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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 리커버, 양장 ]
리뷰 총점8.9 리뷰 12건 | 판매지수 1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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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88g | 138*206*16mm
ISBN13 9791167370624
ISBN10 11673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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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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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고 유쾌한 서사, 감전되고 싶은 짜릿한 상상력, 심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주제를 낚아채는 건강한 시선으로 한국소설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작가 정세랑의 소설.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이만큼 가까이』를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온 정세랑은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두루 끌어안으며 우리 문학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제시해온 작가다. 이번 소설 『재인, 재욱, 재훈』에서 역시 그는 특유의 엉뚱하면서 따뜻한 상상력으로 누구라도 깜짝 놀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피서지에서 돌아오는 길, 형광빛 나는 바지락조개가 든 칼국수를 먹은 삼남매에게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다. 초능력이라 하기엔 너무 미미한 초능력에 당황해 있을 때, 누군가를 구하라는 메시지와 소포가 도착한다. 첫째 재인은 연구원으로 일하는 대전에서, 둘째 재욱은 아랍 사막의 플랜트 공사장에서, 셋째 재훈은 교환학생을 간 조지아의 염소 농장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누구를, 어떻게 구하라는 것일까?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점차 희박해지고 있는 다정함과 친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폭력적이고 혐오스러운 사건들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친절한 사람들이 남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물음에서 『재인, 재욱, 재훈』이 시작되었다.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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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은 운전을 하느라 예민해진 상태였다. 팔 년 된 엄마의 소 나타는 에어컨이 시원찮았다. 둘째인 재욱이 출국하기 전에 남 매가 다 같이 휴가를 보내자는 게 목적이었지만, 평소에 그다지 끈끈하지 않은 세 사람이 휴가라고 뭐 특별히 달라질 건 없었다. 서해안의 별로 유명하지 않은 해수욕장에서 각자 해수욕을 하 고, 모기에 시달리고, 저녁엔 해산물을 먹었다. 특별히 좋지 않 을 줄 알고 있었지만 첫째로서는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 p.7

재훈은 동네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엘리베이터에 있었다. 꼭 대기 층엔 전망 카페가 있었으나 남자 고등학생 혼자 교복을 입고 가기 편한 곳은 아니었다. 엘리베이터를 끝까지 올리지 않고 반 층 걸쳐둔 채 멈추었다. 사람들이 고장 났다고 신고하기 전에 야경을 잠시만 즐길 셈이었다.
“저기 보이는 회사들 중 아무 데에도 못 가겠지.”
재훈이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빌딩 꼭대기마다 회사 로고들 이 빛나고 있었다. 사실 회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대학이 일차 난관이었다. 그렇게 공부를 잘했던 누나와 형도 그저 회사원이 되었다. 크게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재훈이 잘 모 르는 세계에서 뭔가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는 듯했다. 재훈은 누나와 형이 별 무리 없이 갔던 길을 자기는 가지 못할 것만 같 았다. 갑자기 심술이 났다. 대학이든 회사든 하나 떨어질 때마 다 그곳 엘리베이터들을 춤추게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 p.32

재욱과 여자친구의 관계는 어려운 몇 년을 지나고 있었다. 막 사귀기 시작하자마자 재욱이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그다음 에는 각자 졸업과 취직 시즌이었다. 차라리 바빠서 계속 사귈 수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두 사람 다 취직을 하고 나서는 재욱 이 바로 파견을 왔으니 사귄 것은 몇 년이지만 그 몇 년의 내용 물이 너무 빈약했다. 재욱은 그 비어 있는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 p.69

재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수상 해하는 눈길을 끌지 않고 이 문제에 골몰할 수 있는 시간 말이 다.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딴짓을 할 수 있 을 만큼 느슨한 건 아니었다. 강압적인 야근은 없어도 저녁 시 간이 온전히 재인의 것이라곤 할 수 없었다. 이상한 일을 벌이 다 들켰을 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도록 핑계가 필요했다. 예상 보다 그 핑계는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재인의 고민들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핑계였다.
--- p.73

회원리뷰 (12건) 리뷰 총점8.9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재인, 재욱, 재훈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s****s | 2022.04.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재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수상 해하는 눈길을 끌지 않고 이 문제에 골몰할 수 있는 시간 말이 다.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딴짓을 할 수 있 을 만큼 느슨한 건 아니었다. 강압적인 야근은 없어도 저녁 시 간이 온전히 재인의 것이라곤 할 수 없었다. 이상한 일을 벌이 다 들켰을 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도록 핑계가 필요했다. 예상 보다 그 핑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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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수상 해하는 눈길을 끌지 않고 이 문제에 골몰할 수 있는 시간 말이 다.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딴짓을 할 수 있 을 만큼 느슨한 건 아니었다. 강압적인 야근은 없어도 저녁 시 간이 온전히 재인의 것이라곤 할 수 없었다. 이상한 일을 벌이 다 들켰을 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도록 핑계가 필요했다. 예상 보다 그 핑계는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재인의 고민들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핑계였다.

--- p.73


 

표지가 예뻐서 샀다. 깔끔하게 짧은 이야기일 것만 같아서, 산뜻하게 읽기 좋아보여서 구매!!!!

언제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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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재인, 재욱, 재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컬**드 | 2022.02.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 p.163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과 유행어처럼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자주 나누고는 한다. 상대의 호감을 사기 위해 단시간의 다정함은 꾸밀 수 있지만, 오래 이어진 인연에게 지속적으로 다정하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된다. SNS에서는 많이 사용하기도 하던데, 나 역시;
리뷰제목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 p.163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과 유행어처럼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자주 나누고는 한다. 상대의 호감을 사기 위해 단시간의 다정함은 꾸밀 수 있지만, 오래 이어진 인연에게 지속적으로 다정하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된다. SNS에서는 많이 사용하기도 하던데, 나 역시 이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책은 세 남매에게 생긴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지는 못했으나, 작년에 피프티 피플이라는 작품을 읽게 된 이후로부터 손이 닿을 때 조금씩 읽고 있다. 일상적인 사람들에 대한 따뜻함을 알려 주는 소설. 개인적으로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 하면 떠오르는 문장이다. 이 소설도 그 문장에 일맥상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소한 다정함을 지닌 세 남매의 이야기.

 

주인공인 재인, 재욱, 재훈 남매는 재욱의 외국 근무를 앞두고 만나 이동하던 중 지나가다 볼 수 있는 작은 칼국수 가게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칼국수 안에 들어있는 바지락이 형광색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맛은 괜찮다고 하는 재훈이의 말에 세 남매는 칼국수를 먹었고, 이내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각자에게 맞는 소포와 함께 재인은 Save 1, 재욱은 Save 2, 재훈은 Save 3 이라는 편지를 받게 된다.

 

재인의 능력은 강력한 손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반 손톱깎이로 깎으면 기계가 망가질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손톱. 재인의 Save 1은 같이 살던 룸메이트 경아였으며, 남자 친구의 폭력으로 두려워하는 경아를 구해낸다. 또한, 손톱을 활용해 신소재를 만들어 사소하게 도와주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재욱의 능력은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위험이 생기면 빨간 빛이 눈에 들어오고, 위험의 수위가 높을수록 빨간색이 더 강하게 발현되는 눈. 재욱의 Save 2는 레이저 빛을 따라 온 소녀 둘이었으며, 동료와 함께 위험에 빠진 소녀 둘을 구해 무사히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게 된다.

 

재훈의 능력은 승강기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원하는 구간에 정리하는 능력. 재훈의 Save 3는 학교를 무단침입한 사람으로부터 구한 친구 세 명이었으며, 오래된 승장기로 친구들을 불러 총기 사건으로부터 구조하게 된다.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물이자 SF 소설이지만 세상을 돌아보면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이 가진 사소한 초능력이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그들이 구하는 사람들조차 거리에 나가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세상을 구한 것은 아니지만, 구조자의 세상은 구했다. 이 남매들의 다정함과 능력으로 그들의 인생은 변했다. 결말조차도 너무 평범해서 좋았다.

 

읽으면서 재인의 마음에 무엇보다 큰 공감이 되었다. 첫째로서 가졌던 생각들이 소설에도 조금씩 드러나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첫째로서의 동생들에 대한 생각, 장녀의 무게감 등 누구나 K-장녀라면 한번쯤 고민하고, 또 느꼈을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족들에게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행동으로 무심하게 툭 옮기는 다정. 이것이이야 말로 사소한 다정 중 하나가 아닐까.

 

과묵하나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둘째 재욱의 선한 마음씨도 좋았다. 다른 나라에서 온 비정규직 노동자를 챙기고, 그와 함께 소녀들을 구하는 점. 그 역시도 구구절절 남매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자기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함께 위기를 극복한 다른 남자 노동자가 우리라고 표현했다는 것은 그의 다정이 닿았다는 뜻으로 들렸다.

 

셋째 재훈은 쾌활함이 부러웠다. 세 남매 중에서 유일하게 할 말은 하는 인물. 아마 어머니의 솔직함 유전자가 이 아이에게 내려온 것 같았다. 누구보다 직설적으로 맛을 평가하나, 새로운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노력하는 사람. 겉으로는 까칠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해도 주변 사람을 생각해 위기에서 구출하는 모습 역시 하나의 다정함이었던 것 같다.

 

이들은 각자의 모습과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구출했다. 여러모로 재미있어 술술 읽혔던 소설. 이런 류의 행복한 SF 소설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백만 권도 읽을 수 있다. 이들을 보면서 다시 생각했다. 과연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다정함을 가지고 살아왔던가.

 

마블과 같은 히어로도 좋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초능력도 기다리지만, 이렇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히어로가 좋다. 초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아도 좋다. 이웃을 돕는 선한 능력을 가진 작은 히어로. 뉴스에 나오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 사람들은 작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들을 더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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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재인, 재욱, 재훈(정세랑, 은행나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b******g | 2022.01.21 | 추천12 | 댓글14 리뷰제목
청소년 문학을 추천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서인지 선정적이고 자극적 소재의 글이 피로감을 더하더라고요. 그래서 청소년이 읽기 좋으면서 산뜻하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책을 골라 보았습니다. 표지의 삽화도 따뜻하고 정세랑 작가님만의 독특한 소재,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가 기대되었답니다. 이십 대 내내 가장 힘들게 배운 것은 불안을 숨기는 법;
리뷰제목

청소년 문학을 추천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서인지 선정적이고 자극적 소재의 글이 피로감을 더하더라고요. 그래서 청소년이 읽기 좋으면서 산뜻하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책을 골라 보았습니다. 표지의 삽화도 따뜻하고 정세랑 작가님만의 독특한 소재,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가 기대되었답니다.

이십 대 내내 가장 힘들게 배운 것은 불안을 숨기는 법이었다고 말이다. 불안을 들키면 사람들이 도망간다. 불안하다고 해서 사방팔방에 자기 불안을 던져서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없다. 가방 안에서도 쏟아지지 않는 텀블러처럼 꽉 다물어야 한다. 삼십 대 초입의 재인은 자주 마음속의 잠금 장치들을 확인했다. 본문 24쪽 중에서

가정 내 맏이인 재인은 부모와 형제의 눈치를 살피고 잘 해내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 속에서 지낸 듯 합니다. 이 압박의 긍정적 작용으로 학업 능력이 꽤 괜찮았던 듯 싶어요. 재인의 고백과도 같은 이야기가 왠지 정세랑 작가를 투영한 듯 했습니다.

스무살을 지나 사회라고 하는 곳에 발을 딛게 되는 20대와 30대 초반. 어른의 티를 내려고 무던히 애쓰던 시기였던 듯 싶습니다. 직장 내에서는 신입이기에 업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학교보다는 더 짙은 이해관계로 얽혀 있기에 또다른 인간관계 방식에 낯설었던 것은 당연하지만 짐짓 아닌 척, 서툴지 않은 척 했던 듯 싶습니다. 재인의 고백은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이고 오히려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해서 차석 위치에 있을 법한 시기에 겪는 고민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자기 불안을 사방팔방에 던져놓지 않고 숨길 줄 알고 태연하게 사회생활을 해내는 그때가 어른일 것이라는 재인의 생각이 문득 와닿습니다.

 

 

R공단에서 일한 지 두 달 만에, 재욱은 드디어 패턴을 깨달았다. 패턴은 재욱의 바깥에 있었다. 설계와 실제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잘못 시공되었을 때의 위험이 클수록 시야가 붉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작게 탄성을 질렀다. 재욱의 눈에 언젠가부터 트러블 감지기가 내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본문 37쪽 중에서

작가는 세 남매가 차례대로 초능력과 같은 비슷한 능력을 갖게 되고 감지하게 되는 시기를 그려냅니다. 재욱은 도면과 설계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트러블을 눈으로 읽어내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이 부분을 탄복하며 읽었습니다. 재욱의 능력이 현재 우리 사회에 있다면, 얼마전 붕괴된 아파트 사고, 조직 내 사람들 사이의 이기심에 의한 균열 등 물질적 혹은 정신적 영역의 균열을 찾아 붕괴하지 않도록 막아보고 싶었습니다. 트러블 감지기가 감지되었다는 재욱의 고백은 사회에서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타성에 젖어서 대충 살아갈 것인지, 타성을 깨는 아방가르드한 전위대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합니다.

서울의 어두운 곳 없이 환한 밤이 그리울 때는 여전히 있었다. 늦게 퇴근하는 날 사람이 별로 없는 거리를 혼자 걸어야 할 때면 그랬다. 대신 훨씬 깊이 잠들었다. 피곤해서이기도 했겠지만 서울보다 조도가 낮은 도시에서는 잠의 질이 좋았다. 새벽의 소음도 거의 없었다.

본문 43쪽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최고 문명과 최첨단을 자랑하는 곳은 서울일 것입니다. 그곳을 떠나 살 수밖에 없지만 그곳이 좋은 이유에 '조도가 낮은 도시'라고 말합니다. 도시 공간 안에 공백이 많고 도시의 볼륨이 낮으며 눈 앞의 시야는 낮게 만들어질 것입니다. 도시를 그려내는 표현이 정세랑 작가님만의 시선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위한 바이오 재료 연구'가 기획서의 제목이었다.

본문 74쪽 중에서

 

재인의 초능력은 손톱이었습니다. 손톱이 강해서 손톱깎이로는 잘라낼 수 없고 오히려 기계가 망가졌습니다. 하지만 손톱하면 강하지만 손톱을 쥐고 양쪽으로 누르면 둥글게 눌리기도 합니다. 아마 손톱의 성질을 위하여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소재를 사용하신 듯 한데 전형적인 문과생은 작가님의 상상력에 탄복합니다. 시적인 표현이 덜한 것도 아니고 서정적인 표현이 글을 훑고 가는데 이과생이나 주목할만한 소재까지도 자연스럽게 녹아내서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재인이 성공적으로 손톱을 배양하고 나서 한 실험은 방탄 실험에 가까웠다. 사실 재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방탄 유리 회사에서 홍보용으로 만드는 동영상을 돌려 보는 취미가 있었다. 물론 재인에게는 총이 없었으므로 밴딩 테스터와 망치, 송곳이 주였지면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본문 82쪽 중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과거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그 영역이 방대해져서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렵습니다. 한편 자신이 쉽게 접할 수 없고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재인의 방탄 유리 회사 홍보용 영상을 떠올리며 자신과 전혀 다른 영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세상은 넓지만 이런 관심의 영역이 세상을 또한 가깝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영상을 실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올라갔더니 엄마가 새 양말 열 켤레를 사다놓은 게 있었다. 재인은 양말 건은 넘어가기로 했다.

본문 86쪽 중에서

이 소설은 세 남매와 엄마, 아빠의 관계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재인은 자신이 싫어하는 아빠와 자신이 닮아 있다는 것에 싫은 감정을 표합니다. 또한 아들들을 향한 엄마의 무한 사랑에 모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어릴적 자신에게 좋은 양말이 생겨서 신고 벗어 놓으면 빨래가 되고 나서는 꼭 아들들 양말통에 가져다 놓는 엄마에 대한 불만을 표시합니다. 다 큰 성인이 되어서 엄마와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가 이 이야기는 엄마가 새 양말을 사다 놓으면서 화해 분위기를 타게 됩니다. 사회 분위기와 정서가 그랬는지 과거의 엄마들은 성별에 따른 차별, 아들에 대한 집착을 쉽게 놓지 못했습니다. 닿을 것 같지 않는 간극이 아직 우리 사회에도 남아 있는데 가족 안에서는 열 켤레의 양말로 그 사이가 메워집니다.

돼지 된다. 살 빼는 것도 돈 드니까 적당히 먹어.

본문 117쪽 중에서

소설의 줄거리는 세 남매가 어느날 각자 자신만의 초능력을 갖게 되고 인지하게 되면서 각기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게 됩니다. 거창한 히어로 소설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가까운 인물 혹은 가깝게 생긴 일 가운데 사람을 구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가족이지만 살짝 불편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한발짝 다가서는 노력으로 메꿔가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세 남매 외에 엄마, 굉장히 직설적이고 정없이 이야기하는 엄마의 대사가 참 찰집니다. 살이 찌니 적당히 먹으라는 말을 '돼지 된다, 살빼는 것도 돈 드니까 적당히 먹어'라고 표현합니다. 정세랑 작가님의 유머에 젖어 듭니다.

형편없음은 다른 종류의 형편없음과 언제나 일맥상통하므로 형편없음에 대한 예방주사는 일찍 맞을수록 좋으리라고 재인은 생각하곤 했다.

본문 128쪽 중에서

재인이 구하게 되는 인물은 가장 가까운 친구, 경아입니다. 데이트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재인의 손톱이 무기 역할을 하여 구하게 됩니다. 재인이 가장 싫어하는 가족 인물 중 아빠, 끝까지 이해했다는 표현없이 아빠와는 결별의 과정을 겪습니다. 아마 이에 대한 표현이지 싶습니다. 형편없는데 굳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 짓고 포장하면 결국 불행을 끌어 안는 것 밖에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정세랑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 남매가 이끌어 내는 세 장소에서 여러 이야기를 듣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각 인물의 생각과 대화가 각인되어서 참 오래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댓글 14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한줄평 (12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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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의 특별한 시선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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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 | 2022.04.30
구매 평점5점
리커버 진심 너무 이뻐요. 세랑 작가님 소설 중에서도 애정하는 책이라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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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r**h | 2022.04.22
구매 평점5점
재미있을 것 같아서 구입했어요.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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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s****0 |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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