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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의 갈등
타인의 삶 페미니즘을 너무나 잘 이해해주는 남자라는 괴물 부분 일식 여름 옷장 경계면 팽 장작 패는 사람 굿뉴스 씻지 않고 자요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 해고 가장 오래 쓴 대지의 상상력 실핀 돌 속에 집짓기 욕창 존재와 수산 빨래집게 고사목 어느 고전주의자의 실눈 뜨기 초록을 흠향하고 오늘 아침의 식탁 주먹 원격 진료 무 나는 애리조나호에 대해 아는 게 없다 히든 피스 쇠꼬챙이 정원 홍콩 땅콩 시인 노트 시인 에세이 발문|사랑 수행 능력_김은지 이소연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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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잘하고 청소 잘하고 요리 잘하는 남자가 있다
그런 남자와 연애를 하고 급기야 결혼까지도 했다면 그 남자는 아이마저 자기가 낳았다고 우기면서 거실 창으로 쏟아지는 햇볕 속에서 블라우스를 다려줄 것이다 나는 열 시까지 침대 위에 뒤집어져 있겠지 잠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잘 알면서 남편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를 것이고 그다지 특별난 것도 없는 여자를 위해 무섭게 아침을 차리고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남편에게서 발각되는 페미니즘이란 의례 ---「페미니즘을 너무나 잘 이해해주는 남자라는 괴물」중에서 생일이 끝났을 땐 거의 모든 기쁨이 사라졌다 거의 모든 기쁨이 거짓이 되려 할 때 한 사람이 생크림을 뒤집어쓰고 달아나는 바람에 촛불이 꺼지고 다만 한 조각 진심이 남았다 ---「부분일식」중에서 지구는 밤새도록 남편 옆에 어떤 여자가 있어서 비좁았다 왜 저 여자는 우리 부부의 침대에 붙어 있지? 지구는 잠을 자는 동안 몸을 튀틀며 여자를 떨어뜨리려 애썼다 ---「오늘 아침의 식탁」중에서 우리는 손을 잡고 방학천을 따라 걸었다. 그가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 곳에는 어김없이 시가 있었다. 어느 날은 오리를 닮은 시가 있었고 어느 날은 잿빛 두루미를 닮은 시가 있었다. 먹색의 잉어들은 맑게 갠 냇물 속으로 붓질을 하러 온 듯 부드럽게 움직이고, 시는 거기에도 있었다. 일렁이는 시. 흩어지는 시. 작은 피라미를 놀라게 하는 시. 왜가리가 다가오면 달아나는 시. ---「시인 에세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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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 곳에는 어김없이 시가 있었다.”
이소연 시인의 『거의 모든 기쁨』 이소연 시인의 『거의 모든 기쁨』.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만나는 K-포엣 시리즈의 27번째 시집이다. 이소연은 여성과 환경, 생태, 언어 등에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며 세상 만물에 깃들어 있는 시의 순간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때로는 순정한 목소리를 가장한 채 폐부를 찌르는 문장들을 선사하기도 한다.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K-픽션」 시리즈를 잇는 해외진출 세계문학 시리즈, 「K-포엣」 아시아 출판사는 2012년에 기획부터 출간까지 7년이 넘는 시간을 들인 근현대 대표 작가 총망라한 최초의 한영대역선집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2014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K-픽션」 시리즈를 출간하며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2019년에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유일무이 한영대역 시선집 시리즈인 「K-포엣」이 그것이다. 안도현, 백석, 허수경을 시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의 시편을 영문으로도 번역하여 출간하고 있다. 영문 시집은 해외 온라인 서점 등에서도 판매되며 한국시에 관심을 갖는 해외 독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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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은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독자를 사랑하며 지구를 사랑하고 돼지감자를 사랑하고 시를 사랑한다. 누구나 사랑을 한다. 그런데 이소연은 그 대상이 자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소연에게 사랑이란 계속 나오는 화수분으로, 쓸수록 더 잘 쓸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보인다. 나는 신기했다. 마음을 저렇게 많이 나눠줬다가 책임지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그들이 타성에 젖어 더 많은 사랑을 당연하게 요구하면 어떡하지? 관찰 결과 이소연의 큰 사랑을 받는 이들은 온통 이소연을 아끼느라 여념이 없고, 오히려 이소연을 책임지려고 하는 것 같다. - 김은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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