사물과 일, 이 두 단어의 관계성이 있어요. 사물을 열심히 바라보는 사람은 그 안에 담긴 것을 찾으려고 하지요. 일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게 마련이지요. 따라서 사물과 일은 둘이지만 하나인 셈입니다. --- p.126 다이: 신기하게도 콩을 구울 때마다 맛이 다르죠. 그 맛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조금 어두운 표정이니까 좀 더 밝은 미소로 하는 게 어때.” 하는 식이죠. 밝은 미소의 맛이 만들어지면 “아, 이거 꽤 괜찮은 거 같지 않아?” 하며 또 이야기를 나누지요. 이렇듯 같은 커피지만 매번 다릅니다. --- p.135 모리: 나는 커피콩에는 기억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대지의 미네랄 성분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정말 중요하지요. 흙이잖아요. 흙이 있고 커피나무가 있으며, 이것이 수확되는 과정의 기억은 반드시 한 톨의 커피콩 안에 들어 있다고 믿어요. 배전 작업 역시 반복하는 동안 그 씨앗의 기억에 스며들고요.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에는 그 모든 과정의 기억이 겹쳐진다고 생각하지요. --- p.203 다이: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라는 인간에게 커피를 빼면 죽을까, 아니면 빼도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요즘 그것에 흥미를 느낍니다. 67세가 될 때까지 커피만으로 살아온 제가, 지금 어떤 인간이 되려고 하는가? 그리고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인간이 될 수 있을까? --- p.229 커피를 알게 되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을 느꼈다. 재미있고,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나의 가게를 갖게 되었을 때는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어려운 시기가 길었다. 커피는 힘든 일이지만 하루하루는 괴롭지 않았다. 그리고 어떠한 순간에도 커피로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 --- p.238 |
사라진 것들, 그리고 남은 이야기
그러나 이별의 순간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2016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융드립커피 세미나를 마치고 귀국하던 모리미츠 씨가 인천공항에서 쓰러진 후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 사이 건물 노후화로 인해 가게를 접어야 했던 다이보 씨는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담아내는 방식으로 대담집을 엮어내기로 했다. 삶 자체가 커피로 통했던 모리미츠 씨의 커피 세계를 이렇게라도 알리고 싶어서였다. 책 제목 『커피집』은 문자 그대로 커피를 마시는 장소이자, 커피를 통해 완성된 두 사람의 생애를 은유한다. 위대했던 두 명의 ‘커피집’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떠한 길을 걸었는가? 두 커피집의 말과 생각, 한 잔의 커피를 내리는 모습, 가게에 흐르는 공기까지 담아내려 애쓴 이 책이 부디 많은 이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자기 일에 매진했던 두 인생의 아름다움을 올곧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