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옛사람
눈물로 돌을 만든다 거리에서 거리를 가장 아름다운 거리를 돌의 재난사 돌이 천둥이다 수난의 돌 볼트 바뀌지 않는 것들만 나를 살린다 블루 돌에 속한 사람 녹색우주 연혁 침식 돌멩이 기도 돌칼 골짜기바람 돌을 던지면 환해지는 햇살 거울 벽 폐허연구실 짧게 말할 수 있는 풍경이 없다 부조리한 연극의 관습처럼 돌 속에 독이 있다 견고한 무덤 곰파 돌의 사랑 갯돌 동굴벽화 재의 환희 오독의 전말 시인 노트 시인 에세이 발문 이재훈에 대하여 |
이재훈의 다른 상품
|
시를 쓰고 나면 항상 무언가 남는다. 아무리 온 힘을 기울여도 채워지지 않는다. 무언가가 남아 그 여지가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것은 아쉬움과 새로운 시에 대한 기대가 복합된 묘한 감정이다. 그 잉여의 힘이 시를 고민하게 한다. 처절하게 시를 욕망하게 한다.
---「시인 에세이」중에서 썩지 않는 형벌을 가졌다. 침묵을 지키는 몸. 공중에서도 바닷속에서도 땅속에서도 몸을 부딪칠 수 있는 용기. 사람 이전부터 지구 이전부터 우주를 떠돌았을 천형의 몸. ---「눈물로 돌을 만든다」중에서 돌 속에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 파닥거리며 지느러미를 움직인다. 돌이 흔들거린다. 돌 속에서, 돌 속의 물속에서 노래를 부르자니 숨이 가빴다. 내 몸의 구멍으로 물이 들어왔다. 살갗이 울퉁불퉁하게 딱딱해진다. 온몸이 물이 된다. 물속에서 돌이 되는 순간. 물이 돌이 되는 꿈. ---「동굴벽화」중에서 내 시작은 언제나 우연이었습니다. 빛이 있었고 물과 궁창이 있었고, 물속에서 숨 쉬는 사람이 있었을 뿐. 아무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물의 신비를. 돌의 시간을. 먼 이방의 기억으로 게으른 발길질을 합니다. ---「오독의 전말」중에서 |
|
“울 곳이 없어
돌 속으로 들어왔다.” 침묵하는 자들에게 울음을 빌려주는 일 K-포엣 시리즈 35권 이재훈 시인의 『돌이 천둥이다』 이재훈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돌이 천둥이다』가 K-포엣 시리즈 35권으로 출간된다. 이재훈 시인은 1998년 《현대시》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명왕성 되다』, 『벌레 신화』, 『생물학적인 눈물』 등의 시집을 펴냈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신화적 상상력으로 시적 세계를 확장해온 시인이 이번에는 돌이라는 사물에 집중한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 속에서 돌은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등장한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돌. 주인이 없는 돌. 천시하는 돌. 숭배하는 돌. 버리고 모으고 감추고 숨기는 돌”을 오래 매만진 뒤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 그래서 어쩌면 소외될 수 있는 것에서 번쩍이는 시원을 발견해내는 것은 세계의 근원과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될 수 있었다. 〈시인 노트〉와 〈시인 에세이〉를 통해 시인이 어떻게 해서 돌과 만나게 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으며 수록작 중 일부는 영문으로도 번역되어 『Rock Is Thunder』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원하는 마음은 신이 내린 형벌일까. 돌은 스스로 제자리에 있을 뿐.” “침묵하는 존재들의 입을 열어준다.” _오은(시인) 이재훈 시인을 따라 돌에 대한 시편을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면 사소하게만 보였던 돌 속에도 어떤 비밀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다. 오은 시인이 발문에 쓴 것처럼 “이재훈의 시편에서 돌은 약자를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재훈 시인은 “이 세계의 시스템에서 배제되거나 낙오된 상태”인 존재들, “침묵하는 존재들”에게 귀를 달아주고 입을 열어준다. 그들의 슬픔을 헤아리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보면 사연 없는 돌은 없는 것 같다. 인간들처럼. 어디를 어떻게 굴러다닌 건지 알 수 없을 돌들의 내력을 차근히 어루만지다 보면 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힘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돌은 작고 사소하고 약한 존재이지만 “인간 이전의 사물”이면서 “썩지 않는 형벌”을 받아 인간 이후로도 존재할 것이어서 돌의 연혁을 읊는 일은 우주의 기원을 파헤치는 여정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인간사의 미미함과 편협함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돌을 품었습니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망울을 마주했습니다.” “돌이 천둥이다”라는 선언과도 같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재훈 시인은 아주 작은 존재에게 목소리를 빌려주고 그를 통해 또 위로를 얻는다.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K-픽션〉 시리즈를 잇는 해외진출 세계문학 시리즈, 〈K-포엣〉 아시아 출판사는 2012년에 기획부터 출간까지 7년이 넘는 시간을 들인 근현대 대표 작가 총망라한 최초의 한영대역선집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2014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K-픽션〉 시리즈를 출간하며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안도현, 백석, 허수경을 시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의 시편을 모아 영문으로도 번역하여 출간하고 있다. 영문 시집은 해외 온라인 서점 등에서도 판매되며 한국시에 관심을 갖는 해외 독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예정이다. |
|
이재훈은 시집 『돌이 천둥이다』에서 침묵하는 존재들에게 귀를 내어준다. 정확하게는 침묵하는 존재들의 입을 열어준다. 이는 퇴적암의 몸뚱이를 가르는 일이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일이다.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숨통을 틔우는 일이다. 선선하고 순순한 이 작업은 돌 속 고유한 이야기를 열어젖히고 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존재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잊힌 이름을 당사자에게 되찾아주는 일이다. - 오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