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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으로 부르는 연가
왼손을 위한 주문 뫼비우스의 돈 만능 콘돔―뫼비우스의 돈 2 더러운 여자 내 것이 아닌 내 안의 것 세상에 없던 사랑 숙주의 사랑 갈 일 없어 폭신한 깊이 뒤집힌 팬티가 말하길 2. 장난일지 오월동주 증명은 개의 것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랑이 장난이니 없는 것들의 자리 어떤 윤회 그리하여 장난의 운명은 그러나 그들은 3. 헛이야기 속되고 속된 이야기 게으른 자의 사랑 게으른 자의 죽음 그림자의 자그림 동네 역사에서 단 한 번 있었던 화상사건 세계를 말하는 세 가지 삼단논법 모순이라는 모순 반항적 부양력―세계론적 농담 스무고개 약지의 쓰임새 나는 개다 시인 노트 시인 에세이 발문 김병호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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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일에 순서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순서껏 버려 남는 게 의미라면, 발이라도 가려 디디면 살아질 일이었다. 가을 밤장마에 덜 젖은 발자국이라도 찾아질 일이었다. 사랑이라도 해볼 도리였다. 부드럽게 뜯겨나가 숨이라도 넘어갈 고개였다. 그래서 그는 고래의 울림으로 노래했다. 비풍초똥팔삼
---「왼손을 위한 주문」중에서 나는 벽이다. 찔리는 고통을 참으며 못 박히는 벽이 나이고 찌르는 줄 모르면서 못 박는 나는 벽이다. 뽑아내지 못하는 고통을 망치 삼아 못 하나 제대로 못 박는 엉덩이가 내 부분이고 작정 없이 발광하는 어느 욕망이, 내 안에 있으나 내가 뿌린 것이 아닌 무정형의 용암이 나를 개끌고 다닌다. 그래서 나는 발작하는 벽이며 그래서 벽은 안온한 역사이다. 아주 오랜 선조부터 내려오는 헛소리이다. ---「내 것이 아닌 내 안의 모든 것」중에서 소가 풀을 뜯는 옆에서 개가 풀을 뜯고, 그 옆에서 농부가 풀을 뜯는다. 풀을 뜯되, 누구는 먹고 누구는 뱉으며 누구는 그것을 죽인다. 주어를 달리함으로 다른 결과가 드러나는 이런 속성으로 구성된 이 세계는 언어의 문제를 넘어 모든 생이 하나의 목적을 향하는 일관된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은유한다. 개는 풀을 뜯는 행동 하나로 이를 증명하고는 지나는 토끼에게 삥을 뜯다 걸리자 장난이었다고 항변한다. 어떤 뜯는 행동은 그러나 장난이 아니다. ---「증명은 개의 것」중에서 사랑하고 싶고 부비고 싶고 그래서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싶지만 잘 안 된다. 되는 듯하다 안 되고 된 듯하나 되지 않은 것이다. 단지 에로스적 관계뿐만이 아니다.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증의 모습은 거의 다 비슷하다. 이렇듯 생과 욕망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만날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이 슬픔이다. 대부분의 시는 그 어디서 헤매고 있다. ---「시인 에세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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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어떤 장난은 취급에 주의를 요한다.”
k포엣 시리즈 36권 김병호 시인의 『몸으로 부르는 연가』 김병호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몸으로 부르는 연가』가 K-포엣 시리즈 36권으로 출간되었다. 과학적 상상력과 시적 상상력이 충돌하는 곳에서 뜻밖의 장면과 유머를 만들어내는 데 능란한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도 김병호 시인만이 창조해낼 수 있는 세계로 독자들을 유인한다. 반듯하게 나아가기보다 어딘가 조금 비뚤어진 채로 나아가는 세계, 평면적인 세계에서 어딘가 한껏 돌출된 세계, 눈에 잘 드러나 있는 앞면이 아닌 뒷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쾌감이 그의 시에는 존재한다. 일상적이고 평범하게만 보이는 단어도 오랫동안 물고 늘어지며 샅샅이 뜯어보면서, 때로는 마음껏 가지고 놀면서, 경직되어 있기만 한 사회구조에 반항한다. “그는 타락한 현대사회의 치부, 현대인의 욕망을 개성적 스타일로 풀어내는 사랑의 발명가고 웃음의 물리학자다.”_함기석(시인) 시인의 반항은, 그가 단어로 하는 장난들은, 잠자코 있는 이들의 머릿속에도 작은 흠집을 낸다. 상상해본 적 없는 상상,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쉽게 그려지지 않는 풍경들로 인해서다. 그러한 작은 흠집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다른 길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발문을 쓴 함기석 시인은 “김병호의 시는 관측, 진단, 전복, 성찰의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유머와 지속적으로 내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병호 시인이 세계와의 불협화음을 통해 그려내는 풍경들은 끝에 가서는 결국 유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유머 역시 이 세계의 부조리함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유머에는 슬픔 역시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므로 시인은 반항하고 놀고 웃는 쪽을 선택한 듯하다. 『몸으로 부르는 연가』 속에 수록된 작품들도 독자들에게 한번 마음껏 가지고 놀아보라고 말을 걸고 있다.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K-픽션〉 시리즈를 잇는 해외진출 세계문학 시리즈, 〈K-포엣〉 아시아 출판사는 2012년에 기획부터 출간까지 7년이 넘는 시간을 들인 근현대 대표 작가 총망라한 최초의 한영대역선집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2014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K-픽션〉 시리즈를 출간하며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안도현, 백석, 허수경을 시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의 시편을 모아 영문으로도 번역하여 출간하고 있다. 영문 시집은 해외 온라인 서점 등에서도 판매되며 한국시에 관심을 갖는 해외 독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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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의 시는 관측, 진단, 전복, 성찰의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유머와 지속적으로 내통한다. 시집 전반에 현실의 위악과 공포를 날카롭게 응시하는 시인의 눈이 도사리고 있다.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는 타락한 현대사회의 치부, 현대인의 욕망을 개성적 스타일로 풀어내는 사랑의 발명가고 웃음의 물리학자다. - 함기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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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를 따라 읽다 익숙지 않은 설정을 만날 땐 곤혹스러워하기보다는 삶이라는 수수께끼를 풀듯 천천히 깊이 들여다볼 일이다. 그렇게 한 영혼이 내딛는 무거운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면 이야기의 밀도 속에서 인생의 구조와 운명의 비틀린 전형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 조영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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