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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막는 제방

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38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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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450g | 132*225*20mm
ISBN13 9788937463877
ISBN10 8937463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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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광적인 희망으로 마침내 오랜 마비 상태에서 깨어난 평야의 농부 수백 명이 온 힘을 쏟아부어 제방을 쌓았는데, 그 제방이 태평양 파도의 단순하고 가차 없는 공격으로 단 하룻밤 사이에, 마치 카드로 쌓은 성처럼 그대로 무너져 버린 광경을 어느 누가 비탄과 분노 없이 떠올릴 수 있겠는가?
--- p.28

“그러니까…….” 쉬잔이 말했다. “우리가 산 건 땅이 아니었어요.”
“물이었지.” 조제프가 말했다.
“바다였어. 태평양.” 쉬잔이 말했다.
“똥이었지.” 조제프가 말했다.
“제정신이면 안 샀을 텐데…….” 쉬잔이 말했다
어머니가 웃음을 멈추고 갑자기 정색을 했다.
“입 다물어. 계속 떠들면 따귀를 갈겨 버릴 테니까.” 어머니가 쉬잔에게 말했다.
조 씨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놀란 사람은 그 혼자였다.
“정말 똥 덩어리였지.” 조제프가 말했다.
“뭐, 똥이든 물이든 마음대로 생각해요. 우린 거기서 멍청이들같이 똥이 다 빠지길 기다리는 중이니까.”
“언젠간 없어질 거야.” 쉬잔이 말했다.
“500년 후쯤에.” 조제프가 말했다. “뭐, 우리야 가진 게 시간뿐이지만…….”
--- pp.59~60

어머니는 앞에 앉은 남자가 그냥 당하지 않기 위해 맞서야 할 상대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라모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아름다운 아이들. 어쨌거나 바로 그녀가 저 아름다운 아이들을 만들어 냈다. 아이들은 함께 춤추며 행복해 보였다. 어머니가 보기에 두 아이는 닮았다. 둘은 어깨가 똑같다. 어머니의 어깨 그대로였다. 얼굴색도, 약간 붉은 머리카락도, 가슴도 같고 행복한 오만함이 담긴 눈빛도 같았다.
--- p.100

“그 사람이 싫어. 진저리 나게 싫어. 반지는 영영 돌려주지 않을 거다!”
“그 말이 아니잖아요.” 조제프가 말했다. “좀 드시라고요.”
“그렇지 않니? 누구라도 우리처럼 안 돌려줄 거야!”
어머니는 발을 구르며 악을 쓰다가 조용해졌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커피 마셔요. 커피라도 마시라고요.” 조제프가 말했다.
“생각 없다. 난 늙었고, 피곤하고, 지쳤구나. 진절머리 나는 자식들 때문에…….”
--- p.138

“우리가 원하면 부자죠.”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원하면 우리도 남들만큼 부자라고요, 젠장, 부자가 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돼요. 그러면 정말로 부자가 돼요.”
다같이 웃었다. 조제프는 주먹으로 식탁을 여러 번 세게 내리쳤다. 어머니는 말리지 않았다. 조제프는 영화 속 인물이 되었다.
“그래, 어쩌면 정말 그렇겠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정말로 원하면 부자가 되는 거야.”
“젠장!” 조제프가 말했다. “부자가 되면 누구든 깔아뭉개 버려요. 보일 때마다 다 깔아뭉개 버리자고요.”
조제프는 가끔 이런 식으로 이상해졌다. 그러면 물론 아주 드문 일이었지만 영화처럼 멋졌다.
“그래, 그러자! 깔아뭉개자꾸나!”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 생각을 말해 주고, 깔아뭉개자!”
--- p.168

“사랑해.” 조 씨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쉬잔이 지금까지 읽은 단 한 권의 책 속에서, 그 뒤에 본 영화들 속에서, 사랑해, 이 말은 연인들의 대화에서 단 한 번, 겨우 몇 분 동안 이어지지만 수개월의 기다림을, 끔찍한 이별을, 끝없이 이어진 고통을 지워 버리는 대화에서 단 한 번 말해졌다. 이제껏 쉬잔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말을 들은 것은 오로지 영화에서뿐이었다. 그 말을 하는 순간이 말한 뒤에 남자에게 몸을 맡기는 순간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평생 단 한 번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한번 하고 나면 평생 다시는 할 수 없다고, 다시 하게 되면 끔찍한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고,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다.
--- pp.232~233

내가 번 돈, 불하지를 사기 위해 한 푼 두 푼 모은 그 돈, 맙소사, 그 돈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그 돈은 지금 어디 있죠? 이미 황금으로 무거운 당신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겠죠. 당신들은 도둑이에요. 죽은 아이들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듯이 내 돈, 내 젊음도 결코 되찾을 수 없겠죠. 당신은 그 5헥타르의 땅을 내어놓든가, 아니면 언젠가 비포장도로 변의 도랑 안에서 시체로 발견될 겁니다. 도로를 낼 때 동원된 도형수들이 바닥에 산 채로 묻힌 도랑이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합니다. 무엇으로든 살아야 하기에, 희망마저 없다면, 아무리 막연하다 해도 어쨌든 새 제방에 대한 희망으로도 살 수 없다면 난 더없이 경멸스러운 캄 토지국 관리들의 시체들로라도 살아갈 겁니다. 배 속에 집어넣을 게 없는 사람에게는 무서울 게 없답니다.
--- p.301

“어머니를 보고 싶으면 보셔도 됩니다.” 조제프가 말했다.
“모두 들어와서 보세요. 아이들까지 전부.”
“이곳을 떠날 건가요?” 한 남자가 물었다.
“영원히 떠날 겁니다.”
여자는 원주민들의 말을 몰랐다. 낯선 세계에 당황한 그녀는 조제프와 농부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자들이 불하지를 몰수하러 올 테니 총 하나는 남겨 둬요.” 남자 하나가 다시 말했다.
--- pp.366~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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