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어떤 것과 마주했을 때 ‘굳이’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나요?
늘 기록해요. 어떤 결핍의 상황을 마주하면 펜을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요. 나보다는 주변을 담는 사람이고 싶어서 늘 관찰을 해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생각에 잠긴 척하면서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사람들의 대화에 내 생각을 덧붙이면서 상상하고 기록해요. 아무 감정 없는 듯한 어르신, 창백한 얼굴의 회사원, 그리고 학생들. 행복한 순간보다 지쳐 있는 순간을 포착해 그들만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쓰거나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남깁니다. 덕분에 귀갓길은 언제나 길게 늘어지지만요.
---「가랑비메이커 / 눈물을 삼키고 내일을 기다리는 힘, 그 이야기」중에서
- 독립책방과 독립출판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독립책방을 찾아서 독립출판물을 사고 읽는 걸까요? 그곳에서, 그 책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찾고 있는 걸까요?
출판사는 어쩔 수 없이 팔릴 책을 만들어야 해요. 그러다보니 ‘대중적’이지 않은 이야기, ‘멋지고 대단’하지 않은 글을 서점에서 만나기 어려워요. 결국 사람들이 독립출판물에 갖는 관심은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읽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예요. 굉장한 일이죠. 우리의 생김이 다르듯이, 책도 그만큼 다양한 건 당연한 일이에요. 저도 그 흐름에 용기를 얻었어요. ‘맞아, 나도 대단한 걸 쓴 건 아니잖아. 모두들 책으로 만들 만한 가치 있는 이야기 하나쯤은 있다’라고 생각한 거죠. 책을 냈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스몰바치북스를 통해 제 경험을 ‘유통’시키고 있어요.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거죠. 디자인, 편집, 유통 등 제가 먼저 해보고 권해드려요.
---「강은경 / 여행도 병이고, 책도 병이다’ 중에서
-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어떤 원칙을 갖고 있나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정하지 않습니다. 결국 둘 다 하게 될 거니까요.
---「고성배 / 책을 만드는 청춘의 덕질」중에서
- 첫 책은 몇 부를 찍었나요? 총제작비는 어느 정도 소요되었나요?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합니다.
50부 찍었어요. 중쇄도 100부 이상은 찍지 않아요. 인쇄할 때만 되면 아직도 조심스러워요. 내 책을 누가 읽을까 싶은 거죠. 50부를 제작할 때는 20만 원가량 들었어요. 인쇄제본비가 많이 들어요. 나머지는 소소한 것들, 가령 방산시장에서 책을 포장할 비닐을 사고, 책을 입고하기 위해 독립책방을 오가는 교통비 정도예요. 인건비는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다행히 제작비는 수중에 있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어요. 그리 큰 부담 없이 책을 만들었고, 첫 책을 팔아서 번 돈으로 두번째 책을 제작했어요. 다음 책을 인쇄할 만큼만 벌고 있어요.
---「구달 / 자신을 너무 다그치지 마세요」중에서
- 유독 ‘인생의 평균 속도’를 강조하는 이 사회에서 규칙을 지키며 살다가 마침표를 찍던 순간이 누구나 있습니다. 작가님은 어땠나요? 언제, 무슨 일로 가장 힘들었나요? 그리고 지금 평범한 일상을 지켜나가는 용기는 어디에서 얻나요?
2016년 초, 마침표를 하나 찍었어요.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책 한 권을 만들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예요. 당황했어요. 2016년을 맞아서 ‘앞으로 어떤 태도로 책을 만들어야 할까’를 놓고 한참 고민했어요. 낯선 고민을 안고 생각도 정리할 겸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리고 ‘일단 차분하게 만들자’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일본 영화 〈안경〉에서 할머니가 팥빙수에 들어갈 팥을 고면서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을 노트에 적어두고 자주 봤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지켜나갈 용기를 스스로 조금씩 생산하며 살고 있습니다. 산책을 하고, 맛있는 빵을 먹으며 “세상은 아직 살 만해!” 외치면서요.
---「규영 / 책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심심할까요?」중에서
- 작가님의 이십대는 어땠나요?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던 시간이었어요. 한 시절은 사랑과 우정에 얽매여 살았고, 한 시절은 이념과 사상에 얽매여 살았습니다. 기쁨과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술독에 빠져 있던 시간이 고마우면서도 아쉽습니다. ‘이립(而立)’은 모든 기초를 세우는 나이라고 했지만 ‘나는 과연 단단한가?’라고 물으면 이제야 단단해지는 방법을 알겠노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구에게는 사랑스러운 세상일 테고, 누구에게는 비관적인 세상이겠지만, 그 사이에서 양손을 꼭 붙들고 균형 있게 살고 싶습니다. 과거가 어떤 세상이었든, 지금이 어떤 세상이든 사람에게 무심하지 않고 손바닥의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이길 소망합니다.
---「김경현 / 부끄럽지 않은 시인으로 살고 싶습니다」중에서
- 작가님과 또래에게 사랑만큼 매력적인 주제는 없겠죠. 하지만 반대로 사랑이 아니어도 청춘을 얘기할 수 있는 주제는 많을 텐데요. 그 많은 것 가운데 ‘사랑’ 없는 삶은 쓰지 않겠다고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유독 사랑에 대한 가치가 커요. 오직 사랑만이 답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사랑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잖아요. 어릴 때는 사랑이라면 남자와 여자의 관계라고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간애, 자연을 향한 사랑 등으로 넓어졌어요. 책이 됐건, 나중에 드라마가 됐건, 살아서 움직이는 사랑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은비 / 살아서 움직이는 사랑을 쓰고 싶은 사람」중에서
- 멀리서, 또 높은 곳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는 일, 결국 작가님의 산책은 ‘내가 있던 자리를 멀리에서 밟아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에게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은 무엇인가요?
맞아요. ‘산책법’이라는 이름으로 저의 시선을 글로 정리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늘 멀리 떨어져서 보려고 한다는 걸 느꼈어요. 자신이 앉아 있는 장소를 먼 곳에서 쳐다보고 싶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보고 싶은 거죠. 언젠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주말 강남대로를 걷다가 너무 답답해서 높은 외부 계단에 올라간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내려다보니 사람들의 움직임이 잔잔하게 보이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리고 다시 내려와서 사람들 속에 섞이니 답답했던 기분이 잦아졌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잖아요. 원경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들어요. 풍경뿐만 아니라 나의 상황도 멀리서 관조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라야 / 멀리서 밟아보는 특별한 자리」중에서
- 사직서를 잘 쓰는 팁 하나만 공유해주세요.
사직서는 회사와 퇴사가 협의가 이뤄진 후 형식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퇴사 결심이 확고하다면 그동안 몸담은 부서와 인사를 주관하는 부서장, 혹은 그 위까지 거쳐야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이 중요해요. 직장 상사와 대화를 하다보면 회사로부터 받은 것만 있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죄를 짓는 듯한 감정이 드는데요. 하지만 잊지 마세요. 회사에 다니는 동안 우리가 회사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를. 퇴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선택이에요. 그냥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니까요.
---「오지혜 /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자신의 삶을 사세요」중에서
- 『어제 들은 말』에서 ‘책을 읽을 때마다 문장을 잃는다’는 글을 보았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시에 빠져서 시집만 엄청 읽던 때가 있었어요. 곧장 ‘나도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를 연습했는데, 그 이후 시를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이 좋은 문장은 이제 내가 쓸 수 없는 문장이구나’라는 생각에 ‘책을 읽을 때마다 문장을 잃는다’는 글을 쓰게 되었어요. 그렇게 잃은 문장들이 저에게 온 문장인 것 같기도 했고요. 『어제 들은 말』은 그렇게 스치듯 지나간 문구와 메모를 ㄱ~ㅎ 순으로 나열한 책인데 그 문장은 ‘ㅊ’ 순서에 넣게 되었어요.
---「임진아 / 아직 존재하지 않는 책들을 생각하며 두근두근」중에서
- 어른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재밌는 이야기요. 다른 멋진 말을 떠올리려고 해봤지만…… 아이에게든 어른에게든 이야기는 재밌어야 해요. 재미가 우선하고 분명한 감정을 일으키는 이야기가 좋아요. 그게 기쁨이든, 슬픔이든, 분노이든요. 어릴 때는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를 냈는데 어른이 될수록 점점 무뎌져요. 요즘에는 불황이다 뭐다 해서 사람들이 어지간한 일에 무감각한 것 같아요.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지 못하고, 슬퍼해야 할 때 슬퍼하지 못하고, 기쁠 때 온전히 기쁘지 못하니까요. 그렇기에 이야기를 통해 잊고 있었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그것이 각자의 삶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으면 해요.
---「정미진 / 읽고 싶은 책, 사고 싶은 책, 가장 나다운 책」중에서
- 시 외에도 자신의 이십대를 의미 있게 만드는 다른 것이 있다면요?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내가 살고 싶은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태재 / 시, 나의 홀로서기」중에서
- 많은 사람들이 삶을 막막해하는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이 이어지고 있어요. 막막한 순간에 삶의 의지를 북돋아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
---「한유주 / 나를 에워싼 제약이 창의성을 자극할지도 몰라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