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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봄

투명한 봄

: 소리없는 멸망, 자연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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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82쪽 | 328g | 130*190*18mm
ISBN13 9791167521293
ISBN10 116752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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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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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불안한 소문들이 저 녀석을 감쌌다. 불안은 멀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한편에 머물렀다. 나만이 떠올린 것이 아니더라. 놀이터를 향하던 동네 아이들의 얄궂은 생각들 중 하나였고, 낯선 것을 빨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런 것은 다 허상이라는 어르신의 독선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공포가 유독 내 맘에 닿았을 뿐이다.
이제 생각하는 것조차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려야 할 만큼 내 뇌는 굳어 가는 것 같았다. 단단하게. 그 단단한 플라스틱 덩어리들을 먹는 ‘벌레’님들께서 언제고 시선을 돌려 내 굳어 가는 머리를 노릴지 모른다.
--- p.59

남겨 둔 반 컵의 물은 이미 마시고 없다. 컵 바닥에 깔린 두어 방울 정도밖에 안 되는 물로 목을 축이고 나머지 한 방울로 괜히 얼굴을 닦아 본다. 이미 피부에 흡수되고 남아 있지 않은 물에 괜스레 욕지거리를 뱉어 본다. 이젠 마실 물이 떨어졌다. 미리 채워 놓았다면 아쉬워하지 않았겠지.
강가에 다녀와야 한다. 강줄기를 찾으러 갈 방법이 내 튼튼한 두 다리에 의지하는 방법밖에는 남아 있지 않다. 휴대폰 어플 속의 지도가 그리웠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이 라고는 중학교 교과서인 사회과 부도뿐이다. 저게 이미 십수 년 전에 쓰던 교과서이니 저 당시 지도로는 길을 찾을 수 없다.
--- p.143~144

플라스틱이 사라진 자리는 너무나도 컸다. 비상시에 휴대폰이라도 하며 외로움을 달래던 세상은 이미 사라졌다. 사람의 온기가 너무나도 그리운 세상에 사람들은 하나둘 지쳐 갔다. 전기와 물을 사용할 수 없었다. 당황하다가 눈물을 흘렸고, 화를 냈고, 참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도시의 눈물은 심각했다. 화장터에 모인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다. 가족인지, 이웃인지. 그들에 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으레 물어보는 질문 정도였다. 그래도 어르신 가시는 길이 외롭지는 않으시니 좋은 거라는 옆집 할아버지의 말씀이 이 공간에 울렸다.
--- p.246~247

길거리에도 집에도 벌레들이 지나간 흔적조차 남지 않을 만큼 플라스틱이 사라졌다. 전선 피복을 갉아 먹어 죄다 합선이 일어나면서 전기도 수도도 멀쩡한 것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벌레가 없는 곳. 그리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이 삶에 익숙해져 갔다. 다시 겨울이 오기 전에 무슨 대책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벌레’를 죽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방법들은 이미 테스트가 완료되었다. 새가 먹어도 살아남았고 강아지나 고양이가 먹어도 살아남았다. 불에 태워도 타지 않았고 물에 빠뜨려도 죽지 않았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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