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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현병 삼촌

: 어느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오랜 거짓말과 부끄러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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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42쪽 | 290g | 125*200*15mm
ISBN13 9791192465081
ISBN10 1192465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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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만든이 코멘트 만든이 코멘트 보이기/감추기

안녕하세요. 이책의 저자 입니다.
2023-09-08
2019년 이하늬 기자님을 처음 만났어요. 모 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주간지에 실린 기획기사를 읽게 됐죠. 제목은 ‘조현병 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바이라인은 ‘이하늬’.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우울증 당사자라고 했어요. 정신질환 관련 스터디에도 참여하는 등 이 주제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첫 책 『나의 F코드 이야기』를 제안했습니다. 이후 두 번째 책을 뭘 쓸지 얘기하다가, 어느 날 미팅에서 삼촌 얘기를 처음 꺼내셨어요. 삼촌이 조현병이라고. 내가 만약 다음 책을 쓴다면 삼촌 얘기를 써야 할 것 같다고.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생각했는데 이거였다고. 자신의 우울증을 오픈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삼촌 이야기를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책에 가족을 인터뷰한 얘기가 나오거든요. 삼촌도 몇 개월간 인터뷰했고, (외삼촌이었기에 유일한 혈육이던) 엄마와 아빠도 인터뷰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마 여러 번 포기할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 평균 수명이 80.6세이고, 조현병 당사자의 수명은 그보다 10-15년 정도 짧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당시 삼촌 나이가 60세였는데 덜컥 겁이 났고, 삼촌의 삶이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다가 불쌍하게 죽었다’로 남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힘을 냈다고 해요. 또 가족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당사자와 당사자 가족, 정신과 의사와 사회복지 전문가 등을 인터뷰해 다양하고 객관적이고 믿을 만한 이야기와 정보를 담기 위해 애썼어요. 이하늬 기자님의 장점은 글을 정말 ‘쉽게 읽히도록’ 쓴다는 점, 그리고 자의식이나 감정이 과잉하지 않은 글을 쓸 줄 안다는 점이에요. 기자로 일하며 단련된 정제된 글쓰기, 객관적인 글쓰기가 몸에 배어 있는 느낌이랄까요. 당사자 가족이지만 목격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조현병이 뭔지 궁금했으나 두려웠던 분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아몬드 이은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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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물정을 대충 알기 시작할 무렵부터 삼촌에 관해 말하기를 꺼렸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왜 삼촌은 일을 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삼촌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서는 뭐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백수보다 더 이상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건 알았다. 병명을 알게 된 이후에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p.6

환청이나 망상이라고 하면 아예 맥락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나름의 현실적인 맥락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촌의 큰아버지는 1950년 국민보도연맹 사건 당시 행방불명됐다. 이후 인근 바다에 수장됐다는 소식만 들려왔다. 외갓집 식구들은 수십 년 동안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 살았다. 동시에 ‘빨갱이’ 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두려워했다. 이런 두려움과 바람이 삼촌의 환청에 반영된 것이었다.
--- p.25

하늬: 환청이랑 대화도 해?
삼촌: 내가 뭘 물어보면 대답을 해줘. 환청이 옳은 말을 할 때도 있어. 남자는 남자 목소리, 여자는 여자 목소리야. 실제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려. 진짜처럼.
하늬: 와, 삼촌은 안 심심하겠다.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삼촌: (웃음) 그런데 환청이 안 들릴 때 더 마음이 편해.
--- p.57

망상에 동조하거나 반박하지 말라는 것은 망상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망상의 내용은 당사자에게 중요한 것이기에 이를 듣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차승민 전문의는 “게다가 망상은 너무 견고해서 부술 수가 없다”며 “논쟁을 해봤자 서로 적의만 생기니까 망상을 부수려는 노력보다는 일상을 유지하는 데 힘을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 p.69

삼촌을 면회하러 간 어느 날, 병원에서 보호자 상담을 권했다. 보호자 상담이 뭔지 몰랐던 엄마는 “저는 정신이 안 아프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그런 게 아니니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가라고 했다. 엄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삼촌과 관련해 받은 상담이었다.
하늬: 상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어?
엄마: 이것저것 물어보기에 답했지. 상담사가 나를 안고 울더라고. 그때 처음으로 내 처지를 알게 됐어.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하고 보니까 내 자신이 너무 안 됐어. 그 어린 나이부터 지금까지…… 그때 내가 40대 중반이었어. 그날 처음으로 나를 위해서 울었어.
--- p.83

나 역시 오랫동안 거짓말을 해왔지만 더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삼촌의 존재를 알아챌까 마음을 졸이는 상황이 피곤하고 싫다. 이제는 그 악순환을 끊고 싶다. 삼촌과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모이면 언젠가는 각종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돈은 숨기고 병은 소문내야 하니까.
--- p.98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장애인을 격리수용시설에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관련 기사에는 “영원한 격리가 답이다”, “저런 사람들은 못 돌아다니게 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심심찮게 달렸고 어느 라디오 아침 뉴스 앵커는 “인권이 좀 침해되는 일이 있더라도 정부에서 정신장애인들을 강력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엔딩멘트를 했다. 한 집단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고 그들의 인권을 ‘좀’ 침해해도 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사자와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더 꽁꽁 숨는 것 외에는 없다.
--- p.128

자신의 몸에 맞는 수준에서 임금 노동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장애인은 도무지 설 곳이 마땅치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일’이라는 접점이 있어야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낼 수 있다. 게다가 아픈 몸은 의료비 등 돈이 더 든다.
--- p.141

하늬: 오래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말 되게 오랜만에 들어봐요.
쉴라: 정말이에요. 요즘이 인생에서 제일 여유로운 시기인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오전에는 일하고 오후에는 자조모임을 가거나 그림을 그려요. 가을에는 그림 단체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개인전도 하고 싶고요. 시간 되면 보러 오세요.
--- p.156~157

그는 인터뷰에 자신이 쓴 시를 같이 실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주로 사람 이름이나 별명으로 시를 짓는다. 사람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지어진 시를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유영의 블로그 이름은 ‘시와 함께해요’다. 아래 시에서 밤톨은 유영의 별명이다.
밤하늘이 반짝 빛나는 어느 날의 밤
톨게이트를 지나갈 때마다 가까워지는 너를 만나러 가는 길
--- p.169

희수는 인터뷰 내내 건조한 톤을 유지했다. 형이 범죄를 저지른 이야기, 의사를 포기한 이야기, 집에 장애인이 셋이라는 이야기, 누나가 암으로 일찍 사망한 이야기를 할 때도 덤덤했다. 4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하면서 딱 한 번 그의 목소리가 흔들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형과 함께한 어린 시절을 말할 때였다. 가족이 힘든 게 이런 부분이다. 원망만 남은 줄 알았는데 사랑의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다는 걸 알게 될 때.
--- p.177

과연 삼촌이 혼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증상이 심해지는 건 아닐까. 혹시나 파킨슨병 증상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서 방에 갇히기라도 하면? 걱정이 가지를 치며 뻗어나갔다. 걱정이 많은 나와 엄마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반년 가까이 끌었다. 보다 못한 동생이 나섰다.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일단 독립부터 하고 부족한 건 그때 해결하자.”
--- p.206

치료가 곧 회복을 의미하진 않는다. 증상이 완화되어도 일상을 꾸려갈 수 없다면 회복은 요원하다. 회복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여기에는 일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여가를 보내고 건강을 챙기는 등 여러 행위가 포함된다. 이런 것들이 함께 유기적으로 연동되지 않으면 몸만 시설 밖에 있을 뿐이다.
--- p.214

사장님은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보며 “아저씨 치매죠?”라고 물었다. 아…… 삼촌이 나이가 들어서 치매 증상으로 보일 수 있구나. 차라리 다행이었다. 정신질환을 언급할 이유도, 이런 저런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치매 증상에도 환청과 망상 등이 있다.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치매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현병은 혐오의 대상이다.
--- p.216

삼촌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더 많다면, 삼촌의 생각이 ‘미쳤다’는 단어 하나로 납작하게 표현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라면, 입원 외의 선택지가 더 있다면, 가족이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면, 조현병을 오픈하고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다면…… 삼촌의 손상은 지금처럼 심각한 장애는 아니었을 것이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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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제를 가장 진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일 것이다. 당사자의 곁을 늘 지켜온 사람은 그에 대해 누구보다 진심으로 말할 수 있을 테다. 오랫동안 해당 주제에 천착한 기자라면 폭넓은 시선으로 정확하게 말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모든 위치에서 조현병과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에 다가간다. 진실하고 정확하게,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 김원영 (작가, 변호사)
세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많은 소수자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숨긴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도 그렇다. 이야기가 숨겨지는 순간 안타깝게도 그의 존재 역시 숨겨진다. 비밀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편견을, 편견은 더 많은 비밀과 침묵을 낳는다. 우울증 당사자이기도 한 저자는 이 침묵의 굴레를 끊기 위해 그동안 꼭꼭 숨겨온 조현병 당사자 가족으로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책은 당사자의 경험담을 넘어 조현병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와, 여러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 들의 목소리를 소개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저자와 저자의 삼촌, 나아가 우리 사회의 모든 정신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에겐 이 이야기가 필요하다.
- 장혜영 (국회의원, 『어른이 되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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