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3월 11일 |
---|---|
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24g | 135*205*17mm |
ISBN13 | 9791167371379 |
ISBN10 | 1167371372 |
발행일 | 2022년 03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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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24g | 135*205*17mm |
ISBN13 | 9791167371379 |
ISBN10 | 1167371372 |
MD 한마디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이서수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는 생계유지를 위해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 한 가족의 이야기다. 소설은 가족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그리며, 그들이 머물렀던 과거의 상처로부터 한 발 다시 걸음을 딛는 과정을 따뜻하고 진솔하게 담아낸다. -소설 MD 박형욱
1부 2부 3부 4부 5부 작가의 말 |
극복은 영화에서나 나온다.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극복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다. 그 일에 매몰되어 생계를 내팽개칠 수 없으니까 잊은 척하는 것이다.
(이서수, 『헬프 미 시스터』中에서)
이서수의 장편 소설 『헬프 미 시스터』의 주인공 수경은 회식 자리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다. 옆자리 동료가 수경에게 수면제인 졸피뎀을 먹인 것이다. 수경이 성과를 세워 다들 축하하는 즐거운 자리였는데. 평소 친절하고 예의 바른 동료였는데. 수경을 업고 모텔로 들어오는 걸 수상하게 여긴 여사장의 신고로 미수에 그쳤다. 그 일 이후 수경은 직장을 그만두었다. 사직서를 낸 날 팀장과 팀원들은 안도하는 듯했다. 피해를 당한 건 수경이었는데 수경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도 더 끔찍한 일을 당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넉 달 동안 일도 하지 않고 집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건 심하지 않냐고 수경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런 마음조차 품지 않는다. 묵묵히 수경을 바라봐 주고 더 늦기 전에 수경에게 불을 켜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너만 힘든 게 아니라고 모두 힘들다고 하나 마나 한 말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분노해 주고 보듬어 주고 싶어 한다. 『헬프 미 시스터』의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다.
인물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 이상한 욕심이 있는 작가였다면 수경이 졸피뎀을 먹고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더 안 좋은 일을 겪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서수는 그렇지 않았다. 고통은 크기에 상관없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걸 섬세하게 보여준다. 수면제를 먹었지만 여사장이 신고해서 그 뒤의 일은 당하지 않았으니 괜찮은 것 아닌가라는 소시오패스적인 생각을 차단한다.
수경은 범죄를 당했고 가해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하며 보호받아야 할 사람은 수경인데 법과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한 수경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는 과정을 『헬프 미 시스터』는 그린다. 그깟 일 좀 당했다고 그러고 있어? 이렇게 말한다면 입을 때려야 한다. 쌍욕을 듣고 맞은 건 아니었다. 일처리 늦다고 쪼이고 자기가 묻는 말에는 무조건 대답해야 하고 그러니까 1분에 한 번씩 물으면 1분마다 대답을 해야 한다고. 너의 업무는 나의 비위를 맞추는 거라고.
당신의 행동과 말은 갑질이고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아니란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고 나의 성격이 문제라고 나 스스로를 한심하게 만들었다. 문제를 알리려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다. 믿지 않는 것 같기에 아니 짐작은 했으나 사실로 받아들이기엔 골치가 아플 것 같은 포즈를 취하기에 녹음까지 했다.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피해자는 난데 직장을 잃어버렸다.
수경은 극복이 아니라 참는 걸 선택했다. 먹고살기 위해서. 극복도 시간과 돈이 있어야 한다. 극복하기 위해 치료받으려면 시간과 돈이 있어야 한다. 공과금이 월세가 식비가 극복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내가 벌지 않으면 이 집의 생계는 누가 책임지는가. 주식 투자에 올인하는 남편과 사기당해 집 날려 같이 사는 부모와 남편의 조카들은 누가 돌본단 말인가. 수경이 그 일을 겪고도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일을 다니는 이유다.
『헬프 미 시스터』는 말해준다. 네가 겪은 그 일은 상처이며 충분히 고통스러웠을 거라고. 물리적으로 맞지 않았을 뿐이지 정신적으로는 심한 학대를 받은 것이라고. 마음을 두들겨 맞았다고. 매 맞는 아내가 된 것 같았다. 매일 때리지는 않는다. 하루 걸러 때리고 때리고 나면 자기 변명을 한다. 이런 패턴으로 일을 다녔다. 아침에 눈 뜨는 게 끔찍했고 걸어가는 동안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고 매번 생각했다. 죽음을 자주 떠올리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언니 나 좀 도와줘. '헬프 미 시스터'를 번역하면 이런 뜻이겠지. 수경과 그녀의 엄마 여숙은 자차로 배송을 하다가 구직자와 의뢰인이 모두 여자인 앱 서비스 '헬프 미 시스터'에 등록해 일을 한다. 그곳에선 다양한 일을 의뢰한다. 결혼식에서 어머니와 언니 역할을 해 달라는가 하면 제사 음식 하는 자리에 가서 앞으로는 음식 하러 오지 않겠다고 말해달라고 하기도 하는. 같이 책 읽거나 아침 체조하고 사표 대신 내달라고도.
수경의 남편 우재의 말대로 '헬프 미 시스터' 의뢰의 핵심은 "나는 누군가 필요합니다."이다. 누군가 필요하다. 덫에 걸린 쥐를 잡아야 하는 일부터 이별 통보를 해야 하는 일까지. 겨우 그런 일로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도움이 간절히 필요하다. 여자의 도움이 여자는 필요하다. 그런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서수는 『헬프 미 시스터』에서 느리고 힘이 없는 희망을 보여준다. 가난하냐 가난하지 않느냐의 기준이 먹고 싶을 때 고기를 먹으면 가난하지 않다고 말하는 가슴 아프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말을 담담하게 쓰느라 이서수는 입술을 깨물었을 것 같다.
너도 알겠지만 누군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땐 말이야. 그 일이 맞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서도 아니야. 그냥 견딜 만하니까. 단지 그 이유로 계속하고 있는 거야.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수경은 속으로만 답했다.
(이서수, 『헬프 미 시스터』中에서)
나는 아직도 그놈이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고함을 치던 상황 속으로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다. 나는 여전히 그놈이 나를 비꼬고 무시하는 말을 웃으며 하는 상황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나는 자주 그놈이 책임 회피를 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 나를 세워놓고 일의 책임을 나에게 돌리는 상황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자다 깼을 때 어둠 속에서.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업무라서 실수했을 때. 자료 입력을 하다가 오타를 쳤을 때. 가방을 메고 길을 걸어갈 때.
수경의 아버지 양천식 씨와 남편의 조카 지후인 그 둘이 걸어가면서 하는 대화가 잊히지 않는다. 어린 지후는 할아버지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어떠한 일을 하든 자신이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다정한 몸짓을 하며 말을 한다. 그런 지후에게 양천식 씨는 꼬북칩을 사주고 싶어 한다. 작은 도움과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
여기 아니면 네가 갈 곳이 어디 있겠어. 지금보다 한참이나 어렸을 때 나는 저 말을 들었었다. 나보다 몇 살 안 먹었으면서. 어딜 가나 다 똑같다. 내가 괴롭다고 했더니 참으라며 들려준 말이 고작 저 정도였다. 나보다 훨씬 나이를 많이 먹었으면서. 나이가 많다고 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고는 이제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지후가 할아버지를 도와주는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감탄했고 울었다. 지후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었다. 지후의 현실적인 도움이 바람을 타고 널리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앞이 막막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들의 앞으로.
괴롭힘당해서 그만두는 건데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서 미칠 것 같아서 그만두는 건데 그놈은 사직의 이유를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말하라고 강요했다. 현실에 '헬프 미 시스터' 앱이 존재한다면 의뢰를 했을까. 나 대신 화 좀 내 달라고. 사람을 이렇게 함부로 대해서야 쓰겠냐고. 자격증 따고 면접 봐서 힘들게 들어온 직장인데 이런 식으로 못 다니게 했었어야 했냐고. 안 그래도 업무 시간 내내 일만 하던 애한테 이것도 못 하냐고 네가 해야 할 일까지 떠넘기면서 일을 더 하게 만들었으면서 노력하지 않는다는 개소리를 쉬지 않고 하면 어떡하냐고.
수경 씨와 여숙 씨라면 떨거나 울지 않고 말도 더듬지 않으며 했을 거다. 자신들이 힘들게 살아서 남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공감했을 사람들이기에. 돈을 받고 하는 의뢰지만 최선을 다해 언니와 엄마의 마음으로 심지어 과몰입 하면서 화를 내줬을 거다. 『헬프 미 시스터』는 너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을 극복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장 먹고살게 급해 일을 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씩씩한 어조로 말해준다.
견딜만한 일을 하다 보면 삶도 견뎌진다. 기적이라고 생각하면 기적이 되는 것처럼. 우리가 돈이 없지 웃음이 없냐고. 웃다 보면 웃어진다. 그러니 웃어봐. 가난한 서로를 미워하는 대신 가난한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소설 『헬프 미 시스터』. 서수 언니. 수경 언니를 소개해 줘서 고마워. 덕분에 여숙 언니도 알게 되었네. 여전히 사는 건 지치겠지만 도움이 필요할 땐 손가락을 움직여서 『헬프 미 시스터』를 열게. 언니들 그곳에 항상 있어 줄 거지?
15평 빌라에서 여섯 명의 가족이 복닥거리며 사는 걸 상상해 본다. 작은방에는 조카 둘, 거실에는 어머니, 아버지가, 안방에는 젊은 부부가 산다. 문제는 네 명의 어른 중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거다. 이 가족은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 그럼에도 이 가족은 돈 벌어오지 않는다고 누군가를 타박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말없이 서로를 지지해준다고 해야 옳겠다.
수경과 우재, 여숙과 천식, 준후와 지후가 그들이며 더불어 은지와 보라가 이 가족과 얽혀 소설을 이끌어 간다. 플랫폼 노동자를 다룬 이야기나 여성 서사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회사를 다니며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묻는 소설이기도 하다.
수경은 업무적으로 친한 직원이 건네준 약물을 탄 음료를 마시고 성범죄를 당할 뻔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유일한 직장인이었던 수경을 가족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다 같이 아파하고 자기만의 골방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수경은 집 밖으로 나왔다. 휴대폰에 어플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 택배 배송을 시작한다. 타인의 지나친 관심 따위 받을 일 없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엄마와 함께 택배 배송을 하기 시작하자 남편 우재도 해외 선물 거래 틈틈이 야간 대리운전을, 아버지는 걸어서 음식 배달하는 일을 시작한다.
마치 알에서 깨고 나오는 가족들 같다. 한없이 웅크리고 있다가 드디어 알 밖의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보인다. 4개월여 기간 동안 고통스러워하다가 직접 부딪치며 이겨내야겠다는 자각이 컸다. 물론 경제적인 면도 없잖았다. 그 전에는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면 이제부터는 서로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비로소 소통하는 가족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처음 택배 배송을 하고 엄마가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으며 노동의 힘겨움 속에서 서로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직장 다닐 때 느껴보지 못했던 노동자의 삶에 눈을 떴다고 해야겠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는 플랫폼. 플랫폼 안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의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 작품의 귀결은 헬프 미 시스터라는 여성을 위한 심부름 대행 어플이다. 휴대폰을 켜면 일을 받을 수 있고, 의뢰인은 여성이며 의뢰를 받는 사람도 시스터다. 수경과 여숙이 받은 일 중에 결혼식 가족 대행도 있었고, 시댁에 가서 제사음식을 해달라는 것도 있었다. 왜 시어머니가 되면 며느리를 괴롭히게 되는 걸까. 가족들 먹인다는 이유로 일하는 며느리를 불러 제사음식을 해야 할까. 아들은 일하는 사람이라 괜찮고, 일하는 며느리는 휴가를 내고 와야 하나. 여성 차별을 여자가 하는 경우가 많으니 더 문제다. 부조리한 제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자의 고통이 스며든다.
소설 속 인물 중에서 수경의 엄마 여숙의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나이가 많아 젊은 애들 틈에서 견디기가 힘들어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동차 운전을 하는가 하면 햄버거집 키오스크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자립이라는 단어는 여숙 씨에게 해당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수경과 함께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양천식 씨의 말대로 기적이 일어난 건지도 모르겠다.
그들 모두 이렇게 한마음으로 함께 있다는 것이 기적.
그들 모두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해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 기적.
그들 모두 웃고 있다는 것이 기적.
기적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모든 게 기적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338페이지)
다소 부족하더라도 가족이 함께라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다. 살짝 반지층이라도 서로에게 주어진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조금 노력하면 웃을 수 있다. 미소를 짓는 수경이나 여숙 씨, 우재와 천식 씨, 지후나 준후가 웃을 수 있으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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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을 때랑 제일 안 좋을 때가 겹치는 수도 있어 살아보니까 그래 (288)
그들 모두 이렇게 한마음으로 함께 있다는 것이 기적
그들 모두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해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 기적
그들 모두 웃고 있다는 것이 기적.
기적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모든 게 기적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338)
기적이 있기는 한 걸까? 살면서 나는 기적 같은 일을 몇 번 겪었던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은 없었고, 저렇게 생각하면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사는 것 자체가 기적. 우리는 매일 기적을 행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수경은 집안의 실질적 가장이었다. 그녀가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그녀는 새로운 거래처와 계약을 성사시키고 회식 자리에서 그 일을 당했다. 팀원 중 한 사람이 음료에 졸피뎀을 넣었고 그로 인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수경이 퇴사하고 꾸준히 생활비를 보태던 엄마도 딸을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두자 다섯 식구 중 돈을 벌어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고민하던 수경은 나가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플랫폼 노동자로 일을 시작하고 점차 다른 시작을 꿈꾸게 되는데..
코로나 이후 배달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가 끝나면 그 많은 배달업자는 다시 다른 일을 찾아가겠지? 이런 상황에서 그에, 맞게 변신한 사람은 돈을 벌었을 것이고 변신하지 못한 사람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 뉴스를 보면 모두 힘들다고 말한다. 배달하는 사람도 배달을 시키는 사람도 음식점을 하는 사람도 모두 돈은 벌지 못했다고 말한다. 결국엔 플랫폼을 운영하는 그들만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일까?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 단절된 지 20년이 넘었고,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기엔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 어렵다. 생각해보면 아직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할 정도로 힘들거나 압박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지만, 요즈음은 좀 다른 생각을 한다. 그래도 아직 살아야 할 시간이 많은데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그래서 꾸준히 이것저것 기웃거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그걸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꾸준히 고민하고 알아본다.
아무도 벌지 않는 집에서 결국, 수경은 아픔에서 벗어나야 했다. 반강제적으로. 자신이라도 일하지 않으면 아무도 벌지 않는 집안 구조 때문에. 그래서 다행일 수 있지만, 충분히 아파할 시간을 주지 않을 만큼 ‘돈’이라는 건 현실이다. 오늘 내가 살아갈 현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결국엔 기적이라고 말하는 게 씁쓸하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 앞에서 그래도 이렇게 기적이라고 생각하자. 기적이라고 생각하면 기적이 된다고 하는 정신 승리가 아프다. 맞는 말일 것이다. 기적이라고 생각하면 기적이 되는 것. 하지만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 차갑고 냉정하다.
그나마 수경에게는 자신의 편인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었을까? 어찌보면 이상한 형태의 가족이지만 그게 뭐 어떤가? 그들끼리 행복하고 기적이라 생각하면, 그래서 힘이 되면 그게 가족이지. 가족은 무너졌다고 말하고, 가족이 짐이라고 말한다. 가족 때문에 힘들다고, 그래서 가족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가족인가보다. 가족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선다는 말. 동의하면서도 가족은. 숙제 같다. 어려운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