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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희생하지 않고 열렬히 욕망하고자] 『파친코』 이민진 작가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야기의 출발이 된 소설.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열렬히 자신의 것들을 욕망하고 표현하는 이민자의 아들딸들. 케이시는 상처 가득한 그 길에서 싸우는 대신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지금의 언어로 이민자의 뉴욕을 바라보는 현재의 이야기. - 소설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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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 Ji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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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
유능한 젊은 여성으로서 케이시 한은 번듯한 삶과 성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갈망한 것은 화려함과 통찰이었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뉴욕 퀸스의 허름한 동네에서 자라난 한국인 이민자로서 그녀는 맨해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근면하고 힘겨운 삶을 넘어선, 눈부시고 화려한 인생을 꿈꾸었다. --- p.13 “언니, 언니 그러지 마…… 제발.” 케이시는 아버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난 망가진 게 아니에요. 쟤도요.” 케이시는 티나를 가리켰다. “잘못 큰 게 아닌데 자꾸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정말이지 넌더리가 나요. 아버지야말로 우리 같은 자식을 낳아서 복권 당첨된 줄 아셔야 해요. 왜 자꾸 우리가 잘못 컸다는 거예요? 도대체 왜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할 때가 없는 거냐고요? 집어치우라고요. 닥치라고요.” 그녀는 마지막 말을 조용히 내뱉었다. 조셉은 배 위에 팔짱을 낀 채 딸이 하는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은 왜 또 내가 잘못된 거예요?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케이시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제 그녀도 흐느끼고 있었다. 아버지가 때렸기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접한다고 항상 느껴왔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닌데. --- p.35 “어느 팀이든 계약을 체결하면 부서 전 직원에게 점심을 사게 돼있어요. 우리가 지난주에 계약 하나를 마무리했죠. 뭄바이 외곽의 대형 발전소.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인도 음식으로 한턱내는 겁니다. 알겠죠? 일본 담당 팀이 계약을 마무리하면 스시를 먹겠죠.” “그렇군요.”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월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투에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니, 그의 음성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야 좀 알겠다는 듯한 씁쓸한 감탄이 어려 있었다. “이게 게임의 규칙이에요, 케이시. 주어진 건 손에 쥐어야 해요.” --- pp.162~163 엘라는 간음에 대한 이야기를, 배우자를 배신한 사람과 배신당한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읽었고, 배신한 사람과 배신당한 사람에 대해 연민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증오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이대로 그냥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엘라…… 엘라…… 미안해. 진심이야. 정말 미안해.” 그는 말했다. “미안하다고 했잖아, 부디 용서해줘. 내가 얼마나 미안한 마음인지 제발 믿어줘.” 엘라는 최대한 조용히 호흡했다. “엘라.” “테드, 난 이 아이를 원해요. 이 아이를 위해서 모든 것을 원해요.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를.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 pp.318~319 그는 전통적인 미남형인 테드와는 전혀 달랐다. 테드는 한국 드라마에 캐스팅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외모였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은근히 야성적인 면도 있었다. 그에 비해 은우는 친절한 인상이었고, 케이시는 궁금하다는 마음으로 주위를 차단하는 그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한곳에 주의 깊게 집중하는 시선이었다. 은우는 케이시와의 대화에 온전히 몰입하고 있었다. 그와 가까이 있으니 자신이 예뻐진 기분이었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아주 익숙하게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특히 이마와 눈매는 엘라와 판에 박은 듯이 똑같았다. 그와 함께 있으니 이 공간에서 덜 외롭게 느껴졌다. 동지를 가진 기분이랄까. 단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었다. 엘라와 테드와 같이 있을 때는, 테드가 고약하게 굴지 않더라도 혼자 소외된 기분이 들곤 했다. 그들만 누구에게나 짝이 있는, 더 나은 세상의 일원이고 그녀는 아닌 것 같은 기분. --- p.379 |
1990년대 뉴욕, 한국계 미국인 케이시 한은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로스쿨 진학도, 취업도 하지 않고 백화점 점원으로 생활한다. 전형적인 한국인 이민 1세대인 케이시의 부모는 근면하게 살면서 자식들이 잘 교육받고 신앙심 깊은 삶을 살게 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로, 이런 케이시가 못마땅하다. 딸들이 의사와 변호사가 되고 한국인 남편감을 데려오길 원하는 부모의 기대에 반항하듯 케이시는 자유분방하게 살며 백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가족과 거리를 둔다. 어느 날, 자신을 탓하는 아버지의 말에 케이시는 그동안 쌓인 감정을 폭발시키고 만다. 화가 난 아버지에게 손찌검을 당하고 쫓겨난 그녀는 평소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던 친구 엘라와 우연히 마주친다. 케이시와 정 반대인 엘라는 한국인 남자 테드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엘라는 테드에게 케이시의 직장을 구해줄 수 있는지 부탁하고, 약혼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테드는 케이시가 은행 인턴으로 일할 수 있게 소개한다. 취직과 결혼,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케이시와 엘라, 정반대인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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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젊은이의 고뇌와 아픔
서로를 보듬고 치유하며 깨달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 낯선 땅, 익숙한 얼굴로 말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현재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 『파친코』를 통해 해방 전후 우리 민족의 삶을 재조명한 작가 이민진. 그의 첫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미국 이민 2세대 젊은이들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랑과 이별을 다룬 자전적인 요소가 녹아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한국 전쟁을 겪은 미국 이민 1세대는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성공한다. 케이시의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젊음을 바쳐 일하며 포기했던 배움에 대한 열망을 자식 세대에서 풀고자 최선을 다했고 결실을 맺는다. 하지만 재능 넘치고 잘 배운 이민자의 딸에게 미국 사회는 다시 성별과 피부색, 학벌의 단단한 벽을 보여준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죄책감과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겪어야 하는 편견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품은 채, 케이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인생의 터널을 외롭게 걷는다. 제목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기득권층에게 마련된 세상의 호의로도, 세상의 온갖 호의를 망설임 없이 누리는 그들의 태도로도 읽힌다. 미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케이시와 친구들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고,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케이시와 친구들에게 세상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작은 성공을 이루었나 싶은 순간 더욱 차가운 일면을 드러낸다. 능력을 증명해도 존중받지 못하고, 때로는 부모 세대가 겪어야 했던 차별을 고스란히 겪는다. 이민진 작가는 2021년 한 인터뷰에서 “2007년 출간 당시 사람들은 주인공 케이시 한을 불편해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제 시대를 만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호기심과 재능이 넘치고, 반항적이지만 독립적인 케이시가 맞닥뜨린 당시의 미국은 2022년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기득권층을 위해서는 한없이 친절한 세상이 재능과 노력 앞에서 차갑게 등을 돌리는 모습, 성실함 하나로 승부해온, 성공 문턱에서의 좌절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전 세대들의 몰이해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을 최대한 진실되게 말함으로써, 그 결함과 아름다움을 숨기지 않고 꺼내놓음으로써 존경심을 표하고 싶었다. 나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불완전하며 재능이 있기를 바랐다. 우리 모두가 그런 인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_이민진 하지만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에 등장하는 이민자의 아들딸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참고 견디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냈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그들은 열심히 욕망하고 표현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들은 보다 많이 사랑하고 이별하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세상을 스스로 배워나간다.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케이시의 인생은 상처로 가득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럴수록 그녀를 지탱해주는 것들의 의미와 가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서툴게 보듬는 과정에서 그녀 역시 위안을 받는다. 싸우는 대신 이해하는 편을 택하면서 얻은 것은 해방감과 자유였다. 이민진 작가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파친코』 그리고 집필 중인 『아메리칸 학원』(가제)을 ‘코리안 디아스포라’ 삼부작으로 소개한 바 있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생존 이야기인 『파친코』, 방황과 좌절 끝에 2세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에 이어 『아메리칸 학원』에서는 어떤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오늘의 언어로 케이시의 뉴욕을 더욱 생동감 넘치게 펼쳐놓은 유소영 번역가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 대한민국에 정착한 수많은 이민자들과 그 자녀들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일 수 있다고 썼다. 우리 안의 차별과 장벽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영어로 쓰이고 미국 독자들에게 먼저 소개된 이민진 작가의 책이지만 한국 독자들에게 주는 울림은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에게 한국인의 개념을 확장할 수 있게 하고 우리와 함께할 다음 세대 한국인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영감을 주는 책들. 우리가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작가의 말&옮긴이의 말 “이 소설은 독립과 화려함, 로맨스를 갈망하는 젊은 몽상가가 뉴욕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여성이 거기서 무엇을 찾게 되는지 탐구한다. 주인공과 그 친구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을 욕망하며 부모님을 차츰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당연히 내 첫 소설은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갖기를 원했던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다.”_이민진 “앞으로 10년, 20년 후 한국인이라는 집단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다. 한국이 다양한 목소리들에게 가시화의 기회를 주고 우리의 것으로, 한국인의 목소리로 품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전 세계로 퍼져나간 K의 물결처럼 ‘우리’와 ‘한국인’이라는 개념 자체도 조금이나마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_유소영(옮긴이) |
1990년대 뉴욕, 세 한국인 여성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펼쳐 보인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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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책.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에도 그 안의 삶이 계속될 거라는 믿음을 준다. -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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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거침없으면서도 세심하게 다룬다. 입체적으로 그려낸 인물들이 세대와 문화 차이로 인해 겪는 갈등을 멋지게 표현했다. - [북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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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집요하고 고통스러운 영광의 서사적 명상록. - [USA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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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하고 선명한 태피스트리. 새로운 미국 이민자 세대의 역경, 도전, 성공에 대한 영리한 통찰을 내놓는다. -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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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면서 다차원적인 등장인물과 절묘하게 변화하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로 당신을 이끈다. -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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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자녀들의 가장 근본적인 위기를 보여준다. 바다만큼 넓은 세대 차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한국계 미국인 사회의 비밀스러운 세계에 대한 통찰. - [옵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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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화된 사회를 재미있고 기민한 시선으로 엿볼 수 있게 하는 몰입감 넘치는 소설이다.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을 한데 묶는 유대, 그들을 덫에 빠트리는 속임수의 그물, 사랑과 배신 그리고 용서를 지켜보는 일은 매우 즐겁다. - [샬럿 옵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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