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이 나타났다!]
아주아주 평범한 어느 금요일 밤, 달링 부부의 집에 밝은 빛무리 하나가 슬그머니 다가온다. 빛은 삼 남매인 웬디, 존, 마이클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바로 요정인 팅커 벨이다. 팅커 벨의 뒤를 따라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 피터 팬이 등장한다. 이 둘은 피터 팬이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고 있다. 잠에서 깬 웬디는 피터 팬을 도와주고, 피터 팬의 꾐에 넘어가 네버랜드로 향하게 된다.
작은 별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면 부부는 시간 맞춰 도착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별들이 입김을 후, 불어 창문을 활짝 열고는 가장 작은 꼬마 별이 소리쳤다.
“서둘러, 피터!”
피터 팬은 꾸물거릴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가자!”
피터 팬은 다급하게 소리치고 곧바로 어둠 속을 날아올랐다. 그 뒤를 존과 마이클과 웬디가 따라 날아올랐다. 달링 부부와 나나가 아이들 방에 들이닥쳤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새들은 이미 날아가 버린 뒤였다.
--- p.66
[상상의 섬 네버랜드에서]
피터 팬을 따라 네버랜드에 도착한 웬디와 존과 마이클. 하지만 상상 속의 네버랜드와 실제 네버랜드는 자못 다른 분위기다. 아름답고 스릴 넘치는 정소를 상상하던 삼남매는 울부짖는 인어와 잔인한 전사인 인디언, 그리고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해적 선장 후크가 이끄는 해적들로 인해 공포에 질리고 만다. 그들이 의지할 사람이라곤 누구보다 용감하고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대장 ‘피터 팬’뿐! 웬디는 자만심에 넘치는 피터 팬을 성심성의껏 달래며 네버랜드에서의 생활에 점차 적응해 간다. 피터 팬과 아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후크만 없다면 훨씬 좋을 곳일 텐데.
피터 팬은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그럴 피터 팬이 아니다. 피터 팬은 즉시 후크 목소리를 흉내 내어 대답했다. (중략)
“당신이 후크라면, 그럼 나는 누구요? 말해 보시오.”
후크는 비굴해 보일 정도로 비위를 맞추려 노력하며 되물었다.
“넌 대구다, 그냥 대구야. 생선이라고.”
“대구라니!”
얼빠진 듯한 후크의 목소리가 호숫가에 울려 퍼졌다. 순간, 후크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부하들이 슬슬 뒷걸음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간 생선을 두목으로 모셨다고? 우리 체면이 말이 아니로군.”
주인을 무는 개처럼 버릇없이 비아냥대는 부하들 때문에 후크의 체면이 또다시 구겨졌다. 하지만 후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 p.144~145
[잡혀간 아이들]
부모님 생각에 피터 팬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려던 아이들이 해적들에게 기습 공격을 당한다! 잡혀간 아이들 중 유일한 여자아이인 웬디만 자기들의 엄마로 삼고 나머지는 바다에 떠밀어 처형해 버릴 거라나?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피터 팬은 해적선을 찾아 나서며 살벌한 맹세를 한다. ‘후크가 죽든 내가 죽든,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보고 말겠어!’과연 피터 팬은 웬디와 아이들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까?
가엾은 아이들. 웬디를 제외한 아이들 모두 짐칸에서 끌려 나와 후크 앞에 한 줄로 늘어섰다.
“자, 꼬맹이들아. 여섯 명은 오늘 밤에 처형하겠다. 하지만 배에 심부름꾼이 필요하니 두 녀석은 살려 주마. 누가 할 테냐?” (중략)
후크가 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이, 꼬마! 제법 배짱이 있어 보이는군. 해적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느냐?”
사실 존은 수학 문제를 풀다가 해적이 되고 싶었던 적이 더러 있었다. 게다가 지금 후크가 자신을 콕 집어 물었다는 데 감격했다.
“한때 제 이름을 ‘붉은 손 잭’으로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존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좋은 이름이로군. 내 밑으로 들어오면 그렇게 불러 주마.”
--- p.218~219
[결전의 밤]
해적선에 몰래 올라 탄 피터 팬. 놀란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해적들을 하나씩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결전의 밤’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갑판에서 맞닥뜨리게 된 피터 팬과 후크 선장. 재빠른 피터 팬은 요리조리 날쌔게 공격하지만 팔이 짧아 닿지를 않고, 힘이 센 후크는 미친 듯이 바람을 일으키며 칼을 휘두르지만 피터 팬을 맞출 수 없는데……. 결전의 밤을 지배할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지금이야!”
아이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하지만 피터 팬은 우아한 동작으로 후크에게 다시 칼을 집을 기회를 내어 주었다. 후크는 잽싸게 칼을 집어 들긴 했지만, 피터 팬이 품위 있게 행동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못 비참한 심정이었다. 지금까지 악마 같은 놈과 싸운다고 생각했는데, 불현 듯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를 스쳤던 것이다.
“피터 팬! 넌 도대체 누구이며, 어떤 존재냐?”
후크가 쉰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난 젊음이고 기쁨이자, 알을 깨고 나온 작은 새다!”
피터 팬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 p.239
[요정을 믿으신다면, 힘찬 박수를!] :《피터 팬》 제대로 읽기
작가인 배리는 자연의 순환에 큰 의미를 두었다. 모든 어른은 어른이 되기 전에 아이였듯이, 어린이가 있는 한 상상의 세계 역시 언제까지나 존재할 거라고 믿었다. 요정을 믿는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피터 팬이 찾아오듯,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네버랜드로의 여행은 계속될 거라고 여긴 것이다. 배리는 세상을 떠나기 전 《피터 팬》의 판권을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소아 병원’에 전부 기부했다. 이는 작가인 제임스 매튜 배리가 어린이라는 존재와 그들의 삶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1904년 12월 27일 밤, 런던에서 〈피터 팬〉의 첫 공연이 열렸어요. 불안해하던 배리의 예상과 달리, 연극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어요. 특히 팅커 벨이 죽는 장면에서 배우가 등장해 “여러분, 요정을 믿으시나요? 요정을 믿으신다면, 박수를!"이라고 외치자, 성인 관객들마저 모두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해요. 연극이 끝났는데도 앙코르를 외치는 소리가 늦은 밤까지 계속된 건 물론이고요. 1900년대 초반, 영국에서는 소년을 순수함의 상징으로 여기는 분위기였어요. 연극은 당시 시대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졌고, 그 덕분에 아이들뿐 아니라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던 거예요.
--- p.288~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