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1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976쪽 | 140*205*60mm |
발행일 | 2022년 11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976쪽 | 140*205*60mm |
MD 한마디
[더는 희생하지 않고 열렬히 욕망하고자] 『파친코』 이민진 작가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야기의 출발이 된 소설.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열렬히 자신의 것들을 욕망하고 표현하는 이민자의 아들딸들. 케이시는 상처 가득한 그 길에서 싸우는 대신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지금의 언어로 이민자의 뉴욕을 바라보는 현재의 이야기. - 소설 PD 이나영
[파친코]를 재미있게 읽고 드라마는 못봤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까? 말까 ?
한 참 고민했었더랬다.
1,2권인데 거진 500페이지여서 분량이 너무 많았다.
읽을 책이 줄을 서있는 시점에서는 좀 부담스럽긴 했다.
방학이 시작되고 1권을 읽고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고 시차, 피곤, 밀린 일 등등 2권을 못 읽고 리뷰도 못쓰고 개학을 했다.
이번 여름방학은 시간 순삭이다.
그리고나서 리뷰를 쓰려니 정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국인 이민자의 자녀인 '케이시 한'은 번듯한 삶과 성공을 선택해야 하는 강박이 있었지만 그녀가 갈망한 삶은 화려함과 통찰이었다.
그래서 버는 족족 유행하는 비싼 옷과 구두, 가방, 모자 등등 꿀리고 싶지 않았다.
잘나가는 집안의 자녀들이 모인 프린스턴대에서 부족함 없는 동기들을 보니 더욱 몸에 밴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부모님은 세탁 체인점 중 하나인 본점을 운영하고 고지식하고 고루한 아빠때문에 말다툼 후 집을 나오고 친구집에 더부살이 중이다.
그즘 남자친구의 불륜현장도 목격하게 된다.
취업시즌을 놓치고 대학원은 딜레이 상태로 백화점 알바와 금융업 보조사무원 일을 하게된다.
엘라와 새로운 친구관계를 맺고 그녀의 사춘 은우와 만나게된다.
백화점 주인인 사빈은 케이시를 신뢰하고 그녀에게 경영을 가르치고 싶어한다.
가끔 소설을 읽다보면 주인공의 삶의 태도가 공감이 안될 때가 있다.
이번 소설이 딱 그랬다.
나랑 좀 가치관이 다른 인물이 주인공일 때 느껴지는 괴리감!
하지만 궁금함은 좀더 증폭되는 것 같다.
내가 모르는 세계 !
가보지 못했던 길을 가는 주인공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진다.
와~ 이렇게 살아나가면 도대체 그 종착점은 어디가 되려나?
케이시는 나에게 그런 미지의 인물이 되가고 있었다.
집나간지 몇 년 째인 딸의 엄마의 기분은 어떨까?
"리아는 나직한 흐느낌을 애써 억눌렀다. 인생의 위기 앞에서 침착하고 결연한 모습을 보여야 할 어머니가 이렇게 울고 있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리아에게 인생이란 버겁고 무서운 것이었다. 모퉁이 마다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인생은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203
누구에게나 불안한 삶을 극 사실적으로 내보인 소설인 것 같다.
거침없이 솔직하게 내 뱉어서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나는 나에게 이만큼 솔직한가?
진솔한 글에는 힘이 있다.
2권에서 드디어 극적으로 펼쳐질 인생들이 궁금해진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를 어렸을 때 너무 재미있게 봤다. 어렸지만 스칼렛의 기개 넘치고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에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엿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결말쯤 가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하고 끝나는데 나는 어찌나 허무하던지...
얘기에 너무 푹빠져있어서 뭔가 구체적이고 확실한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어떤 미래가 닥칠지 모르는 다소 열린 결말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이 영화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고 있는가 하면 이 책의 결말이 많이 열려있고 끝날 시점이 아닌 지점에서 갑자기 급 브레이크를 밟고 끝냈다는 지점에서 딱 영화생각이 났다. 뭐야 <끝>이라니...(몇 초동안 어안이 벙벙)
그런데 뒤에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의도가 궁금) 내가 오해했었다.
이 책을 지극히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적어내려갔던 것이다.
이민자의 입장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 역사, 정치, 민족 등등 인물에 대해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작가는 캐릭터를 주고 그들의 삶을 살펴본거였다.
그래서 결말은 열릴 수 밖에 없었다.
1부와2부를 통해서 지루했던 적은 없었다.
물론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그들의 삶에 녹아지면서 이해가 안되고 답답하거나 화가 난 부분도 있다. '공감할 수 없어'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세상 사람 모두의 삶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소설 속 캐릭터라도...
케이시는 매력적이게 상반된 부분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매우 당당한 걸크러쉬한 부분도 있고 고루하고 꽉막힌 부분도 있다.
이 책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각 인물의 성격과 그들의 삶과 입장이 너무 잘 투영되있어서 몰입이 잘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도대체 결말을 어떻게 내려고 하는 것인가? 이 사건들의 총체의 합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게 되고 궁금하게 한다.
결론은 수학문제를 내고 답을 안알려주고 샘이 가버린 느낌이 들어서 문제다.
케이시는 경영대학원에 입학하고 여름 인턴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바라던걸 이루지만 그 일이 진정 그녀가 바라던 일인지 알 수 없다. 그녀는 모자 만드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매칭하는 일에도 소질이 있다. 하지만 모자는 여러모로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은 없는데 근사하게 차려 입고, 먹고 살고싶어한다.
은우는 자신의 투자 가치관이 틀려 해고 당하고 백수로 지내다 점점 도박에 빠져든다.
엘라는 이혼을 결심하고 공동양육권을 주장하는 테드를 이해할 수 없다. 엘라는 데이비드와 다시 좋은 관계를 맺게 된다.
테드는 아버지 상을 치루고 어머니가 자신을 차단하는 등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다가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빠진다.
인물들 사이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은 곧 터질 옥수수알 팝콘처럼 부풀어 오른다.
뻥하고 터지면서 맛난 과자가 나오는 그 시점이 온다는 것도 상상하게 해준다.
그 시절 부모들은 자기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갖기를 원했던 모든 이들에게 그럴 수 있다고 수고 했다고 이제 좀 내려놓고 쉬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제는 그렇게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보라고 좀 추수려도 된다고 말이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출발점인 첫 장편소설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 출간되었다. 199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을 다룬 이 소설은 이민 2세대의 정체성 혼란과 부모 세대와의 갈등, 불안한 미래를 앞두고 방황하는 젊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의 특수한 정서와 한인 사회에 속한 여성의 삶을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평가받았다. 11월 말 출간기념 북토크에 참석해 이민진 작가가 이 책에 담은 의미를 미리 들어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을 했다.
세탁소를 운영하시는 검소하고 성실한 부모님 밑에서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케이시와 티나 자매는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 케이시는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지만, 취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이에 실망한 아버지와의 불화로 집을 나온다. 그런 케이시에게 사회는 그리 녹록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물질적 욕망과 반비례한 경제적 능력, 취업난, 부모와의 불화 등 모든 게 쉽지 않다. 직장생활도 경험해 보고 경영대학원에도 진학해 보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사랑도 믿을 수가 없고 성공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친구 티나와 사빈의 도움을 받고 의지하게 된다. 케이시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은 결혼과 상관없이 섹스와 사랑의 온전한 합의 일체를 이루지 못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케이시는 성공에 대한 강렬한 야망과 노력으로 투자회사에서 인턴과정을 성공리에 마치지만 과연 이 분야가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인지 확신하지 못하며 열린 결말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사빈의 도움을 받아 지름길로 가길 거부하며 자신의 힘으로 성공해 보기로 결심한 케이시가 과연 성공해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1권 p.162)
케이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부모님과 동료, 사빈이 그녀의 능력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다고 했던 일자리를 고른 자신의 선택에 대해 변명하고 싶었다. 빌어먹을, 로스쿨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티나처럼 의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의 결정이었다. 왜 천천히 내 길을 찾으면 안 되지? 왜 실패하면 안 되지? 미국에 서는 그렇게 하라고들 하지 않나. 나 자신을 찾고, 내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1권 p.289)
‘디아스포라’는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의미인데 한인 이민자 부모 세대는 자식들이 같은 한인과 결혼하고 자신의 문화와 뿌리를 지켜나가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백인 남성과 사귀며 사랑과 안정감을 꿈을 꾸면서도 부모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케이시를 통해 이민자 2세대의 심리적 불안정과 세대갈등이 세밀히 묘사된다.
이 책의 주된 이야기는 성공과 사랑이다.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지만 동양인 이민자에게 성공의 사다리는 더 높고 좁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케이시는 누구보다 성공을 열망한다. 부모 세대와 생각과 목표의 차이, 백인의 주류집단에 속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벽한 이방인도 아니기에 성공이 더 절실해 보인다. 사랑이라는 것도 누군가에겐 단순명료한 육체적인 쾌락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을 송두리째 포기하고 싶을 만큼 삶의 전부이다. 한국보다는 성에 더 자유로운 사고방식 때문인지 불륜과 외도가 빈번히 등장해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대할 수만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파친코』만큼 강렬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북토크에 참석해 얻은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케이시를 좀 더 친근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앞으로 작가가 그려낼 ‘코리아 디아스포라’의 마지막 작품은 또 어떤 색깔일지 기다려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