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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에든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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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40*205*30mm
ISBN13 9791157831654
ISBN10 115783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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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고향인 한국에 가면 사람들이 모르는 노래가 없다고 나에게 말씀하신다. 때때로 모든 사람들이 마치 뮤지컬에서처럼 한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한다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한국은 행복한 가족들과 지혜로 이루어진 장소인 것 같아서 나는 할아버지가 왜 이곳 메인주에 계시는지 의아하다.
--- p.17

내가 일주일 동안 가지고 다닌 책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꽃으로 타오르는 러시아 심령술사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갑자기 몸에서 열이 펄펄 끓어 뼈가 그을릴 정도로 체온이 높아지는 이런 현상을 작가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이런 현상이 조금도 신비롭지 않았다. 하긴 그 글을 쓴 작가는 피터를 만난 적이 없으니까.
--- p.25

나는 아무리 그럴듯하게 들린다 해도 신화를 믿지 않는다. 신들이 측은한 마음에서 이런 조치를 취하는 내용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내가 보기엔 마저도 신들이 재미로 그래보는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를 사랑하는 건 마음의 선택 가운데 가장 위험한 선택에 속하는 것 같다. 들판과 정원은 그의 연인들로 가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는 무수히 불어난다. 나는 피터를 생각한다. 또 다른 내가 있다면, 나는 얼마나 더 많이 피터를 사랑할 수 있을까. 무수히 많은 내가 있다면, 수많은 내가 흩어져 있다면.
--- p.52

우리의 순진무구함은 이렇게 음악으로 표현된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 특히나 열정을 안다는 것은 우리를 전율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잠시나마 앞으로 나가기 위해 짧고도 아름다운 생을 노래하며 신 앞에 자신의 열정을 증명하는 걸 보면. 심지어 상실의 고통에도 열정이, 그리고 사랑이 있으며, 이런 고통은 죽음에 비하면 차라리 축제이기도 해서 고통을 새겨 넣을 칼날이 필요할 지경이다. 그녀가 무대 위를 종횡무진 누비는 걸 바라보고 있노라니 정말 그런 것 같다.
--- p.92

피터의 모습을 보면 피터와 영원히 함께 있는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왠지 그럴 것 같다. 피터에게 묻고 싶다. 불을 지를 때, 그가 태우려는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그리고 그것이 불에 탔느냐, 그래서 지금 완전히 사라졌느냐고. 사진 속 피터는 하얗게 눈이 부시다. 사진 속 피터의 얼굴은 주먹만 하고 황금빛 머리카락이 얼굴의 윤곽을 드러낸다. 파란 눈은 한껏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환하게 빛난다. 정작 불에 탄 건 너잖아. 나는 속으로 말한다. 피터가 증오했던 건 그대로 남아있다.
--- p.125

장례식을 마친 후 오후 늦은 시간, 나는 피터의 방에 와 있다. 바닥에 깔린 카펫에 햇살이 환한 조각을 만들어, 그 조각이 바닥 위를 천천히 움직이는 모양을 가만히 바라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곳에 있은 지 한 시간이 지났다. 나는 피터의 침대 위에 잠시 몸을 던져 이불 밑에서 나는 담뱃재 냄새, 담배 냄새, 오래된 맥주 냄새, 짭짤한 카네이션 냄새 같은 피터의 냄새를 맡는다.
--- p.126

마음(Heart)이 미움(Hate)되려면, 연민(Rue)(마녀가 끓이는 후회의 차(茶))의 R을 빼고, 한때는 함께(Together)의 T였지만 지금은 공포(Terror) 또는 시간(Time)의 T로, 에로스(Eros)의 E와 예술(Art)의 A를 분리한다. 그러나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 있으니,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에 놓인 천국(Heaven)의 H를.
--- p.95

나의 옛 목소리에 대한 기억, 그러니까 소년시절 소프라노 목소리에 대한 기억은 간절한 소망에 대한 기억이다. 목소리에 힘을 빼고 싶은 소망, 먹이를 잡은 가마우지가 바다를 떠나듯 성대를 풀어내고 육체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존재가 되고, 소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 자체가 되고 싶은 소망.
--- p.118

피터는 제 몸에 불을 질렀다. 잭은 스스로 제 몸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나는 나 자신이 총알이 되고, 불길이 되고, 내 손으로 잭의 머리에 구멍을 낸 것 같다. 내가 불을 지른 것 같다. 때로는 그들의 죽음에 관한 산만한 생각들이 내 안에 불을 질러 흉측하고 붉은 흉터를 남기고, 번개에 맞은 나무처럼 나를 완전히 태워버린다. 빗발치는 번개에 겉모습 전체가, 내면이, 까맣게 숯덩이가 된다. 어느 땐 텅 비어 투명한 느낌, 바람의 아이가 된 느낌이다.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아무것도 나를 건드릴 수 없는. 나는 언제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바뀔지 아무런 예고도 받지 못한 채, 두 가지 상태를 번갈아 오간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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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지의 『에든버러』는 빼어난 소수자 문학이다. 한국계 이민자이며, 퀴어인 주인공 '피'가 겪는 차별이 피부에 닿을 듯 생생히 펼쳐진다. 또한 『에든버러』는 참혹한 범죄소설이다. 손쓸 도리 없이 덮쳐오는 폭력에 의해 고통받는 10대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에든버러』는 훌륭한 성장소설이다. 시적이면서도 건조하게 기술된 문장 속에 우연히 닥쳐온 불행을 받아들이는 한 인간의 안간힘이, 불행을 단지 불행으로 두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양팔로 삶을 껴안고 마는 숭고한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박상영 (소설가)
“용기, 지혜, 생명력으로 가득하며 오래도록 마음에 여운이 남는 ……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소설”
- 주노 디아스 (2003년 퓰리처상 수상자)
“근래에 읽은 가장 참신한 소설가. 『에든버러』는 감수성을 깊이 자극하고, 드라마틱하며 - 맑다.”
- 에드먼드 화이트
지의 글쓰기, 사랑, 사회적 실천에 대한 통찰은 힘겹게 쟁취한 것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하고 현명하다.
- 커티스 시튼펠드
알렉산더 지는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우리는 그가 강조하는 모든 멋진 말들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 자미 아텐버그
“격정이 고조되고, 큐피드가 프시케에게 접근하며, 사랑과 죽음이 한 무대에서 춤을 추는 웅장한 낭만주의 전통 안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 ……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진통을 겪는 창조적인 영혼에 대한 매력적이고 은유적이며 결코 예측할 수 없는 묘사”
- 워싱턴포스트
“[지는 단 몇 마디의 불같은 단어로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 뉴욕타임스
21세기 최고의 미국소설, 아프지만 …… 매우 아름답다.
- 보스턴글로브
“인상적이고 …… 심오하며 시적이다 …… 지의 목소리는 귀 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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