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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랑 & 미키오 사인 인쇄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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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72g | 125*200*16mm
ISBN13 9791191248463
ISBN10 1191248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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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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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씨는 신이 되고 싶다고 했죠. 만화가인 저는 작품에서만큼은 신 같은 존재입니다. 이야기뿐 아니라 주인공과 다른 캐릭터도 다양하게 만들면서 마음껏 조종할 수 있지요. 왜 보노보노를 30년 넘게 계속하냐면, 그만둘 수가 없어서예요. 보노보노 그리기를 멈추는 순간, 보노보노와 다른 캐릭터들이 죽게 되니 불쌍해서 그만두질 못하겠더라고요. 출판사가 연재를 중단한다고 하면 온라인에서라도 묵묵히 그려나갈 것 같아요.
이랑 씨와 저의 공통점은 신이 있다고 믿는 점 같네요.
--- p.28-29

부조금을 받는 자리에 앉아 조문객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부조금 봉투를 건네주는 사람들 면면이 다 달랐거든요. 그들이 책상에 앉아 일하는 저를 대신해 크게 울고 크게 웃어주는 것 같아 저는 긴 시간 울지 않고 앉아 있어도 괜찮았습니다. 그의 가족이 아무리 평범한 교회 스타일 장례식을 차려놓았어도 찾아온 사람들이 입고 온 티셔츠에는 친구와 함께 퀴어 퍼레이드에서 외치던 문구가 쓰여 있었고, 가방에는 무지개 배지와 천사 날개를 단 성소수자 캐릭터들이 날뛰고 있었습니다. 수백 명의 조문객들이 옷, 헤어스타일, 가방, 신고 온 신발로 각자의 색깔을 뽐내고 있었기에 장례식장이 마냥 검지만은 않았습니다.
--- p.73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 영화를 보면서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석’이라는 이름의 아빠와 ‘김경형’이라는 이름의 엄마에게도 내 나이를 거친, 내가 모르는 여러 삶의 시간들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돼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들을 제가 알지도 듣지도 못했고 그래서 내가 잘 모르는 그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들을 한 인간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는 안타까움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 영화를 본 후부터 엄마, 아빠를 조금씩 김경형과 이석이라는 개별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핸드폰 연락처에 ‘엄마, 아빠’로 저장해놓았던 이름을 두 사람 각각의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여전히 그들이 저지른 실수나 폭력, 제게 남은 트라우마를 다 극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와 다른 한 사람이라는 인식은 간신히 생겼습니다. (중략) 「박하사탕」이라는 영화를 보고 ‘이야기의 힘’을 느낀 뒤로 싫어하는 것들과 내가 피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더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좋아하는 것만 찾아다니던 성격이 점점 바뀌고, ‘더 많은 곳에 가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지요.
--- p.109-110

「박하사탕」을 본 후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었다는 이랑 씨의 에피소드는 참 슬프고도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의 인생을 자칫 역사의 연대기로만 알고 있는 일이 많은 거 같아요. 저 역시 아버지가 전쟁 중에 중국 만주에 있다가 귀국한 후, 가업을 잇기가 싫어서 가출도 하고 서커스단에 들어간 적도 있다는 정도밖에 모릅니다. 어머니는 운송업하는 자산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가세가 기울어진 후에는 도쿄의 방적 공장에서 일했고, 고향으로 돌아온 뒤 선을 봐서 아버지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밖에 들은 게 없습니다.
어쩌다 나온 얘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머니가 느닷없이 “너희 아빠랑 영화 보러 갔었는데”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꽤 놀랐습니다. 두 분이 젊은 시절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했다니요. 그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더 큰 동요가 일었습니다. 아버지 혹은 어머니라고만 생각했던 두 사람에게도 청년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물론 상식적으론 두 사람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없었던 거죠. 그들에게도 청년 시절이 있었고, 그들도 누군가의 자녀였으며, 축복 속에 태어난 아이였다는 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토록 부모님께 무관심했는지, 부모님은 그런 아들을 과연 어떻게 생각했을지, 죄송한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 p.117-118

오늘 저는 축하 공연으로 노래 세 곡을 불렀습니다. 퀴어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가족을 찾아서」도 당연히 불렀지요. 현장에 있던 스태프분들이 오며 가며 저를 마주칠 때마다 반가워하며 인사를 건네고, ‘와줘서 고맙다, 팬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셔서 기뻤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어요. 마치 이름을 부르면 나타나는 신처럼 어딘가에서 제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뿅! 나타나 노래 부르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 p.242-243

저는 그런 고난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야말로 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귀한가 하면, 저에게 귀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귀하며, 고난을 겪고 있는 온 세상 사람들에게 귀합니다. 고난을 겪을 때일수록 자신이 누군가에게 귀한 존재임을 잊지 않기를. 무엇보다, 고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프라이드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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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서로를 존중하는 두 작가가 나눈 글 속에 영혼이 깃들어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이들이 만든 세계는 고난을 겪는 존재들을 포함하고 환대한다. 읽는 이를 ‘귀한 존재’로 느끼게 만들며. 사려 깊고 열정적인 이 세계 안에서 “유령이 되어서도 이어나가고 싶을 정도로 즐겁게 편지를 썼”다는 이랑 작가와 지난 “1년 동안 했던 작업 중, 이랑 씨와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가장 기대되는 일”이었다는 이가라시 작가의 말이 정말 그랬겠구나 알게 된다. 두 작가가 나눈 대화를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이 역병의 시대에 ‘어떤 사회가 좋습니까?’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을지라도 우리가 나눠야 할 것은 결국 사랑임을.
- 김보라 (영화 [벌새] 감독)
‘모르는 게 생기면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하고 배우는’ 이랑. ‘너무 깊게 생각하다 행복을 놓치는 타입’ 이가라시 미키오. 존재 자체가 호기심 천국이자 의심 대마왕인 이들은 1년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세상과 삶, 꿈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간다. 읽다 보면, 끝없이 수다를 이어가며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두 사람과 산책하는 기분이다. 가만히 걸었을 뿐인데 집에 도착할 즈음 마음이 개운해지는 만남 같다. 통쾌할 만큼 진보적인 이가라시 선생님의 편지는 난데없는 데서 사람을 웃기고 울린다. 이랑 님의 편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을 미어지게 하다 ‘뿅!’ 하고 용기를 준다. 두 작가의 진심이 엮인 이 책은 툭하면 외로워지는 요즘의 우리를 힘 있게 붙잡아줄 것이다.
- 김신회 (에세이스트,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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