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7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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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0쪽 | 334g | 108*177*50mm |
발행일 | 2023년 07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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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0쪽 | 334g | 108*177*50mm |
『여름기담 : 매운맛』 백민석 나는 나무다 ‥‥ 9 공포는 현실에 ‥‥ 40 한은형 절담 ‥‥ 47 방생 ‥‥ 87 성혜령 마구간에서 하룻밤 ‥‥ 93 다리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 127 성해나 아미고 ‥‥ 133 2058년 13월 ‥‥ 157 『여름기담 : 순한맛』 이주혜 초록 비가 내리는 집 ‥‥ 19 얼굴 ‥‥ 43 정선임 아직은 고양이 ‥‥ 49 ‘아직도’입니까? ‥‥ 86 범유진 우산이 나타났다 ‥‥ 95 같이 가자. 같이. ‥‥ 127 전예진 디 워 ‥‥ 135 다른 사람 ‥‥ 171 |
#읻다 #읻다서포터즈 #넘나리 #도서제공
별점: ★★★★
한줄평: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
키워드: #자연 #사람 #기억 #흡수 #악몽 #불청객 #기계 #확률
추천: 매운맛 공포를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
(23/09/08)
백민석, 「나는 나무다」
| 소설 속 한 문장: 사람들은 너무 많은 진실은 원치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진실만을 찾았다. 하지만 내가 모두 말해줄 수 있었다. 나는 나이테를 오백 개나 품은 나무다. 내가 모든 것을 봤고, 모든 것을 증언해 줄 수있다. (p.35)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소설 속 사람들은 끔찍하게 무서운 존재다. 사람들은 숲에서 다른 이들 앞에서는 절대 하지 못할 짓을 저지르고, 그곳에 묻어두면 영원히 잊힐 것이라고 여긴다. 또 조경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무자비한 방식으로 나무들을 학살하고 자연을 파괴한다.
그러나 나무인 ‘나’는 죽은 자들의 피와 살을 뿌리를 통해 자신의 온몸으로 흡수하고 나이테에 새긴다. 형제자매, 이웃나무들이 사라져도 자신만은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킨다. 쉽게 죽지 않아 오래도록 고통받는 나무. 500년이라는 긴 세월속 온갖 끔찍한 것을 보고 들은 산 증인. 그러나 그런 나무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또 다른 사람들이 또다른 끔찍한 일을 저지르러 숲에 올 것이고, 나무는 온몸으로 그 진실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한은형, 「절담」
| 소설 속 한 문장: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흡수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 (p.80-81)
진짜 이야기란 ‘전율하게 되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이 글을 다 읽은 후 엄청난 전율까지는 아니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역시 인간이 제일 무섭다.
유심 스님은 과연 만나는 사람들의 장점만 흡수한 걸까? 다른 사람을 닮는 것도 아닌, 흡수한다는 것. 20년 전의 유심스님과 지금의 유심 스님은 정말 같은 사람이 맞는 걸까? 도대체 유심 스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그 상자’를 화자는 과연 열었을까, 열지 않았을까?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였다.
성혜령, 「마구간에서 하룻밤」
| 소설 속 한 문장: 문진은 집을 나가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내고있는 사람들에게 맞서려면, 자꾸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p.125)
문진이 마주하게 된 악몽 같은 상황의 연속은 정말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비정상적이다. 문진에게 사기를 치고 꿔 간 돈도 갚지 않았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나타나 문진의 집에서 제 집처럼 움직이는 순연, 25년 만에 나타나 채무 이행 계약서를 들이미는 노부부. 모두가 원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집주인 문진은 불청객으로 느껴질 정도다. 선잠에서 깨어났는데도 떠나지 않은 불청객들. 이게 진짜 공포가 아니면 뭐가 공포일까?
성해나, 「아미고」
| 소설 속 한 문장:
앞면? 뒷면?
묻는 듯 그것은 고요히 미소 짓는다. 내가 아닌 내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멈칫하다 액셀에 올린 발을 천천히 뗀다. (p.150)
야키마 H1은 로봇에게 친구라는 뜻의 ‘아미고(amigo)‘를 붙여주고 위선적으로 행동하는 죠의 동료들과는 달리 가식없이 솔직하게 그를 불편해했던 죠가 좋았던 걸까? ‘운명이 너무도 쉽게 저 온기 없는 손바닥 안에서 이리저리 뒤집히는것 같다’는 죠의 말처럼, 야키마 H1은 자신의 마지막조차 알고 있었던 걸까? 미래의 언젠가는 우리 모두 너무도 쉽게 대체 가능한 부품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런 상황에 무감하고 무관심한 이들. 그들을 과연 인간이라고 할수 있을까?
소설도 소설이지만, 작가의 말이 매우 섬뜩했다. 챗GPT의 예언이라니, 그리고 심지어 어느 정도 들어맞는 일들이 일어나다니!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불쑥 예언들이 떠오를 때면 엄청난 공포심이 들 것 같다.
이 이야기들을 다 읽고 난 후,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네 편의 다채로운 공포 이야기로 늦여름 무더위가 싹 가시는 오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 책 커버를 벗기면 나오는 귀여운 고양이에 심쿵했다!
+ 순한맛과 매운맛으로 기담을 나눠서 출시한 것도, 표지도 완전 기발한 아이디어 같다!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름기담 순한맛_이주혜, 정선임, 범유진, 전예진
무서운 것을 보는 걸, 읽는 걸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몇날며칠이고 잠을 못 잘 정도로 못 봤었는데(홍콩할매 귀신 책, 엑소시스트를 보고 그랬다) 어느 순간 무서운 것도, 잔인한 것도 잘 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귀신이든 사람이든 좀비든.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든 시체를 썰든 쪼개든 갈든.
그 등골 오싹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
기담. 이상야릇하고 재미있거나 기이하고 괴상하거나 무서운 이야기.
순한 맛, 매운 맛 모두 읽었는데 일단 내 기준 무서운 건 아니었다.
내가 울트라캡숑 매운 맛을 기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담을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라고 친다면 그것이 더 잘 어울릴 것이다.
근데!!!! 기담이라고 하고선 책 표지가 이렇게 신박하고 귀여워도 된단 말인가??
왜 카레를 방으로 가지고 왔냐는 말을 다른 식구 3명에게 모두 들을 정도였으니까.
이주혜, 정선임, 범유진, 전예진 작가의 4편의 단편이 수록된 순한 맛
부디 화분들만은 죽이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은 아내와 그 집에 대한 이야기는 아~ 이런 전개도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왜 남자들은 하나 같이 아내를 자기가 잘 가꾸어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언가로 만들려고 할까..
고양이로 변한 듯한 친구와 친구 남친과 아파트 사려고 책방을 한다는(진짜는 아니고..) 주인공. 이 이야기는 진짜 귀여운 거 아니냐고요. 심지어 정선임 작가는 고양이에 대한 소설집이 있을 정도니, 고양이 집사가 분명하다.
우산이 자꾸 나타나는데 이게…. 은근 거슬리고 소름 돋는다. 게다가 쿵쿵 강시처럼 다가오다니! 다른 것보다도 싫은 게 눈 깜빡이는 사이에 점점 가까워지는 귀신인데(맞다, 여고괴담의 유명한 그 장면 같은 거 말이다) 강시처럼 그렇게 다가오면 싫단 말이다.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소재가 타임루프인데 이게 끝이 나긴 하는 건가 싶어서다.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소재이기도 한데 꼭!!! 슬픈 결말이라서.(소스코드 같은..) 빠져 나가는 방법이 있긴 한가 싶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만큼 질리고 기운 빠지는 게 없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주인공을 마음속으로 아주 많이!! 응원했던 것 같다.
글들을 읽으며 상상해 보면 어떤 부분들에서는 소름이 돋을 수도 있을 법하지만 내게는 많이 약했달까. 그럼에도 재미있게 읽은 단편들.
하긴 이 세상에는 소설보다 더 이상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니까^^;;;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픈 겁쟁이를 위한 책
백민석의 「나는 나무다」는 오랜 세월 산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나무의 이야기다. 500년이 넘도록 숲에 자리한 나무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과 잔혹함에 진절머리 친다. 인간은 인간을 자주 죽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인을 은폐하고, 망자가 묻힌 땅 위에서 망자를 농락한다. 생명이 없는 나무인 줄 알고, 나무의 모든 이파리가 살아 있는 눈동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람과 사람은 서로를 만지고, 죽이고, 괴롭히고, 비웃는다. 「나는 나무다」는 날것의 언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공포감보다는 꺼림칙함이 먼저 떠오른다.
"사람들은 숲에서는 아무도 자신들을 보지 않는 줄 안다. 사람들은 이 숲에서 도시 한복판에서는 하지 않을 일들을 한다. (16p.)"
"사람들은 너무 많은 진실은 원치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진실만을 찾았다. (35p.)"
한은형의 「절담」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는 기억의 섬뜩함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가인 '나'는 범상치 않은 스님을 만나고, 구천사와 암매암이라는 절과 암자에 방문하고, 어린 여자아이를 만난다. 뒤섞이고 흔들리는 기억 속에서 마주한 기묘함들은 끝내 정리되지 않는다.
"사람이란 불쾌한 일에 대해서는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존재인 것이다. 얼굴과 이름이 기억에 없다는 말이다. (66p.)
성혜령의 「마굿간에서 하룻밤」은 암환자 문진이 별장에서 겪은 하룻밤의 이야기다. 문진과 같은 병실에서 함께 항암치료를 했던 언니 순연, 부동산에 내놓은 별장을 보러 온 노부부가 문진의 정신을 흔들고 뒤집는다. 순연은 몇 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문진의 마음을 조용하게 괴롭혀왔고, 노부부는 어느 날 갑자기 문진의 하루에 등장해 알고 싶지 않은 비밀을 밝힌다. 기이함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그들의 기행(奇行)은 내내 은은한 불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소설의 끝에서 문득, 정말 이상한 사람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잘 살아, 란 말을 반복해 생각하다 보니 그 말이 꼭 혼자 잘 살아남아, 라는 말로 들렸다. 이번에도, 문진은 살아남아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103p.)
성해나의 「아미고」는 여름기담: 매운맛 편에서 유일하게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스턴트 배우인 주인공은 촬영장에서 휴머노이드 야키마 H1을 만난다. 사람과 달리 부서지면 고쳐서 다시 쓸 수 있는 로봇. 육체적 손상이 우려되는 스턴트 배우의 대체품. 때문에 부품이 떨어지고 회로가 뜯어져 나가도 인간은 일말의 죄책감 없이 그것을 처리하거나 편리하게 A/S를 맡기면 된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 속에서 선연하게 느껴지는 차갑고 두려운 감정은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의 감정을 지배한다.
"이상하네요. 제 세계엔 변수가 없는데. (148p.)"
"그것이 성공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마다 나는 점점 죽어간다. (151p.)"
4명의 셰프가 정성스레 만들어 대접하는 매콤한 기담들. 각각의 기담 속 기묘함과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는 사람이 되기도, 인공지능 로봇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유쾌하지 않은 감정을 느끼면서까지 기담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이유 중에 하나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정확한 상으로 그려보기 위해서도 있을 테다. 뚜렷한 모양을 보고 나면 정말 두려운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떠오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이나마 조심스러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