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1월 29일 |
---|---|
쪽수, 무게, 크기 | 424쪽 | 390g | 128*200*30mm |
ISBN13 | 9791191193053 |
ISBN10 | 1191193055 |
발행일 | 2021년 01월 29일 |
---|---|
쪽수, 무게, 크기 | 424쪽 | 390g | 128*200*30mm |
ISBN13 | 9791191193053 |
ISBN10 | 1191193055 |
그날, 그곳에서 해미의 세계 당신을 구하기 위한 시간 당신을 지키기 위한 시간 다미의 세계 당신을 만나기 위한 시간 수아의 세계 당신을 죽이기 위한 시간 지금, 이곳에서 모든 시간의 흐름 끝에서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
'네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이라는 말을 듣고 속상한 마음이 들지 않는 한국의 장녀가 얼마나 될까? 그러면서도 엄마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면 방사선이 농후한 부산에서 타임리프를 하는 장녀가 말이다.
이번 달에는 이경희 작가님의 <그날, 그곳에서>를 읽었다. 최근 북클러버 책으로 여성작가의 SF 소설을 자주 읽고 있고, 이번 책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
타임리프와 모녀 간의 이야기, 어머니와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자매의 이야기, 재난. 많은 주제가 조화롭게 얽혀 있는 책이었다. 다만 수많은 주제에도 선후관계가 있듯, 이 책의 경우 가족 간의 이야기가 메인이며 타임리프와 재난은 가족 이야기를 위한 배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인으로 내세워진 것은 타임리프와 재난에 관한 이야기지만, 파고 들어보면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양한 이야기 주제를 얽어내고 다양한 관계를 비추려다보니 각각의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접근이 되지 않은 점, 결말이 애매해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물 자체가 다소 얄팍하게 표현되는 점도 아쉬웠다. 해당 인물의 과거는 책 내에서 설명해주었으나, 해당 인물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나갈지는 보이지 않으니, 드라마로 따지면 장편보다는 짧은 웹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가볍게, 또 즐겁게 읽을 만한 소설이었다. 서로를 위하는 선택의 끝에 닫힌 시간 고리에 갇힌 두 모녀를 곱씹게 될 것 같다.
인생 앞에 ‘만약에’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누군가 ‘만약에 네 인생에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어?’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까? 특별히 후회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어서 일까? 나는 특별히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누군가는 그런 때가 있지 않을까
미래의 어느 날 누군가가 해미에게 제안을 한다. ‘20년 전 사고 당일의 해운대로 돌아가 해미의 어머니 진수아씨를 살릴 것.’ 2025년 해운대에서 원자력 발전소 아래 활성단층에서 진도 6.2의 지진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반경 30 킬로미터 지역에 대피 명령이 떨어진다. 이곳에서 해미는 엄마와 동생 다미를 잃었다. 엄마는 혼자 떨어져 있던 해미를 찾으러 갔지만, 재난에 휩쓸려 죽고 만다. 20년이 흐른 2045년 프리러닝 유튜버로 활동했던 해미는 군인 출신 잠수사로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동생 다미는 물리학을 공부했지만,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해미는 엄마에게 모진 말을 했고, 그래서 사과하지 못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다미는 그런 언니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언니를 괴롭힌다. 이런 두 사람에게 엄마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해미는 타임 다이브 머신에 들어가 과거의 그 날로 가 엄마를 구출하기 위해 시간여행에 뛰어들게 되는데...
SF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간여행은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분야인데 이 책은. 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과정이 조금 지루하다고나 할까?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엄마를 보고 엄마를 살리기 위한 틈을 찾는 설정까지는 좋은데 무한 반복 같은 느낌이 들어 나중에는 언제 끝나는 거야?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데? 라는 느낌? 과학적인 지식이나 설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난 이유에는 그 나름의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보다 과학이 발달하면 내 지난 소소한 과거를 바꾸는 날이 올까? 그렇게 바뀐 나는, 내가 맞는 것일까
시간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나를 만나고 수많은 엄마와 동생 다미를 만난다. 그렇다면 그 중 진짜 나는 누구일까? 그들은 다 ‘나’일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하고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또 어쩔 수 없기에 상처에 매몰되어 살아가면 안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후회한다. 지금 현재의 결과에 상처받거나 아픔이 가득하면. 책에서처럼 이런 설정이라면 나도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살리고 싶을 것 같다. 엄마의 사랑과 딸의 사랑. 딸은 엄마를 살리고 싶고, 엄마는 딸을 살리고 싶고. 그러니 계속 죽어 나가는 수밖에. 살아 돌아왔더라도 지금 현재의 나와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건 과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고 이겨 현재를 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 아닐까? 이런 메시지를 너무 무겁고 거창하게 만들었네. ^^
기억하는 일만큼 무서운 저주가 존재할까
기억하는 일만큼 무거운 형벌이 존재할까? (229)
과거를 바꾼다는 건 결국 그런 거야. 누군가를 치우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밀어 넣는 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선 다른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수밖에 없어.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