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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목걸이

호박 목걸이

: 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서울살이, 1917~1948

리뷰 총점8.4 리뷰 31건 | 판매지수 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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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668g | 153*224*30mm
ISBN13 9788997735334
ISBN10 899773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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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메리 린리 테일러(Mary Linley Taylor)
1889년 영국 첼트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연극배우가 되어 동양 각지를 순회 공연하던 중에 일본에서 만난 미국인 브루스(본명은 앨버트 와일더 테일러Albert Wilder Taylor)와 인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1917년에 한국으로 왔다. 1923년에 인왕산 자락에 ‘딜쿠샤’라는 집을 짓고 1942년까지 살다가 일본에 의해 강제로 추방되었다. 그 후 남편의 유언에 따라 1948년에 다시 한국에 와서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의 시아버지 무덤 옆에 남편을 묻었고, 1982년에 캘리포니아에서 생을 마쳤다. 시아버지 조지 알렉산더 테일러(George Alexander Taylor)는 한국에 온 최초의 금광사업가로서 아들과 함께 운산금광을 운영했다. 1992년에 아들 브루스 티켈 테일러(Bruce Tickell Taylor)가 메리의 유고를 정리하여 자서전 《호박 목걸이(Chain of Amber)》를 출간하였다.
역자 : 송영달
1937년에 서울에서 태어났고, 1960년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62년에 미국 조지아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1967년에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스트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정치학, 행정학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한 뒤 명예교수로 은퇴하고 현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거주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있으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한국을 다룬 서양 고서와 그림 들을 모으던 중,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에 한국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옮긴 책으로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2006), 《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20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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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웃었지만 내 웃음은 곧 흐느낌으로 변했다. 그는 그동안 겪은 일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말했다. 자기가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포로로 잡혀 있는 한은 금광을 팔지도 않을 것이며 일본인들과 사업에 관한 협상도 하지 않을 거라고 버텼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그들은 그에게서 금광을 빼앗아갔고, 약탈도 반드시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는 그들의 신념에 따라 그 대가로 남편의 계좌에 약간의 돈을 넣었다. 구슬 넷 - 기약 없는 이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항구를 떠난 후, 우리는 개인적인 책임을 잔뜩 짊어지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자유의 여신상은 조금 무서운 데가 있었다. 자유란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우리는 미국 당국자들이 배에 올라와 우리를 따뜻한 환영 인사로 맞아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는 FBI에게서 한 사람씩 몇 시간에 걸쳐 철저한 조사를 받았다. 우리의 성(姓)인 테일러는 알파벳 순서로 뒤쪽에 있기 때문에 브루스와 나는 2 ~3일이 지나서야 배에서 내릴 수 있었다. 구슬 다섯 - 전쟁 속에서도 삶의 바퀴는 구르고
우리는 오랜 세월 한국에서 살았고 좋든 싫든 우리 집은 한국에 있었다. 미국에서 우리가 하던 일도 끝이 났다. 아파트에 살면서는 편안함도 행복도 느낄 수 없었다. 딜쿠샤와 한국이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브루스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하고 묻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친절한 친구들의 말에 질색을 했다. 자기 마음과는 정반대로 대답함으로써 커다란 갈망을 감추려 하는 브루스의 청개구리 기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브루스도 한국으로 돌아갈 희망을 품은 적이 있었다. 도쿄에 있는 친구가 편지를 보내 브루스가 한국의 광산국 국장에 임명될 거라는 소식을 전해왔던 것이다. 그 편지는 “친구, 석면방화복을 준비하고 있게. 사방에서 불꽃이 튀고 있네!”라는 희망찬 말로 끝났다. 브루스가 진정으로 행복해하 는 모습을 본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구슬 여섯 - 종전과 한국 방문

인도와 실론(지금의 스리랑카), 말레이, 중국, 일본……. 그 모든 이름들이 내 어린 시절의 친근한 기억들을 담고 있었다. 나는 거의 무아지경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지금 이 사람이 내 꿈을 실현시킬 제안을 하고 있는데, 이게 정말 현실이란 말인가? 나는 조항들은 하나도 읽지 않은 채 계약서에 서명하고, 공중에 붕 뜬 기분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구슬 일곱 - 영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

내가 생각한 결혼이란 공정한 터전에서 어떤 치우침도 없이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사랑에서 우러나온 수고와 공통된 갈망이 더해져 혼자라면 불가능할 피차의 성장을 소중히 여기며 이끌어낼 수 있는 관계 말이다. 남편의 생각은 나와 전혀 달랐던 것일까?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결혼을 기사의 투구에 꽂을 하얀 새 깃털 정도로만, 아니면 자기 성 안 한쪽에 따로 마련한 제단에 놓아둘 일종의 성배 같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그래서 이따금 그 제단 앞에서 경의를 표하고 사랑의 징표를 놓아두기만 하면 된다고? 구슬 열하나 - 한국으로 가는 신혼여행길

내 심장은 우리가 한국에 도착할 날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곳에 가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삶에 도전장을 던지고 한판 승부를 겨뤄보리라. 나는 그곳에 도착해야만 브루스의 성 안으로 과감히 들어갈 수 있고, 성의 안주인으로서 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느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같은 난롯가에 나란히 앉아 함께 몸을 녹이고, 같은 잔으로 사랑의 축배를 들고, 우리가 함께하는 삶을 상징하는 깃발을 높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 만났던 장소에 다시 가보고 싶어서 집으로 가는 일정을 뒤로 미루었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었지만 그 사진들은 일본 경찰에게 모두 압수당했고 큰 의심만 사게 되었다. 1945년에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우리는 그 의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구슬 열하나 - 한국으로 가는 신혼여행길

이 ‘외국인’이라는 표현에 내가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설명해야겠다. 인도에 있을 때 우리 영국인들은 외국인이라고 불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이 아니면 모두 ‘외국인’이었다. 또 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마중하는 일 역시 나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풍습이었다. 내가 기차에서 내리자 수많은 사람들이 연달아 인사를 건넸다. 나는 이 놀라운 경험을 통해 한국이 브루스와 내가 단둘이 살아갈 고립된 곳이 아님을 깨달았다. 물론 당시에는 미소를 띤 그 낯선 얼굴들 중 에 많은 이들이 내 평생의 친구가 되리라는 것도 몰랐다. 구슬 열둘 -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동양에서는 그렇게 빼돌리는 일을 도둑질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부유한 사람이 자기를 위해 일해주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약간의 세금을 낸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있기에 오랜 세월 동안 허용되어온 관습인 듯했다. 빠져나가는 돈이 두 배로 불 때면 브루스는 그냥 김 보이를 불러서 현재 일하는 사람들을 내보내라고 지시하고 새 사람을 고용하곤 했다……. “그를 존중한다는 걸 보여주고 그의 체면을 세워준 거요. 동양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일종의 예의일 때가 종종 있다오.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 거짓말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가 거짓말하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알렸소.” 구슬 열넷 - 실수하고 오해하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흥분해서 크게 화낼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몇 가지만 조심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간섭하지 말 것, 불가피한 일은 받아들일 것, 가능하면 질문하지 말 것, 최대한 견뎌보다가 더 이상 안 되면 깨끗이 포기할 것, 모른 척하고 넘어가야 할 일과 져주어야 할 때를 알 것, ‘슬쩍 빼돌리는 것’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경비에 포함시킬 것, 체면 차리기는 아주 오래된 습관이니 인정해줄 것, 거짓말은 많은 경우 예의상 하는 말임을 이해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동양의 방식에 맞서려고 하지 말 것! 구슬 열넷 - 실수하고 오해하며

바느질을 할 때 권씨는 바늘을 천에 꽂는 것이 아니라 천을 붙잡아 바늘에 꽂았다. 위아래가 뒤집힌 한국의 방식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였다. 한번은 내 치마 하나를 주면서 그것을 본으로 삼아 같은 것을 하나 더 만들라고 했다. 찢어져서 천을 덧대 기운 치마였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이 마음 에 들었기 때문이다. 완성된 치마는 딱 하나만 제외하면 꽤 훌륭했다. 권씨는 원래 치마와 똑같이 뒤쪽에 구멍을 내고 거기에 다시 천을 덧대 기워놓은 것이다! 구슬 열여섯 - 익숙해져가는 한국

어느 새 붉은 태양이 바다 위로 솟아오르더니 그 마법 같은 빛으로 겹겹이 솟은 거대한 병풍 같은 산줄기들이 차례로 하나씩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그 사이사이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봉우리들과 탑처럼 솟은 장대한 바위산들이 드러났다. 그야말로 세월과 자연의 풍화를 견뎌온 산의 핵심부였다. 한국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일만이천봉’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억겁의 시간 동안 사라져간 수많은 영령들이 말없는 어떤 신에게 구원을 간청하며 뻗어 올린 기도하는 손들 같았다.
구슬 열일곱 - 일만이천봉 금강산 여행

그의 울대뼈가 꼼짝하지 않았다. 목이 멘 것이리라. 한국에 온 후 처음으로 한국 사람의 관점에서 들은 말이었다. 나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서 일본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들어왔고, 그 말이 사실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우리는 상황을 우리의 관점에서만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일본이 제공한 효율과 사업 기회와 위생과 법과 질서를 빼버린 한국을 상상해보려고 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몇몇 선교사들과 모험가들만 남으려 할 것이다. 나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구슬 열일곱 - 일만이천봉 금강산 여행 - 구슬 열일곱

나는 몇 세대 동안 기존에 안전하게 확립된 관습과 질서를 고수하며 살아온 집안에 속해 있었다. 그런 삶의 방식은 하나의 계급사회를 형성했고, 그 안에서 부유한 사람들은 세상의 실제적인 일들과는 점점 더 멀어지기만 했다. 어린 시절 우리 형제자매는 늘 우리를 위해 일해주는 사람들의 봉사에 기대어 살았고, 이런 방식이 오래 지속되면서 우리는 실제로 무언가를 하면서 스스로 배우는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 내가 하는 음식은 부엌이나 캠핑장에서 요리해보며 배운 게 아니라, 프랑스의 신부 학교에서 배운 것이었다. 거기서는 젊은 처녀들을 모아놓고 머랭이나 에클레르 만드는 걸 가르칠 뿐 매일 먹어야 하는 빵이나 파이를 굽는 법은 가르치지 않았고, 바느질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자수뿐이었다. 아이 돌보는 방법에 관해서도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유능한 유모가 새로 태어난 동생을 돌보는 모습을 감탄스럽게 지켜보면서 배운 게 다였다. 우리는 상류층 가문의 사람과 결혼하여, 우리가 물려받았다고 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훌륭하게 이어가야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자랐다.
구슬 열여덟 - 만세 소리와 함께 아들이 태어나다

한국인들은 민주주의 이념이 미국에서 직접 전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인들을 의지하게 되었다. 특히 선교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대의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 더욱 믿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외국인들의 집에서 일자리를 얻고 싶어했다. 정기적인 수입이 보장될 뿐 아니라 그들에게서 배운 문물이 자신들의 생활수준도 높여주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물건을 훔치는 일이 없었다. 인도에서 지냈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는 참으로 특별한 점이었다. 한국인들은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미국이 자신들의 독립운동을 도와주지 않은 것 역시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지독히 실망했고, 심지어 비열한 배신 행위라고 생각했다. 교육을 좀 더 많이 받은 사람들은 ‘민족자결주의’란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강고히 하기 위해 내세우는 구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이 국제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따져 물었다. 구슬 스물 - 한국인과의 충돌

우리가 즐긴 이런 모든 활동들은 이후 미군정 시대에 한국에 주둔한 미군과 그 가족들은 경험하지 못했다. 전시법과 38선에 가로막혀 북한에 있는 휴양지들에 갈 수 없고 더운 계절에도 서울에만 머물러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보낸 스물두 번의 여름 동안 나는 한 번도 서울에만 묶여 지낸 적이 없다.
구슬 스물하나 - 갈마 해변에서 보낸 여름

때때로 나는 갖가지 술책을 동원해 그의 그런 완고한 생각을 꺾어보려고 시도했다. 이를테면 양반은 절대로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그 한 예였다. 나는 일부러 그보다 앞서 걸어가서 뒤를 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내가 그 자리에 서서 그가 평소와 다름없는 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올 때까지 그를 기다려야 했다. 때로는 그가 짐을 나르게 만들려고도 해보았다. 직접 짐을 나르는 것 역시 그의 원칙에는 위배되는 일이었다. 그럴 때면 그는 내게서 정중하게 짐을 받아들고 절을 한 다음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나중에 창문으로 내다보면 공 서방이 그 짐을 들고 종종거리며 김 주사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나와 브루스, 심지어 우리와 동행한 건축가도 은행나무가 있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느라 숨을 헐떡거렸다. 그러나 김 주사는 달랐다. 그는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구슬 스물셋 - 우리 집을 짓기로 하다

이런 경험들은 동양에서 살아가는 일에 동화 같은 느낌을 더해준다. 어떤 면에서는 예상한 것 이상의 좋은 경험을 하게 되지만, 또 어떤 때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험도 하게 된다. 삶이란 그렇게 끝없이 다양한 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한 여자의 꿈은 이루어졌다. 소망은 우리 삶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품었던 모든 소망은 이루어진 것 같고, 내 호박 목걸이의 구슬들은 그 소망들 하나하나를 상징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목걸이 자체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 인생의 여정을 구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겠노라고 거의 확신에 가까운 꿈을 꾸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기술이 존재할 거라고, 또 그 기술은 영국 땅에 뿌리를 내린 나라는 나무가 이 머나먼 한국 땅에서도 울창하게 자라게 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낭만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었고, 낭만이 빠졌다면 내 사랑임을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에 꼭 맞는 안식처가 되어줄 집을 꿈꾸었는데, 이제 그 상상 속의 집이 벽돌과 돌로 지은 현실의 집이 되어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계획의 궁극적인 열매인 아이라는 축복까지 받지 않았던가! 구슬 스물넷 - 기쁜 마음의 궁전, 딜쿠샤

나는 다가오는 새해를 생각하며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내가 처음 서울에 도착했을 때 역으로 마중 나와준 그들을 첫 대면했다. 그때 그들은 보석상 유리 진열장 너머에 있는 호박 구슬들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소중한 나의 호박들이 되었고, 그중에는 보석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호박들도 많았다. 내가 그동안 이 호박 구슬들을, 이미 내 삶의 배경이 되어버린 나의 경험이라는 호박 구슬들과 함께 나의 인생이라는 실에 꿰어왔음을 느꼈다. 내가 경험한 그 호박 구슬들이 모두 다 찬란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티가 있거나 거품이 들어 있거나 금이 간 것도 있고, 층이 나 있는 것, 구멍이나 긁힌 자국이 난 것, 윤기는 없지만 반투명한 것, 색이 진하지만 투명한 것, 영원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곤충이나 꽃의 파편을 품은 것도 있었다. 잘린 방식과 크기와 색깔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내가 그 구슬들을 하나하나 꿰어오는 동안 사이사이 완벽하게 깨끗하고 투명하고 선명한 빛을 발하는 구슬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현명한 셰익스피어가 “단단한 쇠줄로 자신의 영혼에 붙들어매야 한다”고 표현했던, 사랑과 우정을 나타내는 구슬들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하여 사랑과 우정의 구슬들을 탄탄한 줄에 엮어왔다.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왔던, 내 인생의 호박 목걸이를 나는 사랑했다. 멍에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겁고 힘겨운 멍에는 아니었다. 그것은 자력을 지니고 있고 동정적이며 따뜻했다. 내 목걸이는 순수한 진주로 엮은 것이 아니라 내가 열심히 살아낸 내 인생의 구슬들로 엮은 것이며, 거기에는 인간의 감정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정말로 그것은 하나의 사슬을 이루었다. 내 삶의 사슬은 한국인의 갓에 다 는 갓끈처럼 끝이 열려 있다. 그러니 마지막 매듭을 지을 때까지 앞으로 더 많은 구슬을 꿰어나갈 것이다. 구슬 스물일곱 - 사랑과 우정의 나날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샤머니즘 또는 무속신앙이 근본적으로 매우 종교적인 한국 사람들에게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그 신앙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한민족의 시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리고 이 이단적인 신앙의 괴상한 여사제들이 지니고 있는 저 힘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유사한 기원에서 생겨난 유사한 종교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 나라의 무당들은 스스로 자기 영향력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신분으로는 천한 계급에 속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아주 사소한 일부터 대단히 중요한 일까지 수천 가지 경우에 무당에게 의지한다. 그들은 무당이 무생물까지 포함하여 만물에 깃든 혼령과 접촉할 수 있기 때문에 혼령들을 퇴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구슬 서른하나 -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출발할 때는 가마꾼이 여덟 명이었는데 겨우 두 명이 남았다. 길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할 수 없이 일렬종대로 서서 나는 앞서 가는 가마꾼의 어깨를 두 손으로 붙잡고, 뒤에 오는 가마꾼은 내 허리띠를 뒤에서 잡아당기면서 언덕을 미끄러지듯이 내려갔다. 그때 우리는 경사가 아주 심하고 어디서 어떤 지형이 나올지 가늠할 수 없는 산비탈을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을 밟으며 가야 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넘어지곤 했다. 그래서 그들은 박자를 맞추기 위해 구호를 붙이기 시작했고,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나도 가세했다. 구슬 서른하나 -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인간사 무릇 그러하듯이 이 집이 또다시 큰 고난을 겪게 되고, 나의 호박 목걸이마저 사라진다 해도, 우리가 사랑으로써 우리의 일부로 만들었던 그것들은 영원히 지속되며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바다와 바위와 모래보다 더 오래되고 영원한 것이 있다. 마르지도 녹지도 흐르지도 않는 것, 우리 불멸의 영혼들과 하나가 되었기에 인간의 기억이 다한다 해도 지울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호박 목걸이처럼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연결해주는 것이다. 나는 호박 목걸이에 달린 삶의 수레바퀴 같은 구슬을 손바닥에 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어루만져 보았다. 구슬 서른넷 - 6년 만의 서울 방문, 1948

영국 여인 메리 린리 테일러는, 세상의 모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고자 한 겁 없는 여성이었다. 아시아 각지를 여행하던 중에 일본에서 만난 미국 남성과 인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새색시가 되어 1917년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코리아’라는 나라에 도착했다. 그 후 1942년까지 서울의 ‘딜쿠샤’라는 저택에서 살았고, 외국인 사회에서 유명인사로 활약했다. 한국에서 잠시나마 거주한 외국인은 국적을 막론하고 메리를 모르고 지낼 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메리는 연극배우였고, 화가였으며, 작가이자 여행 탐험가였고, 어머니요 주부였다. 그녀는 백계 러시아인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들과 교류했으며, 3?1만세운동과 고종 황제의 장례식을 직접 목격했다. 또한 새로운 것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으로 광산회사를 운영하던 남편을 따라 광산촌을 방문하고, 소련이 점령한 시베리아를 기차로 여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리 가족은 태평양전쟁으로 미일 관계가 악화되자 결국 일제에 의해 송환선에 실려 미국으로 강제 추방되었다. 남편의 유골을 한국 땅에 묻기 위해 우리나라를 다시 찾은 것은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이 탄생한 1948년이었고, 그때가 마지막 한국 방문이었다. - 옮긴이의 글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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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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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교환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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