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날아가려고 길을 닦는 중” 상실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는 희망과 위로의 시 2016년 문예연구 가을호에 [가지나물 사발을 들고] 외 3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온 뒤 부산 지역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 온 서형오 시인의 청소년시집 [신발 멀리 차기]가 ‘창비청소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현직 교사로서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생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하고 불완전한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일상을 생동감 있는 언어로 세밀하게 담아내었다. 재치 있는 표현과 발랄하고 상징적인 묘사에 깃든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시편들이 공감을 자아내며 청소년들의 마음에 진실하게 가닿는다. 이 시집은 ‘2020 원북원부산’ 청소년 부문 최종 후보 도서로 선정되었던 [급식 시간](소요유, 2019) 이후 2년 만에 새롭게 펴내는 서형오 시인의 두 번째 청소년시집이자 ‘창비청소년시선’의 서른일곱 번째 권이다. |
제1부 비빔밥 잔치 우리들의 착한 식단 글짓기 다리 떠는 버릇 운동장에서 신발 멀리 차기 은행 신발 시험 증후군 도끼로 연필 깎기 하루살이 비린내 현상 그림자 별별 별 비빔밥 잔치 손톱 콘센트 미용실에서 요산 문학관에서 꽃다발 제2부 싸움과 싸움 심부름 집 손 연필 코로나에게 안전거리 싸움과 싸움 변비 아빠 구두 짭짤한 말맛 계약금 설거지하는 아빠 이사 바지 주머니 김해 고모 할머니 허리띠 싸늘한 여름 어떤 계산법 아빠의 폐 닮은꼴 새벽 제3부 빙하 장례식 새 그리움 태풍 플라스틱 나뭇잎 용수철 돌부리의 시 문자 메시지 새끼 고양이에 대한 예의 단발령 빙하 장례식 아파트 꽃을 사는 일 거미의 오해 역원근법 묵언 수행을 하라고요? 엄마 생각 멸치볶음 어떤 수업 해설 시인의 말 |
이렇게 진솔하고 따뜻하게 써낸 시를 만난 게 얼마만인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공감과 위로가 될 시집인 것 같다.
삶의 모든 순간을 섬세하게 살피고 사고하고 표현하는 시인의 감각에 읽는 내내 "이야~"를 연발했다. "시란 이렇게 힘을 빼고 쓰는 거란다. 너희가 좋아하는 노래만큼 친근한 거야." 하며 학생들에게 신발 멀리 차기, 비린내 현상, 돌부리의 시 등등 읽어준다. 학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듣는다. 교과서에 나오는 엄마 생각보다 시집에 수록된 엄마 생각이 더 공감된다는 말에 요즘 애들은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의 경솔함을 반성하게 된다.
신발을 멀리 차는 장난기 가득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있는 가볍고 즐거운 청소년 시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속을 파헤치는 작가의 모습에서 학생들과 매일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교사를 발견했다.
신문과 뉴스에서 보는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청소년이 아닌 학교와 교실에서 만나는 평범한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교사.
아이들의 삶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재미있는 유쾌한 이야기로만 가득하면 좋을 텐데.
신발차기 놀이를 하다가도 문득 아픔과 그리움이 생각이 날 수도 있겠지.
그것이 살아가는 방법인 것을 알게 되겠지.
즐거움과 슬픔이 한 순간에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그것이 인생인 것을.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