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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해파리가 파도를 타고 나울나울 피서객들로 붐비는 해변에 밀려 왔습니다. 그러다가 기다란 촉수로 그만 소녀의 팔목을 감아 상처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화난 소녀의 아빠는 해파리를 그물로 낚아 모래사장에 내동댕이칩니다. 투명하고 하늘거리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찌그러진 종처럼 변해 버린 해파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 쓰레기와 사람으로 가득한 해변에서 점점 말라갑니다. 과연 어린 해파리는 자신이 태어난 바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나는 해파리입니다』에서 작가는 해파리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해파리가 해변까지 오게 된 것도,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도 의도된 행동이 아닌 그저 살기 위한 본능 때문이라고요. 해파리는 조류를 따라 해변으로 떠밀려 온 것이고, 눈앞에 있는 장애물을 확인하기 위해 촉수를 뻗은 것뿐이지요. 그런데 쉽게 동물을 죽이고 쓰레기를 버리면서 바다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생존 본능인가요? 해파리의 눈으로 본 인간은 무례하고 사납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인간의 입장에서 자연을 대했습니다. 이분법적이고 결과론적인 사고로 자연을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었고, 당연한 것인양 자연을 누리고 훼손시켰지요. 이 책은 종을 초월해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존중 뿐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기자이자 작가이기도 한 베아트리스 퐁타넬의 생태를 기반으로 한 담담하고 간결한 글 덕분에 독자는 낯설디 낯선 생물인 해파리와 함께 울고 웃고, 기뻐하고 화내다가 종내에는 이 생물과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이 책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림입니다. 생동감 넘치는 색조는 독자를 어느새 여름 바다로 데려가고, 역동성 느껴지는 형태는 이 미지의 바다생물이 마치 눈앞에서 너울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요. 가는 펜으로 촉수 하나까지 섬세하게 그려진 해파리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쳤을 이 생물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됩니다.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한 알렉상드라 위아르는 이 책에서 두 가지 기법을 대조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바다와 생물은 수채 물감과 펜으로 맑고 섬세하게 표현한 반면, 해변과 인간은 구아슈로 둔하고 탁하게 나타내 글에 담긴 메시지를 시각적으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결국 자연과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연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포인트컬러인 형광주황색을 사용하여 전달합니다. 해파리와 소녀에게만 사용된 이 색은 둘의 교감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바다가 푸른빛이라는 건 어쩌면 인간의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이 그림책의 면지처럼 해파리가 온몸에 불을 밝히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밤바다는 어쩌면 형광주황색이 아닐까요? 시리즈 소개 [철학하는 아이]는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물음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는 그림동화입니다. 깊이 있는 시선과 폭넓은 안목으로 작품을 해설한 명사의 한마디가 철학하는 아이를 만듭니다.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