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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서점 이야기

: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 양장 ]
리뷰 총점9.8 리뷰 13건 | 판매지수 1,170
베스트
서양사/서양문화 21위 | 역사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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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0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40쪽 | 994g | 152*225*35mm
ISBN13 9791191432961
ISBN10 1191432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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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곧 변할 참이었다. 1433년 과르두치는 베스파시아노 다 비스티치(Vespasiano da Bisticci)라는 열한 살 소년을 새로운 조수로 고용했다. 그리하여 베스파시아노는 책 제작자이자 지식상이라는 놀라운 경력을 시작하게 되었다. 머잖아 피렌체의 문인들은 가게 바깥 모퉁이가 아니라 가게 안으로 몰려들게 된다. 카르톨라이오의 세계, 양피지와 깃펜의 세계, 책상에 몸을 숙인 필경사들의 세계, 두툼하고 육중한 책들이 쇠사슬로 서가에 고정된 우아한 도서관들의 세계에서 베스파시아노는 지혜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일컬은 대로 ‘세계 서적상의 왕(rei de li librari del mondo)’이 될 운명이었으니까.
---「서적상 거리」중에서

처음에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했다. 책들은 끔찍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탑은 벌레가 들끓고 먼지와 곰팡이, 검댕으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세 사람은 라틴 고전이 이렇게 야만적인 취급을 받는 데 분통이 터져서 왈칵 눈물을 터트렸다. 수도원장과 수도사들은 “지옥에나 떨어질 인간쓰레기들”이었다며 루스티치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물론 이탈리아인들 역시 자신의 찬란한 유산을 홀대해왔다고 시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이 안타까운 폐허 속에서 무려 500년 넘게 모두가 찾아 헤맸던 책을 발견했을 때 슬픔은 이내 믿을 수 없는 환희로 바뀌었다. 퀸틸리아누스의 《인스티투티오 오라토리아》의 온전한 사본을 마침내 찾아낸 것이다. (…) 장크트갈렌에서 포조의 발견은 과연 획기적인 사건으로 널리 축하를 받았다. 이 발견을 전해 듣고서 브루니와 니콜리는 포조에게 다른 일은 모두 제쳐두고 그 필사본 사본 한 부를 피렌체로 보내달라고 채근했다. “오 경탄스러운 보물이여!”라며 브루니는 열광했다.
---「경이로운 보물」중에서

플라톤이 제시한 문제나 딜레마가 무엇이든 간에 플레톤과 과거 그의 제자인 바실리오스 베사리온─스승보다 훨씬 더 만만찮은 지성인─이 피렌체에 도착함에 따라 그 철학자는 새롭고 강력한 옹호자들을 얻었다. 바야흐로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늘에서 빠져나올 참이었다. 사실 여태까지 플라톤을 둘러싼 논쟁의 대부분은 스승을 트집 잡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평에 의해 규정되어왔다. 플레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차이점에 관하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판을 샅샅이 검토함으로써 플라톤을 (특히 그의 형상론을) 결연히 변호했다. 플레톤은 스승에 대한 지적인 부채를 인정하지 않은 오만과, 플라톤이 아직 살아 있을 때 아카데미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학파를 세운 야심을 거론하며 아리스토텔레스를 공박했다.
---「동방에서 온 현자들」중에서

콜로폰(colophon)은 꼭대기나 정상을 뜻하는 그리스어(κορυφ?)에서 유래한 단어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마무리 손질’이나 ‘화룡점정’과 같은 은유적 의미를 띠게 되었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어떤 논쟁에 “콜로폰을 찍는다”라고 말했다. (…) 토마스 아퀴나스의 대작 《신학대전》의 일부를 필사한 필경사는 진이 빠진 승리의 함성으로 끝맺었다. “여기서 필경사에게는 엄청나게 길고, 장황하며, 지루한 도미니크회 토마스 아퀴나스 수사의 작품 2부가 끝난다. 감사, 감사, 신께 감사!” (…) 필경사들은 종종 독자들에게 자신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청하기도 했다. 이런 관습의 익살스러운 변형이 사라라는 어느 피렌체 수녀의 필사본에 등장한다. “이 경건한 삶을 읽는 사람은 누구든 나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주시오”라고 운을 뗀 뒤 “안 그러면 내가 죽은 다음 네 목을 조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고서체」중에서

1453년 오스만튀르크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세계 전역에서 주목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해에 작은 엽서 크기의 종이 쪼가리 형태로 또 다른 일이 일어났다. 주목을 덜 받았지만 콘스탄티노플 함락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더라도 그와 동등하게 중요한 일이 된다. 그것은 지식의 전파 방식을 영구히 바꾸어놓은 사건이었다. 1453년에 잠깐 출현한 뒤 이 종잇조각은 수 세기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1892년에 에두아르트 벡이라는 마인츠의 어느 은행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헤어 벡 (Herr Beck)은 마인츠대학 문서고에서 그 종이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아주 오래 전 마인츠의 어느 제본가가 오래된 문서를 보관할 판지 상자를 만들기 위해 재활용한 것이었다.
---「기적의 사내」중에서

1929년에 글을 쓰던 어느 프랑스 역사가에 따르면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신이 없는 중세”였다. 한 세기가 지나 이러한 명제를 받아들일 역사가는 거의 없으며, 인문학과 지상의 즐거움에 대한 잔노초 마네티의 헌신을 [종교적으로] 조금이라도 회의적이거나 반기독교적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르네상스인은 여전히 기독교도였으며, 심지어 경건한 기독교도였다”라고 역사가 리처드 트렉슬러는 주의를 줬다. 조금도 부끄럼 없이 고대 세계를 열렬히 옹호한 다른 이들, 이를테면 페트라르카나 니콜로 니콜리처럼 마네티는 신실한 기독교도였고, 그에게 이교도의 가르침이란 야심, 타락, 이기심으로 오염된 세계를 개혁하고 구제하기 위해 기독교적 앎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그들 모두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영혼을 구원하는 반면 고전 작가들은 문명사회를 구조하고 개선하고 지상의 삶에 즐거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었다.
---「존엄과 탁월함의 운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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