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1월 23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52g | 128*188*20mm |
ISBN13 | 9788950979409 |
ISBN10 | 8950979403 |
발행일 | 2019년 01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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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52g | 128*188*20mm |
ISBN13 | 9788950979409 |
ISBN10 | 8950979403 |
이 책을 읽기 전에 - 학문의 분류 주요 키워드 들어가는 글 - 삶의 품격을 높이는 ‘죽음’ 공부 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 법의학자 가방엔 누군가의 일생이 있다 죽음과 동반을 결심하다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 법의학 앞에 완전 범죄는 없다 2부 우리는 왜 죽는가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생명의 시작’ 죽음의 과학적 이해- ‘죽을 권리’와 ‘살릴 의무’ 어떤 죽음은 사회를 바꾼다 자살, 남겨진 자가 해야 할 것들- 3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이제야 깨달았다. 생이 이렇게 짧은 줄” - 죽음은 내 인생의 마지막 스토리 장례식장에서 탱고를! 2045년, 죽지 않는 시대가 온다 나가는 글 서가명강 시리즈를 펴내며 참고문헌 |
최근 다양한 관점에서 '죽음'을 다루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죽음은 물론 그것을 연상케 하는 모든 것들을 금기시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오히려 '죽음'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삶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이끌어내고 있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심지어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서 죽음이야말로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죽음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분석은 이제 음지에서 벗어나서 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삶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죽음이 과연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죽음을 통하여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선뜻 답하기란 쉽지 않다. 죽음은 다양한 관점에 따라 바라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그 다양한 견해 중 하나로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략) 인생은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죽음이 있기에 삶의 목적을 향해 힘겹더라도 걸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고 피하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우리 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고민할 수 없다.
- p. 16 中에서 -
그저 인생에서 끝이라고 생각한 죽음이 오히려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한다라는 표현은 다소 역설적이라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이 존재하지 않고 무한하다면 과연 우리는 삶에 대하여 그렇게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한정된 삶이기에 우리는 삶을 보다 가치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그러한 마침표 역할을 바로 죽음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러한 죽음을 법의학자인 저자의 시선을 통하여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게끔 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통하여 우리는 법의학자의 존재를 어느 정도는 떠올릴 수 있다. 저자 역시 자신이 개설한 강좌를 학생들이 듣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미국 드라마인 [CSI]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드라마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법의학과 법의학자의 역할을 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에서 설명하고 있다. 검시 과정이라든지 절차를 통하여 객관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의 역할은 오늘날 다양한 범죄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음을 배우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구타 이후에 바로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며칠이 지나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법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사망 추정 시간에 그 자리에 피의자가 없는 경우에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죽음을 검시하는 과정을 통하여 그 상황을 거꾸로 재현하는 과정은 어렴풋이 죽음이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마지막에 처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의학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특히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검시는 당대의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 보게 된다. 사실 범죄로 인하여 죽는 사람보다는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점은 확실히 분석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2부의 '우리는 왜 죽는가'는 자살에 대한 현주소와 더불어 우리가 자살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보통 자살이 충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과 자살 연령층에 대한 오해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우선 자살은 많은 생각과 준비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그러한 과정을 주위에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자살이 충동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살이 일어난 이후에 그들의 행적을 조사해보면 분명 많은 고민과 도움을 구하려는 시도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더구나 죽기로 결심한 사람은 어떻게해도 결국 자살을 하기 때문에 자살을 막는 대책에 대하여 비관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비판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마포대교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각종 스티커와 장치로 인하여 자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감소하였다는 점은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뛰어내린 순간 나는 인생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방금 다리에서 뛰어내렸다는 사실을 빼고는요.
뛰어내리고 처음 떠오른 생각은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지'였습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습니다.
- p. 174 中에서 -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출된 사람들의 이 말은 우리가 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후의 방법까지 강구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많은 준비 끝에 자살을 감행한 사람들도 그 순간에 자살에 대한 후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속설과 달리 자살을 시도했다가 목숨을 구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오히려 남은 생을 더욱 열심히 살고 있다는 통계도 이러한 설명에 대하여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자살과 더불어 우리가 흔히 안락사로 알고 있는 연명을 위한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내용도 무척 흥미롭다. 여전히 많은 논란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안락사의 경우에는 허용된 나라가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연명 치료에 대한 사전 거부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연명 치료 중단이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어찌보면 사람답게 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권리를 존중하자는 의견이 합리적인 것일 수 있지만, 이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안락사 기계에서 환자 스스로 절차를 거쳐서 누르는 단계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죽음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은 무분별한 안락사가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부분은 앞서 언급한 자살을 시도하였다가 곧바로 후회에 빠져드는 경우와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처럼 법의학자의 예리한 시선을 통하여 죽음에 대한 정의 및 다양한 형태에 대한 분석은 3부의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해준다.
I see it now. This world is swiftly passing!
이제야 깨달았도다. 생이 이렇게 짧은 줄을.
- p. 209의 [마하바라타]의 한 대목에서 -
죽음은 서늘한 여름과 같다. 과거에도 사람들이 나를 오해했고, 현재도 사람들이 나를 잘못 알고 있고, 미래에도 사람들이 아마 나를 잘못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두렵지 않다.
- p. 210의 [신삼국지]의 조조 유언 中에서 -
나의 몸은 이슬에서 와서 이슬로 사라진다. 나니와(지금의 오사카)의 영화도 꿈속의 꿈이런가.
- p. 212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유언 中에서 -
[마하바라타]에서 유한한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조조와 히데요시의 유언을 통하여 인생의 덧없음과 죽음에 대한 담담한 소회를 보면서 우리는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해서는 분명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적어도 죽음을 그저 피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하여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과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는 표현을 통하여 죽음의 존재를 통한 삶에 대한 의미 부여와 죽음을 준비하라는 그의 말은 이전의 다른 책들에서도 보아왔지만 전혀 식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외침을 곧잘 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오랜만에 일드를 보게 되었는데(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법의학자들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였다. 젊은 여성 법의학자가 주인공이어서 더 신기했었다. 참으로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드의 세계는 접할 때마다 놀랍다. 대충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겠구나 싶어서 이 책이 기대가 되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서울대학교 2013년도 교양 강의 개설로 시작되어 지금은 대형 강의로 발전하였고 더 많은 사람들과 죽음에 관해 고민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이 나왔다. 제목이 좀 섬뜩한 느낌이지만 법의학자가 하는 일을 이만큼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싶다. 법의학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 사회에서 일어나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일지 고민한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저자의 의도처럼 이해하기 쉽고 잘 읽힌다.
저자는 의사, 과학자, ‘부검’을 하는 법의학자로서 마주한 여러 죽음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는 법의학자로 일하게 된 동기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죽음의 사례를 통해 개인적 불행을 감지하기도 하고 그것을 넘어 사회적 비극을 읽어내기도 한다. 개인적인 죽음이나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건의 사례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맨 얼굴, 우리 삶의 민낯을 이야기한다. 얘기치 못한 갑작스런 죽음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 그리하여 그 원인을 밝히고 가해자는 죗값을 받도록 밝혀내는 것이 법의학자가 하는 주 임무인 셈이다. 이렇게 사망 판정을 하고 확정이 되면 대법원과 통계청으로 보내져 가족관계를 정리하고 사망 원인은 건강 정책이나 사회제도 등의 자료로 반영되는 일련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죽음 중에 특히 자살은 개인의 내밀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흐름과 무관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임을 말하기도 한다. 타인의 죽음을 마주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사망 원인을 밝혀내는 법의학자는 우리나라에 정확히 40명이라고 했다. 등록된 의사가 12만 명이 넘는 것에 비하면 정말 희소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주검을 통해서 의문사나 갑작스런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법의학자란 자신의 소명이 있기에 가능하겠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2부 우리는 왜 죽는가는 ‘생명의 시작’을 어디서부터 보아야 할까 하는 논쟁으로 시작하여 ‘죽음의 변천사’ 등 ‘죽음의 시점’, 뇌사에 관한 논쟁과 다툼, 연명의료에 대한 분분한 논쟁을 이야기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일드에서 자주 나왔던 말이 생각났다. 그들 스스로 7D업종이라고 말하는데, 법의학자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이다. “미래를 위해서”라고.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떠난 사람의 메시지를 가족 등 지인에게 전해주는 것. 의문을 품었던 죽음에 대해 확실하게 원인을 밝혀주는 것이다. 그 메시지를 통해서 남은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우쳐 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라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3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죽음은 실패가 아닌 자연스러운 질서라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 좋은 죽음을 위한 방법 등 2045년, 영생의 시대의 이슈를 이야기한다. 영생을 꿈꾸었던 진시황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여 영생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것 또한 두려운 일이다. 삶이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발명품은 죽음이라고 했던가. 유한하기에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고민도 하고 쓸데없는 욕망을 내려놓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떠나는 죽음보다는 미리 공부해서 준비하자고 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종활’의 사례와 ‘임종 노트’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I see it now. This world is swiftly passing!
이제야 깨달았도다. 생이 이렇게 짧은 줄을!
-(p209)(『마하바라타』의 악역 주인공 ‘카르나’의 말.)-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살아 가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죽음 따위는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라는 듯이 쉽게 이야기하는 일도 잘 없다. 다행인지 요즘 책에서 자주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등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종종 만난다. ‘서가명강’ 시리즈의 하나인 이 책은 20년간 일해 온 법의학자의 시선과 통찰이 담겨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이란 나와 별게가 아닌 누구나 맞이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인식할 때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을까. 죽음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갈까 연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앞으로의 삶의 자세와 어떻게 하면 ‘지금’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스스로 묻게 된다.
** 이 책은 21세기북스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울음이 난다.
슬프고 또 슬프다.
울어 울어 내 눈물이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구름이 되어
하늘에 가 닿을 수 있다면 울어도 울어도 한없이 기쁠 텐데...
올해 초 외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연달아 떠나보내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란 말이 가슴깊이 와닿는 한 해였다.
그래도 힘내서 살아봐야겠지만 문득 문득 그 분들이 너무나도 그리울 때가 있다.
그곳에서 부디 평안하고도 또 평안한 마음으로 지내시길 빌어본다.
이 글은 2006년 12월 31일에 끄적인 글이다. 그해 2월과 3월 나는 외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죽음'을 겪었다. 솔직히 말해 외할아버지의 죽음은 평소 늘 아프신 탓에 어느 정도 각오했던 데다 가끔 뵐 뿐이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와닿지 않았었는데, 어려서부터 같이 살았고 나와 같은 방을 쓰던 할머니의 죽음은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인데다 현장을 목격한 탓에 순간적으로 하늘이 어두컴컴하게 변하고 다리가 몹시 후들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듯 죽음은 언제 어느 순간 어떻게 다가올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에 무척 두렵고도 두렵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었다한들 나자신의 일은 아니므로 지금으로선 조금 멀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것일게다.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멀리까지 피하고 또 피하려 애쓰는 건지도.
[ 다들 자신의 죽음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내일 오든, 몇 십 년 후에 오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p238
그런 '죽음'에 대해 다룬 책, 역시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먼저 다가와 준, 자주 발자국을 남겼으며 다정스레 말을 건네던 이의 너무나도 갑작스런 죽음은 나를 또 한 번 '죽음'을 아주 가까이에서 생생히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강의라는 부제가 붙은,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다소 섬뜩한 제목의 이 책이 만나보고 싶어졌다. '죽음'이란 무엇이고 가까운 이를 비롯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알 수만 있다면 알고 싶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이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을 겸임하고 있는 저자는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법의학'이라는 학문과 관련 용어, '죽음'에 대해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여러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사례와 경험담을 통해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 누구의 죽음도 아닌 바로 '법의학자의 수'였다.
[ 현재 우리나라의 법의학자 수는 정확히 40명이다. ]p49
어딘가에 모일 일이 있어서 움직이게 되면 같이가 아닌 따로 움직인다고 한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우스갯소리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40명이라는 숫자를 감안하면 그리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치만 이는 정말 당혹감을 금치 못할 일이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들여다보면 씁쓸함에 한숨만 나온다.
이밖에도 언젠가 TV에서 접했던 국내 첫 '존엄사'라고 할 수 있는 김 할머니 사건, 그런 존엄사를 비롯한 여러 죽음에 대해 차근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심도깊게 다룬 '자살'에 대해선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자살은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나를 사랑하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던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고통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던져준다.
결코 자살은 자기 통제 수단의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정서적 감정, 사회로부터 소속감이 없어지는 기분, 자포자기와 체념 및 절망 등의 정서 문제에 의해서 발생한다. p202
또 자살과 관련해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알코올과의 연관성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알코올의 힘을 빌려 자살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그건 알코올. 즉 술에 만취해 있을 때보다 깨어날 때 극도의 우울감을 겪으며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에 욱-해서가 아니라 오래 고심한 끝에 이뤄진다는 것도 의외여서 무척 놀라운 사실이었다.
자살은 몹시 외롭고도 슬픈 일이다... .
***
작년에 법의학자와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넘 흥미진진하고도 재밌게 본 적이 있다. 그 드라마에서도 무수히 많은 죽음이 그려졌는데 순간순간 울컥하고 안타까웠으며 몹시 슬프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그 '죽음'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랬던 '죽음'에 대해,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읽으며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해 보다 더 깊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멀리하고 싶고 피하고 싶은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다. 이 책을 계기로 언제가 될 지 모르기에 두렵고도 먼 일 같지만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이 어땠으면 좋을지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 책에 나온 한국 미용계의 대모, 그레이스 리의 장례식처럼 국화 대신 장미를, 곡 대신 탱고를 틀고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추모를 해달라는 유언을 남겨봐도 좋을 테다. 법의학에 관심이 있고 어떤 죽음이든 '죽음'이라는 걸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꼬옥 만나보길 바란다. 새롭게 다가오는 '죽음'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마무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의 삶이 있고 100가지의 죽음이 있는 것이다.
나만의 고유성은 죽음에서도 발휘되어야 하지 않을까?
죽음과 친숙한 삶이야말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으로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죽음으로 삶을 묻는 이유다. p246
아직은 전혀 감도 오지 않지만 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지금 생각해봄에... 깔끔하고도 아름다운, 내가 너무너무 행복한 마무리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