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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된 고양이

[ 개정판 ] 책 읽는 교실-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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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80g | 166*222*11mm
ISBN13 9791193010747
ISBN10 119301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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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검은색 승용차가 천변에 멈춰 섰다. 아빠는 뒷문을 열고 보리의 뒷덜미를 잡았다.
“집으로 찾아올 생각 말고…….”
아빠는 언덕 아래로 보리를 떠밀고는 사료 봉지를 집어 던졌다. 중심을 잡지 못한 보리가 미끄러지듯 구르다 그 봉지에 턱 걸려 멈췄다.
“부르릉!”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렸다.
“같이 가요. 아빠!”
뒤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체 모를 어둠이 발목을 붙잡았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보리는 축축하고 음산한 것들에 휩싸였다.
--- 「이건 꿈일 거야」 중에서

세상에는 사료보다 훨씬 맛있는 음식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엄마와 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휴게소에서 엄마랑 닮은 사람을 보고 달려가려고 한 적도 있다.
그때마다 보리를 말린 건 초승달이었다.
“인간들을 믿으면 안 돼. 먹을 걸 나눠 주는 착한 인간도 있지만, 너 같은 고양이를 발로 차는 인간도 많이 봤어. 그러니까 함부로 나서지 마.”
보리의 기억 속 인간들은 나쁘지 않았다. 엄마와 언니도 그렇고, 보리를 예뻐한 엄마 친구들도 많았다. 하지만 초승달 말을 듣기로 했다. 자신을 지켜 주려는 초승달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 「고양이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중에서

“엄마!”
유모차 앞으로 뛰어나가려던 보리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언니 옆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다정하게 강아지 입에 먹을 것을 넣어 주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충격에 뒷걸음치던 보리는 나무에 부딪혀 넘어졌다. 엄마가 저만치 사라졌지만 일어설 수가 없었다.
“야아아우웅…….”
한참 후에야 눈물이 흘러내렸다.
땅거미가 드리워져 그림자가 사라질 즘에야 눈물이 다 마른 보리가 일어났다. 그리고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 「희망의 배신」 중에서

아주머니를 한참 기다리던 보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모아 놓은 쓰레기장으로 갔다. 그 주위를 빙빙 돌다가 결심한 듯 발톱을 세워 봉투를 찢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서 쉽게 찢어지지 않았지만 그 안에 있을 음식을 생각하면 멈출 수가 없었다.
또다시 발톱을 세워서 봉투를 찢었다. 이빨로 마구 물어뜯었다. 그러자 비닐 한쪽이 툭 찢어졌다. 보리는 냉큼 달려들어서 쓰레기봉투에 얼굴을 박고 허겁지겁, 우적우적 먹었다.
물기가 있는 벌건 음식 찌꺼기가 보리의 노란 털을 적셨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만큼 먹고 나서야 일어설 수 있었다.
--- 「뚱보 고양이」 중에서

보리가 도로 위로 사뿐히 올라섰다. 상향등을 켠 차 한 대가 맹렬히 달려왔지만, 보리는 날쌔게 피해 힘차게 건넜다. 생쥐의 발톱 같은 초승달이 떠오르는 초저녁, 저쪽 들판이 마중 나온 곳에 하나의 점을 찍으며 보리가 천천히 사라졌다.
--- 「난 고양이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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