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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 장자와 함께 춤을
1부 변무騈拇: 인간은 왜 이렇게 다사다난할까 1.인의도덕에 대한 규범과 설교가 정말로 이렇게 많을까/ 2.상식에서 벗어나면 걱정, 근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3.규칙을 인정하지 않으면 제약을 받을 필요도 없다/ 4.후천적인 목표를 위해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2부 마제馬蹄: 동양 고전의 아바타와 유토피아 1.백락은 말을 해친 죄인이다/ 2.공정하게 관리하고 인의를 지킨다면 세상이 평온해질 것이다/ 3.성인의 잘못, 문명의 죄, 오호통재라 3부 거협 : 성인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1.자물쇠를 채운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가 내 상자를 통째로 훔쳐갔구나/ 2.비밀을 간파한 장자: 도둑에게도 도가 있고 도도 훔칠 수 있다/ 3.세상을 놀라게 한 장자의 이론: 성인은 죽지 않고 큰 도둑은 멈추지 않는다/ 4.지교智巧와 지식이 혼란을 일으켰는가 4부 재유在宥: 관리의 한도와 허위虛位 1.오로지 통치만 추구하는 사람들은 천하를 어지럽게 한다/ 2.천하를 통치하는 자들은 얼마나 어리석고 얼마나 사람을 해치는가/ 3.당당하던 황제黃帝도 결국에는 광성자廣成子에게 도를 배웠다/ 4.지혜와 생각을 버리면 마음이 해방되고 혼돈과 같은 상태가 되면 도를 얻게 된다/ 5.어떤 경지를 상고上高라고 부를 수 있을까/ 6.어찌할 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어도 해야만 하나니 5부 천지天地: 높은 곳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면 온 하늘과 땅이 보석인가 쓰레기인가 1.덕에 근거를 두고 하늘에 의해 이루어진다/ 2.지혜, 안목, 순발력으로는 추상적인 도를 깨달을 수 없다/ 3.좋은 일이 사람을 근심하게 하고 진정한 성인은 근심하지 않는다/ 4.장자의 경고/ 5.근본으로 돌아가 세상의 질서를 다시 세우다/ 6.유가의 설교는 제 주제도 모른 채 덤비는 것이다/ 7.위대한 도道는 너무 높아서 사람을 피폐하게 한다/ 8.속된 말은 유행하기 쉽고 훌륭한 말은 나오기 힘들다/ 9.성공한 이들을 향한 경고 6부 천도天道: 말로는 표현하고 전파하기 어려운 도道 1.허정염담虛靜恬淡, 하늘이 기뻐야 사람도 기쁘다/ 2.수직분업 사상이 싹트다/ 3.인정仁政은 위선인가/ 4.너무 똑똑한 사람은 신뢰를 얻지 못한다/ 5.정신을 포위당하지 말라/ 6.언어와 문자로 기록한 찌꺼기일 뿐 7부 천운天運: 하늘과 땅과 생명의 악장 1.장자의 천문天問/ 2.인의仁義가 사라진 후에야 밝은 순수함이 찾아온다/ 3.위대한 도道와 자연의 웅장한 교향곡/ 4.스스로를 옭아매지 말라/ 5.인의는 잠시 머무를 수는 있어도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6.서로 돕고 의지하는 것보다는 서로 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 낫다/ 7.육경六經은 선왕의 기록일 뿐이다.장자 말고 또 누가 감히 이렇게 말하겠는가 8부 각의刻意: 소리 높여 원망할 것인가, 마음을 담박하게 할 것인가 1.일부러 자신을 만들지 말라/ 2.마음을 편안히 하여 욕심내지 말고 아무것도 꾀하지 말라 284 9부 선성繕性: 너 자신을 구하라 1.조류에 역행하는 자기 과시/ 2.인류 문명의 쇠락 가능성을 경고하다/ 3.관직욕을 버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10부 추수秋水: 영혼과 사변思辨의 광활함 1.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감탄하다/ 2.강과 바다가 대소大小, 내외內外, 귀천貴賤을 논하다/ 3.다리가 아무리 많아도 걸을 때 어느 다리를 먼저 내놓을지 계획할 필요는 없다/ 4.장자가 공손룡을 제압하다/ 5.진흙탕에서 꼬리를 흔드는 편이 낫다/ 6.장자를 동경하는가, 물속 피라미를 동경하는가 11부 지락至樂: 득실과 생사를 초월한 최고의 즐거움 1.최고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2.변화에 통달하고 생사를 초월하다/ 3.사람마다 다르고 일마다 다르니 그대로 따라 할 수 없다/ 4.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태어남이 있다 12부 달생達生: 취해도 몸은 상하지 않고, 배를 모는 기술이 귀신 같다 1.천지와 하나가 되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2.자연과 위대한 도道의 융합을 실현하고 천도天道의 보호를 받다/ 3.물을 잊은 이가 배를 귀신처럼 부린다/ 4.양치기에게서 얻는 양생養生의 교훈/ 5.왜 때로는 정교한 계산보다 주먹구구가 더 정확할까/ 6.패업을 좇다 병이 되어 대낮에 귀신이 보이는구나/ 7.목계木鷄환상곡/ 8.장인의 재주를 어떻게 도道의 깨달음으로 승화시킬까/ 9.수양이 지극한 경지에 다다르면 잊어야 할 것은 저절로 잊힌다 13부 산목山木: 벙어리 갈매기의 난처함, 참새의 교훈, 빈 배의 호탕함 1.급하면 지혜가 나온다: 무와 유의 사이/ 2.아는 것이 많으면 어리석은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 3.빈 배 이론은 만고에 길이 남을 진리다/ 4.모금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 스스로 원한 것인지 아닌지이다/ 5.자기 과시를 하지 말고 자신을 포장하지도 말고 사서 고생하지도 말라/ 6.매미 잡는 사마귀의 뒤에 참새가 있다/ 7.예쁜 자가 스스로 예쁘다고 하나 나는 그 아름다움을 모르겠다 14부 전자방田子方: 소야, 장자 1.전자방의 두 마디, 온백설자溫伯雪子의 등장/ 2.안회가 공자에게서 ‘잊음’의 철학을 배우다/ 3.노자의 지극한 보살핌이 공자를 압도하다/ 4.노애공魯哀公을 제압하다/ 5.안목도 있고 수완도 갖춘 주문왕周文王/ 6.진인眞人이 어찌 관직에 관심이 있으리오 15부 지북유知北游: 하늘과 땅에 큰 아름다움이 있으나 말하지 않다 1.도道는 알 수 있고 말할 수 있는가/ 2.위대한 아름다움에서 출발해 만물의 도리를 탐구하다/ 3.한 마디 말에 잠이 드는 것, 이것이 바로 도道다/ 4.너의 몸이 너의 것이 아니다/ 5.충분히 도취하고 동경하지 않고서 어찌 도道를 깨달을 수 있겠는가/ 6.똥오줌에도 도가 있다/ 7.무無가 있는 것에서 무無조차 없는 것까지/ 8.숲과 들에서 소요하다 후기 |
王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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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천지는 먹줄로 재서 곧게 만들거나 그림쇠로 둥글게 그릴 필요가 없고, 아교로 붙이거나 새끼줄로 묶을 필요도 없으며, 자연적으로 곧아야 하는 것은 곧고, 구부러져야 하는 것은 구부러졌으며, 모나야 하는 것은 모나고, 둥글어야 하는 것은 둥글며, 일부러 애쓰고 기준을 만들고 설교할수록 세상은 점점 더 어지러워진다고 말했다. 참으로 절묘한 말이지만, 인의도덕의 설교와 마찬가지로 성선설에 치우친 논리다. 인간은 그대로 두어도 선하고 원만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서양의 원죄론과 정반대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 두 가지 관점 사이에서 옳고 그름, 곧음과 구부러짐, 성공과 실패, 가벼움과 무거움, 얻음과 잃음은 모두 상황에 따라 잘 살피고 경험에 비추어 판단해야 할 것이다. ---「변무: 인간은 왜 이렇게 다사다난할까」 중에서 옛날부터 지금까지 발전해 온 큰 도리를 안다면 오랜 옛날이나 먼 미래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현재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에 기대와 욕망을 갖지 않는다. 어쨌든 시간의 변화는 영원히 멈추지 않는 것이므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든 미래에 대한 전망이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며 성공과 실패도 역시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음, 멀고 가까움, 앞과 뒤, 얻음과 잃음, 삶과 죽음의 이치도 이와 같다. 이 논리는 우리에게 인생무상을 비통해 하고 탄식하기보다는 넓게 생각하고 자아해탈을 실현할 것을 권하고 있다. ---「추수: 영혼과 사변의 광활함」 중에서 장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우화가 풍부하고 화려하고 다채롭고 생동감이 넘친다. 술 취한 남자가 수레에서 떨어지는 이야기, 배를 귀신처럼 부리는 이야기, 명검을 부러뜨리지 않고 바람에 날려 온 기왓장에 화를 내지 않는다는 이야기, 동야직의 마차 이야기, 환공이 귀신을 본 이야기, 목계의 이야기 등등 장자의 사유는 공자도 맹자도, 노자도 손자도 따라갈 수가 없다. 그의 우화를 읽다 보면 우화가 주는 교훈은 물론 유머와 풍자, 기발한 상상력, 기지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 다만 그의 고사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들이 그가 본래 말하고자 했던 뜻을 잃고 다른 뜻으로 전해진 것이 아쉽다. ‘태약목계’만 하더라도 오늘날 이 고사성어는 장자가 말하고자 했던 최고의 경지가 아니라 마비된 듯 정신이 멍한 상태를 뜻한다. 명언과 우화들이 이천 년 넘는 세월을 거치며 희석되고 일반화된 것에 찬사를 보내야 할까, 탄식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기뻐해야 할까? 독자들의 생각에 맡긴다. ---「달생 : 취해도 몸은 상하지 않고, 배를 모는 기술이 귀신 같다」 중에서 기발한 논리를 내놓는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특출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사실 중립적인 것들이 매우 많다. 그런 것들은 천자도 사용할 수 있고, 역적도 사용할 수 있으며, 또 잘 사용하면 천자와 역적이 경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도둑에게도 도가 있다면, 도에도 역시 도둑처럼 위험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자가 주장한 염담무위 속에도 또 다른 위험한 생각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재유: 관리의 한도와 허위」 중에서 옛날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를 한 토막 베어내 제사에 쓸 술잔을 만들고 남은 부스러기는 도랑에 버렸다. 도랑에 버려진 나무 부스러기는 비바람을 맞고 햇볕을 받고 벌레에 갉아 먹히다가 나중에는 썩어서 물에 떠내려갔다. 제사에 쓰는 술잔이 된 나무는 깎이고 파이고 연마되고 색이 칠해진 후 성대하지만 딱히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는, 우매한 사람들의 제사에 사용되었다. 향기로운 술이 가득 부어지기도 하고 비린내 나는 닭의 피가 담기기도 했다. 옛날 들판에서 선선한 바람을 쐬고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살던 때가 그리웠지만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술잔은 마침내 부서져 조각난 후에야 다시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만약 온전한 나무로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점점 자라서 태양을 가리고 가지가 길게 늘어질 때까지 살았을까? 그렇게 사는 것이 너무 단조롭고 외롭지는 않을까? 나무는 세 가지 삶을 살 수 있다. 베어지지 않고 온전히 뿌리를 보존한다면 무성하게 자라 고목이 될 것이고, 잘려서 술잔으로 변한다면 세상의 성대함을 누릴 것이며, 술잔이 되지 못하고 부스러기로 버려진다면 자유와 소요를 누릴 수 있다. 이 세 가지 삶 중에 어떤 것이 더 나은 삶일까? ---「천지 높은 곳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면 온 하늘과 땅이 보석인가 쓰레기인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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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공을 초월한 지식인들의 대화, “장자가 쓰고 왕멍이 읽다”
세계적 문호 왕멍의 ‘장자처럼 사유하기’ 『왕멍의 쾌활한 장자 읽기』가 지금까지 100여 종 넘게 출간된 장자 관련 도서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바로 장자의 철학과 삶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인식의 폭’에 있다. 이 책의 저자 왕멍은 철학가이자 소설가, 저명한 정치인이다. 왕멍은 80여 년의 인생 가운데 60년을 중국 현대사의 풍운 속에 살면서 극단의 영욕을 온몸으로 겪은 중국 지성계의 살아 있는 전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언급되며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한 유수의 대학에서 특별 초청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가 들여다보는 『장자』는 기존 책들과는 관점과 해석의 깊이를 달리한다. 왕멍은 인류가 구축해놓은 역사와 철학을 필두로 문화혁명 때 신장자치구에 유배되어 노동자로 전락되었다가 공산당 중앙위원으로 복권된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 그리고 중국문화의 특성과 기질을 『장자』에 투영한다. 즉 장자사상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 사상의 기저에 깔린 핵심 이념,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의 특성과 흐름, 장자사상이 오늘날 우리에게 갖는 의미뿐 아니라 중국 현대사를 관통한 저자의 인생에서 『장자』의 사상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자세하게 들려준다. 정신과 육체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의 경지’를 최고 가치로 추구하는 장자의 철학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의 생존방식에 대해 커다란 화두를 던지고 있다. 형식과 틀에 구속받지 않는 사상, 거기서 비롯된 기발한 상상력과 직설적인 표현들은 2000여 년 동안 ‘사상의 홍수’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다양한 철학을 꽃 피우는 씨앗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장자』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해독이 불가능할 만큼 함의가 담겨 있고 상징적인 언어 체계와 행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뜻을 음미할 수 있는 철학서이다. 여러 대목에서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학식만으로 해독할 수 없는 『장자』의 넓고 깊은 사유의 세계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왕멍의 쾌활한 장자 읽기』를 읽다 보면 장자의 사상을 체화한 지성인의 ‘장자처럼 사유하기’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 마치 시대를 초월하여 왕멍과 장자가 ‘인간의 교양에 대한 모든 것’을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 책은 장자나 동양사상에 국한된 철학서가 아니라 올바른 인간의 생존방식에 대한 모색에서 인류의 역사와 철학을 담은 교양서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왕멍은 『장자』의 원문에 대한 해석에 급급하기보다 말을 타고 하늘을 달리듯 호방한 장자의 문체를 되살려 상상력과 사유의 범위를 『장자』라는 텍스트 밖으로 확장한다. 팔십 평생 동안 자신이 체득한 지식과 인생경험, 힘겨운 삶을 살면서 깊이 고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하고 소통했던 경험을 덧붙이고, 수십 번 『장자』를 읽으면서 떠오른 창의적인 생각들을 도출해낸다. 『왕멍의 쾌활한 장자 읽기』는 『장자』를 왕멍이라는 스펙트럼에 투과하여 빚어내는 ‘왕멍 판본의 장자’이다. 그는 장자 못지않은 과감하고 유려한 문체로 장자사상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의 독자에게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우리가 사는 현실과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짚어준다. 미국이 군사나 경제 분야에서 그토록 막강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테러와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그들이 “도둑에게도 도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적과 싸워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조금 더 깊이 분석해보자. 도둑에게도 도가 있다고 한다면, 그 반대로 도에도 도둑 같은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도를 얻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사적인 욕망과 사사로운 이득, 인간의 본성에서 오는 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도 자체가 도둑의 논리가 될 수 있듯이 성인도 언제든 도척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_거협: 성인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70쪽 세상 만물이 쉬지 않고 운행하고 있는데 사람이 살면서 놓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젊음, 부모, 사랑, 일, 기회, 학문 등 우리가 살면서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내게는 영원히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말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지만 반대로 모든 것을 휩쓸고 가는 ‘잊음의 물결’이 그만큼 거세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이지만 자신의 생명과 운명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사람을 무력하게 한다. 세상 모든 것은 ‘망P(잊다)’이라는 글자 하나로 귀결된다. 하지만 슬퍼하고 근심할 것도 없다. 모든 게 다 잊힌다면 ‘망’이라는 글자도 잊히지 않겠는가? 잊음의 물결이여, 그대의 힘이 모든 것을 잊게 한다면 너 자신도 모두 잊혀버릴 것이 아닌가! 장자는 말했다. 모든 것을 잊는 것이 곧 위대한 경지다! _전자방(전자방): 소야, 장자, 487쪽 왕멍이 특히 눈여겨보는 것은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장자의 사유방식이다. 그는 ‘승자독식’ 구조의 현대사회 시스템에서 물욕에 쉽게 경도되는 세태를 비판하며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닦는 것을, 즉 장자의 핵심사상인 관념적 구속에서 벗어나 내면 정신세계의 자유와 독립을 누리라고 역설한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권력과 명예를 되찾은 입지전적인 삶을 산 저자의 주장은 그 자신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인지 독자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그리고 자유로운 삶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타자와의 조화로운 삶이라고 강조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인류가 이룩해놓은 역사와 철학을 넘나들며 장자의 사상을 논하는 왕멍의 식견과 혜안, 그리고 통찰력은 그가 지닌 지성의 경지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심오하다. 궁극적으로 왕멍은 장자의 사상을 통해 현대인들이 삶을 성찰하게 하고 새로운 의미를 되새기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고난의 삶을 헤치고 팔순을 앞둔 늙은 철학자의 후대를 향한 사랑과 인간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