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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엄마표 스텐다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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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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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끝낸 명절날 아침
뽈뽈뽈 기어들어온 한 마리 쥐며느리 이가네 며느리와 쥐며느리가 허리쉼하다 만난 화장실 너는 누굴 피해 여기까지 왔느냐 어째 신세가 너랑 나랑 이렇게 같을꼬? 너도 낀세대냐 안쓰럽다 납작한 게 위아래 눌리어 부모에게는 효도해야 되고 자식에게는 베풀어야 하는 우리를 낀세대라고 한다 사람들은 시집 온 지 사십 년 다 되어도 개인주의 강한 70년대 동서들에게 밀리고 일 서툰 80년대 지영이들은 설거지에 관심도 없고 쭉 해왔던 대로 우리는 고무장갑 장착하여 일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같은 성끼리 모여앉아 술상 앞에 앉으니 각성받이 사촌동서들까지 모여앉아 큰집 동서는 시금치도 안 먹는다고 시래기도 안 삶는다는 작은집 동서 그러함에도 나는 왜 시를 쓴다고 낑낑대고 있을까? --- 「쥐며느리」 중에서 해마다 봄이 되면 난 딸기앓이를 한다 엄마 얘기를 하려니 가슴이 먹먹하여 너하고 통화하려고 엄마?! 무슨 얘기? 응 딸기 딸기가 왜? 결혼을 해서 풍남동 시댁에 살고 있는데 봄날 해질녘에 초인종 소리가 나는 거야 그날 따라 막내시누이가 대문에 나갔다오더니 커다란 박스를 들고 오며 새언니 엄마가 딸기를 주고 가셨다고 보고 싶은 엄마 그냥 뛰어나갔더니 엄마는 뒤돌아보며 천천히 걷고 계신 거야 딸기 핑계로 딸 얼굴 한번 보려던 엄마 생각과 달리 사돈처녀가 딸기를 받아가니까 기운 빠지셨던 거지 달려나가 엄마를 부르는데 왜 눈물은 그렇게 쏟아지니 니가 울면 엄마 속상하다며 길가에서 엄마도 울고 나도 울고 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친정에 다녀올 생각을 못했을까 그때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았었어 바구니 가득 담긴 딸기 넘쳐나는 봄날이면 유난히 엄마가 더욱 생각나지 요즘은 딸, 딸을 둔 엄마를 딸기엄마라고 한다지 그럼 우리 엄마는 딸기엄마였네 자식 친구들이 찾아오면 밥 먹었냐며 언제든지 밥상을 차리던 우리 엄마 살아계실 적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드렸는데 보고 싶다 우리 엄마 엄마 사랑합니다 올 봄에도 난 딸기앓이를 하고 있다 --- 「딸기」 중에서 비 내리는 십이리 모내기 마친 논에 빗물 넘실거리는 유월 대낮 팔뚝 문신 있는 사내는 숫돌에 회칼을 쓱쓱 문질러 날을 세운다 홍등 켠 어두침침한 점방 치마 걷어올려 허벅지 드러낸 계집 손바람 일렁이며 담배를 태운다 계집은 칼로 회 썰어줄 사내 필요하고 사내는 화류계 끝물 계집 돈주머니 필요하고 마늘 양파 수매 끝난 할배들 호들갑떤 환한 웃음으로 반겨줄 선술집이 필요하고 골 깊은 주름 까맣게 타들어간 농부 아내 가슴속에 하늘 뚫린 것처럼 장맛비 골을 이룬다 --- 「선술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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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의 세상을 뚫고 나올 힘을 가진 박정선 시인의 시들
2013년 『창녕문학』 신인상 공모에 시가 당선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박정선 시인이 등단 7년 만에 첫 시집 『쥐며느리』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113번으로 출간했다. 박정선 시인의 첫 시집 『쥐며느리』는 전통 서정에 그 맥락을 대고 자신의 내면과 혈육, 그리고 주변의 인간사에 대해 차분한 듯하면서도 강직한 태도로 세계를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에 대한 파토스적 열정은 시집 전체를 끌어가는 하나의 동력으로 첫 시집다운 기백을 보여주는 성취감도 획득하고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정서는 누구에게나 자별한 그 무엇일 터이지만 박정선이 그린 어머니에 대한 초상은 원초적이거나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국면을 통해 형상화되어 있다. 시 「엄마표 스텐다라이」는 시댁에 살다가 새로 살림을 날 때 엄마가 “똬리 없이” 머리에 이고 온 스텐다라이 세트는 어머니의 사랑을 그대로 대변하는 사물이다. “때가 끼면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사용하라던 스텐다라이의 사용법은 알레고리로 보자면 인생사용법에 가깝다. 즉 삶의 숱한 여정 속에서 낡고 오염된 가치와 사물들을 잘 닦아 새 것처럼 쓰라는 엄마의 말씀은 인생의 지침서 역할인 것이다. 또 다른 시 「딸기」는 영화 같은 장면 몇 개를 담고 있다. 봄날 저녁 딸을 찾아온 엄마의 손에는 딸기가 들려 있다. 장면 하나, 시댁에 사는 딸네 집을 방문해서도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이는 엄마. 장면 둘, 어렵게 초인종을 누르고 딸이 나오기를 고대하는 엄마. 장면 셋, 대문 앞에서 막내시누이에게 딸기를 전하며 돌아서는 엄마. 장면 넷,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이야기를 전하는 막내시누이. 장면 다섯, 밖으로 달려 나가는 시적 화자. 장면 여섯, 뒤돌아보고 천천히 걷는 엄마를 부르며 마주 잡고 우는 엄마와 시적 화자. “그때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았었어”라는 시구는 당대 시집살이의 현실을 담고 있다. 딸기를 전하며 딸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욕망은 그 무엇과도 교환될 수 없는 순정을 담고 있다. 박정선 시인의 시에 나타난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여항의 사람살이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해학적 태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경계가 될 터인데 박정선 시인의 시가 여항의 현실을 섬뜩하게, 더러는 해학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현실과 꿈의 경계 즉 그 둘의 호환성에 뿌리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여항에서 삶이 시인에게 어떠한 의미를 주느냐 하는 것은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시 「쥐며느리」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시는 현실 속에서 자신은 무엇인가의 문제를 거쳐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이 드러나 있다. “설거지 끝낸 명절날 아침/ 뽈뽈뽈 기어들어온 한 마리 쥐며느리”와 시적 화자의 동일화에서 현실의 부당함이 고발된다. 이 시의 화자가 겪는 부당함의 기원은 단지 남성의 폭력적 사고를 넘어 동성(同性)의 무관심과 약삭빠름이 동반되어 있다. “낀세대”로서 현실의 부당함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처지를 “쥐며느리”와 동일시하는 이 시의 문제적 발언은 마지막 행에 있다. “각성받이 사촌동서들까지 모여앉아/ 큰집 동서는 시금치도 안 먹는다고/ 시래기도 안 삶는다는 작은집 동서/ 그러함에도 나는 왜 시를 쓴다고 낑낑대고 있을까?”라는 물음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착종현상을 보여준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현실의 문제가 나는 왜 시를 쓰고 있는가 하는 이상 혹은 꿈의 문제로 치환될 때 시적 화자는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서게 된다. 현실을 꿈으로 그 꿈을 다시 현실로 치환해내는 능력이야말로 시인에게 주어진 특별한 재능이다. 박정선 시인의 시를 읽으며 현실을 감내하는 붉은 마음과 꿈을 향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느꼈다. 그것은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이 현실과 꿈 사이의 지점에서 발화된 불꽃과 같은 것으로 박정선 시인의 시적 동력이라 할 것이다. 박정선의 시인의 시에 나타난 특징은 시가 단순히 아름다운 무엇을 그려낸다는 의식으로부터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진흙의 세상을 뚫고 나오는 힘 있는 시를 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더 먼 여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