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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왕 (상)

사슴의 왕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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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586g | 140*212*27mm
ISBN13 9788970129464
ISBN10 8970129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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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시간 감각이 정확하지 않았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몹시 긴 꿈을 꾼 것도 같지만, 공백 속에 빠져 있었던 것처럼 기묘한 불안감도 있었다.
‘배가 고프군…….’
아니, 그런 평범한 감각이 아니었다. 약한 불로 배를 속부터 굽는 것처럼 격렬한 허기가 시시각각으로 심해졌다. 손이 덜덜 떨렸다. 빨리 뭔가 먹지 않으면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슬에 묶여 있는 처지로는 직접 음식을 찾으러 갈 수도 없다. 아침 식사로 죽이 나올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식은땀이 났다.
목도 말랐다. 현기증까지 난다. ……하지만 그런 증상만 없다면 최근에 느껴본 적 없을 정도로 머리속이 맑았다.
고열로 앓아누운 이튿날 아침, 땀을 줄줄 쏟고 열이 내려서 상쾌하게 눈을 뜨는 그 감각과 비슷했다.
그나저나 조용하다.
쥐나 벌레가 돌아다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사람이 움직이는 기척도,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아직 한밤중인가?’
의아해하면서 암벽 쪽을 향하고 있던 몸을 돌렸다. 영차, 하고 일어선 순간, 반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했다.
--- p.32~33

어느 날 아침, 반이 청년들과 밖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유나가 천막으로 쪼르르 들어왔다.
고개를 든 키야의 조카들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본 반도 무심결에 얼굴이 누그러져 껄껄 웃었다. 유나의 얼굴이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몸의 절반은 들어갈 법한 커다란 바구니에 키야와 함께 딴 산딸기와 모초라고 하는 매끄러운 붉은색의 작은 열매를 잔뜩 담아 낑낑거리며 들고 있었다.
그건 괜찮았지만 최대한 많이 따서 먹고 싶다고 욕심을 부린 모양이다. 입안 가득 모초를 머금어 뺨이 다람쥐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와 입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한쪽 콧구멍에도 모초가 박혀 있었다.
본인은 괴로운지 우우, 우우, 하고 눈을 희번덕거렸지만 반도 청년들도 웃음보가 터져 좀처럼 도와줄 수가 없었다.
입을 다물지 못하면 씹어서 삼키지도 못한다. 반이 웃다 지쳐 숨을 헐떡거리며 유나의 얼굴을 붙잡아 손가락으로 열매를 빼냈다. 유나는 그제야 흐에에,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때 코에서 빨간 열매가 툭 튀어나오는 바람에 반과 청년들은 또다시 배를 부여잡고 껄껄 웃었다.
“우찌 마!”
유나는 눈물을 흘리며 화를 냈지만 모두 너무 웃어 눈물을 글썽이는 판국이었다.
--- p.223~22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강대한 츠오르 제국에 흡수될 위기에 처한 고향을 지키고자 사투를 벌이는 전사단 ‘외뿔’과 무리의 수장인 ‘반’. 그러나 악전고투 끝에 패하고 노예로 전락한 그는 소금광산으로 끌려간다. 어느 날 밤, 한 무리의 검은 짐승들이 소금광산을 습격하고, ‘반’도 그 짐승에게 물리게 된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괴로워하는 반, 그러던 중에 그는 누군가 아궁이 속에 숨겨둔 어린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한편 ‘마신의 반려’라고 불리며 뛰어난 의술로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 ‘홋사르’는 소금광산을 조사하면서 검은 짐승의 출몰과 전염병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 와중에 그곳을 탈출한 유일한 노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가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그는 탈출한 노예를 추적하는 한편,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지만, 제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음모를 눈치채고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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