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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셀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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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3

무라카미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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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 Murakami,むらかみ りゅう,村上 龍,무라카미 류노스케

1952년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 태어났다. 나가사키현은 태평양 전쟁 말기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시가 속해 있는 곳이며, 사세보는 2차대전 이후 미국 제7함대(태평양 함대)의 주요 기항지인 곳이다. 양친이 모두 교사인 가정환경 속에서 미국식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사세보가 미국 길거리문화 일본 유입 1번지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은, 미국과 일본의 문화색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 성향에 영향을 미쳤다. 한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소학교 졸업 때는『소학교 회상기』라는 기묘한 작문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히피문화가 불어치던 당시에 고교시절을
1952년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 태어났다. 나가사키현은 태평양 전쟁 말기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시가 속해 있는 곳이며, 사세보는 2차대전 이후 미국 제7함대(태평양 함대)의 주요 기항지인 곳이다. 양친이 모두 교사인 가정환경 속에서 미국식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사세보가 미국 길거리문화 일본 유입 1번지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은, 미국과 일본의 문화색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 성향에 영향을 미쳤다.

한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소학교 졸업 때는『소학교 회상기』라는 기묘한 작문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히피문화가 불어치던 당시에 고교시절을 보낸다. 입학하자마자 럭비부에 가입했으나 훈련을 견뎌내지 못하고 탈퇴. 록밴드를 결성하여 드럼을 연주하고, 8밀리 단편영화를 만드는 등 범상치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프랑스 68혁명의 영향이 일본에 미친 후인 1969년에는, 도쿄대 야스다 강당 점거 농성의 영향을 받아 학교 옥상을 바리케이드로 봉쇄하고 데모 농성을 하는 ‘기행’을 주도한다. 그는 이 일로 무기정학을 당했는데, 『69 Sixty Nine』은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집필한 작품이다. 2005년 한국에서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3수 끝에 도쿄에 위치한 무사시노미술대학에 진학했으나 1년 만에 중퇴한다. 재학 중이었던 1976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신인상 및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동시에 수상한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1976년 당시 국내 출판사 두세 곳에서 출간됐으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외설물’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 당했던 사건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일본 대중문학을 이끄는 Two 무라카미로 불리며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해 온 무라카미 류는 작품과 인생, 양면에서 아주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 근대문학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일본 사회의 부조리와 실상을 통렬하게 지적해왔으며, 그 방편으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젊은이들의 일탈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룹섹스, 원조교제, 동성애, 폭력, 마약 등 그가 주로 다루는 소재들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현실을 추수하여 자극적인 주제만을 다루어 온 것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아직 주목하지 못한 단계의 태아 상태의 ‘현실’을 포착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다룸으로서 새로운 현실의 도래를 예언해 온 경우가 많았으며 그것은 매우 정확했다.

무라카미 류는 가상의 미래사회를 충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간간히 내놓았는데,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이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타락한 세상을 파괴한다는 『코인로커 베이비즈』, 휴거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최후의 심판을 내린다는 『바이러스 전쟁』, 미국ㆍ소련ㆍ중국ㆍ영국에 의해 4개로 분할되어 지배되는 가상의 일본을 그린 『오분 후의 세계』 등이 그것이다. 『반도에서 나가라』도 이러한 가상소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또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 『69』, 『토파즈』, 『5분 후의 세계』, 『인더미소수프』, 『교코』, 『자살보다 SEX』, 『공생충』 등이 있다.
NHK 라디오 진행, 일본판 플레이보이지 기고, 마이니치 TV 토크쇼 진행, 축구 해설가, 세계 미식가협회 회원, 사진작가 등 문화 전방위에서 활동해 왔으며 쿠바 음악을 전파한 공로로 쿠바정부 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터넷 환경이 아직 한국보다 불비한 상황에서 전자메일 매거진의 편집장을 현재 역임중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들이 국내에서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이유는, 그의 작품 속에 묘사되는 모습들이 이후에 우리나라에도 나타났거나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1995년 첫 한국 데뷔 이래 국내에 소개된 그의 소설 및 저작물은 국내 실정보다 앞서가는 바람에 절판되었다가 재출간된 경우까지 포함해 현재 69종에 이른다. 또한 그는 2010년 11월 작가로써 스스로 전자책 회사를 설립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저자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자책의 형태로 책을 내는 출판의 새로운 형태를 열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라카미 류와 요시모토 바나나가 직접 차린 이 회사 G2010은 일본 전자책 환경에 큰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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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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蔣正一

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책읽기는 그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삼중당문고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외국 소설을 독파했고, 군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드디어 1977년 성서중학을 끝으로 학교와의 인연을 끊는다. 그러나 1979년 폭력범으로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그는 학교와 군대의 나쁜 점만 모아놓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지옥인 교도소 생활을
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책읽기는 그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삼중당문고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외국 소설을 독파했고, 군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드디어 1977년 성서중학을 끝으로 학교와의 인연을 끊는다. 그러나 1979년 폭력범으로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그는 학교와 군대의 나쁜 점만 모아놓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지옥인 교도소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하얀몸」을 비롯한 그의 시의 바탕이 된다.

오랜 정신적 방황을 겪은 그는 박기영을 스승으로 삼아 시를 배우기 시작하여 마침내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강정 간다」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시운동』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하였고, 1987년에는 희곡 「실내극」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극작활동도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를 발표하면서, 지금껏 문단에서 경험해본 적이 없던 '장정일'이라는 '불온한 문학'이 드디어 '중앙'에 입성했음을 알린다.

1988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 「펠리칸」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를 겸업하기 시작한 그는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1990), 장편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1994)를 연이어 발표하고 이 소설들이 모두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며 '장정일'은 드디어 우리 문화의 뚜렷한 코드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1996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발간한 후 그가 파리에 있는 그의 아내인 소설가 신이현을 만나러 출국한 사이, 한국에서는 외설시비가 일어나고 자신의 소설이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포르노로 규정받고 있던 그해의 마지막날, 장정일은 파리에서 자진 귀국하여 당당히 자신의 작품에 대해 변론한다. 그러나 영화 <거짓말>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법원의 최종판결은 유죄. 그리고 또 한번의 구속으로 이어진다. 당시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강금실은 후에,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라는 책에서 당시의 장정일과 재판에 대한 글 <장정일을 위한 변명>을 썼다.

그 사이 한국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일본에서 발간되는 등 해외에서 더 호평을 받고, 그는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중국에서 온 편지』(1999)와 자전적 소설 『보트하우스』(2000)를 펴낸다. 그의 '독자 후기'를 모은 『장정일의 독서일기』도 5권까지 펴내며 그는 지금 대구에서 평생 소원인 책읽기와 재즈듣기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머리같이 쓸데 없는 데서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모가 바리깡으로 직접 깎아주는 빡빡 머리와 헐렁한 골덴 바지 그리고 청색 면 티 차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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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번역 전문가.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아시아 대학교 경제학부 박사과정을 중퇴했으며,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우안 1·2』, 『우리가 좋아했던것』, 『용의자 X의 헌신』, 『중력 삐에로』, 『러시 라이프』, 『69』, 『나는 공부를 못해』, 『스텝파더 스텝』, 『바보의 벽』, 『플라이, 대디, 플라이』, 『남자의 후반생』,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라라피포』, 『컨닝소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일본어 번역 전문가.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아시아 대학교 경제학부 박사과정을 중퇴했으며,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우안 1·2』, 『우리가 좋아했던것』, 『용의자 X의 헌신』, 『중력 삐에로』, 『러시 라이프』, 『69』, 『나는 공부를 못해』, 『스텝파더 스텝』, 『바보의 벽』, 『플라이, 대디, 플라이』, 『남자의 후반생』,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라라피포』, 『컨닝소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노르웨이의 숲』, 『모방범』, 『공생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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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20g | 140*205*20mm
ISBN13
9788993690163

출판사 리뷰

무라카미 류, 생명의 땅 쿠바에서 죽음을 말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갈망하고 추구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때론 환희를, 때론 절망을 느낀다. 인간의 본능을 리비도(Libido)와 타나토스(Tanatos)로 나눈 프로이트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현대 사회와 문화는 얼핏 보더라도 삶에 대한 욕망인 리비도와 죽음에 대한 욕망인 타나토스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이 두 욕망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자기규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아니 가능하기는 한 걸까.
무라카미 류는 이 소설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문제 있는(혹은 문제에 빠진) 한 개인에게 주목하지만, 거기에서 허우적거리기보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절망하게 하는지, 무엇이 우리 삶을 이토록 비루하게 만드는지에 천착한다.

이 소설의 대부분은 자신의 착란을 정리하기 위해 쿠바에 왔다는 한 여배우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는 가자마라는 이름의 ‘나’라는 인물이 여배우를 바라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어디까지나 여배우 사쿠라이 레이코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쿠라이 레이코의 기묘한 독백은 쿠바라는 이국의 이미지와 겹쳐 소설 초반부터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그래서 사쿠라이 레이코가 되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사쿠라이 레이코는 스물네 살 때 오디션 장에서 야자키라는 남자에게 간택되어 2년 반이 넘도록 사육당하는 개처럼 지냈다. 좋아하지도 않는 야자키의 변태적 행위를 묵묵히 받아들인 것은 그를 통해 배우로 성공해 보겠다는 야심도 있었지만, 그녀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자기 비하가 문제였다. 그녀가 어렸을 때 부모는 이혼했고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는 그녀와 동생을 상습적으로 구타했다. 레이코를 어리광과 자기 처벌욕으로 결합된 완벽한 마조히스트로 만든 것은 소녀기에 겪은 유기 불안과 아버지에게 맞기만 하면서 사랑받지 못한 아이의 자긍심 결여였던 것이다. 배우로서 성공하겠다는 욕망과, 바로 그 욕망과 불우한 어린 시절에서 비롯한 사도-마조히즘에의 탐닉의 끝에서 맞부닥뜨리는 죽음 충동, 타나토스! 무라카미 류가 이 소설에서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전작들에 비해 어쩌면 무척 소박한 것으로, 바로 쿠바의 ‘강력한 음악과 세련된 춤’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미친 듯이 살다가 문득 타나토스와 조우했을 때 우리의 선택지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줄거리 쿠바와 여배우, 사도-마조히즘과 타나토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쿠바의 바라데로에서 가자마는 “나는 내 착란을 어떻게든 정리하기 위해 여기 쿠바에 온 거예요”라고 말하는 반쯤 제정신이 아닌 듯한 여배우 사쿠라이 레이코를 만난다.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한 몸부림쯤으로 보이는 그녀의 고백은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교활하게 ‘여배우’의 본능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녀의 묘한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 가자마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고백 속에서 죽음의 냄새를 눈치 채고 그녀를 치유하기 위한 순례를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산테리아(쿠바의 민속 굿)를 통해 그녀의 진실이 드러나는데…….
원시 종교와 춤이 살아 있는 생명의 땅 쿠바에서 에로스와 타나토스, 욕망과 죽음의 본능이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한다.

바다 저편의 두꺼운 구름은 좀처럼 이쪽으로 다가오려 하지 않는다. 레이코라는 여배우의 고백을 듣다가 어느새 나는, 이제 소낙비가 오건 안 오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부터 그것은 고백을 넘어섰다. ‘선생님’이라는 사내의 대사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여배우가 완전히 ‘선생님’으로 변한 것도 아니었다. 여배우는 그 역에 집중했다. (…) 있는 힘을 다해 기억을 끌어올리는 작업과 긴장을 풀고 기억을 자기 몸으로 표현하는 작업의 틈새가 점점 좁아지면서 이윽고 그것이 그녀의 표면에서 마구 뒤섞여 구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 여배우는 필사적으로 연기해 나갔고, 나는 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러나 연기를 한다는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았고, 단지 나는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는 상태였다. 빨려들어갔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여배우가 만들어내는 둥그런 자장 속에 끌려들어 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소낙비가 오건 말건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낙비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고, 그것이 먼 바다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 두꺼운 회색 구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 빠졌다. 해변이라는 말과 눈앞에 펼쳐지는 바라데로의 파랗고 하얀 풍경의 연관성도 없어졌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여배우가 ‘선생님’에게 몸을 빌려줄 때만 광기에서 벗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소낙비라든지 해변이라든지 땀과 같은 단어의 의미가 마구 뒤섞여버린 의식 속에서 찌꺼기 하나 없이 맑디 맑은 나 자신을 확인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지만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스스로를 의식한 것은 여배우가 나를 향해 말을 걸어 오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의 퍼포먼스의 유일한 관객으로 거기에 있었다.(본문 42-43쪽)

새로운 번역, 새로운 시각으로 만나는 무라카미 류

이상북스에서 펴내는 『무라카미 류 셀렉션』은 민감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 작품들을 선별해, 완전히 맞지는 않겠지만 현재 한국 사회가 부닥뜨린 여러 현상들을 소설을 통해 되짚어볼 수 있게 했다.『무라카미 류 셀렉션』은 또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번역’에 의의를 둔다. ‘무라카미 류 최적의 번역가’로 알려진 양억관 번역가가 류의 여러 작품들 가운데 『무라카미 류 셀렉션』 기획 의도에 적합한 작품들을 골라낸 후, 기존 번역의 오류를 수정하고 현 시점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다. 또한 장정일 소설가가 친절하고 가감 없는 해설을 준비했다. 그래서『무라카미 류 셀렉션』을 읽는 독자들은 소설가 장정일과 같이 읽는 독특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독자들은 『무라카미 류 셀렉션』에 선별된 작품들을 읽어 내려가며, 진지한 성찰을 통해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치밀하게 천착하는 작가 무라카미 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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