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12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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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4쪽 | 292g | 140*200*13mm |
ISBN13 | 9791191347586 |
ISBN10 | 11913475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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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1년 12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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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4쪽 | 292g | 140*200*13mm |
ISBN13 | 9791191347586 |
ISBN10 | 1191347583 |
천 번의 임종 선언을 한 의사가 기록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죽음은 모든 문제에 정답을 가지고 있다” 극심한 암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마음으로 돌보고, 천여 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임종 선언을 했던 호스피스 의사 김여환. 수없이 임종 선언을 했어도 여전히 누군가의 죽음에 담담해질 수 없다고 말하는 그녀는 시한부 인생을 살았던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면서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깨달은 삶과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 호스피스 병동에는 모든 걸 내려놓고 평안하게 마지막을 준비하는 환자도 있지만, 불효가 한으로 남아 떠나는 부모를 고집스레 붙잡는 자식, 환자 앞에서 돈 때문에 싸우는 가족, 아내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고 마지막에서야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남편도 있다. 저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배운 것은 이해, 연민, 사랑처럼 따뜻한 단어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곳에 와서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촘촘히 얽힌 돈과 욕심, 그것들이 빚어낸 갈등과 비극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지극히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마지막 순간을 통해, 잠시라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을 상상해볼 수 있길 바란다. 죽음은 독학할 수 없다. 타자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등 뒤로 들이닥쳤을 때 호스피스에 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할 때 먼저 세상을 떠나는 선배에게 죽음을 배워야 한다. 시간과 마음을 투자해서 죽음을 배우면 죽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에 맞닥뜨렸을 때, 아무리 애를 써도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을 때,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극단적인 바람이 들 때, 그럴 때는 나는 당신이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으면 한다. 죽음은 그 모든 문제들의 정답을 가지고 있다.” - 본문 중에서 |
이야기를 시작하며 우리가 죽음을 배워야 하는 이유 1부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에 맞닥뜨렸을 때 호스피스 의사로 산다는 것 우울한 환자를 변화시킨 봉사자의 한마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의 공통점 우리는 죽음 직전까지 행복해야 한다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진실 2부 아무리 애를 써도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을 때 여보, 진작 이렇게 좀 해주지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힘들다는 당신에게 환자 앞에서 돈 때문에 싸우는 가족 죽음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사람들 인생의 끝자락에 찾아오는 분노의 시간 3부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극단적인 바람이 들 때 환자와 의료진의 관계 죽음이 아니라 삶의 완성을 준비하는 곳 마지막을 응시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 살아 있을 때 좀 더 잘할걸 호스피스에 대한 오해 4부 그럴 때 나는 당신이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으면 한다 죽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통증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모르핀 우리 병동 행복 봉사단 웃음보다 울음이 먼저 죽으면, 더 이상 아프지 않을까요? 5부 죽음은 그 모든 문제에 정답을 가지고 있다 내일 뵐게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상처의 교환 좋은 죽음이란 인생의 마지막 상자를 쌓는 법 이야기를 마치며 환자들이 들려준 인생의 비밀 참고문헌 |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책을 읽을 때 제일 먼저 서문을 본다. 그것도 제법 주의깊게, 꼼꼼하게. 어떤 생각들을 어떠한 말들을 사용해 가득 채워 놨을지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마음에 콕 박혀 오는 글귀들을 몇 번이나 보고 또 본다. 그리고 이것 역시 정말 당연한 말이겠지만, 서문이 좋은 책이 글 전체 내용도 좋은 경우가 많았다.
책을 펼쳐 들면서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이 책이 그저 평균만 되도 좋겠다는 것이었다. 별 기대 없이 한 줄을 읽고, 또 한 줄을 읽고. 그러다 점점 속도를 내며 한 페이지를 넘기고, 두 페이지를 넘기고. 그렇게 순식간에 책의 서문을 다 읽고 마음에 드는 글귀들을 찾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고 또 봤다. 짧다면 짧은 글. 정리되지 않은 여러 생각이 밀려들었고, 익숙치 않은 제법 묵직한 떨림이 느껴졌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의 우선순위에선 비교적 덜 중요한. 당장의 오늘이, 비교적 가까운 내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에 보다 먼 미래인 그 '끝'에 대해서 우리는 대체로 무감각하게 반응하고 만다. 그 흔한 말처럼 오는 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죽음에 대해 무지했고 그래서 더 무감각했다. 어렸을 땐 어려서 몰랐고 다 자라선 주위에서 일부러 소식을 알려주지 않아 몰랐다. 그들은 이미 갔고 나는 여전히 살아가는 중이라, 나의 중요했던 순간순간들이 그들의 마지막보다 우선이란 생각에 그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나는 그것을 알기 전처럼 죽음과는 먼 곳에 떨어져 나름대로 건강하고 무탈한 삶을 살았다. 죽음은 예고도 없이 나의 곁으로 불쑥 찾아왔다. 다들 말하는 것처럼 죽음이 그렇게 훌쩍 내게로 다가올 줄은 미처 몰랐었다.
주변에 몸이 아픈 사람이 있다. 나와는 아주 많이 가까운 사람. 내가 아주 많이 의지하고 나를 아주 많이 아껴주는 사람. 그는 이제 더 이상 건강하지 않았다. '죽음'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꽤나 오랜 치료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러다 잘못될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느낀 순간 나는 말 그대로 '죽음'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준비를 해 놓지 않아서, 나는 아주 무기력하게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에 맞딱드려야 했다.
사실 서평 같은 거,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애초에 책과는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아 왔었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게시물. 키워드, '죽음'. 나의 관심은 나의 행동을 이끌어냈고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책 한 권을 선물처럼 받게 되었다.
'죽음'
생명이 다하고, 삶이 끝이 난다는 것. 처음을 접한 이 세상 모든 존재가 경험하게 되는 끝, 마지막.
'죽음은 공평하다. 누구에게나 딱 한 번만 찾아온다(9p).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죽음은 첫 경험이자 마지막 경험(6p)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뿐인 타인의 죽음을 여러 번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결국 나의 죽음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물론 정도도 없고 쉽지도 않다.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삶을 배워가는 책이다. 수 년째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의사. 이 책의 저자만큼 죽음과 가까이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오랜 기간 고민해 본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직접 경험했던 여러 순간들. 그리고 숱한 고뇌들. 이 책은 그가 경험하고 느꼈던 이야기들을 선물처럼 전해준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제각각이다. 사람의 머릿수 만큼 제각각일 것이고, 한 개인이 겪는 경험 또한 그 결이 같진 않을 것이다. 호스피스 의사의 경험이 남들과 같지 않듯, 그의 환자들의 경험 또한 다들 제각각일 것이고 나의 경험 또한 그들과는 다를 것이다. 사람이 사는 이야기. 이 책은 '죽음'을 전면에 내세워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떠나가는 사람의, 그리고 보내주는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해 이 책의 구성이나 내용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들은 아니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고, 그래서 더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 자체에 크게 기대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울었다. 한 챕터도 다 읽기 전에 눈물이 왈칵 차 올랐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나는 몇 번을 더 울어야 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봐도 이 책의 끝에 다다르는 여정이 내겐 결코 쉽지가 않았다.
멋드러진 말 따위는 없었다. 별다른 미사여구도 없었다. 그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 몇 조각을 훔쳐본 게 전부였다. 그 속에선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게 아니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수동적으로 '살아내는'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던(10p)' 저자의 말이 책을 읽는 내내 순간순간 떠올랐다.
나는 이야기 속 사람들의 상황과 마음에 공감했다. 그리고 내 삶 속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특히 그 사람. 내게 죽음을 직면하게 해 준, 고마운 사람에 대해.
나는 앞으로도 그가 잘 지내길 바란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원하는 만큼 오래도록, 아주 '잘'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가 있는 곳에서 나름대로 함께 삶을 '잘' 살아내고 있기를 바란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글을 쓰는 내내 소망했다. 이별이 조금은 더 멀리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조금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여태까지의 나의 모든 감상은 그와 너무 이르게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나의 작은 염원이다. 언젠가 그와 헤어지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서로에게 여태까지 잘 해왔다 위로 해 줄 수 있길 지금 이 순간에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책 한 권 읽었다고 해서 죽음에 대해 통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죽음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걸 피부로 느껴봤다고 해서 한순간에 사람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을 무사히 넘겼다고 해서 내일도 무사할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맞이하는 '내일'이 내게는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겪게 될 지도 모를 '상실' 앞에서 잔뜩 겁을 먹었어도, 숱한 진심들에 파묻혀 내내 눈물을 흘렸어도, 나는 여전히 나인 채였다. 나에겐 여전히 '죽음'이 그저 멀기만 했다.
죽음은 슬프다. 아프고, 서럽고, 황망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또 있다. 여기에 덧붙일 수 있는 감정은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수도 없이 많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 감정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아마 이런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닐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죽음은 슬프다. 비록 슬픔 속에서 떠나더라도 우리는 죽음 직전까지 행복해야 한다.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기억은, 죽음이라는 끝맺음이 아니라 죽기 전까지 행복하게 살았던 시간일 것이다.(49p)' 나는 우리 모두의 시간이, 순간들이 그렇게 기억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존재하는 모든 것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삶에도, 나의 주변의 삶에도 언젠가는 끝이 찾아올 것이다. 죽음은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이별이다. '죽음은 삶으로부터의 갑작스러운 실연이다(7p)'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실'은 우리 모두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라도 이 모든 것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도 괜찮다. 아마 영영 제대로 대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나의 노력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보다 더 편안한 시간을 선사해주리라 믿을 뿐이다.
언제까지나 나는 '죽음'에 대해 전혀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고, 그 사실은 나를 아주 아프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레 나를 위로해 줄 무언가를 찾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 순간, 이 책이 내 손 위에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오래도록 생각이 날 것 같고, 오래도록 잊지 못할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게 지금의 나를 위로해줬듯 먼 훗날 미래의 나 역시도 위로해 줄 것이라 믿고 싶다.
'죽음은 자신이 찾아가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이 인생에서 얼마나 기막힌 일을 겪었는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자비도 연민도 베풀지 않는다.(7p)'
이 책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라며. 죽음에 관해 나를 가장 섬뜩하게 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문장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