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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글 / 명수경 그림 | 이지북 | 2024년 07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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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96g | 143*209*11mm
ISBN13 979119391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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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휴대전화 알람이 울렸다.

운동장의 모래알을 세며 느릿느릿 걷던 나는 걸음을 멈추고 유튜브에 접속했다. 오늘의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업로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조회 수가 높았다. 학교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영상을 올리는 엄마의 전략이 통한 모양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교하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루다튜브’를 보고 있었다. 그 탓에 루다튜브 로고 송이 이어달리기하듯 운동장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나는 귀를 막는 대신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 p.7

스크롤을 몇 번이나 맨 아래까지 내려 보았지만 오늘도 그 댓글은 보이지 않았다.

‘그 앤, 이제 내가 재미없어진 걸까.’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마음이 팍 쪼그라들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그 댓글을 기다리는 내가 제일 이상했다. 이상한 댓글은 달리지 않는 게 좋은 거니까.
--- p.8

평소에 꼬미는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손을 잘 내주지도 ‘앉아’라는 명령을 알아듣지도 못한다. 사실 꼬미는 제멋대로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자기가 오고 싶을 때만 오고, 자기가 내킬 때만 손을 내준다. ‘앉아’라는 말에 반응하는 것도 운이 좋을 때뿐이다. 꼬미의 뒤통수를 보며 나는 치, 하고 눈을 흘겼지만 그런 모습마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 p.18

-잘난 척.
-으으, 고양이 안아 들 때도 예쁜 척하는 거 보기 싫다.
-사실 실물은 영상보다 훨씬 별로임.

스크롤을 빠르게 내리는데도 돌부리에 걸리듯 악플에 눈길이 멈췄다. 무시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지만 그것도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 p.25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해피의 댓글이 달리지 않으면 나를 괴롭히던 질문들도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나는 행복한 걸까?’

언젠가부터 시작된 이상한 질문이 점점 꼬리를 물었다.
--- p.44

오늘 엄마는 구독자에게 꼬미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면서 미용을 시켰다. 가끔 병원에 갈 때를 제외하고 밖에 나가 본 적 없는 꼬미가 오늘 미용실에서 털을 깎은 것이다. 변신한 꼬미 모습도 귀엽기는 했다. 하지만 꼬미의 까끌까끌한 털이 손을 스칠 때마다 내 마음도 까끌한 무언가에 쓸린 것처럼 아팠다.
--- p.46

내가 깨달은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데도 여전히 엄마는 똑같은 소리였다. 엄마는 항상 뭐든 다 나를 위해서라고, 지금 내 인기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 때문에 한 번도 내가 원하는 걸 제대로 말해 본 적이 없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엄마를 위해 많은 걸 꾹 참아 왔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됐다. 내 마음은 엄마와 많이 다르다는 걸.
--- p.113

“그러니까. 루다튜브 영상 다 거짓말이라던데? 뭐든 잘한다는 것도 다 조작 아냐?”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괜찮은 척 입꼬리를 끌어 올렸지만,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야, 너희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유치하게.”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여름이와 가을이가 팔짱 낀 채로 그 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거든? 뭘 안다고 그래?”
“맞잖아, 내내 부러워했던 거. 이런 틈을 타서 그런 식으로 푸는 거 진짜 별로야.
--- p.118

“나 사과받고 싶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그 무엇보다 해피의 사과였다. 이번에는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거짓말로 나를 유인한 것도, 내 진심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 것도, 나를 위험하게 한 것도 모두 사과받고 싶었다. 그래야 그다음, 아니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내 마음을 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도와줄게.”
--- p.123

이제 친구들에게는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됐는데, 엄마에게는 어려웠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어려운 것도 있다. 하지만 말해야 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나한테 알려 주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을 엄마도 다 알지는 못할 테니까. 내가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수도 있을 테니까.
--- p.131

엄마는 어느새 또렷해진 목소리로 진심을 전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 엄마다. 잊었던 마음을 되찾는 것도 금방이었다. 엄마의 마음속 나침반이 이제야 제대로 된 방향을 찾은 게 틀림없었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너에 대한 걸 알려 주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야. 엄마는 그날 네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는데.”
--- p.132

“거짓말로 어린이 유튜버를 꾀어내 조회 수 올리는 영상을 찍거나 채널을 빼앗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요? 그게 정의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 p.141

나는 이제 알게 됐다. 사랑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는 걸.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닐뿐더러 진짜 마음을 잘 알아채는 연습도 필요했다.
--- p.151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으니까 조금 천천히 알아 가도 괜찮을 거다. 갑자기 번뜩 번개가 스쳐 지나가듯 머리가 밝아졌다. 나는 신이 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치 연필에 주문이라도 외운 듯이. 진짜 마음을 알기 시작하면 글쓰기도 쉬워지나 보다.
--- p.160

“우아, 하늘 봐.”

늘봄이 말에 다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온갖 색깔이 다 있네.”
“신기하다. 난 이때까지 노을 그리라면 주황색으로만 색칠했는데.”
--- p.165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00만 구독자 ‘루다튜브’의 실체를 공개합니다!
얼마 전 어린이 유튜버 이루다의 충격 발언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루다튜브의 진실을 함께 들어 보겠습니다


공부도 100점, 성격도 100점, 구독자까지 100만 명인 ‘루다튜브’의 주인 열두 살 이루다. 누구나 루다를 부러워하지만, 사실 루다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다. 가족 해체의 아픔을 가진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도, 마음 편히 기댈 곳도 만들어본 적 없는 루다. 그런 루다의 유튜브 채널에 언젠가부터 이상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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