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11월 30일 |
---|---|
쪽수, 무게, 크기 | 174쪽 | 214g | 128*188*20mm |
ISBN13 | 9788936424374 |
ISBN10 | 8936424378 |
발행일 | 2019년 1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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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74쪽 | 214g | 128*188*20mm |
ISBN13 | 9788936424374 |
ISBN10 | 8936424378 |
MD 한마디
["사랑만 남는다면 좋겠다" 황인찬 신작 시집] 『희지의 세계』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한결 투명해진 서정의 진수를 펼쳐낸 황인찬 시집.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것이 이 시에 담겨서 영영 이 시로부터 탈출하지 못한다면 좋겠다"다는 시인의 바람대로, 그의 시詩 세계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고 싶지 않은 책이다. - 시MD 김도훈
제1부 · 이것은 영화가 아니지만 물가에 발을 담갔는데 생각보다 차가웠다 그러나 아무것도 해명된 것은 없다 생과 물 구곡 통영 무대의 생령 You are (not) alone 봉양 소 양 돼지 닭 그것은 간단한 절망이다 얄팍함의 하느님이다 부곡 제2부 · 놀 것 다 놀고 먹을 것 다 먹고 그다음에 사랑하는 시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레몬그라스, 똠얌꿍의 재료 낮 동안의 일 식탁 위의 연설 여름 오후의 꿀 빨기 불가능한 경이 꽃과 고기 피리를 불자 죄송한 마음 침식암반 사랑과 자비 영원한 자연 현장 조건과 반응 피카레스크 감사하는 마음 이것이 나의 최악, 그것이 나의 최선 제3부 · 사랑을 위한 되풀이 오래된 미래 재생력 아카이브 사랑을 위한 되풀이 비역사 시계가 없는 주방 화면보호기로서의 자연 말을 잇지 못하는 깨물면 과즙이 흐르는 고딕 현관을 지나지 않고 생매장 떡을 치고도 남은 것들 그런 거 다 아는 거 너의 살은 푸르고 어두운 숲의 주변 보도와 타일 요가학원 레슨 더 많은 것들이 있다 빛은 어둠의 속도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말차 사랑과 영혼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역치 청기가 오르지 않고 지난밤은 잘되지 않았다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그것은 가벼운 절망이다 지루함의 하느님이다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다들 미안하다고 하더라” 부서져버린 남아 있는 나날 해설|조대한 시인의 말 |
황인찬은 시집이 나올 때마다, 시인들에게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는다.
그래서 그의 시집이 나올 때마다 '그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집을 샀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산문을 기가 막히게 쓰지만 읽기에 쉽지 않은 시를 쓰는 '김현' 시인이 수도 없는 칭찬을 해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또 샀다.
나와 동시대를 살면서 내가 미처 쓰지 못한 시를 적는 "생령"을 나의 분신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게 황인찬이면 좋겠다. 이토론 깨끗한 표면을 가진 시, 이토록 무게 없이 누적되는 시, ----이토록 솔직히 무서운 시... 이토록 동시에 녹음된 시, 이토록 우리의 시는 다르다고 되풀이하는 시, 이토록 읽기 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를 쓰는 이가 내사랑, 시인, 황인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다. 그의 시는 쉬운 것 같은데 어렵다. 낯선 말은 하나도 없는데 그 말들이 모여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새가 죽어 묻었지만 또 다른 새는 날아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하고 낮동안에는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된다. 무엇을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은 무한정 많다. 사람은 세상은 결국 그런 것이다. 고유한 것은 사라지지만 다시 부활한다. 다른 모습으로,
낮동안의 일
며칠 전에는 새를 묻고 왔다.
굳어가는 새를 보며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너는 정원을 청소하는 중이었고
죽어버린 새를
손에 쥐고 있는 내게
너는 뭘 하느냐 물었지
새가 멈췄어,
너무 놀라서 얼결에 그렇게 답해버렸다
그후로 무엇인가
자꾸 멈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이야,
그것은 잠자리에 들기 전 네가 했던 말이고
맞아, 그냥 다 생각이야,
이것은 나의 생각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정원의 나무에는 새들이 많았다
날아가고 또 날아가도
새들이 다시 가지에 앉고
또 어떤 새는 떨어지고, 그냥 그랬다
이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를 보기 전에 황인찬 시인이 나오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려고 했는데 못 들었어. 그거 듣는다고 여기 담긴 시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다시듣기라도 들어봤다면 좋았을까. 시집 보는 데 광고가 나왔어. 그건 황인찬 시인이 나오는 방송과는 다른 걸 말하는 거였어. 오디오 천국이라고 여러 가지 방송이 나오는 거야. 요새는 잘 안 듣지만, 황인찬과 김새벽이 ‘시로 만난 세계’던가에서 시를 읽는 건데, 그건 어쩌다 한번 들었어. 그게 언제쯤 나올까 하고 기다린 적도 있는데. 지금 그 팟캐스는 끝났지만 오디오 천국에는 가끔 나오는 것 같아. 시인이 다 시를 잘 읽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황인찬 시인은 시 잘 읽더라고. 목소리가 좋다고 할까. 이런 말 신용목 시인 시집 보고도 했군. 그때는 신용목 시인이 시 잘 읽는다고 했지. 황인찬 시인이 시 읽는 거 듣고 싶으면 라디오 방송 잘 챙겨들으면 될 텐데 요새 게을러져서 한동안 못 들었어. 그 라디오 방송도. 내가 못 듣는 사이 바뀌면 아쉬울 텐데. 지금은 라디오 방송 시간 놓쳐도 나중에 들을 수 있지만, 내가 그런 걸 찾아들을 만큼 부지런하지 못해. (이제 황인찬 시인 라디오 방송에 나오지 않아. 그래도 시로 만난 세계는 나와. 전과 조금 다른.)
앞에서 황인찬 시인이 오디오 천국 ‘시로 만난 세계’ 광고 하는 거 들었다고 하다가 다른 말을 했군. 그 방송 말할 때 황인찬은 자기 시를 읽어.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 이 방에는 사랑이 흘러가고 관념만 남아서 / 그저 기뻐하기만 있으면 좋겠다 //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시에 담겨 영영 이 시로부터 탈주하지 못한다면 좋겠다 (<그것은 가벼운 절망이다 지루함의 하느님이다>에서, 147쪽)’고 하는 부분이야. 글을 보는 것과 듣는 건 조금 다르기는 하지. 이 부분 읽는 것도 괜찮아. 예전에 그걸 듣고 저런 시가 《사랑 위한 되풀이》에 담겼구나 했어. 그리고 이 시집 볼 때 그걸 들었어. 신기한 일이지. 본래 내가 들으려는 건 못 들었지만, 대신 다른 걸 들었으니 말이야. 그거 처음 들은 건 아니었는데 이 시집 볼 때 들어서 반가웠어. 이 말 하니 라디오 들으면서 시집 본 것 같네. 아주 안 들은 건 아니지만, 주파수를 옮기고 들은 거였어. 그것만 듣고 라디오는 껐어. 다음 방송은 책 보면서 듣기에 안 좋아서.
나는 꿈속에서 부자가 되었다
높은 집에서 창 아래를 내려다본다
친구가 아래를 지나가며 내게 묻는다
“이거 너희 집이야?”
나는 대답한다
“응, 근데 꿈일 수도 있어”
친구는 말한다
“그럼 일단 깨지 말고 있어봐”
그후로 너무 긴 시간이 지났다 아마 꿈이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그렇다면 도무지 깰 방법이 없다
-<구곡>, 17쪽
‘구곡’은 꿈일까. 시인은 그 꿈에서 아직도 깨지 못했을까. 지금 보니 이 시에는 넓다는 말은 없군. 부자가 되어 높은 집에 살게 되다니.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황인찬은 넓은 집에 살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 같아. 그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 때문에 이 시에서 멈췄을지도. 난 꿈을 꾸면 지금 집이 아닌 예전에 살던 집에 살아. 별로 좋지도 않은데. 지금 집도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더 가난했던 시절 꿈을 꿔. 왜 그런지 모르겠어. 본래 꿈은 그런 걸까. 지금 생각하니 한번인가 넓은 집에 사는 꿈 꾸기도 했어. 그 꿈에서 깨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언제나 꿈은 깨는 거지.
어떻게 말을 꺼내지, 어떻게 말하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지
너는 책상에 앉아 있고
나는 창 너머에 서 있고
백년째 복도를 헤매던 사람도 이제는 지쳤다고 한다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아이들은 일동 차렷하고 인사를 하네
문을 열고 내가 들어가면 모두 놀라버릴 텐데
이상한 것도 놀라운 것도 이제는 버거운데
어떻게 말해야 하지, 어떻게 말하면
경이롭지 않을 수 있지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시면 수업이 시작되시고
나는 창 너머에서 수업을 지켜봅니다
수업은 좋습니다 한국 교육은 백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선생님은 선량하고 아이들은 무구합니다
너는 판서된 것을 따라 적고
나는 창 너머에서 그것을 따라 읽고
어떻게 말을 건넬까 어떻게 해야 모든 것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 그 말을 할 수 있지
자꾸 고민하면서
백년째 말을 걸지 못하는 내가 있고
시간이 지나면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나가시면 아이들이 복도로 밀려나오고
복도에 서 있는 내 앞에 네가 서 있다
손을 내밀고 있었다
무얼 하느냐고, 빨리 들어오라고
-<불가능한 경이>, 46쪽~48쪽
꿈을 꿨어. 죽은 사람이 나오는.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고 그냥 그 사람이 죽은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어. 이 시집 보기 전에 별일이 다 있었군. 꿈에 죽은 사람이 나왔다 해도 무섭지는 않았어. 그런 꿈을 꾸고 시집을 보니 여기에도 그런 사람이 많이 나오지 뭐야. 내 꿈은 좀 흐릿하지만, 시는 선명하군. 시여서 그럴까. 생각하는 것과 그걸 글로 쓰는 건 다르지. 자신이 생각한 걸 하려면 글로 써 보는 것도 좋아. 그렇게 해도 난 못할 때가 더 많지만. 어쩌면 나만 그럴지도. 여기 나온 사람은 아이일까. 아주 오래전에 죽은. 거길 떠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교실 밖에 서 있었나 봐. 한 아이가 그 아이를 알아봤군. 그때 아이는 얼마나 기뻤을까. 살아 있어도 남한테 잘 보이지 않는 사람도 생각나는군. (앞에 시를 다시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오랫동안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
여기 담긴 시를 보면 이야기가 떠오르고 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황인찬 시집은 세번째인데, 난 두번째 시집인 (《희지의 세계》)와 이번 세번째를 만났어. 세권에서 두권이면 많은 거지. 또 말하는데 라디오 방송에서 목소리를 들어서 황인찬 시인을 조금 가깝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어. 여기에는 알듯 말듯한 시가 담겼어. 시집 보고 이 말 안 할 때 없군. 황인찬 시를 보니, 똑같이 쓰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식으로 시든 글이든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뭔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 내가 쓰는 건 쉽지. 쉽다 해도 괜찮은 이야기면 좋을 텐데. 가끔 쓸데없는 일 쓰기도 해. 그런 건 일기장에나 써야 하는데. 일기도 공감 가는 게 있기도 하군. 앞으로는 좀 더 생각하고 글 써야겠어.
희선
잘 몰라서 더욱 매력적인 세계가 있다. 바로 시의 세계가 그러하다. 닿을 수 없기에 나만의 그릇에 담기라도 하고 싶은 욕망에 항상 시집을 찾는 것 같다. 어쩌면 황인찬의 시집을 읽는 일도 그런 나만의 방식은 아닐까 싶다. 황인찬의 시를 읽노라면 단조의 음악이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부러 기쁨은 감추고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게 습관이 된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그건 황인찬의 시의 형식일지도 모른다. 황인찬의 고유한 무엇이라고 할까.
혼자만의 독백, 혹은 방백, 아니 고백처럼 들리는 시들을 읽으면서 자꾸만 뭐라 대답을 하고 싶어지는 거다. 시 속 너는 내가 아님이 분명한데도 시인의 목소리에 뭔가 물어야만 할 것 같은 착각이라고 하면 맞을까. 이런 시를 읽노라면 아련한 기억 속 아담한 학교와 작은 운동장이 떠오른다. 그 시절 나와 편지를 나눴던 친구는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하는 막연한 바람 같은 게 쌓인다.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하고 괜한 말들을 주저리주저리 쏟아놓았던 나의 편지는 사라지고 없겠지만 우리의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을 거라 믿고 싶다.
너는 장화
나는 화분
꽃바구니를 생각했는데
물병만 깨졌지
지난겨울 우리가
학교 뒤편에 묻어둔 비밀은
이제 썩어 없어졌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자
그럼 되잖아
마치 다음이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네가 분수, 말하자
한낮이 어두워지고
이제 우리에게 할 말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여름 나는 불안
나는 망각 너는 모과
교문 너머에서
다음이 오고 있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전문)
이런 시를 읽으면서는 그 새의 어떤 빛깔이었냐고 묻고 싶다. 새의 슬픔까지 온전하게 묻어두었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생명이 사라지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의 두려움과 슬픔을 말이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그래, 죽음은 멈춤이지. 호흡이 멈추고 손끝의 작은 움직임도 멈추고 머리를 채운 어떤 생각들과 가슴에 담김 모든 감정이 멈추는 일. 누군가는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다행일까. 그러니 이런 황인찬의 시를 읽는 일도 다행인 것이다.
며칠 전에는 새를 묻고 왔다
굳어가는 새를 보며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너는 정원을 청소하는 중이었고
죽어버린 새를
손에 쥐고 있는 내게
너는 뭘 하느냐 물었지
새가 멈췄어,
너무 놀라서 얼결에 그렇게 답해버렸다
그후로 무엇인가
자꾸 멈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이야,
그것은 잠자리에 들기 전 네가 했던 말이고
맞아, 그냥 다 생각이야,
이건 나의 생각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정원의 나무에는 새들이 많았다
날아가고 또 날아가도
새들이 다시 가지에 앉고,
또 어떤 새는 떨어지고, 그냥 그랬다 (「낮 동안의 일」, 전문)
천천히 시집을 읽으면서 여름과 여름 사이를 생각했다. 잔인한 여름과 성장하는 여름, 열매를 맺기 위해 바람과 뜨거움을 삼켜야 하는 어떤 나무들을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자두가 등장하는 시를 오래 읽었고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우리는 또 어떤 성장을 할까,” 란 시의 제목이 「재생력」이라서 나는 울컥했다. 황인찬의 시가 내게 전하고 싶은 말이 마치 그것 같아서 말이다.
다 함께 모여서 방학숙제를 했지
무슨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그것은 여름 내내 여러 마음이 엇갈리고, 지구의 위기까
진 아니어도 마을의 위기쯤은 되는 사건을 해결한 뒤의 일
아이들이 하나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
이 장면은
불안하고 섬세한 영혼의 아이들이 모험을 마치고 일상을
회복하였으며, 앞으로도 크고 작은 모험을 통해 작은 성장
을 거듭해나갈 것임을 암시하는
그런 여름의 대단원이다
물론 중간에 다투기 시작한 아이들 탓에 결국 숙제는 끝
내지 못할 테지만
뭐 어때, 숙제는 언제나 남아 있는 거잖아(웃음)
사건 이후에도 삶은 이어지고
마을은 돌아가고
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거야
여름 내내 모험에 도움을 주었던,
온갖 사물에 깃든 신령들에게 마음속으로 안녕을 고했지
지금의 일상을 소중히 하자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결국 애들은 싸우기 시작하고,
한참을 씩씩대다 서로를 바라보다
다 함께 웃는 것으로
이 장면은 끝난다
그리고 기나긴 스태프롤
검은 화면을 지나면
다시 첫 장면이다
앞으로 벌어질 마음 아픈 일들을
알지 못하는 방학 직전 어느날의 교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우리는 또 어떤 성장을 할까,
그것을 궁금해하며
카메라는 천천히
여름의 푸른 하늘을 향해 움직인다 (「재생력」,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