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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옥
2. 아파트 3. 위층과 아래층 4. 방황 5. 시그니처를 찾아서 6. 시그니처의 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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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으로 끄적거린 것 같은 그림들은 하나같이 기괴하고 참혹했다. 특히 오른쪽 벽의 옷걸이 비슷하게 생긴 것 위에 그려진 것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 위쪽은 양복 같은 것을 입은 남자의 모습이었는데 머리는 마치 못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것같이 그려 놨다. 어릴 때 봤던 〈헬레이저〉라는 옛날 영화에 나오는 핀 헤드같이 못들이 박혀있는 모습이었다. 두 손은 육각 렌치처럼 그려졌고, 두 다리는 망치,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음경은 커다란 볼트처럼 보였다. 특히 볼트 부분은 볼펜으로 새까맣게 칠해서 금방 눈에 띄었다.
---「감옥」중에서 “여기가 5년 전의 그 교도소 자리였다니.” 가끔 출퇴근을 하다가 아파트가 올라가는 걸 보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지어질 줄은 몰랐다. 청약이 되면서 이사를 올 수 있었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갚아야 할 은행 대출이 산더미 같았고, 생활비도 갑자기 반으로 줄여야 했다. 그나마 맞벌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아내는 대출금만 갚으면 회사를 때려치울 거라고 노래를 불렀다. 그런 속사정이 있는데 제대로 상의도 하지 않고 회사를 먼저 관뒀으니 화가 날 만했다. ---「아파트」중에서 “미친놈이 결국 사고를 쳤네. 침대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우리 선생님이 어떻게 층간 소음을 낸다고…….” 그녀의 얘기를 들은 남기준은 침대에 누운 채 칼에 찔려 죽은 11층의 남자를 들여다봤다. 링거를 꽂고 있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층간 소음은커녕 걷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층간 소음을 낸다고 난리였던 거지?” 경비원이 하소연을 할 정도로 층간 소음 문제가 심각한 걸로 알고 있었고, 어제와 오늘 내내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정작 층간 소음을 내는 것으로 생각되던 11층의 거주민 백 씨는 미동도 못 하는 환자였다. ---「위층과 아래층」중에서 그 후로도 집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싱크대의 배수구에서는 이상한 목소리 같은 게 들렸고, 화장실의 금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사방으로 뻗어갔다. 남기준만 그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닌지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두려움에 가득 찬 비명이 아침저녁으로 울려 퍼졌다. 그럴 때마다 아파트 부실시공을 책임지라는 시위대의 규모는 점점 더 커졌다. 그 사이 남기준은 무감각해졌다. 이상한 현상들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물끄러미 지켜볼 뿐이었다. 임승미가 포함된 시위대도 계속 나타났지만 어쩐지 그녀에게 다가가거나 말을 걸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더욱더 시그니처에 매혹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황」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