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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클레어 르조트 저 / 조응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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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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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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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이 참 좋다. 하지만 글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생각을 할 때 수어나 영어의 단어와 문장뿐만 아니라 형상과 감정의 흐름이 마음속에 떠오른다. 그 감정의 흐름은 내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음악을 닮았을 것 같다.
--- p.16
토머스가 노예였던 시절, 마지막 주인이 토머스에게 자유를 주었다. 엄마는 토머스가 부엌문으로 땔감이나 도살한 고기를 가져다줄 때만 잠깐씩 토머스와 마주친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토머스를 다정하게 대하긴 하지만 집 안으로 초대하지는 않는다. 토머스와 함께 품삯을 받고 일하는 아일랜드 출신의 에이먼 라일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마을에서 아일랜드인은 영국인보다 열등하지만 해방된 노예보다는 우월한 인종으로 취급받는다. 아빠는 그런 관념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꺼리는 두 사람을 일꾼으로 고집한다. 예전에는 이웃 사람들이 아빠가 급진적이라고 수군거리는 게 창피했다. 하지만 조지 오빠의 죽음으로 나는 새로운 사고방식에 눈을 뜨게 되었다.
--- p.53
적막. 많은 청인, 특히 농인에 대해 잘 모르는 청인들은 우리가 적막 속에 산다고 짐작한다. 하지만 틀렸다. 내 안에 활력과 즐거움이 가득하고 앞날에 대한 기대로 흥분한 순간은 결코 적막에 싸여 있지 않다. 나는 기분이 좋은 때면 벌처럼 윙윙거린다.
--- p.59
오빠가 흠 하나 없이 완벽하고 큼직한 분홍빛 소라 껍데기를 발견했다.
아빠는 수어로 오빠에게 소라 껍데기를 귀에 대 보라고 했다.
오빠는 아빠가 시킨 대로 하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무엇이 들리니?” 아빠가 오빠에게 물었다.
“바다요!” 오빠가 손과 팔로 출렁이는 파도를 그리며 답했다.
아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수어로 물었다.
“엄마랑 다른 사람들이 알려 줬지.” 아빠는 내게 설명하고는 오빠에게 말했다. “우리 섬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때는 이걸 가지고 다니렴. 그럼 고향의 바닷소리를 언제든지 들을 수 있
을 거야.”
오빠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표정이 왠지 모르게 바뀌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오빠, 왜 그래?” 나는 햇살 가득한 이 날을 망치기 싫다는 생각에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가 나와 아빠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너랑 아빠는 이 소릴 영원히 못 듣잖아.”
“괜찮아.” 아빠가 수어로 오빠를 안심시켰다.
지금도 여전히 괜찮은 건지 순간 의심이 든다. 그러다가 조너선 램버트가 우리 섬에 상륙한 이래 이어져 온 우리의 역사를 떠올린다. 아빠가 옳았다. 우리는 창조된 그대로 괜찮다.
나는 소라 껍데기를 쓰다듬다가 다른 의문이 든다. 들어줄 오빠가 없는 지금도 소라 껍데기에서는 바다의 소리가 날까? 아니면 그 마법은 사라진 걸까?
--- p.61~62
“메리.” 아빠가 오른손으로 볼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내가 태어나고 아빠가 처음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었을 때부터 아빠는 이 수어로 나를 부른다.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직도 내가 아빠의 아기라는 듯이.
--- p.68
앤드루가 묻는다. “존경하는 선생님, 그럼 이 같은 병약함이 이 근방에 이렇게 널리 퍼지게 된 이유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병약’을 뜻하는 수어를 보자마자 흠칫하는 에즈라 아저씨의 반응을 내가 제대로 본 걸까? 우리는 ‘질환’이나 ‘질병’을 말할 때도 비슷한 수어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청각이 없는 것은 우환이 아니다. 청각이 없어서 내가 못 하는 유일한 것은 소리를 듣는 것뿐이다.
--- p.16
토머스가 노예였던 시절, 마지막 주인이 토머스에게 자유를 주었다. 엄마는 토머스가 부엌문으로 땔감이나 도살한 고기를 가져다줄 때만 잠깐씩 토머스와 마주친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토머스를 다정하게 대하긴 하지만 집 안으로 초대하지는 않는다. 토머스와 함께 품삯을 받고 일하는 아일랜드 출신의 에이먼 라일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마을에서 아일랜드인은 영국인보다 열등하지만 해방된 노예보다는 우월한 인종으로 취급받는다. 아빠는 그런 관념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꺼리는 두 사람을 일꾼으로 고집한다. 예전에는 이웃 사람들이 아빠가 급진적이라고 수군거리는 게 창피했다. 하지만 조지 오빠의 죽음으로 나는 새로운 사고방식에 눈을 뜨게 되었다.
--- p.53
적막. 많은 청인, 특히 농인에 대해 잘 모르는 청인들은 우리가 적막 속에 산다고 짐작한다. 하지만 틀렸다. 내 안에 활력과 즐거움이 가득하고 앞날에 대한 기대로 흥분한 순간은 결코 적막에 싸여 있지 않다. 나는 기분이 좋은 때면 벌처럼 윙윙거린다.
--- p.59
오빠가 흠 하나 없이 완벽하고 큼직한 분홍빛 소라 껍데기를 발견했다.
아빠는 수어로 오빠에게 소라 껍데기를 귀에 대 보라고 했다.
오빠는 아빠가 시킨 대로 하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무엇이 들리니?” 아빠가 오빠에게 물었다.
“바다요!” 오빠가 손과 팔로 출렁이는 파도를 그리며 답했다.
아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수어로 물었다.
“엄마랑 다른 사람들이 알려 줬지.” 아빠는 내게 설명하고는 오빠에게 말했다. “우리 섬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때는 이걸 가지고 다니렴. 그럼 고향의 바닷소리를 언제든지 들을 수 있
을 거야.”
오빠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표정이 왠지 모르게 바뀌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오빠, 왜 그래?” 나는 햇살 가득한 이 날을 망치기 싫다는 생각에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가 나와 아빠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너랑 아빠는 이 소릴 영원히 못 듣잖아.”
“괜찮아.” 아빠가 수어로 오빠를 안심시켰다.
지금도 여전히 괜찮은 건지 순간 의심이 든다. 그러다가 조너선 램버트가 우리 섬에 상륙한 이래 이어져 온 우리의 역사를 떠올린다. 아빠가 옳았다. 우리는 창조된 그대로 괜찮다.
나는 소라 껍데기를 쓰다듬다가 다른 의문이 든다. 들어줄 오빠가 없는 지금도 소라 껍데기에서는 바다의 소리가 날까? 아니면 그 마법은 사라진 걸까?
--- p.61~62
“메리.” 아빠가 오른손으로 볼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내가 태어나고 아빠가 처음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었을 때부터 아빠는 이 수어로 나를 부른다.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직도 내가 아빠의 아기라는 듯이.
--- p.68
앤드루가 묻는다. “존경하는 선생님, 그럼 이 같은 병약함이 이 근방에 이렇게 널리 퍼지게 된 이유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병약’을 뜻하는 수어를 보자마자 흠칫하는 에즈라 아저씨의 반응을 내가 제대로 본 걸까? 우리는 ‘질환’이나 ‘질병’을 말할 때도 비슷한 수어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청각이 없는 것은 우환이 아니다. 청각이 없어서 내가 못 하는 유일한 것은 소리를 듣는 것뿐이다.
--- p.11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오래 기다려 왔다. 눈으로 말하고 손으로 이야기하는 농인이 직접 자신의 세상을 표현해 내는 순간을, 시끄럽고 활기찬 고요의 세계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그려 내는 시도를. 이 소설은 유전적으로 청각장애인의 비율이 높아 마을 사람들 모두가 수어를 구사했던 마서스비니어드섬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보존하려는 노력이자,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반짝이는 이야기다.
- 이길보라 (영화감독, 작가)
이 작품은 장애 당사자의 이야기가 왜 더욱 많이 필요한가에 대한 예술적 논거다. 삶은 관찰되는 것이 아니며 생생하게 입증되는 것이다. 용감하고 호기심 많은 청각장애 소녀 메리의 이야기는 관찰자들의 위선을 돌파하며 농인의 삶을 증명한다. 이 강력하면서도 우아한 목소리를 눈으로 경청하기 바란다.
-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모험, 가족의 비극, 공동체, 인종차별주의,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복잡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냈다. 농인 공동체에 관한 생생한 묘사와 흥미진진한 줄거리, 아름다운 문체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커커스 리뷰]
1805년 마서스비니어드섬을 배경으로 한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인종차별, 비장애중심주의 등 20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를 다룬다. 깊은 토론을 불러일으킬 주제로 가득 차 있는 이 소설은 중학교 도서관에 꼭 있어야 할 귀중한 책이다.
- [스쿨라이브러리저널]
농인 작가가 쓴, 청각장애인의 경험을 조명한 아주 보기 드문 작품. 청각장애인 독자라면 깊이 공감할, 청인 독자에게는 놀라움으로 다가올 이야기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태어난 모습 그대로 괜찮다.”
- 브라이언 셀즈닉 (《원더스트럭》 저자)
주인공 메리의 극적인 모험은 독자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세상의 편견을 마주하고 또 직접 겪으며 그에 저항하는 사람이 되기로 한 메리의 내적 여정이 큰 울림을 선사한다.
- [더 혼북]
페이지터너 그 이상이다. 면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을 위해 싸우는 어린 소녀의 투쟁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청소년 독자라면 누구든, 올바른 질문을 던지며 성장해 나가는 메리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
- 메그 메디나 (2019 뉴베리상 수상자)
이 소설은 우리의 닮은 점과 차이점, 과거와 미래를 축복한다. 주인공 메리의 모험을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갈 것이다.
- 에린 엔트라다 켈리 (2018 뉴베리 대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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