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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살길 잘했다

엄마, 우리 살길 잘했다

: Mom, good to be alive

최선희 글그림 | 홍림 | 2022년 05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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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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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66g | 118*182*14mm
ISBN13 9788969340375
ISBN10 8969340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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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가족이 되어보니 가슴 한켠에 묵직한 것이 들어차 앉았다. 마치 그 무게는 제주도 해녀들이 물질할 때, 바다 깊은 곳으로 몸을 던져 가라앉히기 위해 허리에 무거운 납덩이를 달고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 p.37

열하루 만에 받아보는 밥상이었다. 매일 받아먹는 평범한 한 끼 밥상이 이렇게 귀한 것인 줄 새삼 깨닫게 되었다.
--- p.40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하며 엄마와 하는 아침 산책, 따스한 햇볕, 풀냄새, 작은 들꽃, 엄마, 일상에서 만나는 감사한 순간들이었다.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좋은 것은 엄마와 함께여서다. 맑게 갠 날에도,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에도, 엄마와 함께여서 좋았다. 그리고 엄마를 더 사랑할 수 있는 날이어서 감사했다.
--- p.57~58

대학병원에 가는 날은 엄마와 내가 입장이 바뀐다. 순서를 기다리는 엄마가 마치 내 자식 같았다. 나보다 나이 든 ‘딸 같은 엄마’에게 ‘자식이 없는 미혼의 딸’이 속으로 말을 건네보았다.
‘딸, 긴장하지마. 다 좋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 p.62

엄마는 강철 로봇인 줄 알았다. 엄마는 로봇처럼 무쇠 팔, 무쇠 다리를 갖곡 있어서 아무리 걷고 뛰고 일해도 전혀 지치지 않고 다음 날이면 또 움직일 수 있다는 어리석은 믿음이 있었나 보다.
“내가 늙느라 아픈가 봐.”
--- p.76~77

육십 다섯 개의 나이테 사이사이로 숨겨진 상처와 눈물의 기도, 다시 돌이킨다 해도 이해할 수도 똑같이 따라 그릴 수도 없는 굴곡진 선이 하나씩 그려질 때마다 엄마는 몹시 아팠던 것 같다. 가벼운 감기라고 생각했던 그때도 자식 셋 입히고 먹이는 일이 바쁘고 급하니 호사스러운 잔병치레를 할 수 없었던 거다.
--- p.78

‘늙느라 아픈가봐’라고 하는 엄마의 말에 이제 내가 더 아프다. 엄마가 피땀 흘리고 진액까지 다 쏟아내며 아껴주고 보듬어주어서 이제 마흔 중반을 향해가는데, 나는 어떻게 따라가 보려고 해도 흉내 낼 수가 없다. 온몸에 새겨진 세월의 주름을 아무리 지워보려고 해도 지워지기는커녕 나무밑동만 갉아 먹어서 굵고 깊게 패여 새겨진 엄마의 나이테는 더 선명해 보였다.
“엄마, 아프지 마......”
--- p.80

엄마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엄마의 그런 사랑스러움은 본디 타고 난 것이기도 하고 배워서 몸에 밴 것이기도 하다. 나도 타고 난 사랑스러움을 잘 가꾸어서 엄마 나이에도 사랑스럽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p.92

아버지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전적으로 술에 의존하려고 했다. 기쁠 때도, 즐거울 때도, 화가 나거나 힘들 때도 언제나 술과 함께였다. 이런 술꾼 아버지와 함께하는 우리 가족에게 내려진 고난은 매일을 곱절의 시간으로 천천히 흐르게 했다. 무엇을 더 껴안고 짊어질 여유가 없는 그런 와중에도 사명이라는 것은 주어지는 것인지, 나는 어떤 새로운 날을 그리게 되었다.
--- p.93

내가 고난의 시간을 겪는 것은 더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내 것으로 여기며 가슴에 품고 이들의 좀 더 나아진 내일을 위해 일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 p.95

내게 찾아오는 이들의 고통이 내 것이 되는 순간들은 아프고 힘들었지만 나도 이렇게 잘 지나왔으니 당신들도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디딤돌이 되고 지렛대가 되어주었다.
--- p.98

“잘 먹고, 잘 쉬어야 해.”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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