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리뷰 총점9.7 리뷰 71건 | 판매지수 3,612
베스트
소설/시/희곡 top100 1주
구매혜택

책갈피 증정 (포인트 차감)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10% 할인)
이 상품의 수상내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38g | 145*215*30mm
ISBN13 9791170610311
ISBN10 1170610315

이 상품의 태그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13,500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상세페이지 이동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13,500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상세페이지 이동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7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7

12,600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7' 상세페이지 이동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13,500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 상세페이지 이동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13,500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상세페이지 이동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

13,500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 상세페이지 이동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8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8

12,600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8' 상세페이지 이동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6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6

12,600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6 ' 상세페이지 이동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상품 이미지를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원본 이미지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 | 안보윤
수상작가 자선작 너머의 세계
수상소감 문장의 무게
작품론 복수(復讐)와 애도, 복수(複數)의 애도 | 이지은
인터뷰 잘 여문 이야기의 공을 굴리는 마음 | 김유태

우수작품상 수상작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 강보라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 김병운
자작나무 숲 | 김인숙
작은 방주들 | 신주희
북명 너머에서 | 지혜

기수상작가 자선작
이응 이응 | 김멜라

심사평 사회물리학적 관성과 문학적 멈춤
이효석 작가 연보

저자 소개 (7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소란한 곳에 방치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한 곳에 시선을 두면 안 된다. 누구에게도 동조하지 않고 피곤한 기색으로, 두 팔을 원숭이처럼 늘어뜨린 채 서 있어야 한다. 그런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는 드물다. (……) 소란한 곳에 소란스럽지 않은 인간으로 멈춰 있을 때 나는 가장 안전하다.
그러므로 이곳은 나에게 최적의 공간이다.
나는 미도파 카운터에 서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안보윤, 애도의 방식」중에서

여자가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한다. 구운 파인애플을 도막도막 잘라놓고 먹지 않는다. 노른자를 터뜨려 끼얹은 고깃덩어리를 죄다 으깨놓고 먹지 않는다. (……)
음식에다 이게 뭔 짓이야. 너 진짜 모르는 사람 맞지?
몰라요.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안보윤, 애도의 방식」중에서

처음엔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연수는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모든 것을 비밀로 했다. 작은 현판이 붙은 교실을 떠올릴 때마다 구토와 어지럼증이 솟는다는 걸,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호흡이 가빠진다는 걸, 교탁 앞에 서면 시야가 급격히 졸아들면서 머릿속에 암흑이 찾아온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수가 아무리 애를 써도 들키는 것이 있었다.
---「안보윤, 너머의 세계」중에서

계단을 내려가 중앙 현관에 있는 거대한 유리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장면을 연수는 계속 상상하며 걸었다. 그것은 적어도 복도 창 너머 크고 단단한 돌덩이를 상상하는 일보단 나았다. 중앙 현관을 넘고 나면 이제 다시는, 어떤 문 안으로도 몸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안보윤, 너머의 세계」중에서

한국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게는 절대 곁을 내어주지 않는 여행자들의 웃음소리가. 나는 잠시 후 그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누군가가 내 방문을 가리키며 저기 묵는 분도 한국인 아니에요? 하면 누군가가 심드렁하게, 그렇지만 약간의 멸시를 담아 받아친다. 아아, 그 부르주아 아줌마?
---「강보라,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중에서

호경은 그날 숫제 네발로 기어가는 시늉까지 하며 늑대 흉내를 냈고, 그 모습에 남자들이 허리를 꺾어가며 웃어댔고, 나는 그런 세 사람을 지켜보며 그들 사이에 섞이고 싶은 마음과 그들 사이를 엉클어뜨리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진자운동을 거듭했다.
---「강보라,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중에서

장희는 퀴어가 한 가족에 둘이나 셋이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느냐며 내게 퉁을 줬는데,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증조에 고조까지 거슬러 올라가든 사돈에 팔촌까지 옆으로 뻗어가든 가계도를 샅샅이 뒤져보면 퀴어가 여럿인 집은 생각보다 많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러고는 또 하나의 사례처럼 자기 아버지의 외종사촌 얘기를 했다.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중에서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오늘 장희 군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삼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중에서

할머니는 아흔 살까지 호더로 살았고, 아흔한 살인 그때까지도 호더로 살고 있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 쓰레기와 죽은 쥐와 산 쥐와 죽은 벌레와 산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집. (……) 그 끔찍한 집은 그러나 평생 동안 내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내가 할머니의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라는 것. 그러므로 할머니의 집은 어쨌든 내게 상속되리라는 것.
---「김인숙, 자작나무 숲」중에서

할머니는 쓰레기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 사람이니 나를 책임지기로 결정했을지도.
이런 스토리는 평범하지는 않으나 결코 비범하지도 않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비범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니. 나는 평범하지 못한 사람의 손녀로 살아가면서도 결국에는 비범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운명을 가졌다는 뜻이다.
---「김인숙, 자작나무 숲」중에서

꽃이 있다고 치자고. 꽃이 있어서 벌도 있고 나비도 있다고. 꽃도 일을 하고, 벌도 나비도 제 일을 하고. 새벽에 나가서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고 치자고. 근데 꿀은? 여전히 꿀은 벌도 나비 차지도 아니지 않나? 그럼 그 꿀은 어디로 가는데?
허니쿠키가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은재 님! 꿀이 가긴 어딜 가요. 양봉업자에게 가겠죠.
---「신주희, 작은 방주들」중에서

나는 한동안 그림자처럼 앉아 소금 캐는 여자를봤다. 검은 피부에 날렵하고 단단해 보이는 팔, 일을 하는 데 허튼구석이 없는 손길.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가장 정확한 것을 움켜쥐는 동작이 반복되었다. (……) 나는 길게 늘어지는 여자의 그림자를 사진 속에 담았다. 말 대신 꼭 보여주고 싶었다. 진주에게 그리고 허니쿠키에게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신주희, 작은 방주들」중에서

1969년에 개업한 북명백화점은 30여 년간 흑자와 적자, 휴업과 리뉴얼을 반복하다 1999년 폐업할 때까지 동네의 가장 큰 명소였다. (……) 나는 북명이라는 단어의 신비한 느낌이 좋았다. 북명이라고 중얼거리다 보면 누군가의 이름이나 낯선 동네를 부르는 것 같았고 나중에는 북명이 하나의 호칭처럼, 이를테면 그 집 딸 북명 다닌다, 라는 식으로 사람들 입에 자연스럽게 오르내렸다.
---「지혜, 북명 너머에서」중에서

조옥에겐 아직 남은 새벽이 있었다. 나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어두운 밤이. 바깥을 살피던 조옥이 누군가 발견한 듯 반갑게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마침내 나는 조옥과 예전처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깊은 밤을 함께 보내듯이 커피를 나눠 마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혜, 북명 너머에서」중에서

할머니는 푸른색 봉투를 빙글빙글 돌려 매듭을 묶었다. 그러고선 검지에 흙을 조금 묻혀 ○ㅣ○ 아래 방긋 웃는 입 모양을 그렸다. 할머니는 이응의 이름이 이응인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건 세종대왕의 한글 사랑을 기리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응을 자세히 보면 동그라미 위에 꼭지가 달려 있는데, 그게 훈민정음에 있던 ‘옛이응’이라고 했다. 지금은 사라진 그 발음을 다시 살려내서 ㅇ과 ㅎ 사이의 소리를 사람들에게 찾아준 거라고.
“호.”
할머니가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소리 냈다.
---「김멜라, 이응 이응」중에서

나는 이응 안에서 오래 포옹했다. (……) 레인코트, 당신의 이름은 무슨 색이죠? 나는 묻고 싶었지만, 입 속의 말들이 소리로 나오지 않았다. 옛이응의 ‘호’가 아닌 지금 나를 가득 채우는 이 느낌을 표현할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다. 더 깊은 품으로 스며들고 싶었다.
우리의 스토리가 마음에 드셨습니까?
---「김멜라, 이응 이응」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오늘날 우리에게 진지한 삶의 태도를
묻고 답할 수 있는 ‘멈춤의 순간’을 제공하는 작품


대상 수상작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은 학교폭력 가해자의 사망 이후 남겨진 피해자와 그 유족의 각각의 애도의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나(동주)’가 일하는 ‘미도파’라는 찻집은 늘 소란 속에 있지만 소란스러워지지 않는 “최적의 공간”이자, 그곳은 폐건물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은 승규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유일한 목격자인 ‘나’가 모든 의심 어린 질문에 응답하지 않기 위해 도달한 침묵과 멈춤의 공간이다. ‘미도파’라는 공간 안에서 ‘나’는 옥상 끝에 서 있던 그날의 순간으로 끝없이 회귀해 다른 결말의 가능성을 상상해보며 결코 완료될 수 없는 윤리적 책임을 감당하는 것으로, ‘승규의 엄마’는 미도파에서 일하는 ‘나’를 찾아와 으깨진 함박스테이크를 한 번 더 으깨놓는 것으로, 각자 자신만의 ‘애도’에 도달하고자 한다.

이처럼 「애도의 방식」은 지금까지 학교폭력을 다룬 보통의 서사(사적인 사연이나 복수의 서사)와 달리 폭력의 굴레와 그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강요된 질문에 다른 방식으로 응답하고자 노력한 소설이다. 또한 “단순히 소재적인 강렬함이 아니라, 그것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는 놀라운 조형적 성취로써 격식 있게 극복하며 소설적 주제와 동시대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달성”(심사평 중에서)하고 있다. 그럼으로 이 소설이 가진 진정한 가치는 오늘날 우리에게 진지한 삶의 태도를 묻고 답할 수 있는 ‘멈춤의 순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납작하고 왜소해진 개인의 삶의 가능성을
복원하는 입체적인 이야기들


강보라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우붓이라는 이국적 장소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취향의 우월성을 유지하려는 주인공 ‘나’의 심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취향의 계급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 시대 고급문화에 대한 허영과 자존감 사이에 놓인 개인 심리의 미묘한 저울질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김병운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성적 소수자인 ‘진무 삼촌’의 생존 사실을 알고서 그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 ‘나’와 친구 ‘장희’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퀴어 서사에 대한 관성적인 이야기 문법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세대의 퀴어로서의 삶을 새롭게 교차하는 더 넓은 의미에서의 교차성을 보여준다.

김인숙의 「자작나무 숲」은 어느 것도 자신의 혈족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 ‘쓰레기 호더’ 할머니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할머니의 집,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는 손녀의 애증 섞인 시선과 신랄한 서술만으로도 독자를 압도하는 강렬한 작품이다. 사회적인 시선에서 가치 없는 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할머니의 욕망과, 상속이라는 이름의 부의 대물림 혹은 끈질기게 무언가를 영속하길 바라는 손녀의 욕망 사이의 치명적인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신주희의 「작은 방주들」은 암호화폐 전자지갑 회사인 ‘더 코인 아크’에서 방주를 뜻하는 ‘아크(ark)’의 홍보를 맡았던 친구 ‘진주’가 실종되고, 주인공 ‘나’ 역시 갑자기 무보직 대기 발령을 받으면서 사회로부터 실족하게 되는 이야기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우리 시대의 개인이 꿈꾸는 저마다의 방주라는 미약한 구원의 형태와 그 (불)가능성을 탐문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지혜의 「북명 너머에서」는 가장 클래식한 단편소설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나’가 북명백화점에서 일했던 시절을 반추하며, 그때의 애틋함의 기억을 복원해나가는 서술이 시대적인 분위기와 당대의 장소성과 맞물려 더욱 매력적으로 읽힌다. 마지막으로 2022년 제23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김멜라의 자선작 「이응 이응」도 함께 실려 있다. 혼자서도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기계인 ‘이응’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실제적인 접촉(이를테면 뺨을 대거나, 포옹하거나, 반가운 마음에 상대를 안아서 들어 올리는)을 느끼고 싶은 주인공 ‘나’는 ‘우리의(we)의 포옹’이란 뜻의 위옹 클럽에 가입한다. 느슨한 S자 곡선을 그리는 것처럼 겉으로는 성장을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생장하는 인간관계의 친밀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제24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은 물론이고, 이 책에 함께 수록된 우수작품상 수상작들은 한껏 납작해지고 왜소해진 개인의 삶의 가능성을 다시금 부풀려서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관성에 의해 떠밀려 가는 삶의 가운데에 멈추어 서서 상상하는 순간을 발견하게 한다.

■ 심사평

안보윤 『애도의 방식』
관성에 짓눌려 있는 폭력의 굴레와 그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강요된 질문에 대하여 다른 방식으로 응답하고자 노력한 소설이다. 단순히 소재적인 강렬함이 아니라 그것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는 놀라운 조형적 성취가 심사위원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_제24회 이효석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강보라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취향의 계급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 시대 고급문화에 대한 허영과 자존감 사이에 놓인 개인 심리의 미묘한 저울질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문학을 하나의 취향으로서 소비하는 소설 독자라면 섬찟할 정도로 이 소설의 신랄함은 매력적이다. _박인성(문학평론가)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퀴어 서사에 대한 관성적인 이야기 문법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세대의 퀴어로서의 삶을 새롭게 교차하는 더 넓은 의미에서의 교차성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_심진경(문학평론가)

김인숙 『자작나무 숲』
어느 것도 자신의 혈족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 ‘쓰레기 호더’ 할머니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할머니의 집,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는 손녀의 애증 섞인 시선과 신랄한 서술만으로도 이 소설의 읽는 재미는 보장된다. _심진경(문학평론가)

신주희 『작은 방주들』
제목이 암시하듯이 우리 시대의 개인이 꿈꾸는 저마다의 방주라는 미약한 구원의 형태와 그 (불)가능성을 탐문해나가는 과정을 생생한 직장 생활의 재현과 소설의 치밀한 구성적 논리를 통해서 전달한다. _이경재(문학평론가)

지혜 『북명 너머에서』
단편소설 고유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 작품으로, 주인공이 과거 북명백화점에서 일하던 시절을 생생하게 복원하는 과정의 서술이 시대적인 분위기나 당대의 장소성과 맞물려 더욱 매력적으로 읽힌다. _정이현(소설가)

회원리뷰 (71건) 리뷰 총점9.7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주간우수작 살아 남은자의 애도의 공식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s*****0 | 2023.09.07 | 추천22 | 댓글13 리뷰제목
"소란하다. 나는 소란한 것을 좋아하고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첫문장부터 매혹적이라니. 흔히 사람들은 첫 문장을 보면 안다고 말한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그렇듯이. 아마 이 소설을 대하는첫 느낌은 내게 그만큼이나 강렬했다. '소란하다'는 말을 이렇게나 한참이나 곰곰거리게 하다니.;
리뷰제목
"소란하다. 나는 소란한 것을 좋아하고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첫문장부터 매혹적이라니. 흔히 사람들은 첫 문장을 보면 안다고 말한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그렇듯이.

아마 이 소설을 대하는첫 느낌은 내게 그만큼이나 강렬했다. '소란하다'는 말을 이렇게나 한참이나 곰곰거리게 하다니.

소설 속 '나'는 이미 소란한 곳에서는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좋아한단다.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바로 그 중심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구나","그렇겠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뒤집어도 말이 된다는 걸. 소란한 것을 기피하는게 당연하다 여긴게 오히려 이상할 수 있겠다. 살다보니 당연하게 어디있다고 말이다.

나 역시 소란해지는 중심에 자주 있다. 타고난 목청탓이다. 우렁차다. 게다가 직업적으로 훈련되어진 말투까지 더해져 귀에 쏙쏙 박히는 목소리다. 소란의 장본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낭패만큼이나 덕을 본 일도 많았다.

하지만 소설 속 '나',동주의 소란은 달랐다. 학교폭력이다. 피해자인 '나'에게 가해자인 승규는 아무 때나 불쑥 동전을 허공에 던지며 물었다. "앞? 뒤?" "앞"대답과 동시에 승규가 '나'의 뺨을 후려치고 나면 주변은 극도로 소란해진단다.

하지만 뺨을 맞는 것이 특별히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고 고백한다.그러면 무엇이 부끄러웠다는 건가. 자동 반사적으로 나오는 대답이, 관성이 죽도록 죽을만치 부끄럽단다.

이 부분이 쓰리게 오래 다가왔다. 나에게 승규는 없었지만 수직적 위계 속에 매몰되어 관성처럼 행동한 적이 어디 한둘이랴. 분란을 일으키는게 두려워서,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서, 착한 척 위선을 떨거나, 지는게 이기는 거야라는 위용에 빠져서 등등 갖가지 이유로 비겁했다.
차이는 부끄러운줄 조차 의식하지 않은 적이 많았다는 것이다.

가해자 승규는 옥상에서 추락하여 죽는다. 그 걸로 승규와 '나'의 수직적 위계는 끝이 난다. 더이상 관성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승규와 둘이 있었던 그날 옥상에서의 일. 그날의 진실을 묻는 물음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진실보다 가혹한 상상, 현실보다 더한 혹독한 상상에서 도망치지도 못했다.

매순간 필사적이고 진심이었기에 더 힘들었을 '나'를, '미도파'찻집의 소란함 속에 숨을 수밖에 없었던 '나'를, 시야를 가리는 커다란 우산 속에 피해있어야하는 '나'를 본다.

바꿀 수도 없고 바뀌지도 않는 그날로 부터, 그 기억으로 부터, 기억을 상기시키는 여자로 부터, 무심히 던져지는 사람들의 말로부터 지켜주고싶다. 견고한 방패막이가 되어줄 커다란 우산이고싶다.

죽은자에 대한 애도가 아니다. 살아남은 자의, 살아남은 자를 위한 애도의 방식이다. 그 심리이다. 공식처럼 누구나 겪을 ,겪어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접근이 새롭다. 섬세하다.

"사람이 잘못 알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 대수라고 "라는 말에 이어서
"그건 대수로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소설 속 말처럼 작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의미를 놓치지 않는다. 대수로운 말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듯
조심스럽게 세밀히 파헤치는 시선엔 남은 자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따스함이 가득하다. 함께 죽을만치 부끄러움을 견뎌내고 지켜낸 듯한 마음이다. 한껏 진심이다.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 대상수상작
역시는 역시다.

2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2 댓글 13
구매 주간우수작 이효석문학상 수삭작품집 2023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t****s | 2023.11.26 | 추천10 | 댓글4 리뷰제목
“이효석 문학관”에는 가보았으나,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처음이였다. 벌써 24회인데,, 이제서야 알다니..  처음으로 읽어본 수상작품들은  내게 꽤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각 작품들이 지금의  현실과 꽤 맞닿아있었다. 사회라는 구성속에서 배타적이고 폭력적이 되어가는 지금을 소설 속에서 읽을수 있어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것 같다. 그래서 아팠고, 그래서 조;
리뷰제목

“이효석 문학관”에는 가보았으나,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처음이였다. 벌써 24회인데,, 이제서야 알다니..

 처음으로 읽어본 수상작품들은  내게 꽤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각 작품들이 지금의  현실과 꽤 맞닿아있었다. 사회라는 구성속에서 배타적이고 폭력적이 되어가는 지금을 소설 속에서 읽을수 있어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것 같다. 그래서 아팠고, 그래서 조금은 두려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이 주는 위안은 그럼에도 우리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는것, 그리고 이후에는 그것이 어느덧 희미한 현실이 될 것이라는 말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 희미함이 위안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상작품인 “애도의 방식”.

주위의 소란은 싫지만 이미 소란한 곳은 자신에게 향해지는 눈길을 피할 수 있기에 찾아낸 미도파 찻집에 정착한 주인공 동주. 그런 동주를 찾아온 여자. 그리고 집요하게 묻는다. 자신의 아이의 마지막을. 동주는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을  그저 묵묵하게 견디다, 더이상 견딜 수 없던 그때, 동전의 앞뒤가 아닌 ‘호랑이’라 말한다. 그리고 일어난 사건. 분명 피해자였음에도 가해자가 되어버린 자신에게 꽂힌 시선을 동주는 건뎌낼 수가 없었다. 나는 제목인 “애도의 방식”이 동주가 그 친구를 보내는 방식이고 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 방식은 동주가 과거의 자신을 애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가진 아픔을 애도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여자가 조각조각 내어버린 함박 스테이크와 동주가 끄끝내 말하지 않은 그 일 모두 각자가 스스로를 애도하고 있는 방식임을 그래서 그 시간을 견디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아팠지만, 동주도 그 여자도 모두 어떻게든 현실을 살고 있고, 살고 있어서 흐르는 시간이 그들에게 그 시간을 희미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내게 인상적이였던 또다른 작품 “자작나무 숲”. 쓰레기 호더인 할머니와 ‘나’. ‘나’는 오로지 할머니의 집을 상속받는 것이 꿈이 되어버렸다. 그 꿈은 엄마로부터 전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가진 것이 너무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가끔 TV에나오는 쓰레기를 꽉꽉 채워넣은 집을 치워주는 영상을 보면서, 그 역시 병이라고 말하고, 그런 분을 치료해주고, 집을 치워주는 영상을 보면서 나는 왜.일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시원하다는 생각을 했을 뿐.

하지만 “자작나무 숲”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하나도 버릴게 없지 않니…’p.195 라는글이 쿡하고 박혔다. 

 어떤 상실감. 채워도 채워도 차지 않는 공허함이 표출된 형태. 우리가 SNS에서 ‘좋아요’를 갈구하고, 그러기위해 하는 모든 행동과 그닥 다를바 없는 상태와 너무나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심리는 개연성이나 어떤 서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를 이해하고 싶은 타인의 감정일 뿐이지, 그이를 그 자체로 받아들여주기위한 감정은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주인공인 ‘나’ 역시 할머니가 죽고나서야, 묻고 싶어졌다.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뭐를 그리 ‘자작자작’ 태우고 싶어졌는지 말이다.

 

어느때보다 공감을 말하면서도, 점점 더 배타적이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뭘까..

공감이라는 말 뒤에 숨어 어느때보다 타인에 대한 배타성을 드러내는 지금.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 것일지 말이다. ”잘사는 사람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 라는 대사가 있던 드라마가 생각났다.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잘사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임에도 그 어느 시대보다 내가 아닌 이들에게 날을 세우는 시대를 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우리에게 전하는 애도, 그런 우리에게 전하는 위로, 그리고 다시 생각케 하는 단어 공감. 책은 그런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아팠지만, 이 시간 역시 지나갈 것이라는 안도를 느끼는 것일까.

 

굿.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4
포토리뷰 애도란 무엇일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동***상 | 2023.09.13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땐 소설을 보라는 말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투명하게 보여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의도와 목적 같은 것들, 혹은 안타까운 진심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약간은 소설을 멀리했습니다. 글을 쓰려면 결국엔 마음에 가닿은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 마음을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신청한 책입니다. 회색 바탕에 금박으로 처리된;
리뷰제목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땐 소설을 보라는 말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투명하게 보여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의도와 목적 같은 것들, 혹은 안타까운 진심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약간은 소설을 멀리했습니다. 글을 쓰려면 결국엔 마음에 가닿은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 마음을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신청한 책입니다. 회색 바탕에 금박으로 처리된 수상작품과 작가들의 이름이 찬란하게 빛나는 표지를 부러운 듯 쳐다봐요.

 

대상 작가인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과 자선작 <너머의 세계>가 실려 있고, 심사평도 이어서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우수작을 수장한 작가들과 작품들이 함께 실려 있어요. 강보라 작가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겨>, 김병운 작가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김인숙 작가의 <자작나무 숲>, 신주희 작가의 <작은 방주들>, 지혜 작가의 <북명 너머>, 기수상작가인 김멜라의 <이응 이응>까지 총 10편의 단편 소설들이 실려 있어요. 작가들은 대체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 내외의 젊은 작가들입니다. 앗 대상 작가인 안보윤은 2005년 문학동네 작가 상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니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단편 소설은 숨겨진 맥락과 뜻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작가의 의도대로 읽어내기 쉽지 않습니다. 바짝 긴장하고 소란하다는 첫 문장 속으로 들어가요.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p28)

대상 수상작품 속 심사원들의 찬사를 받았다는 문장입니다.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은 주인공 동주는 미도파에서 일을 하면서 소란한 소음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어요. 터미널이 함께 있는 공간 옆에서 찻집이지만 점심 특선으로 함박스테이크와 콩나물국을 파는 미도파는 늘 소란합니다. 늘 소란하지만 자신을 끈질기게 찾아오는 한 여자로 인해 동주의 소란 속 고요는 깨어지게 되죠. 그녀는 주문한 함박 스테이크를 먹지 않습니다. 함박스테이크 위에 올려진 계란 노른자를 포그로 헤집고 함박 스테이크를 으깨놓죠. 그 모습을 본 동주가 하는 말입니다. 이미 으깨진 것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보면 함박 스테이크를 말하는 것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동주 자신의 마음이죠. 무엇으로 인해 으깨진 것일까요? 여자는 왜 이토록 끈질기게 동주를 찾아와서 간절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해 달라고 애원하는 걸까요? 동주와 여자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면 이 소설을 모두 읽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제목이 왜 애도의 방식인 걸까요? 동주에게 애도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걸. 오늘 장희 군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삼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p154-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중에서)

성경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제게 늘 동성애는 풀기 어려운 숙제 같은 것입니다.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를 증오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큰 전제가 있지만, 늘 머리와 마음은 따로 놀았죠.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이야기와 삶이 있을 텐데도 알지 못하는 저의 짧은 경험과 지식으로, 혹은 좁은 마음으로 그들은 늘 멀리 있는 사람들이었지요. 특히나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아직도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고 가부장적인 읍 소재지 이니 그렇게 사는 것이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 짧은 소설을 읽고 깨닫습니다. 저의 가식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요.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고, 자신의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으로 인해 많은 비난과 조롱, 심지어는 가족과도 단절된 삶을 살아왔던 아픔을 봅니다. 같은 동성을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지만 그것 말고는 나와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아요. 직계 삼촌은 아니지만 삼촌뻘의 원진 무씨는 시대가 지금보다 더 보수적일 때 동성애자였습니다. 그로 인해 가족들로부터 죽은 사람으로 취급받아요. 유독 삼촌을 잘 따랐던 장희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촌을 보살피고 있다는 사람의 방문을 받습니다. 그 사람들 통해 삼촌의 삶을 접하게 되죠. 그들의 삶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결코 사람으로서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는 말을 전해 듣습니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았고, 주위에 있는 사람을 살고 싶게 만든 사람이라면 존경받아 마땅해요. 그가 동성애자라고 할지라도요. 그러면서 깨닫습니다.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으면서 동성애자를 사랑하는 법을요. 그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동성애를 빼고 사람으로 보면 되는 것이죠. 내 좁은 생각과 편견 속에 사람들을 가두고 난도질하거나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뉴스를 보면서도 전처럼 비난과 조롱으로만 그들을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들도 사람이라는 따뜻한 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래서 소설(문학)이 무용하다는 시대에도 꾸준히 읽히고 창작되는 모양입니다.

 

이 외에도 소설은 기발하고 참신한 소재와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자작나무 숲은 호더 할머니의 집을 둘러싼 상속에 대한 이야기이고, 작은 방주들은 지금 시대 상황을 정학하고 슬프게 담았어요. 늘 최선을 다해 버티던 친구가 비트 코인 회사로 이직하고, 사기에 휘말리면서 실종되었습니다. 비트 코인 광풍이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피해자를 많이 남겼다는 사실을 인지했지요. 또 <북명 너머>에서는 북명이라는 백화점에서 함께 일한 조옥 언니와의 일들을 다루면서 그 시대 상황과 장소적 특징이 어우러져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에서는 고급 취향에 대한 신랄함을 보여줍니다. 기수상작으로 실린 <이응 이응>은 앞으로 일어날 것 같아서 쓸쓸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줬어요. 멀지 않은 미래에 이응이 곳곳에 설치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대상작인 애도의 방식이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학폭 피해자라거나 가해자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알고 살고 있는 제게 소설은 말하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맡겨두고 있으면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학폭 피해자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지 마음이 답답하고 슬펐어요. 동주가 단 한 번 질문의 답을 비틀었던 것처럼, 그 힘으로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기를 바라고 믿고 싶습니다. 소설 속 동주가 소설에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섬뜩함 때문이죠. 우리가 나와 네가 아니라 우리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꿈꿉니다. 누구도 강요에 의한 애도가 아니라 자신만의 애도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요.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에 나오는 원진무 삼촌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헛헛하고 쓸쓸하지만 그래도 비관적이지 않은 것은 동주에게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애도하는 힘이 느껴져서입니다. 우리 아직은 살아 볼 만한 세상인 거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한줄평 (13건) 한줄평 총점 9.6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5점
좋은 작품들이에요! 추천합니다아~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플래티넘 t****s | 2023.11.26
구매 평점5점
문학상 작품집은 늘 재미있지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로얄 g*****7 | 2023.11.07
구매 평점5점
수록된 작품 다 재밌어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로얄 딸* | 2023.10.22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