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6년 10월 13일 |
---|---|
쪽수, 무게, 크기 | 325쪽 | 470g | 146*210*30mm |
ISBN13 | 9788954602280 |
ISBN10 | 8954602282 |
출간일 | 2006년 10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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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5쪽 | 470g | 146*210*30mm |
ISBN13 | 9788954602280 |
ISBN10 | 8954602282 |
2000년 『최순덕 성령충만기』에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 소설가 이기호의 두번째 소설집.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그 동안 저자가 여러 곳에 발표했던 단편 8편을 모아 펴낸 책이다.'작정하고 내 이야기를 써 보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책에서는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배인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
나쁜 소설 -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 원주통신 당신이 잠든 밤에 국기게양대 로망스 - 당신이 잠든 밤에 2 수인(囚人) 할머니, 이젠 걱정 마세요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해설 - 정치적으로 올바른 아담의 두 번째 아이러니 / 신형철(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
언제 나온 책인가 들여다 보니 꽤 오래된 책이긴 하다.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은 꼭 읽어보고는 싶었다. 익숙한 듯 친근(?)한 제목이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적힌 글귀여서 더 그랬나보다. 삶에 대한 희화화, 그리고 인생에 대해 내가 읊조리는 한 마디와 닮아서 이기호식의 갈팡질팡을 읽어보고 싶었다.
나쁜 소설
2006년에 나왔다고 한다면 이런 글의 형식이 특이하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당시엔 내가 책을 잘 안 읽었으므로 모르겠다. 지금도 독특하고 충분히 신선하다.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 그에 대한 가이드라니... 역시 마지막도 웃음 '풉' 주의! ㅎㅎㅎ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
요리방송의 대본같다. 흙만 아니었다면 따라 해먹었을지도 모르겠다. 흙을 가지고 요리를 한다는 발상이 웃겨서 가볍게만 생각했다. 화자만 가볍게 이야기하지, 독자는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가볍게 시작해 어두운 단면을 건드리는 건, 이기호식 소설답다. 누군가와 흙(취향)을 공유하고 싶지만 사회로부터 철저한 소외, 고립 속에 홀로 된 이의 모습이 안타깝다.
원주통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박경리 선생님께 소설 속의 작품을 다루는 건 허락을 받으신 걸까? 당시 유행이었던 과거의 <토지> 명성이 생생하게(ㅋ) 느껴진다. 자신들의 동네에 상당한 영향력이었던 <토지>의 원작자 박경리 선생님을 등에 업고 주목받고 싶었던 나의 마음과 현실은 200원도 없어 버스 조차 못 타는 상황이 대조적이다.
이또한 이기호작가답다 싶은 소설이다. 인물의 찌질함 역시 최근의 것이 아니라 그의 소설에 애초부터 스며들고 있었나보다.
**
죄송합니다. '찌질함'은 작가님을 폄하하려는 단어가 아니고, 그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잡은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하기에 자꾸 거론합니다. ㅎㅎㅎ
당신이 잠든 밤에
이기호 작가의 다른 소설 <사과는 잘해요>를 떠올렸다. 그 소설에 나왔던 인물 '시봉'이란 이름이 이 소설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소설을 발단으로 발전시킨 소설이 <사과는 잘해요>는 아닐 런지. 두 인물의 케미가 마치 <사과는...>의 나와 시봉이의 케미를 떠올리게 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처럼 순수해보이다 못 해 약간은 바보같은 진만도 화가 나나 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객인 여학생이 자신에게 한 행동 때문이다. 그로부터 돈을 뜯어낼 심산으로 그녀의 차(?)와 부딪혀 보려 연습 해보지만 결국 처음본 학생들에게 진만과 시봉은 두들겨 맞고 돈도 뜯긴다. 찝찝하고 처참한 중에 또 코미디 같은 반전에 '빵!' 터진다.
게양대 로스-당신이 잠든 밤에 2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이럴 생각을 하지?
정말 작가님도 이렇게 게양기 같은 데 매달려 봤을까? 싶을 정도로 이기호 작가의 발상은 독특하고 새롭다. 매달리기를 못 하는 나는 꿈도 못 꿀 자세지만, 게양대에 매달려 뻗치는 사랑, 그리고 직업정신(?), 추억 등 각자의 이야기는 진지하면서도 상상을 초월한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전혀 평범하지 못한 세계다.
수인
'최근에 세워진 '나의 안정감'에 생각지도 못 한 위협이 가해진다면 어떨까?'를 생각해보게 한 작품이었다. 남동 남서부에 세운 핵발전소가 폭발해버렸다. 나라가 망했고, 세계 곳곳으로 국민들을 내보내는 중이다. 대한민국 안과 공항, 항구 곳곳이 난리가 났다.
노력한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기반이 완벽하게 사라진다면?
그 와중에 세상에 무슨 일이 났는지도 모르고 산 속에서 소설을 쓰던 주인공 수인. 광화문 약속의 장소이자 만인의 아지트였던 교보문고에 곡괭이질을 하는 과정 과정은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나는 여기 왜 있는가?
이것을 난 왜 하는가?
앞으로 어떻게 무얼 할 것인가?
라고 고민하지만, 교보문고의 벽에 곡괭이질을 해대는 수인의 모습은 그저 관성의 법칙처럼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것외에 별 도리가 없어보이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같다.
할머니, 이젠 걱정 마세요
할머니가 보여준 귀신들에 대한 이야기같아서 소름이 끼쳤었다. 소설이 더해 갈수록 할머님의 과거와 한마디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삶에 대한 욕망이, 두려움이 나이가 어리다고 덜 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다고 더 한 것도 아니다. 사는 내내 아품을 품고 살아야 했던 한 역사의 희생자인 할머니가 안타깝다. 그런 할머니를 통해 나는 배웠고, 나를 자라게 한 인물이 할머니였음을 두 번이나 말한다. 역사를 짊어졌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울음과 아픔을 우리가 디디고서야 지금을 살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소설가로써의 고뇌가 솔직하게 담겨져있다.
자신은 '에라히 뿅!' 만큼만 살았으니 그렇게밖에 말하지 못한다는 작가의 겸손함은 공감 못하겠다. 에라히 뿅! 치고는 너무나도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던 것 아닌가. 그런 삶이 있었기에 이기호만의 소설이 있었다는 걸 이 소설을 보니 알겠다. 그가 묘사한 폭력의 장면들, 찌질한 인물들의 속내, 대한민국의 역사의 한 장면들. 그의 삶을 통해 그는 드러내 보였다. 그가 받아낸 것들로 충실히 현실을 찔렀고, 소설 속에 담아냈다. 갈팡질팡하다가 이럴 줄 안 삶이라도 했는데, 우리 모두 그렇게 자신에게 닥친 일에 어쩔 수 없어 이리뛰고 저리뛰어 감당하며 여태껏 살아냈고 살아왔다.
그가 30대였을 때 썼을 이 책이 40대인 내게도 충분한 울림이 있었다. 소설가는 역시 삶을 쓰고 아픔을 쓰고 역사를 쓰고 사명이 있는 걸까? 이 책을 통해 그 삶을 그리고 역사를 읽고 또 헤아려본다.
개인적으로 단편집 읽는것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추리 단편, 스릴러 단편, 과학 단편 ㅡ 같은 장르문학들의 단편이라면 모를까,
일반 문학 작품들의 단편들은 읽기가 꽤 힘들다.
일단, 뒤에 소설가, 혹은 비평가의 서평이나 비평이 들어갔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특히,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소설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힘들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김영하 작가님께서 팟캐스트에서 읽어주셨던
'원주통신' 때문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기호 작가님을 완전 몰랐는데,
이 방송으로 인해서 작가님의 소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른 책이기도 하고.
읽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이게 단편집이였을줄은 몰랐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이기호 특유의 유머코드 같은게 있다는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처럼 막 우스꽝스럽기보다는,
피식, 하고 웃으면서, '이게 뭐야 ' 하게 되는,
웃음의 강도는 작지만 일상적이면서도 찌질한듯한 면이 있어서
오히려 더 리얼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제일 웃겼던 것은 방송에서도 들었던 '원주통신'
실제로 원주에서 사셨고, 어떤 방송인가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는데,
'土地'라는 이름을 가진 유흥업소가 있었다고 하더라.
그 다음은 당신이 잠든밤에, 국기계양대 로맨스
이 두가지 소설들은 웃기면서도, 뭔가 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방에서 상경한 두 청년. 편의점 알바마저 짤리고,
돈이 필요하게 된 상황에서 자해공갈을 하거나,
국기계양대의 국기를 훔쳐서 팔아 돈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하는 일마다 잘 안된다.
크게 보면 비극적이고 슬프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주인공들의 대사나 행동들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수인'은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무겁고,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셨다고 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작가님께서 소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느껴지는 듯 했다.
나라가 무너지고, 소설가라는 직업이 무시를 당하는 세상에서도
소설로 인정받고 싶은 사람.
소설만 쓸 수 있다면 어디든 괜찮은 사람.
어쩌면 소설 속 주인공이 자신의 책을 찾기 위해 곡괭이를 휘두르듯이,
작가님께서는 한땀 한땀 자신의 글을 쓰기위해 손을 움직이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머지 작품들에 대한 평도 써보고 싶은데, 솔직히 생각이 잘 안난다.
역시 나에게 단편소설은 아직도 어렵다....
그래도, 이기호 작가의 작품들은 재미있다.
좋아하는 작가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