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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가 없다
2. 행복한 섬 3. 노랑 캐리어 4. 텅 빈 옷장 5. 흰 개 6. 거마산 7. 소나기 8. 검은 산 9. 나의 어리, 수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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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꼭 넋 나간 사람 같았다. 한동안 회사에도 가지 않고 안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문에 귀를 대면 끅끅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빠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삼겹살이 먹고 싶어졌다. 엄마는 우울할 때면 늘 “우리 기분도 꿀꿀한데 삼겹살이나 먹을까? 우울할 땐 먹는 게 최고거든.” 했다. 그러나 삼겹살도 밥도 엄마도 집에 없었다.
--- p.8~9 한번은 고모 잔소리를 피해 방에 처박혀 있었는데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깨어났는데 한밤중이었다. 비몽사몽, 화장실에 가 볼일을 보고 거실로 나왔는데 문득 집 안이 여느 때와 다른 것 같았다. 생명이 있던모든 게 생기를 잃고 허깨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벽에 걸린 액자 속에서 웃고 있는 엄마까지도. 살아 있는 건 오직 나뿐, 텅 빈 세상에서 나 혼자 숨 쉬며 서 있는 것 같았다. --- p.15 아빠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시던 물컵을 내려놓더니 어두운 얼굴로 식탁 위를 주섬주섬 치웠다. 엄마랑 살던 집을 떠난다고? 왜? 엄마 옷도 버리고 신발도 버리고…… 엄마 건 죄다 내다 버리더니 이젠 엄마랑 살던 집마저 버리겠다고? --- p.46 주위를 둘러보는데 등 뒤에서 툭! 소리가 났다. 그리고 뭔가가 휙 지나갔다. 뭐지? 나무들과 빗줄기에 가려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시커멓고 기다란 것이었다. 그다음엔 허연 물체였고. ‘혹시 귀…….’ 등골이 오싹했다. 단어도 떠올리기 싫었다. --- p.67 엄마를 떼어 내야 했다. 가시털이 숭숭 돋쳐 있는 손목은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 그나마 손가락에는 가시가 없었다. 나는 몸을 구부려 수호 발목을 쥐고 있는 엄마의 검지손가락을 잡았다. 서늘했다. 소름끼치게 서늘했다. 무엇보다 나 같은 아이의 힘으로는 떼어 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셌다. 내가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엄마는 더 우악살스럽게 수호 발목을 잡아당겼다. “못 가! 내 구슬 갖고는 절대 못 가! 내놔! 내 시간 구슬 내놓으란 말이야!” “이러지 마, 엄마. 제발 이 손 좀 놔.” --- p.101 검은 섬에 갔던 일이 하나둘 기억났다. 모든 게 꿈만 같았다. 그런데 제대로 기억이 나는 건 아니었다. 분명히 수호를 타고 온 곳을 되짚어 돌아온 것 같은데…… 분명히 그랬는데 그 다음이 기억에 없었다. 거꾸로 섰던 나무가 바로 서고,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던 것도 기억나는데……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병실에 누워 있지? 수호는 어떻게 되었을까?’ --- p.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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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집에 가니 엄마가 없다. 검은 옷을 입고 섰는데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믿을 수 없다. 엄마가 없는 집은 온통 엉망이었고 아빠는 9시가 넘어야 집에 왔다. 노랑 캐리어를 끌고 나가는 고모를 본 순간 엄마와 함께 다니던 섬에 이제는 갈 수 없을 것 같아 답답했다. 엄마 냄새가 가득한 옷장 문을 열었는데, 엄마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고모가 다 치웠단다. 엄마 흔적이, 냄새도 사라져 버렸다. 생일날 아침, 내 생일인지도 모르는 아빠는 집을 내놨단다. 1교시부터 속이 불편했다. 보건실에 가려다 발길을 돌려 몇 년 전에 엄마와 함께 심은 나무를 보러 거마산을 올랐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힘겨웠다. 샛길로 갈수록 풀이 더 우거졌다. 마침내 엄마가 절반 바위라고 부르는 너럭바위에 도착했다. 엄마 꿈은 여행 작가였다. 엄마처럼 절반 바위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어느새 잠이 들었나? 툭, 툭 빗방울에 잠이 깼다. 어두웠다. 뭔가 휙 지나갔다. 두려움에 등골이 오싹해져 냅다 뛰다 넘어지면서 굴렀다.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펼쳐진다. 콩알만한 노란 빛 방울을 따라간 연이는 자신의 어리인 흰 개 ‘수호’를 만나 수호 등에 업힌다. 안개가 짙은 바다와 위로받지 못한 슬픔을 헤치고 수호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마침내 엄마를 만난 연이. 한달음에 달려가 엄마 품에 안겼지만 엄마는 같은 행동과 말을 계속 반복했다. 연이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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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이별하는 법-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누구에게나 이별은 갑작스럽다. 그러나 이별은 삶의 한 면이기 때문에 이별을 맞는 방식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에서 엄마를 떠나보낸 연이의 마음을 제대로 봐 주는 사람은 없었다. 엄마의 물건은 고모가 다 치워 버려, 연이의 상실감은 더욱 커졌다. 옷장 안에서 웅크린 채 엄마의 카디건을 덮어야 잠이 드는 연이한테 고모는 들어가서 공부나 하라고 하거나 아빠 걱정만 늘어놓기 일쑤고, 아빠는 9시가 넘어야 들어오는데다가 생일날 아침 엄마의 기억이 있는 집에서 이사를 해야 한다고 무심하게 말한다. 연이는 엄마의 부재가 도통 믿기지도 않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아빠는 자신의 아픔과 상실감으로, 고모는 남은 사람의 고통을 덜어 준다는 마음으로 어린 연이에게 금지의 방을 하나 만들어 엄마의 기억과 엄마의 부재에 따른 고통을 자물쇠로 봉인해 버린다. 없애 버리고, 이야기하지 않고, 회상하지 않는다고 있었던 과거가 사라질까? 과거와 끊임없이 소통하지 않고 새로운 삶이 열릴까? 결국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연이는 엄마와 제대로 된 작별의 시간을 갖는다. 4학년 연이가 어른들이 만든 금지의 방을 나와 엄마와 추억이 가득한 곳, 자신이 만든 치유의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