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5월 31일 |
---|---|
쪽수, 무게, 크기 | 452쪽 | 506g | 132*225*21mm |
ISBN13 | 9788937464065 |
ISBN10 | 8937464063 |
발행일 | 2022년 05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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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52쪽 | 506g | 132*225*21mm |
ISBN13 | 9788937464065 |
ISBN10 | 8937464063 |
1부 1862~1880 9 2부 1880~1896 133 3부 1896~1910 291 에필로그 430 작품 해설 432 작가 연보 439 |
칠레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 「세피아빛 초상」은 「영혼의 집」, 「운명의 딸」을 잇는 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여섯 세대에 걸친 여성들의 역사를 완성하는 작품이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의 여성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세피아빛 초상
Retrato en Sepia (2000년)
민음사 세계문학 - 406
이사벨 아옌데
민음사
책들이 출간된 시기별로 보면 「영혼의 집」(1982) , 「운명의 딸」(1999), 「세피아빛 초상」 (2000) 의 순서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다보니 등장하는 낯익은 이름들!! 등장인물의 연대기로 보면 「운명의 딸」, 「세피아빛 초상」 , 「영혼의 집」 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내 유년 시절의 오랜 비밀들을 밝혀 내 정체성을 찾고 나만의 전설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쓴다. 우리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결국 우리가 엮어놓은 기억뿐이다. 각자 자기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핸 빛깔을 고른다. 나는 백금 사진의 영구적인 선명함을 고르고 싶다. 그러나 내 운명에는 그런 빛나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 나는 모호한 색깔들과 불분명한 미스터리,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인생의 이야기는 세피아빛 초상의 색조를 띤다.
1862년에서 1910년까지 화자인 아우로라 델바예가 서른 살이 되어 가족과 자신의 기억, 복잡한 가정사, 그리고 사진을 통한 기록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른 소설 속에서 자전적 이야기들을 담아왔던 작가이기에 작가에 대해 먼저 찾아보게 되는 시간.
이사벨 아옌데 (Isabel Allende)
1942년 페루 리마에서 태어났다. 1945년 아버지가 행방불명되어 외가에서 살다가, 어머니의 재혼 이후 외교관인 의붓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성장했다. 1958년 칠레로 귀국하여 산티아고에 정착,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기자, 편집자, 희곡 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당신은 이 나라 최악의 기자임에 틀림이 없소. 객관적이지도 못하고 사사건건 끼어들려고만 하지. 내가 보기에는 당신이 거짓말도 꽤 하는 것 같던데. 아마 기삿거리가 없으면 꾸며서라도 낼 걸. 차라리 소설이나 쓰는 게 더 낫지 않겠소? 문학에서는 그런 결점들이 장점이 되니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열일곱 살에 언론계에 뛰어들어 잡지의 기사와 텔레비전 방송으로 주목받고 있었던 삼십대 초반의 기자 이사벨 아옌데는 1973년 파블로 네루다의 칠레 해안가 별장에 초대를 받았다. 건강 악화로 파리 대사 직책도 그만두고 마지막으로 시를 쓰고 있었던 파블로 네루다는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사벨 아옌데에게 면박을 줬다. “나를 인터뷰하겠다고? 나는 절대로 그런 거는 안 하오.” 파블로 네루다는 이사벨 아옌데에게 차가운 일갈을 던지며 “차라리 소설”을 쓰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고언이 훗날 세계 문학사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 파블로 네루다는 알고 있었을까? 이사벨 아옌데는 파블로 네루다에게 바로 응답할 수 없었다. 소설을 쓰기까지 그녀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출처 : 경향신문, (6)슬픈 가족사 털어 놓듯…‘세상 변화 이끈 여성들’ 작품으로 쏟아내다
1973년 삼촌인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의해 실각함에 따라 그녀의 이름이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활동에 급격한 제한을 받게 되자 1975년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떠나고 그곳에서 십삼 년을 거주했다. 그때부터 아옌데는 작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1981년 외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데, 이를 토대로 탄생한 작품이 첫 소설인 『영혼의 집』이다.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룬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완벽한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문단에서 입지를 굳힌 아옌데는, 이어서 『사랑과 어둠에 관하여』, 『에바 루나』 등을 발표하면서 명성을 쌓아 가다가, 1991년 식물인간이 된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자전적 소설 『파울라』를 완성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2000년 아옌데가 작품의 시대와 장소를 확장하여 야심적으로 계획한 『세피아빛 초상』은 『영혼의 집』(1982), 『운명의 딸』(1999)과 삼부작을 이루며 아옌데 문학의 정수를 보여 준다. 영화와 연극, 발레 등으로도 만들어져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칠레의 현대사를 그린 장편 소설 『바다의 긴 꽃잎』을, 2022년 『비올레타(Violeta)』 를 발표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영부인 제공도서 입니다.
"빛은 사진의 언어이고 세상의 영혼이란다. 그림자 없는 빛이 없고 고통 없는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지." 그것은 돈 후안 리베로가 십칠 년 전 아르마스 광장의 스튜디오에서나를 가르치던 첫날 해준 말이다. 지금도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나가지 말아야겠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한 걸음, 한 걸음 한 마디 한 마디 있는 그대로 들려줄 생각이다.
281쪽
아우로라 리밍 델 바예, 길고 이국적인 이름만큼이나 특별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아우로라(aurora)라는 이름은 리밍黎明(여명), 동이 트기 전에 태어난 그녀에게 가족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한자와 영어가 뒤섞인 이유, 그것은 길고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아우로라의 외할머니는 운명의 딸 엘리사, 외할아버지는 샌프란시스코의 중의 타오 치엔으로 두 사람은 이방인의 역사를 지녔다. 아우로라는 미명의 기억속을 헤매며 출생의 비밀과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지만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일련의 경험을 통해 그녀의 숨겨진 과거, 뜨거운 애증으로 덮혀있던 그것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작품 <세피아빛 초상>에서 사진기사가 된 아우로라의 "세피아빛 초상"은 그녀의 근원을 되짚어 줄 표식이며 모호한 기억속 "영구적 선명함"을 남기기 위한 매개체를 의미한다. <세피아빛 초상>에서는 자주적인 여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아우로라의 기원을 역행하며 만난 그녀 주변 여성들은 각기 다양한 사연을 품고 있다. 아우로라의 외할머니 엘리사 소머스, 어머니 린 소머스, 할머니 파울리나 델 바예, 숙모 니베아 등이 등장한다. 그 중 파울리나 델 바예는 델 바예 가문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만약 실존인물이었다면 칠레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만큼 대단한 인물이다.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재화의 흐름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던 그녀는 농수산물 수출입, 부동산 등 돈이 되는 것이라면 과감히 투자했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실패한 종목이 있었으니, 그것은 자식사업이다. 파울리나는 미국에서 세 아들과 조카 세베로를 부족함 없이 원조한다. 그러나 파울리나의 이 철없는 수혜자들은 린 소머스를 조우하며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그렇게 닷새 동안을 울기만 했고 타오 치엔이 투여한 진정제도 소용없었다. 닷새째 되는 날 엄마가 뺨을 두 번 세게 때리면서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나무라고서야 울음을 그쳤다. 경솔한 행동을 저질렀으니 이제 대가를 치르는 수밖에 없지 않니, 넌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 엄마가 되는 거다,
...중략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한탄함녀서 세월을 보낼 생각일랑 아예 마라, 지금 산책을 나갈 테니 당장 코 풀고 옷을 입도록 해라, 앞으로는 비가 오나 천둥이 치나 반드시 하루에 두번씩 산책을 하게 될 거다, 엄마 말 알아들었니? 네. 린은 대답했다.
114-115쪽
샌프란시스코의 혼혈아이자 빼어난 미모를 지닌 린 소머스는 순간의 열정을 삭히지 못한 일로 아이를 임신한다. 그렇다, 주인공 아우로라 리밍 델 바예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 누구보다 축복받아야할 아우로라의 탄생은 델 바예 가문의 부끄럼이자 린 소머스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린 소머스의 입장에서 아우로라의 탄생은 비극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상황의 희생양이었을 뿐.) 어머니는 강하다고 하던가, 린 소머스의 모친 엘리사는 비극을 견딜 새도 없이 아우로라 리밍을 거둔다. 그렇게 아우로라의 유년시절은 엘리사의 보호와 타오 치엔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하지만 아우로라는 알 수 없는 악몽만 반복할 뿐 행복했던 그 시절을 상기시키지 못한다. 델 바예 가문의 치부로 여겨질 뻔한 아우로라는 훗날 파울리나 델 바예 가문에서 성장하며 남다른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카메라와 글에 담긴 가족의 역사, 가계의 숨결을 차차 알아가며 한 여성으로 변모한다.
린이 아우로라를 가졌을 때, 파울리나가 전쟁을 격을 때 등 <세피아빛 초상>은 격동의 시기에 현명한 여성들이 내린 결단을 다룬다. 그들은 이기적이지도, 편파적이지도 않았다. 가족이라는 틀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그들을 지키고 현실을 직시했다. 그래서 <세피아빛 초상>을 읽으며 우연히 접한 기사가 생각났다.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에는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래 첨부한 어째서 영화 <괴물>에는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는가에 대한 봉준호 감독님의 견해 중 일부다. 이사벨 아옌데의 작품뿐만 아니라 위기의 찰나에 "어머니"의 역할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괴물>은 한강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한 가정이 손녀이자 딸, 조카인 현서가 괴물에 납치되자 돌연변이 괴물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 그런데 이 가정에서는 어머니를 볼 수 없는 점이 흥미롭다.
...중략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봉준호 감독이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가족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부족한 데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빠져든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그 순간부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용기와 지혜가 나오기 때문에 어머니가 자식을 구하는 설정은 당연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라는 것.
...중략
이 제작사 관계자는 "또한 봉 감독은 기본적으로 여자가 위험에 닥쳤을 경우 남자보다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영화에 어머니를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사벨 아옌데의 작품은 페미니즘 성향이 강하다. 작품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 여성이고 남성이 조력자 역할로 등장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혁명적인 여성들에는 틀림없으나 적지 않은 한계점이 드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첫번째로 아우로라는 델 바예 성을 물려 받았기 때문에 가문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파울리나와 살게 된 순간부터 리밍이라는 이름을 버려야했다. 아우로라가 칠레로 입국하면서 이름에 남은, 당시 사회 소수자인 중국의 분위기를 지워야하는 이유와 어머니쪽 혈통을 단절시켜야한다고 마음먹은 파울리나의 결정 때문이다. 여성지향적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아우로라의 모계를 그녀의 삶에서 모조리 지워버린다는 설정은 극단적으로 느껴졌다.
두번째, 위기 상황에서 공격적 성향을 띠는 인물들은 대부분 남성이며 대립관계의 여성과 여성은 결국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남성적인 모습이 폭력을 내포하고 있거나 여성적인 모습이 화합, 평화 등과 같이 비폭력을 대표한다는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파울리나 그 자체로 진취적이고 다채로운 여성을 보여준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구도는 이전의 여타 페미니즘 소설에서 이어지는 인위적인 틀을 지울 수 없었다.
<세피아빛 초상>은 <운명의 딸>, <영혼의 집>과 이사벨 아옌데 3부작으로 불리는 대작 중 하나이다. 위대한 엄마와 강인한 딸,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세피아빛 초상>의 흡입력있는 전개는 3부작의 다른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사벨 아옌데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조만간 남은 두 작품을 접하지 않을까 싶다. 남미 소설이 생소하기도 하고 특정 성향이 강한 작품의 경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곤 했는데, 근래 읽었던 작품중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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