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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리뷰 총점9.3 리뷰 54건 | 판매지수 3,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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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은 『미궁 (2014 자음과모음)』의 복간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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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84g | 128*188*20mm
ISBN13 9791130692739
ISBN10 113069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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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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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지 않은 짓을 하자고 생각했다.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을 짓을. 거부감이 느껴질 만한 짓을. 설령 나 자신까지 불쾌해질 만한 짓이라도. 내 존재의 경향이라는 것이 있다고 치고, 그것과는 반대되는 짓을, 때로는 무리를 해가면서라도.
--- p.12

“마지막으로 한 가지. 그 사나에라는 여자, 실은 유명한 사람이야.”
나는 다시 남자의 얼굴을 멍하니 보았다.
“당신, 그 여자와 같은 중학교에 다녔지? 아, 미안해, 실은 어제부터 당신들을 내내 미행했거든. 그 여자는 학기 도중에 전학을 왔다가 곧바로 다시 전학을 갔을 거야. 그 여자, 중학생 때는 어머니 쪽 성씨를 썼을걸? 소문, 들은 적 없어?”
남자가 계산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히오키 사건, 알지?”
“예?”
“그 여자가 현장에 남아 있던 유가족이야. 그 미궁 사건의.”
--- p.27

언제부턴가 묘한 예감을 품게 되었다. 딱히 변태적인 성향 따위는 없을 텐데도, 나는 하고 싶지도 않은 바보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파멸해 버리고 말 것 같은 예감. 몸을 한없이 무겁게 만드는 우울에 벌레에 파먹혀 들어가는 사과처럼 모든 것을 잃고 언젠가는 목을 매고 죽어버릴 것 같은 예감. 나 자신의 성격과 앞으로 예상되는 내 인생을 생각했을 때,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 내 인생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 본다. 나답지 않은 짓만 골라서 하다 보면 조금쯤은 그런 예감을 한참 나중으로 미룰 수 있지 않을까, 멍하니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평소 같으면 회피했을 유형의 상황을 자진해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 p.56

히오키 사건의 현장 사진. 압도적인 색채에 나는 놀랐다. 거실에 아로새겨진 무수한 종이학. 하양이며 빨강, 파랑, 노랑, 초록, 검정의 종이학. 그 속에 매몰되듯이 세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장식장에 엎드리듯 쓰러진 파자마 차림의 남자. 그가 히오키 다케시일 것이다. 사다리를 올라가던 중에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 듯한 자세였다. 소파 옆에 마찬가지로 엎드려 있는 비쩍 마른 소년. 아들일 것이다. 그들 주위의 종이학은 배색이 약간 침침하게 낮춰져 있다. 창문 근처에 여자의 벌거벗은 몸이 있었다. 입을 조금 벌리고 죽어 있었다. 아내 유리라는 여자. 나는 숨을 죽였다. 분명 여자는 아름다웠다.
--- p.90

“10년 후…….”
그녀가 돌연 입을 열었다.
“10년 후에 다시 만나러 온다고 했어.”
그녀의 눈이 왠지 내게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닐 텐데도. 나는 숨을 죽였다.
“그건…… 범인이?”
“응.”
심장의 두근거림이 빨라졌다.
“근데 10년이 지나도 나타나지를 않아. 무서웠어. 올 거라면 와도 좋아. 오지 않는 게, 그 유예가, 괜히 더 무서워. 나한테 말했었어. 네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때는 아름답게 죽여주겠다고……. 그래서 나는 행복해져야만 해. 하지만 행복했던 적이라고는 없었어. 그런데도 오질 않아. 언젠가 틀림없이 올 거면서.”
--- pp.104~105

다시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기즈카가 웃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상큼한 표정, 센스 있는 옷차림. 그의 연하장은 항상 아이들 사진이었다. 저렇게 되고 싶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저런 선량한 인간이 되어보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상대가 불임 치료를 받건 말건, 독신이건 말건, 태연히 자신의 행복을 흩뿌리는 선량한 인간. 그에게 딱히 나쁜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그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행복한 인간은 때때로 난폭하고 지독하다.
--- pp.117~118

“분명히 말해서, 지금 내가 얘기한 그런 추리 혹은 그 비슷한 추리 이외에 다른 건 생각할 수도 없어, 이 사건은……. 근데 말이야. 그런데도 이게, 들어온 흔적이 전혀 없어. 범인이 들어온 흔적이, 어디에도……. 실은 그 집에는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모든 장소에 방범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어. 현관, 뒷문, 작은 마당으로 통하는 유리문, 부부 침실의 창문에까지 모조리. 그 밖의 다른 창문들은 모두 방범창이었어. 창문 바깥쪽에 쇠창살로 된 철조망이 쳐저 있어서 그걸 절단하지 않고서는 들어올 수 없었어. 물론 그걸 잘라낸 흔적은 없었어.”
--- p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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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미궁에 빠져든다!”
일가족의 사체를 장식한 종이학 312개의 진실


도쿄의 한 주택가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밀실 상태의 집 안에서 부부가 칼로 여러 차례 난자당하고, 아들은 심하게 구타당한 끝에 독극물을 먹고 사망했다. 미모의 엄마는 나체 상태였고 그 주검은 수많은 종이학에 덮여 있었다.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당시 열두 살이던 딸뿐이다. 이른바 ‘종이학 사건’은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으나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고 미궁에 빠진 채 22년이 흐른다.

늘 청결한 상태로 집을 유지하는 가정적인 어머니와 공무원으로 일하는 착실한 아버지, 말수는 적지만 큰 사고 없이 지내는 두 남매. 단란한 가정에 예고 없이 들이닥친 재난 같은 이 사건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내막은 이렇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엄마는 광적으로 감시하는 아빠 때문에 외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사방에 CCTV가 설치된 집 안에 갇힌 채 강박적으로 청소를 하고 몸을 씻는다. 중학생인 아들은 부모 모르게 사춘기의 성적 욕망을 여동생에게 풀고 있다. 그런 오빠를 피해 다니는 딸은 이 집의 숨 막히게 무거운 공기를 깨줄 ‘히어로’를 기다린다. 가족 중 누구 한 명이 죽어야 이 비극이 끝나리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날’만을 기다리던 딸 사나에는 학교 앞에서 괴한이 나눠준 수면제가 든 주스를 받아 든다. 그리고 벽장 안에 숨어 수면제 주스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는 자신을 뺀 모든 가족이 죽어 있었다. 마침내 ‘히어로’가 나타난 것일까? 하지만 집에 누군가 들어온 흔적도 없고, 유일하게 열려 있던 화장실 창문은 사람이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틈새가 좁다. 충격적인 것은 312개의 종이학에 묻혀 있었던 엄마의 사체인데, 사건 현장 어디에서도 지문은 검출되지 않았다. 사건이 미궁에 빠진 채 22년이 흐른 지금, 살아남은 딸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녀는 범인의 정체를 아는 걸까? 22년 전 그날,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 사건을 추적하는 남자 신견이 있다.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그는 어릴 적부터 ‘R’과 대화를 하곤 한다. R은 신견 내면에 자리한 가장 어둡고 우울한 인격이다. 그 때문에 종종 악행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어느 날, 신견은 ‘나답지 않은 짓을 하자’고 생각하고 들어선 바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 날, 여자의 집에 걸려 있는 남자 옷을 보게 되는데, 그 옷은 여자와 만나던 남자의 것이고 그는 지금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채 찝찝한 기분으로 출근을 한다. 이상한 일은 퇴근길에도 이어진다. 갑자기 탐정이 찾아와 어제 만난 여자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녀가 바로 2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종이학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이라는 것. 탐정은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그녀의 집에 가서 실종된 남자의 시신이 숨겨져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제각각 좁은 세계 안에 갇혀 있던 일가족이 종이학 312개에 둘러싸여 사망한 날의 기록과, 22년 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사나에가 신견에게 고백하는 그날의 기억, R이라는 또 다른 인격을 가진 신견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 치밀하게 쌓아 나가는 함정들, 느릿느릿 얘기하는 주인공들의 독특한 말투, 뇌 속을 훑는 듯한 심리묘사가 기이한 서스펜스를 자아내며 독자를 혼란에 빠트린다.

“A를 해결하면 B라는 문제가 터져. B를 해결하면 C라는 문제가 터지고. C를 해결하면 D라는 문제가 튀어나와. 하지만 D를 해결하면 다른 해결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돼. 미궁에 빠진 사건이란 그런 거야.” _본문에서

“악으로도 인간의 참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괴물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악의 연대기


『미궁』은 저자의 열한 번째 소설이다. 데뷔한 지 십 년만의 일로, 일 년에 한 편씩 꾸준히 소설을 써온 저자가 초심을 떠올리며 새롭게 써낸 소설이다. 줄곧 ‘악(惡)’을 탐구해 온 저자는 이번에도 역시 인간의 악을 실험한다. 소년 시절, 작가는 복잡한 가정환경에 타인도 이 세계도 싫었지만, 따돌림을 당할까 봐 학교에서는 자신을 보통 아이인 척 가장하곤 했다고 한다. 그는 작품 속에 나오는 R이 예전에 자기 내면에 실제로 있었던 존재이며, 그 R이라는 가상의 친구가 유일하게 의지할 곳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작가의 체험에 기반해 쓴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난 독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바로 이 점이 읽는 이를 첫 장부터 흡인력 있게 매료시키는 비결이 아닐까. 『미궁』은 일단 첫 장을 펼치면 반드시 끝까지 읽게 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소설 다섯 권을 우리말로 옮긴 양윤옥 번역가는 작가가 방한했을 당시 직접 만나본 그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매 작품 독창적인 의식의 흐름이 너무도 신선해서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만큼 음울한 절망을 그려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정신의 맨살을 깎아내리는 듯한 작업일 게 틀림없다. 그런데 의외로 어디에서도 창작의 고뇌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명랑하고 천진한 얼굴에 패션 센스도 세련되었다. 그 괴리가 어떤 종류의 균형 잡기에 성공한 것처럼 보여서 산뜻했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작가가 바라는 것 또한 그런 균형을 잡아가는 책 읽기일 것이다.” _‘옮긴이의 말’에서

『미궁』은 재미와 의미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작품이다. 독자는 그 간극을 즐겁게 오가며 읽기의 쾌락에 빠지기만 하면 된다. 『미궁』이 출간된 시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다음 해였다. 대재앙을 마주한 인간의 무력함이 소설 전반에 무겁게 흐른다.

“대지진은 나의 무력함을 다시 떠올리게 했어. 돈을 벌고 먹을 것을 사들이고 스스로 살아간다는 건 그저 내 착각이었을 뿐이고, 이 세계의 참모습은 잔혹하고 우발적이고 무관심한 것이었어. 자연이나 풍경은 결코 사랑할 것 따위가 아니고, 우리의 생명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쉽게 파괴해 버리는 것이었어. 우리의 풍경은, 우리 마음의 준비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단 한순간에, 언제든지 한순간에 모조리 다른 것으로 변용하는 거야……. 이번 대지진은 내 안에 그 무렵의 무력한 나 자신이 있다는 것을 다시 인식하게 했어.” _본문에서

공교롭게도 이 책이 복간된 지금 우리는 팬데믹과 기록적인 폭우가 덮친 2022년 여름을 지나고 있다. 재난 이후 삶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독자 서평

“나카무라 후미노리만이 쓸 수 있는 광기.”
“저자가 미쳤다. 틀림없이 내면에 끔찍한 존재를 숨기고 있을 것이다.”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오려내는 재능에 있어서 나카무라 후미노리 이상의 작가는 없다.”
“지옥을 목격한 뒤에도 여전히 놓치지 않는 긍정의 세계, 젊은 시절의 오에 겐자부로가 떠오른다.”
“아무리 간절하게 원한다 해도 진실을 퍼 올리는 일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불꽃같은 어둠이, 가슴 깊숙이 자리한 미궁에서 방황하는 자아를 비춰낸다.”

회원리뷰 (54건) 리뷰 총점9.3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무시무시한 페이지 터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b*******b | 2022.10.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밀실살인이 소재일 경우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는 걸  추리소설을 자주 접하는 독자들은 잘 알고 있다. 밀실은 완벽해야 하고 그 완벽한 밀실트릭 자체가 무너지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문제는 밀실이 성립하게 되는 과정에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괴물이 태어나고 그 괴물은 그보다 더 괴물같은 사건을 겪으며 그렇게 가;
리뷰제목

 

밀실살인이 소재일 경우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는 걸 

추리소설을 자주 접하는 독자들은 잘 알고 있다.

밀실은 완벽해야 하고 그 완벽한 밀실트릭 자체가 무너지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문제는 밀실이 성립하게 되는 과정에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괴물이 태어나고

그 괴물은 그보다 더 괴물같은 사건을 겪으며

그렇게 가장 무시무시한 괴물이 탄생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드러나는 미스터리와 진실을 좇는 발자국들..

모든 것들이 밝혀지면서 밀실이 왜 밀실이 되어야만 했는지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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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 나카무라 후미노리 (양윤옥 옮김, 놀) ★★★☆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하*비 | 2022.10.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나름 일본 미스터리 마니아지만 좀처럼 친해지지 못하는 작가가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나카무라 후미노리입니다. 한국에 출간된 일곱 편 가운데 ‘쓰리’와 ‘왕국’을 읽었고 ‘교단 X’는 도중에 포기했는데, 비교적 쉽고 선명한 서사의 ‘쓰리’ 외에는 읽을수록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지고 혼돈만 가중되는 경험을 거듭했습니다. 그런 탓에 책장에 보관 중인 ‘악과 가면의 룰’은 도;
리뷰제목

나름 일본 미스터리 마니아지만 좀처럼 친해지지 못하는 작가가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나카무라 후미노리입니다. 한국에 출간된 일곱 편 가운데 쓰리왕국을 읽었고 교단 X’는 도중에 포기했는데, 비교적 쉽고 선명한 서사의 쓰리외에는 읽을수록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지고 혼돈만 가중되는 경험을 거듭했습니다. 그런 탓에 책장에 보관 중인 악과 가면의 룰은 도저히 읽어낼 자신이 없어 기약 없이 방치해 온 게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 미궁8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약간의 기대를 품고 읽어보기로 결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한 만큼의 만족이 절반, “역시나...”라는 아쉬움이 절반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엄마와 그런 아내를 광적으로 감시하는 아빠, 사춘기의 성적 욕망을 여동생에게 푸는 아들과 오빠를 피해 다니는 딸. 묘하게 뒤틀린 가족이 집에서 죽었다. 사건이 미궁에 빠진 채 22년이 흐른 지금, 살아남은 딸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라는 설정만 보면 엽기적인 사건을 다룬 전형적인 미스터리로 예단하기 쉽지만, 을 테마로 인간의 밑바닥을 집요하게 그려온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단순히 누가 범인? 진실은 무엇?”을 넘어 한껏 일그러진 여러 인간의 심리와 그들이 느낀 출구 없는 미궁의 공포에 방점을 찍습니다.

 

어릴 적부터 음울함에 휩싸인 채 내면에 또 다른 인격을 만들기도 했던 신견은 30대 법률사무소 직원이 된 지금,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지만 실은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생각과 함께 머릿속에 온통 위악만을 품고 있는 인물입니다. 바에서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낸 사나에가 22년 전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걸 알게 된 신견은 미궁에 빠진 그 사건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사건 관련자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추리로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밀실상태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사건이 신견의 추리로 해결될 리는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견은 사나에로부터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그녀의 가족사와 함께 범행 당일의 상황을 전해 듣습니다. 언뜻 앞뒤가 잘 맞아 보이긴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곳곳에서 위화감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사나에가 우연을 가장해 자신을 만난 이유를 듣곤 충격과 안도감이라는 이질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낍니다.

 

나답지 않은 짓을 하자고 생각했다. 내 존재의 경향과 반대되는 짓을 해보자.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항상 건전하게 살라고? 뭘 위해서?” (법률사무소 직원 신견)

 

나를 소유해줘. 당신 것으로 만들어. 나를 좀 더 사랑해줘. 죽여도 좋아.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좋아.” (22년 전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나에)

 

위악에 사로잡힌 채 22년 전 사건에 집착하는 신견과 사건 이후 내면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사나에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시종 기묘한 공포와 섬뜩한 이물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타인의 일그러진 마음속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거기엔 희망이나 긍정 따윈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의심, 증오, 욕망, 비관, 공포, 죽음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몸과 마음이 온통 오염된 듯한 두 사람에게 해피엔딩이란 가당치 않은 일로 보이고, 미스터리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어느 새 관심사에서 멀어져버리고 맙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엔 길고도 긴 악몽 한 편을 꾼 듯한 으스스함이 전신을 지배합니다. 240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이지만 그 몇 배는 되는 듯한 서사에 억눌린 기분도 함께 말입니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기승전결이라는 평범한 구조와도 거리가 멀어 독자 입장에선 결코 편하게 읽힐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독특한 정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 어느 작품보다 높은 몰입감과 만족도를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절반의 만족과 절반의 아쉬움을 느낀 제 경우엔 책장에 방치된 악과 가면의 룰을 읽을 일이 더더욱 기약 없는 일이 되고 말았는데, 그저 언젠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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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p*******3 | 2022.10.0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한줄평ㅡ 자라면서 받은 상처가 사람을 이렇게까지 망칠 수 있구나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소설이다. #작가소개 나카무라 후미노리 ㅡ 1977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났다.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총> 등 많은 책을 출간하셨다. '나다운 이야기를 쓰자'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신다.#줄거리남들과 섞여서 살아야 한다. 내가 얼마나 추악한지 티내지 말고.늘 이런 생각을 머리 한구석;
리뷰제목
#한줄평
ㅡ 자라면서 받은 상처가 사람을 이렇게까지 망칠 수 있구나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소설이다.

#작가소개
나카무라 후미노리 ㅡ 1977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났다.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총> 등 많은 책을 출간하셨다. '나다운 이야기를 쓰자'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신다.

#줄거리
남들과 섞여서 살아야 한다. 내가 얼마나 추악한지 티내지 말고.
늘 이런 생각을 머리 한구석에 담고 사는 신견.
진짜 하고싶은 말은 남들에게 하지 못한 채 모범답안지를 달달 외운 사람처럼 늘 상대방이 듣고 싶어할만한 말만 입 밖으로 낸다. 뒷말은 속에서 찰지게 뱉어버린다.
그런 그를 자극하는 직장 상사. 작장동료들을 스스로 나가게끔 하는게 회사측의 입장이니 사수인 자네가 잘 처신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듣는다. 신견은 사고친 것들 수습하지 말고 계속 추긍당하고 힘들게 하라는 거냐며 수긍하는 척하지만 속으론 욕을 하고 화를 내고 만다.
그렇게 화가 난 채 찾아간 사나에의 집.
어딘가 암울하고 밝지 못한게 평범한 여자들과는 다르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우린 같은 부류다.
그런 마음으로 자주 찾아가는 신견은 사나에가 예전의 미제 사건 '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임을 알게 된다.
밀실로 된 집에서 일가족이 모두 자살했고 엄마 시신 근처에 종이학을 뿌려둔 미제 사건이라 '종이학 사건' 이라고도 했다. 그 곳에서 사나에만 살아남았다.
사나에의 과거가 궁금해진 신견은 당시에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정신과의사 등을 만나러 다닌다. 그러다 알게 된 사나에의 비밀, 나를 뒷조사해서 접근한거였다고???
알아갈수록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사건의 전말만큼 미궁 속으로 빠져가는 신견이었다.

#발췌
??p26
"싫습니다."
"흠, 하지만 당신은 할거야."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왠지 다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당신은 나를 닮았으나까. 늘 따분하고 불안정하지. 아마...틀림없이 할 걸."
??p62
"끌렸나, 그 사건에? 응, 이해해. 자네는 그런 유형인지도 모르지. 어떤 종류의 수수께끼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니까. 그 사건은 광기에 차 있지난, 그걸 좀 더 알아보겠다고 그 속에 발을 들이미는 것도 마찬가지로 광기에 찬 짓인지도 몰라."
??p129
"이를테면 A를 해결하면 B라는 문제가 터져. B를 해결하면 C라는 문제가 터지고. C를 해결하면 D라는 문제가 튀어나와. 하지만 D를 해결하면 다른 해결들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돼??????. 미궁에 빠진 사건이란 그런 거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

누구에게나 호감을 얻는 엄마. 그 옆에서 늘 신경이 곤두선 아빠. 불안정한 가정 속에서 마음병이 생겨버린 아이들. 그 비밀스런 가정에 믿지 못할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알게된 신견이 알게되는 진실은 또 다른 미제를 만들었다.
읽는 내내 신견의 악으로 물든 머리 속, 마음 속 말들이 너무 무서웠고 신랄해서 소름돋았다.
(또 사나에의 삐뚤어진 마음이 소름끼치고 또 안타까웠다.)
어디까지나 생각만 할 뿐 행하지 않은 악은 그런대로 괜찮은걸까. 속으로 온갖 악행을 일삼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티내지 않으니 괜찮은걸까. 자라며 생긴 마음병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휘둘러놓았는지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만이 쓸 수 있는 인간의 악함을 보고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이 소름끼치는 결말의 소설을 추천한다.

#미궁#나카무라후미노리#양윤옥옮김#다산북스#최초딩님#월요일이벤트당첨#서평후기#완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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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1건) 한줄평 총점 9.0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3점
잘 봤습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s****9 | 2022.12.27
구매 평점5점
굉장히 잘 읽힌다. 무시무시한 페이지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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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 | 2022.10.24
구매 평점5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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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 | 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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