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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주: 사라진 사물들의 행방이 묘연하다
현시원: 식물관찰도감 장클로드 무아노: 이미지로 무엇을 할 것인가? Jean-Claude Moineau: QUE Faire des Images? 강홍구 서동진: 사진-이미지에 저항하는 사물의 관성 김태용: 비닐리즘 혹은 낙천주의자 염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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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를 짐작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사라진 사물들의 행방이 묘연하다. 물결과 파도의 형태를 지켜본다. 바다에 발을 넣을 때마다 나는 여섯 개의 대륙을 떠받친 거대한 바다에 얼마나 많은 죽음들이 들어 있을지를 생각했고, 발끝에 차가움이 전해졌고, 발가락 사이로 모래나 자갈, 유리 조각이나 갑각류 혹은 패류의 조각들이 파고들었다. 사물들은 유한하고 나는 끝없는 바다를 본 적이 없다.”--- p.17 「한유주, 〈사라진 사물들의 행방이 묘연하다〉」
“앞쪽에 있는 사진에서 에메랄드 색 벽지와 민들레와 뒤엉킨 버드나무 풀잎 중에서 누가 더 진짜 같을까. 어느 편이 자연스러울까. 뿌리를 노출시킨 귀염성 있는 나무 이미지와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초록색 플라스틱 물체 중에서 무엇이 나무와 더 비슷할까. 맨 처음 보았던 산수화에서 패널에 붙은 나무 이미지까지. 1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도시에서 누구도 쉽게 나무가 제 주변에 실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p.60 「현시원, 〈식물관찰도감〉」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제기된다. 불안정하며 정체성이 결여된, 비대해지기까지 한 이런 이미지의 과잉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쓰이기를 기다리는 온라인상 파일들의 저장, 블로그의 비약적인 발전, 위키와 팟캐스팅의 발달, 그리고 ‘유저’나 ‘구경꾼’, 혹은?‘소비자’들이 발생시킨 내용물로 웹 2.0 기반에서 탄생한 이미지 공유 사이트들은 모두 각자 다운로드뿐 아니라 업로드도 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p.67 「장클로드 무아노, 〈이미지로 무엇을 할 것인가?〉」 “사진-이미지는 사물을 새롭게 재탄생하도록 하는 데 전무후무한 무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전업 사진가인 혹은 예술가-사진가로서의 염중호는 그런 몸짓을 흉내 낸다. 마치 촬영 테크닉은 잘 모른다는 듯이 프레이밍, 현상, 인화, 보정 따위는 모른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며 수다스럽게 혼란스런 사진들을 나열한다. 그러나 그 사진-이미지는 사진에 저항하는 사물 혹은 세계를 위해 존재할 뿐이다.”--- p.170 「서동진, 〈사진-이미지에 저항하는 사물의 관성〉」 “만국의 비닐이여, 그 입 다물라!” --- p.204 「김태용, <비닐리즘 혹은 낙천주의자 염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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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저술가들의 협업을 통한 이미지 해석 프로젝트
이 책은 작가 염중호가 2008년부터 찍어온 300여 장의 사진을, 여섯 명의 초대받은 필자가 창작의 소재로 삼아 쓴 글을 모은 결과물이다. 작가의 요청에 따라 필자들은 인화되지도 않은, 컴퓨터 화면 속을 떠다니는 이미지들을 채집하고, 그에 반응해 글을 썼다. 어떤 이미지를 선택할지는 물론이고 어떤 글을 쓸지도 온전히 필자의 몫이었기에 결과물은 때로는 비평이 되고(장클로드 무아노, 서동진), 시(강홍구)가 되었으며, 픽션(한유주, 현시원, 김태용)이 되었다. 필자들이 선택한 이미지들은 일부 겹치기도 하며, 이 경우 그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된다. 이미지와 일대일로 대응하는 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글도 있다. 이미지들의 내러티브를 내정한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필자들이 많다. 전자도 마찬가지지만, 후자의 경우 작가(이미지)와 필자(텍스트) 외에, 디자이너와 편집자의 해석과 개입이 추가되었다. 염중호는 이 책과 더불어 하이트컬렉션에서 열리는 전시 「예의를 잃지 맙시다」(2013. 6. 21~8. 10, 사무소 기획)를 통해 작가 및 저술가들과 협업하며 자신이 오랫동안 천착해온 ‘이미지의 해석’이라는 주제를 탐구해나간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오랫동안 이미지의 다양한 해석에 주목해왔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분류되고 해석될 수 있을지 궁금해 했다. 레지스 드브레의 말을 빌자면 한 장의 사진은 50억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나의 이미지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다르게 읽히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의미로 재해석될지 떠돌며 기다리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단순한 분류의 차원이 아닌, 이미지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미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기 위해 “무한하지는 않더라도 실제로는 셀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배치와 서사들을 건져내고, 이미지가 하나의 의미와 만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우연을 중첩시킨다. 책의 프랑스어 제목 ’일 플로탕트(Iles flottantes)‘는 직역하면 ‘떠 있는 섬들‘이란 뜻으로, 프랑스에서 즐겨 먹는 디저트 이름이기도 하다. 달걀흰자에 설탕과 향료를 섞어 만든 머랭을 섬처럼 띄워 먹는 이 달콤한 디저트처럼, 그것은 무게 없는 중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